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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니콜라스 케이지의 신들린 연기 그리고 답답함 -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by Diligejy 2022. 4. 3.

영화를 보면서 도중에 몇 번을 멈췄는지 모르겠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가 물이 오르면 오를수록 분노와 혐오감이 차올랐다. 어떻게 해야 관객의 분노와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아는 사람처럼 연기를 했다.

 

계속해서 파멸로 나아갔고,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마저 파멸에 이르게 하는 벤을 바라보며 영화 속 인물임에도 너무 깊이 화가 나고 자존심도 없냐고 한대 갈기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저 2시간의 영화를 보고 한 인물을 판단해서 무조건 벤이 나쁘고, 쓰레기인것처럼 나오는 내 반응은 어쩌면 내 편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속에서 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아주 약간씩 보여주긴 하지만, 깊이있게 다루지 않는다. 그저 그는 가정을 잃었고, 삶을 마감하고 싶어하는 술주정뱅이라는 점. 그것만 보여줄 뿐, 그의 삶의 스토리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벤에 대해서 아는게 거의 없음에도 내 가치관에 따라 판단만 하고 혐오만 했을 뿐이었다.

 

물론 혐오를 하지 않고 약간의 공감이 늘어난다고 해도 이런 캐릭터가 반갑진 않을거 같다. 당연하다. 이런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자체가 병적인 것일 수 있으니까. 다만 판단하기 전에 깊이 있게 상대의 삶을 경청하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벤도 벤이지만, 영화를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세라의 삶이었다. 세라는 자신을 착취하는 유리라는 포주를 가엽게 여기고 그를 품으려고 한다. 인생 나락이라는게 뻔히 보이는 알콜 중독자 벤도 계속해서 품으려 한다. 심지어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여자와 침대에 있는 장면을 목격했으면서도 계속해서 벤을 찾는다.

 

세라는 왜 이런 심리를 갖게 된걸까? 뻔히 건강하지 못한 관계이고 자신의 삶마저 추락시킬 관계라는 걸 알텐데도 그녀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가 알고싶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선 그녀의 삶에 대해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벤과 세라의 조합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마음속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랬기에 좋은 영화라고 평가받지 않았을까?

만약 세라를 만나고 나서 갑자기 벤이 술도 끊고 너무나도 좋은 삶을 살았다면, 이 영화는 무미건조한 성장영화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극단을 향해 달려가는 걸 멈추지 않았다. 두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은 가면갈수록 좁아졌고, 사람들은 그들을 자신의 영역에서 나가라고 명령했다. 커튼이 쳐진 어두운 방속에 그들은 갇혀 서로 섹스를 하고 벤이 이승을 떠나며 작별한다. 

 

세라의 삶이 어떨거라고 전혀 설명하지도 않는다. 카메라는 동정의 메시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보여준다. 냉정하다. 

그 냉정한 카메라의 시선이 관객의 마음속에 차갑게 박히는 이 영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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