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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정해진미래(1)

by Diligejy 2016. 10. 29.

p.19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삼아라


p.22

단순하게 말해 인구학은 사람이 태어나고 이동하고 사망하는 것, 이 3가지를 다룬다. 출생과 사망과 이동의 원인이 무엇이고 결과가무엇인가를 보는 학문이다. 세부적으로는 크게 형식인구학 formal demography과 사회 인구학social demography으로 나뉜다. 전자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인구학의 개념으로, 한마디로 '사람 세는 것'이다. 정확히 셀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형식인구학이다. 이렇게 말하면 따분해 보이지만 사람 숫자를 정확히 세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편 사회인구학은 출생, 사망 그리고 이동하는 인구가 매년 달라지는 원인을 찾아내고 그 결과로 생겨나는 사회의 변화를 연구한다. 형식인구학은 우리나라에서 통계청이 주로 담당하고 있고, 나는 사회인구학 분야를 연구한다.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게 될 '인구학적 관점'이란, 매우 복잡해 보이는 인구현상들을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복잡한 문제는 언제나 있다. 예컨대 출산율도 그냥 숫자만 세는 것이 아니라 왜 해마다 변화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여기에는 교육문제도 있고 노동문제도 연관돼 있다.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인구학적 관점이라 한다.


p.25

인구는 약 20년까지는 다른 어떤 기준보다 정확하게 미래를 알려준다. 출생, 이동, 사망에 의해 변화되는 인구보다는 20년 동안 변하지 않는, 즉 죽지도 이동하지도 사망하지도 않고 그 나라에 그대로 있는 인구가 훨씬 많으므로 비교적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현재 생존해 있는 이들이 나이 들면서 어떤 특성을 띠게 될지 잘 생각하면 거의 20년 후까지 예측할 수 있다.


인구변화가 영향을 미치는 사회영역은 실로 다양하다. 우선 인구는 재화와 서비스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다. 인구가 줄어들면 당장 기업에 비상이 걸린다. 상품을 사줄 사람과 만들 사람이 모두 부족해지므로. 그리고 사회적 자원이 투여되는 대상이기도 하다. 요즘 세금을 올린다고 말이 많고 국민연금을 손보겠다는 소식도 가끔 들리는데, 이 또한 인구구조가 바뀌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p.41

1970년의 0~14세 인구는 1370만 명이나 되어, 이들이 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자 교육자원이 심각하게 부족해졌다. 교실이 모자라서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오전반, 오후반' 수업이 실시되기도 했다.


그러다 태어나는 아이가 줄기 시작해 10년 뒤인 1980년에는 0~14세 인구가 1295만 명으로 감소했다. 1990년에는 더욱 줄어서 1097만 명이 되었고, 다시 10년 후인 2000년에는 991만 명이 되었다. 1970년 이후 30년 사이에 아동인구가 400만 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그 이후 변화는 더욱 급격하여 2015년에는 아동인구가 약 700만 명으로, 불과 15년 만에 거의 300만 명이 감소했다. 10년이 강산도 변한다는 긴 세월이라 해도, 전쟁도 겪지 않았는데 인구가 이렇게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p.43

2010년에 우리나라 남성의 약 5.8%, 여성의 2.7%가 만 49세까지 결혼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만49세가 되는 2020년에는 생애미혼율이 얼마로 바뀌어 있을까? 마침 이런 상황을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나라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2010년에 센서스 결과를 보고 일본이 충격에 빠졌다. 만49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남성이 20.1%, 여성 10.6%나 되었기 때문이다. 쉽게 믿겨지지 않을 수치다.


p.47

서울시만 떼어서 보면 2000년 서울시 전체 가구 중 4인 가구 비중이 32%였는데 2010년에는 20%로 줄었다. 통계청 예측으로는 2020년이면 17%, 2025년에는 14%로 더욱 줄어들 것이라 한다. 과거에는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분화하면서 가구원 수가 줄었다면, 이제는 결혼과 출산이 줄면서 생긴 결과다.


자, 이렇게 되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더 이상 가족이 사회의 기본단위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인의 인식 속에 가구는 그동안 '사회의 기준'이었다. 그리고 가족이란 무릇 4명은 될 것이라 상정했다. 그래서 세금도 가족 단위로 매기고, 자동차를 만들 때에도 4~5인이 타는 것을 예상하고 시트를 만들었다. 그런데 앞의 몇 가지 통계만 보아도 더 이상 4인 가구가 사회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아직 3인 가구의 비중까지 크게 줄지는 않았지만 2025년이 되면 3인, 4인 가구를 합쳐봐야 30%를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p.48

과거에는 옆집이 뭘 샀는지 따지는 'what' 중심의 소비였다면, 이제는 내가 이걸 왜 사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why'중심의 소비로 바뀌고 있다.


p.50

1995년에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 평균 4.9명이 살았다. 그 후 평균 가족 수가 줄기 시작해 2010년에는 2.7명이 살았다. 15년 사이에 2.2명이 감소한 것이다. 특정 규모 아파트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평수 아파트에서 비슷한 비율로 줄었다. 그러다 2005년 이후에는 큰 변화가 없어서 소형에는 2.1명, 중소형은 3.3명, 중대형에는 3.9명, 그리고 대형에는 6.9명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이후 서울 시민들의 아파트 수요를 예측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된다.


그사이 서울시의 인구가 이와 똑같은 비율로 줄어든 것은 아니니, 한 가구의 가족 수가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가구 수가 늘어났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서울시의 가구 수는 2000년 약 312만에서 2010년 약 350만 가구로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증가분의 상당수가 1~2인 가구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의 1인 가구는 10년 사이에 약 51만 가구에서 약 85만 가구로 30만 가구 이상 증가했고, 2인 가구도 같은 기간 동안 약 25만 가구가 늘었다.


p.52~53

인구변화 추이를 보고 작은 아파트를 샀으니, 이 투자는 성공했다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자꾸물어본다는 것은 답이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맞다 실패한다. 왜 그럴까?


첫째, 그동안 부동산 가격은 대형 아파트가 올려놓고 작은 평수가 따라가는 구조였기 때문에 대형 아파트 가격이 무너지면 다른 평형 아파트도 같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크다. 대형 아파트의 몰락과 함께 부동산 불패신화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단순히 가족이 적어진다는 사실만 보아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의 1~2인 가구는 아파트를 구매할 여력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일단 젊은이들은 집을 살 여건이 안 된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현재 우리나라의 20~30대는 이전 세대의 그 연령대에 비해 구매력이 현저히 낮다. 이전 세대들이 20대 초 중반에 경제활동을 시작했던 반면 현재의 20~30대는 구직난 때문에 30대가 되어야 경제활동을 시작하기 일쑤다. 이들이 10년 뒤 30~40대가 되어도 당연히 지금의 30~40대에 비해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을 터이므로, 투자를 목적으로 아파트 구매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1~2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노인이고 이 비중이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데 있다. 사회가 고령화되는 만큼 가구도 고령화된다. 2025년이 되면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60%를 차지하고, 1~2인 가구의 65%는 노인인구로 채워질 것이다.


p.69

우리나라 교육계는 2000년대 들어 교사 충원을 늘려왔고, 그에 따라 사범대와 교육대학의 정원도 함께 늘었다. 인구감소라는 이슈를 인지했지만, 그렇더라도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더 급선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옳은 결정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의견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 대한 대응책이 더 늦기 전에 나와야 한다는 사실이다. 교육당국은 해마다 배출되는 예비교사들을 어떻게 흡수할 것인지, 앞으로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의 입학정원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당국만의 몫도 아니다. 평생직장을 꿈꾸며 교사를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p.72

연구를 수행하면서 '실질경쟁률'이라는 개념을 고안했는데, 이는 실제로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의 수를 기준으로 경쟁률을 추산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전국의 4년제 대학 실질경쟁률은 저출산 세대가 대학에 입학하는 2021년에 1대1이 될 것이고,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의 실질경쟁률도 4.5대 1, 수도권 4년제 대학은 2.77대 1이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2000년대에 가장 적게 태어난 2005년생이 대입을 준비할 2023년에는 경쟁률이 더욱 낮아져 각각 0.93대 1, 4.19대 1, 그리고 2.58대 1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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