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8~29
에릭슨은 아기가 일어서서 걷는 법을 배울 때 겪을 만한 경험을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영아 수준으로 퇴행하게 만든다. 사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최면 상태로 들어가 퇴행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누구나 처음에는 기본적인 기술을 의식적으로 배우지만 그 기술이 무의식적으로 된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이 이야기를 최면 유도 장치로 활용하면 퇴행을 촉진하고 자동성을 끌어낼 수 있다. 이 이야기에서 부정적인 진술("넘어졌다")은 과거시제다. 그리고 현재시제로 바꿔서 긍정적인 암시("몸의 중심을 옮긴다")를 끼워넣는다.
이 '생애 초기의 학습 과정'이야기는 어떤 치료 프로그램에서든 처음 시작할 때 도움이 된다. 환자를 신경증이 발병하기 이전의 시점으로 돌아가게 함으로써 일시적으로나마 고착된 사고방식을 허물기 때문이다. 나아가 학습은 지금도 어렵고 옛날에도 어려웠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결국 해낼 수 있다고 환자에게 일깨워준다.
p.34
서랍장과 석양을 언급하면서, 삶을 즐기거나 나아가 삶을 연장하기 위해 그가 즐겨 처방하는 방법 하나를 소개한다. "늘 가까운 미래의 실질적인 목표를 바라보라." 이 이야기에서 그의 목표는 석양을 보는 것이다. 물론 이 목표를 성취하려면 먼저 장애물을 치워야 했다. 그는 혼자 힘으로 장애물을 옮길 수 없어서 어머니에게 부탁해야 했다. 여기서 핵심은 그가 서랍장을 옮겨달라고 한 이유를 어머니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항상 어떤 행동의 이유를 댈 필요는 없다. 그래도 목표-직접적이고 성취할 수 있는 목표-는 꼭 있어야 한다.
p.58
치료자가 오만한 환자를 상대할 때는 환자보다 '한 단계 올라서야'한다고 강조한다. 에릭슨은 그러기 위해서 먼저 실제로 그가 로드리게스보다 열등한 측면을 언급했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말이 훨씬 더 큰 효과를 가져왔다.
에릭슨은 우리에게 잠재의식 차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가 상대보다 '열등'하고 무력하다고 느낀다 해도, 무의식을 파고들면 상대와 대등해지거나 상대보다 우월한 위치에 올라설 자원을 발견할 수 있다. 에릭슨의 예처럼 조상까지 끌어들여야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에릭슨은 우리가 물려받은 자산과 자원을 박탈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가졌든 모든 자원을 써먹을 수 있다고 믿었다.
p.70
"상대를 대할 때, 우리는 그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관점과 가능성까지 대하는 것이다."
p.92
에릭슨은 관심의 초점을 옮기는 방법으로 피부질환을 치료하면서 15세기에 파라셀수스Paracelsus가 말한 명언을 예시한다. "인간은 자기가 상상한 모습대로 되고, 인간은 자기가 상상한 바로 그 사람이다." 실제로 심상心象과 관련해서 몸으로 나타나는 효과가 있다. 이런 효과는 몸속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피부로 발현되기 쉽다. 가장 두드러진 예로, 부끄러운 일을 떠올릴 때 얼굴이 붉어지거나 야한 이미지를 떠오릴 때 발기하는 현상이 있다. 자기를 가치 있는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은 몸을 꼿꼿이 세우고 당당하고 자신 있게 움직인다. 이런 사람의 골격과 근긴장, 얼굴 표정은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상상'하거나 그런 자아상을 가진 사람과 전혀 다르게 발달하는 현상이 과연 놀라운 일일까?
p.109
에릭슨은 다음 이야기에서 우리의 한계를 넓히는 데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설명한다. 첫째, 이전보다 제약이 적고 폭넓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둘째, 어떤 과제를 수행할 때는 한계에 신경 쓰지 말고 과제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골프를 칠 때는 "모든 홀을 첫 번째 홀처럼 생각한다." 말하자면 홀의 수나 이전의 점수 같은 전체 맥락은 생각하지 말고 스트로크 하나하나와 샷 하나하나에만 집중하라는 뜻이다. 그러면 자신의 한계에 의문이 들지 않는다. 한계는 나중에 점수를 보면 알 수 있다.
p.121
모든 문제에는 과거와 미래가 있다. 에릭슨은 과거를 걷어내고 미래를 바꾸면 문제의 3분의 2는 바꾼 셈이라고 깨달았다. 따라서 홀마다 첫 번째 홀로 생각하면 과거에서 오는 불안이 없어진다. 과거를 지웠으니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미래는 긍정적으로 기대하는 대로만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의 두 이야기는 타인에 대한 의존성의 해답은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넓히는 데 있다는 것을 환자들에게 전달할 때 매우 유용했다. 흔히 말하듯 그저 혼자 일어서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방법이다.
p.135~136
치료를 할 때는 환자를 한 개인으로 보아야 한다. 환자의 병에 부모와 형제들, 이웃과 친구들이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키는지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환자의 문제로 간주해야 한다. 그리고 환자는 그저 이미 아는 것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적응하게 놔두면 된다.
심리치료는 환자에게 방향을 맞추고 주요 문제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언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환자의 말을 들을 때는 환자가 낯선 언어로 말한다는 사실을 알고 경청해야지, 치료자의 언어로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된다. 환자를 환자 자신의 언어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p.144~145
나는 환자를 진지하게 대하고 환자의 소망을 들어주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꼭 냉정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뭔가를 배워야 하고 치료자들에게는 사실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쳐줄 능력이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사람들이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사례에 나오는 환자는 분명 그렇게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최면 상태에서 대개 믿을 수 없을 만큼 공손하다.
p.145
금기를 깨게 하라! 이것은 공포증과 금지 상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한 에릭슨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다. 먼저 환자의 개인사를 간략히 훑으면서 한계와 경직성, 편협한 '마음가짐'의 징후를 조심스럽게 끌어낸다. 다음으로 환자 고유의 신념을 이용해서 환자 스스로 금기를 깨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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