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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한국소설

만다라

by Diligejy 2022. 10. 2.

p.40

여기 입구는 좁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깊고 넓어지는 병이 있다. 조그만 새 한 마리를 집어넣고 키웠지. 이제 그만 새를 꺼내야겠는데 그동안 커서 나오질 않는구먼... 병을 깨뜨리지 않고는 도저히 꺼낼 재간이 없어. 그러나 병을 깨선 안 돼. 새를 다치게 해서두 물론 안 되구. 자 어떻게 하면 새를 꺼낼 수 있을까?

 

p.60~61

아까도 말했지만 이층처럼 허망한 사업도 없을 거야. 그런데 가소로운 것은 죽고 싶은 허망감에 치를 떨며 방바닥에 이마를 박았다가도 이내 그 허망감은 사라져 버리고 다시 또 이층의 욕망에 멱살을 잡히게 된다는 점이야. 다시 허망, 그리고 욕망...... 아아 그래서 중생의 윤회는 겁으로 이어지는 것인가...... 여관방을 전전하며 그 치사한 윤회를 되풀이하기 일주일 되는 날, 그 애의 부모들이 들이닥쳤어. 그때서야 난 내 신분이 비구승이란 걸 깨달았지.

 

한 생각이 본래 없는 것, 모질게 마음먹고 결연히 돌아섰지. 그리고 몇 발짝 걷는데 그 애가 날 부르는 거야. 무슨 정표라도 주려나 싶어 돌아섰지. 치사한 미련으로 말야. 그런데, 관세음보살. 내 스커트 주고 가요, 이렇게 소리치는 게 아니겠어. 그 애는 제 옷가지를 내 바랑 속으로 넣어 두고 꺼내 입곤 했었거든. 바랑을 뒤져 보니 스커트가 나오데. 흐흐. 생각해 봐. 사람들이 백절치듯하는 서울의 백주 대로상에서 중놈이 바랑 속에서 여자 옷가지를 꺼내는 광경을......

 

그는 방바닥에 이마를 박으며 중얼거렸다.

 

"이래선 안 되는데...... 아아, 정말 이래선 안 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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