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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프랑스소설

기억 2

by Diligejy 2022. 1. 16.

p.122

우리가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역사적 오류의 예를 몇 가지 들어 보자.

 

선천적 시각 장애인이었던 호메로스가 <오디세이아>를 썼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는 음유 시인, 다시 말해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읊는 사람이었다. 그의 숭배자들이 <오디세이아>를 집필했을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통 속에서 살았다고 알려진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나무통이 아니라 항아리에서 지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아테네에는 아직 나무통이 없었기 때문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인이 아니라 그리스인이다. 그리스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일원이었던 클레오파트라는 주로 그리스어를 사용했고, 옷을 입고 꾸미는 것도 그리스식이었다.

 

p.213

때로는 시간이 약이야. 시간이 가면 상황은 변하게 돼 있으니까. 밑에 있던 건 올라가고 위에 있던 건 내려오지.

 

p.219

걱정스러운 뉴스가 넘쳐 나는 세상을 사는 것 같지만, 오늘날 기근과 전염병, 전쟁으로 인해 죽는 사람의 숫자는 예전보다 획기적으로 줄어든 게 사실이다. 살인은 비롯한 여러 형태의 폭력도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 가령 프랑스의 경우 살인 범죄 발생률이 지난 20년간 절반으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보의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마치 폭력이 증가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뉴스를 보고 우리 시대를 이해하겠다는 생각은 파리를 알기 위해 병원 응급실에 가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p.252

부정적인 감정은 항상 긍정적인 감정을 이기지. 자네 뺨을 때리는 사람과 자네에게 선물을 주는 사람 중에서 자넨 당연히 첫 번째 사람한테 더 관심을 갖게 돼 있어. 인간이라는 게 원래 그런 존재야. 심지어 동물도 그렇다니까. 우리 인간들은 선사 시대부터 그렇게 프로그래밍이 돼 있단 말이야. 그때도 바로 눈앞의 벌통보다 멀리서 나타나는 사자에게 관심을 보였을 거야. 그게 사람의 본능이니까. 부정적인 것의 힘이 더 강하단 말이지.

 

p.254

우리는 이제 기 드보르가 말한 <스펙터클의 사회>를 살고 있어. 역사는 식료품 같은 소비재가 됐어. 맛을 내기 위해 달거나 매운 소스를 뿌려야 하는 패스트푸드와 똑같이 돼버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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