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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모든 요일의 기록(1)

by Diligejy 2015. 11. 12.

p.71

 

자신에게 맡겨진 시간 안에서, 일상적인 세계의 일상적인 업무에 불후의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 같지 않은 그런 인물에게는, 진실이 어울리지 않는다.

 

마이클 커닝햄 [세월] 재인용

 

p.75

그러니 나의 의무는, 지금, 이곳이다. 내 일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리하여 이 일상을 무화(無化)시켜버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나의 의무이다.

 

그것이 스물여덟 청춘, 내 일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p.77

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건만,

돌아와 보니 봄은 우리 집 매화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다.

 

- 중국의 시

 

p.85~86

광채 없는 삶의 하루하루에 있어서는 시간이 우리를 떠메고 간다. 그러나 언젠가는 우리가

이 시간을 떠메고 가야 할 때가 오게 마련이다. '내일', '나중에', '네가 출세를 하게 되면'

'나이가 들면 너도 알게 돼'하며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고 살고 있다. 이런 모순된 태도는 참 기가 찰 일이다. 미래란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것이니 말이다.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재인용

 

p.86

중요한 것은 이것이었다.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것, 의식의 끈을 놓지 않는 것, 항상 깨어 있는 것,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것, 부단한 성실성으로 순간순간에 임하는 것, 내일을 기대하지 않는 것, 오직 지금만을 살아가는 것, 오직 이곳만을 살아가는 것, 쉬이 좌절하지 않는 것, 희망을 가지지 않는 것, 피할 수 없다면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일상에서 도피하지 않는 것, 일상을 살아나가는 것.

 

p.87

시지프도 견뎠다고 하지 않는가. 아니, 견뎠다는 말은 옳지 않다. 시지프도 자신의 일상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살았다고 하지 않는가. 끊임없이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끊임없이 언덕 위로 밀어 올리면서도 한 치도 타협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는가. 언제쯤 내가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라는 헛된 기대도 하지 않고. 나는 어쩌다가 이런 고통을 당하게 되었을까, 라며 누군가를 원망하지도 않고. 이것이 나의 인생. 순간순간이 나의 인생. 이 인생의 주인은 나. 하물며 시지프도 그랬다고 하지 않는가.

 

p.91

산다는 건 어쩔 수 없이 선택의 연속이다.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모든 선택에는 '만약'이 남는다. 오늘 점심 메뉴부터 시작해서 인생의 큰 결정까지. '만약'이 배제된 순간은 없다. 하지만 '만약'은 어디까지나 '만약'이다. 가보지 않았기에 알지 못하고,

선택하지 않았기에 미련만 가득한 단어이다. 그 모든 '만약'에 대한 답은 하나뿐이다.

'나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라는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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