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6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우선 원하는 것을 요구하라. 자신하건대, 이 한 가지만 제대로 익혀도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협상의 기술이나 전략은 그 다음이다. 협상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치밀한 전략보다 협상에 대한 자신감이 훨씬 중요하다.
p.58~59
협상에서 양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현명하게 양보하는 몇 가지 방법을 알아보자.
첫째, 양보는 어렵게 해야 한다. 상대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이면 상대는 '어라? 쉽게 양보하네. 좀 더 양보를 받아낼 수도 있겠는걸'하면서 협상이 내 뜻과는 다르게 진행된다. 원만한 협상을 위해 양보가 불가피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하는 게 좋다. 고민하는 시간을 길게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대도 힘들게 얻어낸 양보라야 성취감이 크고, 협상의 만족도도 더 높아진다.
둘째, 공짜 양보는 금물이다. 사람의 심리는 앞에 나온 '툰드라의 늑대'와 다르지 않다. 대가 없는 양보는 역효과를 불러온다. 어쩔 수 없이 양보해야 한다면 그 대가로 무언가를 요구하는 게 좋다. 협상은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게임이다. 호의를 받으면 보답하고자 하는 게 일반적인 심리다. 이른바 '상호성의 법칙'이 적용된다.
따라서 양보는 우리 쪽에서 원하는 조건을 받아낼 기회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거래처와의 계약 협상에서 단가를 양보하는 대신 수량이나 기간을 늘려 달라고 제안하는 식이다. 협상 상대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의 요구만 고집하기는 힘들 것이다.
셋째, 쪼개서 양보해야 한다. 양보는 트럼프 게임의 조커와 같다. 협상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쓸 수 있는 카드다. 조커는 여러 장 가질수록 유리하다. 한 번의 큰 양보보다 여러 번의 양보가 상대에게 더 큰 만족감을 준다.
협상 전에 내가 양보할 수 있는 카드를 파악하고 그것을 잘게 쪼개 준비해 두는 일이 중요하다. 양보 없이 내가 원하는 바를 모두 얻을 수 있는 협상 기술은 없다. 덜 중요한 것을 내어주고 더 중요한 것을 얻어내는 방식이 노련한 협상가들의 전략이다.
끝으로 양보의 크기는 점점 줄여나가야 한다. 협상이 길어질 경우 여러 번의 양보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양보의 폭이 갈수록 커진다면 상대에게 더 큰 양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셈이다. 협상이 진행될수록 할인 폭이 커진다면 도대체 어느 가격에 사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양보를 점점 인색하게 해주는 과정은 양보가 더 이상 쉽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양보의 크기도 사전에 준비해 두어야 한다.
p.62
협상은 싸움이 아니다. 누군가와 경쟁해서 승리해야 하는 게임도 아니다. 협상은 상대와 대결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방법을 서로 모색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한 쪽이 무릎을 꿇지 않고도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 한쪽이 손해를 보면 결국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또한, 성공적인 협상은 대부분 '윈윈'일 수밖에 없다. 훌륭한 협상가는 이기는 것만 생각하지 않는다. 잘하면 양쪽이 다 이기는 게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p.73~74
영업사원이 상품을 권유하는데 고객이 거절한다면 그 뜻은 '사지 않겠다'가 아니라 '값이 비싸다'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혹은 '아직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지인에게 사겠다' 등의 다른 이유가 숨어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상대의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여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거래처로부터 계약 연장을 거절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면 그건 '거래를 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거래 조건이나 파트너십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등의 다른 의도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상대로부터 내가 원하는 대답을 끌어내려면 먼저 상대가 전하는 메시지에 숨어 있는 진짜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그 뒤에 적합한 다른 상품을 추천하거나 불만 사항의 개선을 어필해 재협상하면 거절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
p.121
협상에서 상대방의 요구를 무턱대고 거부하기는 어렵다. 더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통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약자의 입장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임기응변식 변명이 아니라 누가 봐도 타당하다고 생각될 이유를 만들어 거절해야 한다. 이럴 때 거절의 이유가 '내 탓'이 아니라 '당신 탓' 때문이라면 더 없이 좋은 명분이 된다. 명확한 이유를 내세우지 않고 택배를 반송 조치했다면 그 책임은 택배업체 측으로 돌아갔을 공산이 크다. 그들은 정당하게 차량출입해서 물품 배송할 권리가 자신들에게 있는데, 차량출입을 통제했기 때문에 부득이 반송 조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영ㅆ다. 그게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이유였다.
p.128~129
어려운 상대를 설득할 떄는 직접 부딪히지 말고 제삼자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입장을 바꿔, 협상 상대방이 앞세운 인물이 내게 중요한 사람이라면 원래 생각과는 다르게 한발 짝 물러선다. 내가 협상을 그르치는 일이 그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굳이 그게 아니라도 사람들은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의 말을 더 잘 믿는 경향이 있다. 객관적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심리학자에 따르면 제삼자가 말을 걸거나 눈앞에 나타날 때 우리 뇌는 '인지적 절약' 작용이 나타나 그냥 믿어버리곤 한다. 제삼의 인물을 동원해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이 효과적인 이유다.
p.139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이유'에 집중해야 한다. '거절'이라는 겉모습이 아니라, '상처받기 싫다'라는 속마음에 집중해야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p.144
삶의 진리 중 하나는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더 발전시키는 게 훨씬 생산적이란 점이다. 안 되는 걸 억지로 되게 하는 건 어렵다. 문제의 진원지인 돈만 갖고 협상하는 건 둘 중 하나가 손들어야 하는 대결구도를 만드는 셈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돈 말고도 훨씬 많은 이유가 존재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 중 상대가 좋아할 카드를 찾아라. 그리고 진심을 녹여 제시하라.
p.149~150
중국 철학자 한비는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유형에 맞추어 대하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내용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상대가 자부심을 지닌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해야 한다. 만약 상대가 어떤 일을 부끄러워한다면 그 사실을 잊어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떤 행동을 하면서 '내가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라는 고민을 한다면 대의명분을 내세워서 자신감을 느끼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또 상대가 무언가를 할지 말지 결단을 내리지 모하고 있는 상태라면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니 그만두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야 한다. 만약 자신이 설정한 높은 이상을 스스로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 이상은 이러저러해서 틀린 것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실행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말해야 한다."
p.152
사람들은 상대 제안이 만족스럽다면 즉시 수락해야 마땅하다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자제력을 발휘하고 관심을 기울이면 훨씬 많은 기회가 생겨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질문을 통해 좀 더 깊숙이 파고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아는 G강사도 그런 방법으로 성과를 거두었다.
하루는 그가 어느 기업으로부터 마케팅 강의를 의뢰받았다. 보통의 강사라면 "예.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과 장소 그리고 몇 분이 참석하시는지 알려주십시오"라고 응대하고 강의를 진행한다. 하지만 G강사는 다르게 접근했다. "예.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직원들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번 강의를 의뢰하시는지요?" 그 질문에 상대방은 경영진의 생각을 하나둘 얘기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G 강사는 회사에 어떠한 교육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교육 제안서를 만들어 교육 담당자에게 보냈다. 그로 인해 2박 3일간의 워크숍 교육을 통째로 의뢰받을 수 있었다. 좋은 제안이라고 단번에 'OK'하지 말고, 그 제안에 대한 이유를 물어라. 사소한 인연을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
p.161~162
여러분이 누군가와 약속을 잡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언제 시간이 괜찮으십니까?"라고 말하기보다 "월요일이 좋습니까? 아니면 목요일이 좋습니까?"라고 얘기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대개 사람들은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며 전자처럼 말하곤 한다. 그러나 유능한 영업사원들은 전자보다 후자가 얼마나 더 유용한지 경험으로 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자연스럽게 둘 중 하나는 선택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준다. 주관식보다 객관시겡 훨씬 편하게 답하는 우리 심리를 활용한 화법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둘 중 하나의 선택권을 제시하는 질문이야말로 존중받는 느낌을 준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결정을 떠넘기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이런 실험을 한 적이 있다. A그룹에는 여섯 가지 초콜릿 중에 하나를 고르게 하고, B그룹에는 서른 가지 초콜릿을 주고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서른 가지 초콜릿을 받은 사람 대부분은 자기가 고른 초콜릿 맛에 불만을 표시하고 후회했다.
같은 이유로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에게 "뭐 드시고 싶으세요?"라고 묻는 것보다 "양식이 좋을까요? 아니면 한식이 좋을까요?"라고 물어보는 편이 훨씬 큰 점수를 받는다. 상대를 위해 성심껏 준비한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둘 중 한 날짜를 고르라고 하면 약속이 변경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상대는 자신이 직접 선택한 날짜니 변경하거나 취소하려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약속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
p.165~166
사람들은 상대가 거절하는 이유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영업 사원의 권유에 계약을 망설이는 고객은 돈이 없거나 비싸기 때문이며, 스카우트 제의에 거절하는 상대는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단정 짓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예상치도 못한 원인으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싫다는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왜'라는 질문을 던져 진짜 이유를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해결책은 의외로 쉽게 나온다.
p.177
협상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내 생각만으로 논리를 펴면 논쟁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 말이 옳다는 식의 주장으로는 상대를 움직일 수 없다. 말하자면 내 편도 네 편도 아닌 심판이 필요하다. 그 회사의 홍보물을 활용하거나 법조문을 간략하게라도 대며 말하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서로가 인정할 수 있는 근거 자료는 합리적이고 또한 공정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만약 그 기준이 상대가 스스로 정한 내용이라면 훨씬 더 강력하다.
p.201
오랜 시간을 투자한 협상이 깨어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니블링 전술은 이러한 심리를 활용해 상대에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잘 알려진 예가 백화점에서 양복을 사고팔 때 벌어지는 협상이다.
여러분이 고가의 양복 판매장 주인이라고 가정해보자. 고객 한 명이 벌써 한 시간 째 양복을 고르고 있다. 입어보고 벗어 놓기를 몇 벌째, 드디어 마음에 드는 옷을 골랐는지 옆에 있는 여러분에게 말한다. "저기, 이 양복 사면 넥타이 하나 끼워주실 수 있나요?" 이게 바로 니블링 전술이다. 대답이 쉽지만은 않다. 엄연히 돈 받고 파는 상품을 공짜로 줄 수는 없다. 그러나 안 된다고 했다가 넥타이 하나 때문에 양복을 못 팔 수도 있다. 대부분은 결국 넥타이를 선물로 주는 쪽을 택한다. 그렇게라도 파는 게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p.217~218
우리가 겪는 큰 피해는 대부분 작은 일을 내버려둠으로써 생겨난다. 이러한 생각은 협상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업은 작은 문제로 인한 컴플레인에 잘 움직이지 않는다. 중대한 문제라는 프레임을 짜는 게 중요하다.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잃을 게 많다는 메시지를 던져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판을 만드는 게 컴플레인 협상의 핵심이다.
p.224
우리가 겪는 갈등은 제각기 다른 듯해도 그 상황에 대처하는 마음은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하나같이 '젠장(반응 단계)' - '큰일이군(발산 단계)' - '에잇(회복 단계)' - '자, 그럼(집중단계)' - 'OK(재개 단계)'의 순으로 감정선이 이동한다. 여기에 감정을 다스리는 비밀이 숨어 있다. 이 단계들을 머릿속에서 인지하고 내면에서 반응이 일어날 때 그게 어떤 단계인지 구분한다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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