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얘기하면 흥미롭고 흐름 관찰에 용이한 책이다.
다만, 같은 얘기를 계속 똑같이 반복하는 바람에 흥미를 반감시키는 책이다.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 앞부분 어느정도만 읽으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1. 기술발전을 통해 사람들에게 '콘텐츠'는 과잉 공급되었다.
2. 마치 경제학의 수요-공급 곡선 처럼 공급이 많아지니 가치(원래 경제학에선 가격이지만 여기선 콘텐츠의 가치라고 표현)는 떨어졌다.
3.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집중하지 않으며 콘텐츠 본연의 가치보다는 사람들과 얘기하거나 친분을 쌓는 용도로 보고 있따.
4.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흐름에 맞추기 위해 더욱 빨리 감기로 콘텐츠를 보거나 아예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나부터도 그렇다. 중국 무협드라마를 볼 때 전혀 스토리와 관련없는 아저씨들의 독백이나 다른 부분들은 넘기고, 재미있는 전투씬이나 아니면 여주인공이 예쁜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 부분을 본다.
혹은 최근에 유행하는 드라마들을 볼 시간은 없고 그래도 대충 뭔지 궁금하다면, 유튜브에 'XXX드라마 스토리 1시간만에 요약'과 같은 컨텐츠를 통해 대충 어떤 스토리인지 접하고 만다.
하지만 좋은 말도 계속하면 잔소리로 들리듯, 이 책의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알겠는데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고 반복한다. 처음엔 그렇지 하면서 끄덕이다가도 가면갈수록 재미가 반감된다. 그리고 저자의 말투는 약간 어르신들이 젊은 세대를 보며 한탄하는 말투를 닮았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되니 어르신들의 잔소리를 듣는거 같아 아쉬웠다.
물론 문제의식은 알지만 말이다.
밑줄긋기
p.25
꾸준하게 노력해봐야 보상이 따라올 보장도 없는 세대이다 보니 이해는 된다. 다만 그것을 영상 작품에서까지 추구해야 하느냐다. 아니, 우리는 더 이상 그것을 영상 '작품'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 대신 '콘텐츠'라는 말을 사용한다.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 오락을 '콘텐츠'라고 총칭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이제는 "작품을 감상한다"보다 "콘텐츠를 소비한다"라고 말하는 편이 더 익숙하다.
정의를 분명히 해두자. '감상'의 목적은 행위 자체이다. 모티브나 테마가 숭고한지, 예술성이 높은지 어떤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작품을 접하고, 음미하고, 몰두하는 것만으로 독립적인 기쁨과 희열을 느낀다면 '감상'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에는 다른 실리적인 목적이 수반된다. '화제를 따라가기 위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작품을 보는 행위가 이에 속한다.
p.41
단, 적어도 1회만큼은 보통 속도로 본다.
"최대 3회까지 보면 대부분 재미있을지 아닐지 감이 오거든요. 빨리 감기로 봐도 되겠다 싶으면 이후로는 계속 그렇게 보죠. 볼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 빨리 감기도 안 하고 그냥 안 봐요."
'하차'가 빨간 불이라면 '빨리 감기'는 노란불인 셈이다.
p.62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는 동시에 상품을 받으면서, 대가를 치르고 무언가 얻은 기분을 실감한다. 그만큼 상품을 가치있게 여기고 낭비하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월정액 자동이체로 한 달 이용권을 구입할 때는 돈을 지불한다는 감각이 옅어진다. 그러니 영상을 아무렇게나 대해도 큰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빨리 감든 건너뛰든 상관이 없어진다. 다른 일을 하면서 보거나 그냥 흘러가듯 봐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p.218
19세기 말 - '영상'은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다.
1590년대 - 가정의 TV로 볼 수 있는 '장소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
1980년대 - 비디오와 DVD로 볼 수 있는 '시간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 1'
2000년대 후반 - 영상 배급을 통해 볼 수 있는 '물리적, 금전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
2010년대 후반 - 빨리 감기 시청, 건너뛰기 기능의 추가로 인한 '시간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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