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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동산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

by Diligejy 2022. 12. 13.

p.4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타인의 판단과 비웃음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웃음을 가장 착실히 수행하는 곳이 바로 언론이다. 신문을 펼쳐보면 언제나 비웃음과 조롱이 빠지질 않는다. 이걸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은 뭘까?

 

바로 '소설(서사)'이다. 소설은 한 인간이 어떻게 실패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곤 동정심이 허용된다. 그런데 요즘 언론은 어떠한가? 내가 신문사에 가서 고전 비극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더니 몹시 흥미로워 하며 셰익스피어 <오셀로>의 헤드라인을 이렇게 뽑더라. "사랑에 미친 이주민, 상원의원의 딸을 살해하다!" 심지어 오이디푸스 이야기의 뼈대를 이야기해줬더니 "엄마와 색스는 눈이 멀 정도로 황홀했다!"라고.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을 읽으면 우리는 오이디푸스의 운명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그의 슬픔에 공감하게 된다. 우리는 소설(특히 비극)을 읽을 때 어떤 교훈을 체득한다. 햄릿을 '패배자(loser)'라고 하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는 실패하긴 했지만, loser는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소설이 야말로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이며, 소설을 읽는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p.5

인터넷이나 미디어를 통해 단편적인 부동산 정보를 접하다보면 그때 그때 조롱의 대상이 달라지고 이들을 비웃는 댓글들이 난무할 뿐이지요. 왜 이런 '비극'이 발생했고, 피해자들은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과 해법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p.16

문재인정부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공급 부족'이 지겹도록 지적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데이터를 살펴보면 그때 그때의 공급물량과 아파트가격 간에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p.17~18

인허가된 물량이 언제, 얼마나 착공될지는 불분명합니다. 인허가를 통과해도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으면 사업이 계속 미뤄져 착공이 장기간 지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단 착공된 물량은 2~3년 뒤면 준공되어 집주인 또는 세입자가 입주할 수 있습니다. 고로 아파트 공급과 관련하여 인허가물량은 불확실한 선행지표, 착공물량은 확실한 선행지표, 준공물량은 동행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의 공급물량이 얼마였는지가 궁금하다면 과거 연도의 준공물량(입주물량)을 참고하면 되고, 가까운 미래의 공급물량이 궁금하다면 착공물량을 살피면 됩니다. 착공에서 준공까지 2~3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도 입주물량은 1~2년 전 착공물량 수치로 유추할 수 있겠지요. 

 

p.24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부자 1인과 서민 1인의 수요가 완전히 다르듯이, 공급도 강남구에 있는 주택 1채와 강북구에 있는 주택 1채는 동등하지 않습니다. 공급이 정말 중요한 통계라면 이러한 질적 차이를 감안하여 입체적으로 분석해야 하겠습니다. 

 

p.25~26

'가격' 요소를 좀 더 주의 깊게 관찰하려면, 수요는 '인구와 소득', 공급은 '주택수와 주택가격'을 함께 살펴봐야만 합니다. 가령 인구만 따지면 서울시는 1992년 1,097만 명을 정점으로 2021년 974만 명까지 줄었으니 주택 수요도 감소해야 하고, 또 수요가 줄었으니 집값도 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인구와 별개로 소득이 증가했기 때문에 집값이 상승할 수 있었지요.

 

마찬가지로 전체 준공(입주)물량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상급지의 매우 비싼 아파트 입주물량이 늘어난다면, 전반적인 임대료(전, 월세가) 하향압력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나 피코그램이나 똑같은 1종목이지만, IPO(상장)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하늘과 땅 차이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즉, 주택수(Q)만 논할게 아니라 '주택가격 X 주택수 (P X Q)'를 살펴봐야 합니다. 기업의 실적을 파악할 때 '몇 개(Q) 팔았는가?'보다 '매출액(P X Q)이 얼마인가?'가 더 중요하듯이 말입니다. 

 

p.29

여기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강북구 입주물량 2만 세대보다 강남구 입주물량 1만 세대가 주택가격 안정화 측면에서 영향력이 훨씬 크다고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p.31

Q. 장기간 전세가격과 공급가격의 관계를 살펴보니, 단순히 '아파트가 몇 채 공급되었는지'보다는 '비싼 아파트가 얼마나 공급되었는지'가 중요하군요! 그런데요, 이해가 될 듯 하면서도 갸우뚱해져요. 비싼 아파트가 많이 공급될수록 전세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를 한 번 더 설명해주세요.

 

A. 무언가가 비싸다는 건 모두가 그걸 갖길 원하고 희소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서울대 입학점수가 가장 높을 수밖에 없듯이 말입니다. 학생수는 일정한데 특정 시기에 서울대가 입학 정원을 확 늘렸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러면 학업성취도(시험점수)가 낮은 학생도 서울대 입학이 가능해지겠지요. 아울러 서울대보다 선호도가 낮은 대학교는 순차적으로 입학점수가 낮아질 테고 말입니다. 선호도가 낮은 대학의 정원이 늘어나는 것보다 서울대 정원을 늘렸을 때 미치는 여파가 확실히 더 크겠지요. 이를 아파트시장에 대입해보면, 시중의 자금규모(학생수)는 큰 변화가 없는데, 특정 시기에 강남 아파트 입주물량(서울대 입학정원)이 확대될 경우 임대료 하락(입학점수 하향)과 그 여파(선호도가 낮은 대학 입학점수의 순차적인 하향)를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p.35~36

착공도 하기 전에 선분양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분양부터 실시하고 수분양자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수령하여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함이지요.

 

그런데 2020년 7월부터 서울 및 경기도 일부 지역(과천, 하남, 광명 등)을 대상으로 '분양가상한제'가 부활한 이후, 재개발 재건축 방식의 공급이 일반적인 서울시에서 '분양 직후 착공'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분양가상한제에서 분양가는 [택지비 + 건축비 + 적정이윤]으로 구성됩니다. 재개발 재건축사업 주체인 조합원 입장에서는 분양가가 높을수록 이익인데, 택지비(공시지가)는 매년 오르니 분양시기를 늦출수록 분양가를 높일 수 있게 됩니다. 이에 대다수 재개발 재건축 조합원들이 착공을 먼저 하고, 분양을 나중에 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되면서 착공은 했지만 분양을 하지 않은 사업장이 많아진 것입니다. 

 

p.38~39

통계상 주택분양물량에는 아파트 외에도 연립/다세대 주택도 포함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2013-2016년처럼 주택분양물량(A)이 아파트착공물량(B)보다 많은 편(A > B)입니다. 그런데 유독 문재인정부(2017-2021)에서 아파트착공물량(B)이 주택분양물량(A)보다 상당히 많음(B > A)을 알 수 있는데, 특히 2021년에는 그 차이가 무려 3.4만 호에 달합니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분양가를 높이기 위해 착공부터 실시하고 분야시기를 미룬(선착공, 후분양)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B가 진정한 입주예정물량인데 언론 및 민간통계 어플에서는 A만 입주예정물량으로 다루고 있으니, B가 A보다 클수록 많은 사람들이 예상치 못했던 입주물량도 그만큼 많이 쏟아져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분양을 하지 않으면 입주일자를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실', '호갱노노' 등 언론에서 많이 참조하는 민간 통계 어플에서는 입주의 선행지표로 분양물량만 집계하고 착공물량은 도외시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밝힌 대로 이미 착공된 현장들은 예정보다 다소 지연될 수는 있을지언정 결국 완공됩니다.

 

그렇게 확실한 공급예정물량이 수백, 수천도 아닌 수만 호에 달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참고하는 언론과 부동산 전문 어플에서 이를 놓치거나 무시하는 것은, 정보 비대칭을 초래해 시장 혼란을 가중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착공을 했으나 아직 분양을 하지 않은 사업장은 반포, 개포, 둔촌 등 서울 내 최선호입지 물량들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공급량(Q)뿐만 아니라 시가총액 기준의 공급(P x Q) 측면에서 더욱 큰 충격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p.41

2008-2020년간 강남3구, 용산구의 연평균 입주물량은 7천 세대 이하이며, 가장 많았던 2008년이 약 2만 세대, 가장 적었던 2011년과 2017년은 3천 세대 이하였습니다. 이를 감안하고서 표를 보면, 2023년부터 강남3구에서 역대급 물량(P x Q)이 공급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급절벽과 공급폭탄 중 무엇을 걱정해야 하는 시점일까요?

 

p.48~50

신문에 보도된 그림에 자료출처로 명기된 '아실'앱을 설치한 뒤 2021년 7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을 검색해보니 해당 기사의 숫자와 일치합니다. 그런데 필자가 알고 있는 수치 정보와 너무 달라서 '호갱노노'라는 부동산 정보 어플로 같은 기간을 검색해보니 차이가 상당합니다. 단적인 예로 같은 기간 서초구 입주물량만 비교해봐도 아실은 1,148세대, 호갱노노는 5,581세대로 나옵니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방배그랑자이의 경우 호갱노노는 758세대, 아실은 256세대로, 아실은 일반분양물량만 집계했습니다. 호갱노노는 레미안원베일리 2,990세대를 반영했지만 아실에는 아예 누락되었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이라는데 어떤 알고리즘을 썼는지 궁금합니다. 일부는 일반분양만 반영됐다는 변명을 할 수도 있겠으나 래미안원베일리처럼 널리 알려진 대단지 아파트가 통계에서 완전히 빠져있고, 심지어 일부 샘플만 뒤져봐도 일반 분양물량도 전체물량도 아닌 정체불명의 수치들이 발견됩니다. 

 

통계로 시계열 분석을 하려면 과거와 미래의 데이터 기준은 일관되어야 하는게 기본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입주물량은 해당 연도의 전체 준공물량을 써놓고 미래의 수치는 일반분양물량만 반영하거나, 조만간 완공될 게 확실하지만 아직 분양은 하지 않은 물량을 제외하거나, 심지어 공공주택물량은 모른다고 뺴거나 하여 일관성 없이 과소한 수치를 산정하고서 '과거 대비 3분의 1로 감소'라고 호도하는 건 지나칩니다.

 

그렇다면 호갱노노는 믿을 수 있을까요? 이 어플도 아직 분양을 하지 않은 단지는 통계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향후 입주물량이 과소 추산되어 있습니다. 가령 필자가 사는 동네만 해도 아현2구역(아현아이파크SK뷰, 1,419세대) 공사가 상당히 진척되어서 2023년 입주에 차질이 없는데, 2023년까지 마포구 입주 물량이 호갱노노에서는 '0세대', 아실에서는 '234세대'라고 나옵니다.

 

필자는 신용평가사에서 건설업을 담당하던 연구원 시절부터 10년이 넘도록 민간기관에서 '향후 주택공급물량'을 추산하는 통계를 살펴봐왔습니다. 그런데 민간기관의 통계는 과소 추산하는 오류를 적지 않게 범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발표한 통계 자료를 점검해보면, 실제 공급물량과 비교했을 때 엇비슷하게라도 맞춘 적이 없어 당혹스러운 적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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