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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저자와 나는 갈라진건가 - 갈라진 마음들

by Diligejy 2020. 9. 24.

이 서평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갈라진 마음들
국내도서
저자 : 김성경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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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만든 저자와 출판사에 유감이지만, 소제목 하나를 겨우겨우 읽고 책을 덮었다.

 

이 책의 5페이지 프롤로그를 보려고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단어가 있었다.

'북조선'

 

북한방송이나 아니면 국제면을 다루는 뉴스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단어. 그것도 남측이 아니라 북측에서 다루는 용어. 그 단어를 쓰기에 순간 거부감이 들었지만, 이유가 궁금했기에 잠시 참고 그 이유를 들어보려고 했다.

 

17페이지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자신들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쓰고 있는 북조선으로 용어를 통일하였다. 남쪽과 북쪽을 함께 지칭할 때는 북한이라는 표현을 제한적으로 썼지만, 가능하면 그들이 공식적으로 자신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불러주는 것이 적절한 표기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북조선'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근거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자신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불러주는 것이 적절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어디에 적절하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이들과 협상을 하기 위해 적절한 것인지? 아니면 저자가 말한대로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절하다는 건지? 

 

뭔지 이해하진 못했지만, 협상 상대로서 존중해준다 라는 정도로 넘겨짚고 페이지를 넘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19페이지부터 20페이지까지 백낙청의 분단체제론과 윌러스틴의 세계체제론을 언급하며 현학적인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시작한다.

 

특히 

한국사회의 자본 집중화와 계급 불평등의 문제는 세계체제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분단적 맥락을 담지하고 있기에 한국사회의 진정한 변혁과 변화는 단순히 세계체제를 해체하는 것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세계체제-분단체제-남/북한체제라는 세 층위의 중층적 결합 양식의 면면을 밝혀내어, 그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작업, 좀더 구체적으로는 분단체제를 해체함으로써 세계체제와 남북한 국가체제의 문제를 내부로부터 격파하려는 시도가 요구된다.

이 문단을 몇 번을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본 집중화와 계급 불평등 문제를 분단체제를 해체함으로써 '격파'한다니. 저자와 나와의 생각의 거리는 너무나도 멀었다. 나는 이 문단을 '통일대박론'의 변주로 읽었다.

 

20페이지에서 결정타가 등장한다.

자본주의 극복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등장했던 사회주의권이 붕괴한 것은 그만큼 세계 단위로 구성된 자본주의 착취 체제가 공고화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사회주의권 붕괴를 이렇게 해석해도 될까? 저자 식대로 말하면 자본주의 '착취' 체제보다 사회주의 '착취' 체제가 더 비효율적이고 인민지향적이지 않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100번 양보해도 기본적으로 붕괴를 만든 주체인 사회주의권에 대한 문제와 한계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생각해봐야지 않을까? 저자가 북한을 북조선이라 칭하며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듯, 사회주의권을 붕괴시킨 원인이 무엇인지 내부요소와 외부요소를 따지며 사회주의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덮어놓고 자본주의 착취체제가 어떻다는 등 얘기하는 건 성찰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덮고 싶었다.

 

하지만 출판사에게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은만큼, 소제목 하나는 완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4~25페이지에서 저자는 북조선 인민들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작동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이루어지는 그 어떤 변화도 분단 체제의 완전한 해체로 확장되기 어렵다며 주체적 인민이 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말하는 주체적 인민이 생긴다고 가정해보자. 그 인민들은 독재와 민주주의를 구분할 수 있으며,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해와 판단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럼 그 사람들이 제 정신이라면 김정은 체제에 반기를 들고 혁명을 일으켜야 맞다. 그렇지 않을까? 북한이라는 국가체제는 독재국가에다 지독하게 궁핍하며, 기득권은 인민이 죽어나가든 말든 상관하지 않으니까. 

 

나는 이 부분도 '통일대박론'의 다른 변주로 읽었다.

 

이렇게 쓴 입맛을 다시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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