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65
생존자들이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자신을 돕는 일이기도 하다. 상투적인 생각으로 '피해자'란 트라우마 때문에 나약해진 존재일 것 같지만, 트라우마 이후 더 강하고 충만한 사람이 된 이들도 많다. 더 깊어진 정신, 더 굳건해진 관계, 새롭게 다지게 된 목적의식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외상 후 성장'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만큼 흔하다. 트라우마 생존자 중 공감이 더 깊어졌다고 느끼고 공감을 행동으로 옮긴 사람들이 트라우마 이후에 성장했다고 밝힐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들은 새롭게 트라우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얼마나 더 강해졌는지 깨닫는다. 그리고 그들이 견뎌낸 고통이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쓰인다면, 그것은 무의미한 고통이 아니다. 위대한 심리학자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빅터 프랭클이 쓴 것처럼 "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일단 깨닫게 되면, (...) 자기 삶을 던져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고 있고, 그래서 그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다.
p.87
넘어진 아이는 부모를 올려다본다. 부모가 침착하게 반응하면 아이는 발딱 일어나지만, 부모가 공포에 질린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눈물을 펑펑 쏟기 시작한다. 감정은 우리에게 일어난 일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해석 방식도 반영한다. 에픽테토스와 셰익스피어도 이 점을 알고 있었다. 햄릿의 표현을 빌리면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는데, 생각이 좋거나 나쁘게 만들 뿐"이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함부로 대하는 자존심만 센 사람들의 두 가지 특징 (권수영 교수) (0) | 2022.09.03 |
---|---|
스스로 치유하는 뇌 (0) | 2022.09.02 |
극한의 협상, 찰나의 설득 (0) | 2022.07.24 |
휴먼 해킹 (0) | 2022.06.27 |
인간 본성의 법칙 (0) | 2022.05.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