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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 삶은 힘든거야

by Diligejy 2021. 4. 15.

포스터엔 '희망'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과연 희망이라는 키워드가 이 영화에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내가 본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전혀 희망이라곤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계속해서 의도했든 아니든 파멸을 향해 나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을 마무리한다.

 

영화는 불친절하다. 제이콥과 모니카가 무엇을 약속했는지, 서로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회상장면이나 어떤 설명을 굳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계속 진행한다. 

 

어쩌면 극 리얼리즘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현실에서 갈등의 원인과 상황을 모두 알고 갈등을 접하는게 아니듯, 관찰자인 관객에게 모든 걸 다 설명하는게 아닌 그저 가족의 특정 기간 동안의 일상적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냉정한 현실, 그 현실과 배치되는 욕망, 그러면서도 지켜야 하는 가족이라는 가치. 이 요소들이 부조화를 이루며 결국 포기선언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 영화는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인물과 상황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달랐다.

 

영화를 같이 보러 간 분과 대화를 나눴을 때, 제이콥에 대한 내 평가는 부정적인 편이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가족이라는 가치보다는 개인의 욕망에만 충실하는 듯한 제이콥의 언행은 거슬렸다. 하지만 반대로 같이 보러 간 분은 제이콥이 모니카에게 따졌듯, '언제까지 병아리 똥구멍만 보며 살 순 없다'는 얘기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어느정도 성공한 아빠라는 롤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하셨다. 

 

미혼과 기혼의 차이에서 이런 생각이 나온건지 아니면 어떤 건지, 구분할 수 없었지만, 윤여정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도 나는 매우 놀라웠다 라는 평가였던 반면, 그럴 정도는 아니다 였다.

 

둘이 공통점을 찾은 건 기생충만큼 감독상을 받을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거 정도.

 

매우 잔인한 영화라는 점은 기생충과 비슷하지만 기생충만큼 탄탄하고 신경을 건드리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진 않았다.

 

무튼, 너무 슬펐던 영화. 

어제도 슬펐는데 오늘도 슬펐다.

 

www.youtube.com/watch?v=AWeFSi7cSXA

이 영상에서 이 영화가 주목받은 이유를 `미국`영화라서 라고 주장하는데, 내 생각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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