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4~25
어제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 몇 분간 대화를 나누면서 기부를 요청한 상냥한 아주머니를 기억하는가? 당신에게 길을 묻다가 당신의 회사 모자를 가리키며 농담을 건네고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악의 없이 물어본 친절한 택배 기사를 기억하는가? 당신을 겁주려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아주머니는 상냥하지 않을지도 모르며 택배 기사는 악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당신에게서 정보를 빼내려는 사악한 해커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다분하지만(부디 진정하라) 그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악의 없는 대화로 가장하여 영향력 기법을 구사하는 범죄자들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해킹당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 대출이 이루어지거나 컴퓨터가 잠기고 몸값을 요구받은 후에야 해킹당한 사실을 알아차린다
p.27~28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에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본적인 질문은 다음의 4가지이다.
1. 이 사람은 누구일까?
2. 이 사람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3. 이 의사소통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4. 이 사람은 위협적인 존재일까?
p.30
대중문화에서 공감은 본질적으로 좋은 것으로 묘사된다. 심리학자들이 이 견해를 지지하는데, 사이먼 배런-코언은 잔인함이 공감 능력의 상대적인 결핍에서 비롯된다는 이론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공감이 잔인함이나 파벌주의와 같은 여러 부정적인 현상들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나는 공감을 가치 중립적인 개념으로 간주하며, 상상 속에서 타인의 감정을 경험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불법 해커와 사기꾼들은 공감의 핵심인 조망 수용(타인의 관점을 취하는 것) 능력이 탁월하다. 문제는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악용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타인의 생각에 매우 민감하여 이 민감성을 발휘하여 남을 조종하기에 안성맞춤인 말과 행동을 한다.
p.41~42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교훈이 담겨 있다.
첫째로, 가장 분명한 교훈은 이것이다. 이메일로 요청을 받았을 때에 무턱대고 송금하지 말라. 언제나 직접 확인하라.
둘째,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때는 상대방의 의사소통 방식과 선호를 감안하여 그에 맞게 전하라
p.43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의사소통 방식을 바꾸어서 교관 노릇을 그만두고 훨씬 사근사근하고 유쾌하고 수더분한 사람이 되었다. 또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떻게 말하는지, 나의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시시각각 훨씬 더 유심히 눈여겨보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성격을 파악하고 거기에 나의 의사소통 방식을 맞추는 데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휴먼 해킹에도 훨씬 효과적이었을까? 물론이다!
p.44~45
유능한 휴먼 해커가 되려면 자신의 의사소통 성향(강점과 약점)을 적어도 어느 정도는 자각하고 당신이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들의 성격 특질을 파악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내가 대기업 본사에 침투를 시도할 때에 원래의 단도직입적인 훈련 교관 방식을 구사한다면(이를테면 다른 지사의 고위 임원 행세를 하면서 출입증이 없으면서도 들어가겠다고 경비원에게 우겼다면) 그런 방식에 잘 반응하는 보안 요원에게는 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틀림없이 역풍을 맞을 것이다. 따라서 이 방식을 쓰는 것만으로도 성공 확률이 50퍼센트(또는 그 미만)로 낮아지는 셈이다. 게다가 다짜고짜 나의 방식대로만 소통하다 보면, 이 책에서 나중에 배우게 될 도구들을 이용하여 소통 방식을 나에게 유리하도록 짜맞추려고 굳이 궁리하지도 않게 된다. 멍청한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p.55
자신이 남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파악했다면, 다음 단계는 자신의 행동에 더 큰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남들을 짜증 나게 하는 성향이 있음을 알았다면 그런 "까끌까끌한 모서리"를 매끈하게 다듬을 수 있다. 나는 주도형이어서 사람들에게 너무 직설적이고 퉁명스러울 때가 많다는 것을 안다. 예전에는 기분 나쁜 이메일을 받으면 나의 솔직한 생각이 담긴 답장으로 맞받아쳤는데, 그런 행동에 반감을 느낀 상대방은 나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으며 나에게서 정서적 거리감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부아를 돋우는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한 박자 쉬어가는 방법을 시도했다.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크리스, 일어나서 좀 걷자." 그러나 이 기법은 나에게 통하지 않았다. 걸으면서 이메일에 대해서 곱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기분 나쁜 이메일을 받으면 분노한 그 순간에 내가 쓰고 싶은 대로 답장을 쓰되, 보내기 버튼을 클릭하기 전에 좀 걷고 오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나는 감정을 발산하면서도 전형적인 주도형 방식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수 있었다. 휴식을 취한 후에는 아까 보내려던 이메일을 다시 열어 90퍼센트를 고쳐서 보냈다.
p.65
코미디언 리처드 제니가 말했다. "정직은 관계의 열쇠이다. 위조할 수 있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 말은 사회공학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 영향력을 행사하여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대화를 시작하고 부탁을 하기 위한 그럴듯한 밑밥을 만들어내고 그 핑계 안에서 정해진 "역할"을 매끄럽게 연기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말하자면 상대방이 당신을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고 심지어 호감을 느끼도록 처음부터 표적에 맞는 대화의 맥락을 정해두어야 한다.
p.72
당신의 말과 행동이 밑밥 깔기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밑밥 깔기는 당신이 어떻게 처신하는가(차분해 보이는가, 초조해 보이는가, 기뻐 보이는가, 슬퍼 보이는가)와도 관계가 있다. 어디를 대화의 장소로 선택할지, 당신의 역할이나 당신이 사칭하는 신분을 진짜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물건이나 "소도구"를 사용할지도 중요하다.
p.78~79
다짜고짜 누나에게 1만 달러를 달라고 말하면 당신은 누나의 삶을 위협하는 사람으로 인식될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셈이니 말이다. 당신이 과거에 돈 문제로 누나와 길고 힘겨운 입씨름을 벌인 적이 있다면, 이런 식으로 느닷없이 부탁을 받은 누나는 길고 힘겨운 줄다리기가 시작될까봐 불안해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이 어머니를 위해서 최선의 방안을 찾고 싶어하는 가족 구성원의 입장으로서 이 상황에 접근하면 위협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누나는 불안감 대신 사랑이나 감사, 공감을 느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밑밥을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맥락에 따라서 자신의 여러 측면 중의 하나를 내세우더라도 자신의 필요에 맞게 전략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신에게 유익하지 않은데도 특정한 밑밥을 습관적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집에서 엄한 부모 역할을 하는 데에 익숙해지면, 직장에서나 친구들과 있을 때에도 그런 말투가 나올 수 있다. 학교에서 웃긴 친구 역할을 하다 보면, 상사나 높은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에 이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을 깜빡하기도 한다. 습관적인 밑밥과 사회적인 역할 또는 정체성이 바라는 대로 작용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를 상대방의 탓으로 돌릴 때가 많다. 앞의 시나리오에서 바라던 1만 달러를 얻지 못했을 때에 우리는 누나가 "비합리적"이라거나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거나 "순 고집불통"이라고 불평할지도 모른다. 물론 누나가 정말로 고약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유익하거나 적절한 밑밥을 근사하게 제시하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부적절한 상황에서도 똑같은 밑밥을 고수하다가 자신의 수법이 통하지 않으면 체념하고 이렇게 말한다. "미안하지만 그게 나야. 이렇게 생겨먹은 것을 어떡해." 아니, 그건 당신이 아니다. 당신 성격의 일부일 뿐이다. 당신은 노력을 통해서 자신의 성격 중에 상황에 맞는 측면을 계발할 수 있다. 남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원하는 결과를 얻도록 밑밥을 전략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p.81
입을 열기 전에 상대방의 감정, 필요, 욕구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러면 세상이 더욱 따스한 곳으로 바뀔 것이고ㅠ 우리 모두 원하는 것을 훨씬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p.82
밑밥깔기 7단계 공식
1. 문제 : 자신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2. 결과 : 원하는 결과를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3. 감정 상태 : 대상에게서 어떤 감정을 끌어내고 싶은지를 파악한다.
4. 자극 : 원하는 감정을 대상에게서 끌어내기 위해서 자신이 어떤 감정을 표출해야 할지를 예상한다.
5. 활성화 : 밑밥을 정한다.
6. 제시 : 밑밥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제시하는 것이 최선인지 구체적으로 판단한다.
7. 평가 : 밑밥이 진실에 단단히 기반을 두었는지, 당신을 만난 것이 사람들에게 잘된 일이었는지 머릿속에서 평가한다.
p.90~91
밑밥의 실행 방법을 숙고할 때에 명심할 것이 있다. 당신의 모든 말과 행동이 밑밥에 부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설퍼 보일 것이다. 당신이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는데 "책임감 있는 부모"라는 밑밥을 골랐다면, 마리화나 이파리 무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채 대마초 냄새를 피우지는 않을 것이다. "끈기 있고 세심한 친구"를 내세우고 있다면 3초에 한 번씩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지 말라. "공감해주는 아빠"가 되려거든 발끈하면서 "넌 도대체 왜 그 모양 그 꼴이냐?"라고 말하지 말라.
p.113
친척, 이웃, 직장 동료 중에는 당신이 혐오하는 신념을 가졌거나 당신과는 공통점이 거의 없어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에도 당신은 이 사람들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손을 내미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당신은 이 사람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특별히 부탁할 것이 있든 없든 라포르 형성 기술을 이용하여 이미 존재하는 (비교적 낮은) 라포르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사교 상황에 대해서 수줍어하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나름의 목적이 있든 없든 간에 훨씬 자신만만하고 활달해질 수 있다. 왜 다른 누군가가 당신의 껍데기를 깨뜨려주기를 기다리는가? 당신이 그들을 껍데기 속에서 꺼내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낫다. 라포르 형성에 숙달할수록, 불가능해 보이는 간극이 우리와 상대방을 가르고 있어도 그 사이에 대개는 다리를 놓을 수 있음을 점차 깨닫게 된다. 게다가 우리가 관계를 맺거나 발전시키지 못하는 원인이 때로는 상대방에게 있지 않고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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