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9
전문가용 고급 카메라처럼 거의 100퍼센트 수입되는 시장을 가정해보자. 캐논이나 소니같은 해외의 유명 카메라 제조업체는 한국 시장에 물건을 출시할 때 환율 변동을 어느 정도 감안해 제품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환율이 변동한다고 제품 가격을 매번 바꾸면 판촉물 제작의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도매 및 소매상도 가격 변화에 맞춰 마진을 새롭게 조정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바로 '메뉴효과'라고 한다.
p.22
경제가 개방되어 경쟁하는 기업의 숫자가 많다면, 환율 변동에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이 변동할 가능성이 낮을 것이다. 반대로 경제가 폐쇄적이라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의 숫자가 적다면 환율 변동의 충격이 즉각 경제 전반에 미칠 것이며, 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도 빈번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p.25
기준이 되는 통화는 '앞자리'에 온다는 것만 기억하면, 환율의 변동에서 즉각 통화가치 하락과 상승을 유추할 수 있다.
p.28
관리변동환율제도에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금융정책의 독립성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데 있다.
p.28~30
싱가포르가 자국내에 발생한 경제위기(부동산 가격 폭락 등)에 대응해 시장금리를 미국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도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싱가포르 달러의 가치가 미국 달러에 사실상 고정되어 있는 만큼,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이 전혀 없으니 투자자는 싱가포르에 예치해놓은 돈을 빼서 미국 은행으로 옮기려 들 것이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니, 당연히 미 달러/싱가포르 달러 환율이 상승해야 한다.(=달러 강세) 그러나 싱가포르 정책 당국은 환율을 적정 범위에서 관리하고 싶어하니, 할 수 없이 외환시장에 달러화를 팔고 싱가포르 달러를 매수하는 개입을 단행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 상황이 끝도 없이 진행되면, 결국은 싱가포르의 외환보유고가 고갈된다는 데 있다. 즉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괜히 금리를 인하했다가 외환보유고 고갈이라는 더 큰 위기를 촉발시키는 것이다. 게다가 투자자의 싱가포르 달러 예금의 인출사태는 경제 전체에 통화공급을 줄이기에 금리 인하의 경기부양 효과는 허공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런 연유로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는 나라는 미국의 금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등 통화정책의 자유를 상실하게 된다.
p.34
생산자물가가 하락하면 기업의 입장에서 매출 감소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으며, 나아가 기업이 체감하는 실질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p.38
중국 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마지막 정책 대안은 위안화 평가절하가 될 수밖에 없다. 먼저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 경제 전반의 디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게다가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개선될 수 있으니, 기업의 재무 구조 악화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좋은 정책을 그간 왜 안 했을까? 그것은 바로 '기축통화에 대한 꿈'과 연관되어 있다. 중국은 끊임없이 결제통화 및 준비통화로서의 지위 상승을 노려왔으며, 이 위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율이 안정적으로 변동하고 또 지속적으로 절상(=달러/위안 환율 하락)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는 이런 그간의 노력을 상당 부분 허공으로 날려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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