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link.coupang.com/a/6XVyZ
이 책을 읽으며 소오강호라는 김용 원작의 중국 드라마가 떠올랐다.
무협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아주 대충 대략적으로 설명하면 화산파의 지파였던 '기종'의 수제자 영호충이 강호에서 겪게 되는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이 세계관에서 화산파는 '기'를 중시하는 '기종'과 '검술'을 중시하는 '검종'으로 나뉘어 있었고, 그들은 반목하며 같은 화산파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죽이기까지 하는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기종에서는 검에 1도 신경쓰지 말며 기에만 몰입하면 된다고 계속해서 가르쳤고, 영호충이 우연히 풍청양이라는 검종의 고수에게 검술을 배워오자 그는 마치 사문난적의 죄인으로 몰리게 되고 추궁을 당하게 된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이 책과 관련이 깊은 이야기는 기종과 검종의 대립이기에 여기까지)
풍청양이 처음에 영호충을 가르칠 때 영호충의 뻣뻣함을 지적했다. '기'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검을 휘두르는 게 너무 유연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영호충이 기종에서는 비교적 자유분방한 캐릭터였음에도 이런 평가를 받았을 정도다. 그러나 풍청양에게 검종을 배워가며 영호충은 기종과 검종 모두를 활용하게 되고 그의 실력은 그의 사부인 악불군을 비롯한 화산파에서 따라갈 사람이 없게 되었다.(물론 이게 그의 인생에 있어 좋은것인지 아닌지는 별개로 하고 말이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인거 같다. 소오강호의 세계관으로 치면 기종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적 분석파와 검종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적 분석파로 나뉘어 대립한다. 중요한 건 강한 상대가 왔을 때 검을 사용해 자신을 지키고 이길 수 있느냐인데 말이다. 부끄럽게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나 또한 기종 세계관에만 빠져있었다.
차트 분석에 대해서는 뭔가 근거가 없다고 생각했고, 기업의 이익이나 다른 공시 자료들처럼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결국 실전에 가서 마주해야 하는 건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양대 축이고, 이 두 축이 만나 어우러진 흔적을 그린 주가 차트를 마주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본적 분석이 탄탄하게 되어있다는 가정하에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생존가능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이 떠오르게 되고, 그 질문에 완벽하진 않지만(기본적 분석도 완벽하지 않은건 매한가지 아니겠는가)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유연함을 약간이라도 더 가지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밑줄긋기
p.8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한다. 그런데 과거의 무엇과 현재의 무엇이 어떻게 대화한다는 것일까? 실제는 바로 순간만 있을 뿐이다. 기억(과거)하고 기대(미래)하는 일도 현재형 사건에 불과하다. 투자도 그러하다. '장기냐 단기냐', '성장이냐 가치냐' 등 어떤 방식이든 바로 이 순간 자기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p.12-13
공포와 탐욕을 피하라고 하지만 일상 투자에서는 비현실적인 조언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공포와 탐욕은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손실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더 문제일 수 있다.
p.13
시장은 유기체이기에 특정 모델과 논리적 인과 관계만으로는 정답을 찾을 수 없다. 주가, 기업 이익, 사회 구조에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면 이전의 관계는 변이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성과가 좋았더라도 현재나 미래에 잘 작동할 것이라 확신할 수는 없다.
p.14-15
시행착오가 중요하다. 미래의 원인은 현재에 있다. 현재의 투자 경험이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흘러간다면 미래의 모습은 뻔하다. 저자의 말대로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의 단순한 원칙을 내재화해야 한다.
p.22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꼭 알아야 한다.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라.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그것이 실수인지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느 실수인 줄 알면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성공에 대한 욕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욕망을 실현할 지식과 지식을 실천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p.23-24
주식투자로 어쩌다 한 두 번 수익을 내기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어떻게 지속적인 수익을 올릴 것인가다. 주식투자는 직업이 될 수 있다. 직업 판단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지속적인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다. 따라서 꾸준한 수입이 보장된다면 농사를 짓거나 사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식투자 역시 직업이 될 수 있다.
다만 직업으로서 주식투자의 특징은 초창기에는 수입을 올리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른 직업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직업은 대부분 일이 힘들면서 보수가 적다. 반면 진입 장벽이 높은 직업은 제대로 시작하기만 하면 훨씬 편하고 풍족하게 살 수 있다. 직업으로서의 주식투자는 후자에 해당한다.
종종 주식시장에 발을 들이자마자 돈을 벌었다며 주식투자가 별것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대단히 큰 착각이다. 그저 한 순간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주식시장이 잠시 빌려준 것이기에 조만간 분명히 되찾아갈 것이다. 지금은 못 믿을 수도 있지만 3년만 기다려보면 알게 된다. 주식시장에서 계속해서 돈을 벌어들이려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p.28
월스트리트에 이런 말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10년을 버텼다면 계속해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20년을 버텼다면 당신의 경험은 다른 사람이 배울 만한 훌륭한 가치가 있다. 30년간 살아남았다면 아주 큰 부자가 되어 풍요로운 은퇴를 맞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10년, 20년, 30년을 버티는 동안 명실상부한 투자 전문가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주식시장에서 계속 돈을 벌 뿐 아니라 번 돈을 지킬 수 있다.
p.32
두려워하지 말고 후회하지 말라.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게임의 규칙을 확실히 파악하라. 특히 누군가 판을 조종하고 있다면 반드시 상대의 심리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도둑질의 기본은 '어떻게 훔치는가'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가는가'의 문제다.
p.34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돈이 돈을 버는 곳, 특히 적은 돈으로 큰 돈을 벌 기회가 존재하는 곳이다. 그래서 야망이 큰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경제적 낙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경험 많은 사람은 돈을 얻고, 돈 많은 사람은 경험을 얻는다'는 말처럼 주식시장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어쩌다 한 두 번 재미를 볼 수는 있지만 매번 수익을 올리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주식투자를 직업으로 삼는 일은 자신과의 싸움이자 인간 본성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개인 투자자가 실패하는 것은 대부분 인간 본성의 약점을 이겨내지 못해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리스크를 싫어하고, 빨리 부자가 되고 싶어하며, 저만 잘난 줄 알고,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기 좋아한다. 또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고, 보상 심리가 강해 주식시장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한마디로 작은 이익을 탐하고 작은 손해도 보지 않으려는 생각과 태도가 개인 투자자를 패배자로 만든다.
p.37
주식투자에는 물론 기술이 필요하다. "주식시장은 경험이 많으면 돈을 얻고, 돈이 많으면 경험을 얻는 곳"이라는 미국의 투자자 대니얼 드류의 말처럼 주식투자 기술은 경험 축적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 축적 과정이 길고 힘들어서 게으르고 머리 쓰기를 싫어하는 사람, 단기간에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주식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p.39-40
탐욕 없는 사람이 사기를 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는 탐하지 않는 심리 상태를 배워야 한다.
'탐욕'은 타고난 본성이고 '탐하지 않는 심리 상태'는 수많은 경험의 결과다. 탐하지 말라는 말 한 마디로 본성을 쉽게 바꿀 수는 없다. 탐욕 때문에 막대한 손해르 보고 여러 번 사기도 당해보면 탐하지 않는 마음이 사기를 당하지 않는 최고의 비법임을 스스로 깨닫는다.
p.45
주식시장의 유혹은 대부분 주식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투기에서 비롯된 환상이다.
p.46-47
주식시장은 언제 진입할지, 얼마나 기다릴지, 언제 나올지까지 모두 홀로 결정해야 한다. 아무도 이 게임의 시작과 끝을 말해주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아무런 기준도 없이 혼자 결정하는 일이니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번 투자로 얼마를 벌지 얼마를 잃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베팅 액수도 직접 정해야 한다. 충분한 경험 없이 혼자 결정하기에는 무척 부담스럽고 두려운 일들이다.
어렵사리 매수를 결정한 후 운 좋게 주가가 올라 수익이 났다고 치자. 이제 여러분은 또 다른 문제에 마주하게 된다. 얼마까지 오를까? 주가가 더 올라갈지 아닐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반대로 매수 후 주가가 내려갔다면 역시 새로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얼마까지 떨어질까? 이 문제가 어려운 것은 이 상황이 날개 잃은 추락인지, 아니면 곧 반등할 일시적인 하락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이라면 공포에 떨면서 미리 실패를 인정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도박판과 같은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순간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시간을 마주한다. 주식시장의 선택은 단순히 머리만 굴려서 될 일이 아니라 반드시 행동이 뒤따라야 내가 투자한 자금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 제때 적정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내가 투자한 돈은 영원히 판돈으로 남을 것이다. 적당히 게으른 대다수 보통 사람은 이 '행동'이라는 말에 눈살을 찌푸릴지 모른다.
여러분은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책임지기를 좋아하는가? 아마도 대부분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주식시장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도박판과 같기에 여러분은 끊임없이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대다수 개인 투자자는 여기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주식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다.
p.53
우리가 자주 듣는 '고점에서 물렸다'는 말이나 손절매를 비유한 '살점이 떨어져나간다'는 말은 노벨문학상을 받아도 될 만큼 기가 막힌 표현이다. 어떻게든 손절매를 피하고 싶은 투자자의 안타까운 마음을 너무 잘 표현했다.
p.56
대박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대박 이후 생활 방식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 신분 상승에 대한 환상과 허영심은 매우 위험하다. 대박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많은 경험과 극강의 절제력이 필요한 일이기에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
p.57-58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은 주식시장에서는 일반적인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머리가 똑똑하고 학벌이 뛰어나고 덕망이 높은 사람이라도, 다른 분야와 달리 주식시장에서는 개인의 의견이 주가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주가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유일한 존재는 다수 시장 참여자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들의 판단과 영향력은 거래를 통해 증명된다. 나의 의견이 일부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끼칠 수는 있겠지만 그 사람들이 내 의견대로 매매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실제로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 것이다.
주식시장의 관찰자 입장에서 볼 때 모든 거래와 주가 변동은 향후 추세를 예측하기 위한 귀중한 정보다. 이들 정보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찾아낸다면 '저가에 매수해 고가에 매도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모든 투자자는 매수와 매도를 결정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 이유가 터무니없이 황당하더라도 대다수 투자자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면 주가 흐름은 그들의 생각대로 움직일 것이다. 내 생각이 옳아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내가 분석하고 판단한 주식의 가치와 실제 주가의 괴리가 아주 크더라도 주가는 주가 자체로 인정해야 한다. 주가는 무조건 옳다.
여러분은 주식시장의 참여자이기에 앞서 철저히 객관적인 관찰자로서 주가 움직임을 파악하면서 기회를 찾아내길 바란다. 앞으로 계속 '옳은 결정'과 '돈을 벌 수 있는 결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이 둘은 대부분 같이 가지않는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p.59
주식시장에서 수익 목표를 달성하려면 반드시 자기만의 기준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 원칙 없이 이런저런 가능성을 기웃거리다 보면 참담한 결과를 맞기 십상이다. 자신만의 기준과 원칙을 세우고 선택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다수 개인 투자자는 '책임'에 큰 부담을 느낀다.
책임에 대한 부담감은 모든 사람의 보편적인 성향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성향은 주식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가 움직임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만의 기준과 원칙을 세우기가 어렵다. 주식과 시장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 독립적인 판단력을 갖춘 사람이라도 100% 성공하는 완벽한 원칙을 세울 수는 없다. 주식시장의 특성과 리스크 감당 능력을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준에 이를 때까지 기존의 원칙을 계속해서 수정, 보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고 그 시행착오의 결과는 오롯이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p.60-61
초보자는 대개 특별한 투자 계획이 없어서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저 우연일 뿐이다. 동전 던지기를 할 때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지난번 투자에서 돈을 벌긴 했는데 왜 벌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다음에도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반대로 돈을 잃었을 때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다음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큰 부담과 걱정이 앞선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순간 정말 죽을 맛이라는 생각도 든다. 주식시장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중심을 잃고 정처없이 표류하는 기분이랄까. 지금 떠밀려가는 방향이 성공일지 실패일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학습과 실전 경험을 통해 꾸준히 시장 감각을 익히는 것뿐이다. 절대 남들이 하는 말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만들어가야 한다.
p.63-64
주식시장에서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하락했을 때 추가 매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번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함으로써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추는, 속칭 '물타기'다. 카지노에서 돈을 잃었을 때처럼 손실 회피 본성과 보상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카지노에서 다음 판에 이길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처럼 추가 매수를 할 때에도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평균 매수가가 낮아졌으니 주가가 조금만 상승해도 금방 손실을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심리는 매우 위험하다. 주가가 하락할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어서 하락세가 쉽게 멈추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번 물리기 시작하면 손해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된다. 이렇게 막대한 손실, 처참한 실패를 맛본 사람들은 결국 주식시장을 떠나게 된다.
p.73
주가 등락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은 결국 과거의 숫자가 아니라 현재 대다수 투자자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p.80-81
기업의 경영 상태를 분석하려면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기본 회계 상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본 상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가 많다. 예를 들어 영업이익은 기업마다 계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어떤 기업은 상품을 출고하고 수금을 완료한 시점, 어떤 기업은 상품을 출고한 시점, 어떤 기업은 수주 시점에서 영업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기록한다. 상품 출고 후 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수주를 했다가 취소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고정자산을 어떻게 계산했는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 일부 낡은 공장의 경우 서류상으로 꽤 높은 값이 매겨져 있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그냥 줘도 안 가져갈 고철 덩어리만 가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서류상 고정자산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까? 일반적으로 매입원가에서 감가상각비를 차감하는 계산법을 사용하지만 숫자는 숫자에 불과할 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재무제표를 확인할 때 이런 부분도 놓치지 말자.
p.82-83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은 상장 초기에 PER이 100을 넘었고 근래 40~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론으로만 계산하면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에 1만 달러를 투자했을 경우 13년 만에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
기업의 경영 상태가 건전하고 성장 속도가 빠르다면 순이익이 해마다 증가할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증가 속도가 빠를수록 좋다. 기업의 순이익이 매년 25% 속도로 증가한다면 3년 후에 두 배가 된다.
이 증가 속도를 판단할 때에는 반드시 의미 있는 수치에 근거했는지 봐야 한다. 어떤 기업의 주당순이익이 작년에 10원이었고 올해 20원으로 100% 증가했다고 하자. 증가율로 보면 대단한 것 같지만 순이익 규모로 보면 의미 없는 숫자다. 그러나 1,000원에서 2,000원으로 100% 증가했다면 확실히 눈길을 끌만한 성장이다.
순이익이 증가하려면 당연히 영업이익이 증가해야 한다. 기업의 영업이익이 증가하지 않았는데 순이익이 증가했다면 회계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영업이익 증가 속도와 순이익 증가 속도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매출액이 10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100% 증가했는데 주당순이익이 500원에서 600원으로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면 이유를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 업계 내 경쟁이 심해져 할인가로 판매한 탓이라면 마진율이 낮아지기 땜누에 매출액이 증가해도 주가 상승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 순이익 증가 속도다. 어떤 기업의 순이익이 매년 25% 증가하다가 갑자기 40%, 50% 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면 조만간 주가가 급등할 조건 하나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p.86~87
돈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주가가 상승했다면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반대 상황이라면 당연히 주가가 하락한다. 따라서 우리는 누가 무슨 말을 하든지 신경 쓰지 않고 돈의 흐름만 쫓아가면 된다. 종종 유명 애널리스트가 자사 보유 주식의 가격이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할 때 일반 투자자가 그 주식을 매수하도록 정보를 흘리기돟 ㅏ는데 이는 차트 기술적 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 가려낼 수 있다.
p.87~88
상승 차트에서는 거래량 변화를 잘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때 거래량이 증가하고 하락할 때 거래량이 감소한다. 각 파동의 최고점과 최저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상승한다.
p.88
하락 추세에서 거래량은 큰 의미가 없다. 각 파동의 최고점과 최저점이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하락함을 알 수 있다.
p.89~91
주가가 오르는 것은 PER이 낮거나, 배당금이 많거나, 혹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PER과 배당금이 투자자의 매매 결정에 영향을 끼치기는 하지만 이런 요인은 결국 과거의 자료일 뿐이다. 투자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향후 전망, 즉 미래에 대한 기대치다. PER이 높다면 그 기업이 과거에 이익을 많이 내지 못했다는 뜻이지, 앞으로도 돈을 벌지 못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먼저 상승 추세 차트를 다시 보자. 상승 추세가 시작될 무렵에는 확실히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많았다. 추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매도세와 매수세가 거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을 것이다. 일단 매수세가 강해지면 거래량이 늘어나고 주가가 상승한다. 주가가 상승하면 상승 추세 초기에 주식을 매수해 이익을 본 사람 중 일부는 바로 주식을 팔아 수익을 실현한다. 이 과정이 차트상에 조정 파동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매도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조정 파동 중에는 거래량이 많지 않다. 거래량이 줄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상승 추세가 아니다. 기업이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는 등 호재가 있다면 곧이어 새로운 매수 세력이 합류해 두 번째 상승 파동이 나타날 것이다. 정상적인 상승 추세라면 새로운 파동이 이전 파동보다 높아져야 한다.
주가 움직임은 큰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것과 같다. 올라갈 때는 큰 힘이 필요하지만 내려올 때는 바위가 저절로 굴러떨어지듯이 별다른 힘이 필요하지 않다. 매수자가 사라지고 하락 추세가 시작되면 매도세가 크지 않아도 주가가 뚝뚝 떨어진다. 이 상황에서도 간혹 매수자가 나타나지만 일단 하락 추세가 시작되면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하락 추세 차트를 보면 하락 파동이 계속 낮아지지만 거래량 변화에는 특이점이 없다.
불규칙 차트는 시장이 그 주식에 별다른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에 당분간 무의미한 움직임을 반복하게 된다. 불규칙 차트는 기본적으로 매수세와 매도세가 균형을 이룬 상태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월스트리트 투자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매수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단순히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개인 투자자에게는 PER이 낮거나 배당금이 많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없다. 그저 주가가 오르니까, 계속 오를 것 같으니까 사는 것뿐이다. 그 외 다른 요인의 영향은 아주 미미했다. 한 번 오르기 시작한 주가가 파동을 거듭할수록 더 높아지고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가 움직임에 대한 감각을 키우려면 이 점을 반드시 유념하길 바란다.
반대로 개인 투자자들이 매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위 내용을 제대로 읽었다면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월스트리트 조사 결과,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었다.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역시나 PER이 높아서 혹은 다른 특별한 이유가 아니었다. 한번 떨어지기 시작한 주가의 하락세가 쉽게 멈추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간혹 주가가 상승할 때 너무 터무니없이 오르고 하락할 때 처참하게 추락하는 경우가 있다. 이제 그 이유를 이해하겠는가? 대다수 개인 투자자가 매수와 매도를 결정하는 진짜 이유를 항상 기억하고 꾸준히 시장흐름을 살핀다면 여러분도 곧 주가 움직임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p.98~99
참고로 나는 200일 이동평균선으로 장기 추세를, 50일 이동평균선으로 중기 추세를 판단한다. 경험상 50일 이하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거의 보지 않는다. 주가의 단기 흐름을 판단할 때에는 주로 주가와 거래량을 참고한다. 나는 보통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 위치한 주식은 매수하지 않는다. 물론 단기 매매의 경우는 예외다.
p.107-108
축적기 후반에서 상승기 초반으로 넘어간 후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단번에 저항선을 돌파해야만 본격적인 상승기가 시작된다. 일단 상승기가 시작되면 주가의 움직임은 직전 파동의 최고점을 뛰어넘는 상승 추세를 이어간다. 간혹 예외가 있지만 이 시기 주가는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움직여야 한다. 이때 투자자는 주가의 단기 변화에 동요하지 말고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보면서 위험 신호를 알리는 비정상적 움직임이 보이는지 확인해야 한다.
주가가 피로기를 지나 이동평균선과 지지선 아래로 떨어졌다면 매도 신호를 알리는 신호로 봐야 한다.
일부 작은 기업에서 생산하는 특화 상품은 전체 경제 주기의 영향이 거의 없지만 그 기업의 주가 움직임은 경제 주기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한 기업의 상품이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매출과 이익의 잠재력이 투자자의 결정에 반영된다. 기대 주가가 상승하면서 거래량도 증가한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중장기 투자 목적이기 때문에 이들의 매수가 끝나면 거래량이 크게 감소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적은 거래량으로 주가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간혹 중소기업 주식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급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는 언제나 자유 경쟁을 지향하기에 곧 유사상품 혹은 대체 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오늘날 시장경제에는 블루오션 혹은 블루오션 상품이 존재하기 힘들다. 치열한 경쟁으로 기업 매출과 이익의 증가 속도가 떨어지고 호황과 불황이 끊임없이 반복한다. 작은 기업의 주식도 똑같이 주가 움직임의 4단계를 거친다. 다만 변화의 폭이 대기업 주가에 비해 훨씬 크고 불안정하다.
p.112
<월스트리트 저널>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한 기자가 어떤 실험을 위해 동전 던지기 결과를 좌표에 그려 넣었다. 앞면이 나오면 한 칸 위에 점을 찍고 뒷면이 나오면 한 칸 아래 점을 찍는 방식이었다. 동전 던지기를 수십 번 반복해 나온 점을 연결하니 하나의 곡선이 그려졌다. 기자는 이 좌표곡선을 기술적 분석 전문가에게 보여주고 어느 주식의 주가 차트라며 분석해달라고 부탁했다. 분석가는 한동안 유심히 살핀 후 상승 잠재력이 큰 주식이라며 어떤 주식인지 꼭 알려달라고 했다. 기자가 사실을 털어놓자 기술적 분석가는 버럭 화를 내고 가버렸다.
이 이야기를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이 기술적 분석가는 주가 차트를 분석하면서 아주 중요하고 기본적인 부분을 놓쳤다. 주가 등락 곡선만 봤을 뿐 거래량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왜 거래량이 없는지 묻지도 않았다.
p.113
기술적 분석은 개별적으로 보면 별 효과가 없다. 전체 주식시장의 흐름, 기업 경영 상황 분석, 기업의 상품 분석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거래량 변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 모든 정보를 종합해 나온 기술적 분석 결과라야 의미가 있다. 실전 투자에서는 손절매 지점 판단에 매우 유용하다.
차트 자체는 이미 지난 과거이기 때문에 실전 투자에 적용할 때 수많은 예외 상황이 등장한다. 차트를 분석하는 목적은 최상의 임계점을 찾는 것이며, 예외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꾸준히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
p.114-118
전체 시장의 흐름을 판단하려면 기본적으로 매일 주가지수를 체크해야 한다. 미국의 다우존스지수, 일본의 닛케이지수, 홍콩의 항셍지수, 상하이와 선전 종합지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내 경험으로는 전체 시장의 흐름과 변화를 판단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기술적 분석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종합주가지수를 하나의 주식이라고 가정하고 이 주식의 움직임이 지금 어떤 추세인지, 어떤 단계인지, 정상적인 흐름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 거래량을 꼭 체크해야 한다. 거래량이 아주 많은데 지수가 오르지 않거나, 시가는 높은데 종가가 낮다면 이 상황은 전형적인 위험 신호에 해당한다. 이때는 반드시 외부 상황을 체크해보라. 중앙은행에서 이자율을 올렸는지, 주변국에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전체 시장의 변화는 단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개별 주식과 비교하면 확실히 속도가 느리다. 대략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서서히 흐름이 바뀌는데 시장의 변화에서 위기를 감지했을 때 바로 행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험 신호를 파악해 위기를 잘 피했다면 이제 주가가 바닥을 쳤을 때 보내는 신호를 정확히 잡아야 한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대다수 투자자가 몸을 사릴 때 어느 날 갑자기 주가가 1~2% 가량 큰 폭으로 올랐다. 이때 거래량도 같이 증가한다면 큰 손이 나타났다는 뜻이므로 바닥 탈출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직 최적 매수 타이밍은 아니다. 고점에서 물렸던 투자자들이 반등하자마자 발을 빼려고 매도 물량을 쏟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 단계가 지난 후 새로운 파동의 최고점이 직전 파동의 최고점을 돌파했다면 하락장이 끝난 것으로 볼 수 있으니 매수해도 좋다. 이때부터 주가지수 차트에 상승 추세 특징이 나타날 것이다.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끊임없는 반복이므로 과거 움직임의 패턴을 자세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 종합주가지수의 장기 흐름을 따라가며 과거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공부해보자. 이런 노력과 경험이 쌓이면 주식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감이 생길 것이다.
전체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때 나 역시 그랬지만 초보 투자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개별 주식의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에만 매달린다. 또한 전체 시장이 아무리 호황이라도 떨어지는 주식이 있고 전체 시장이 불황이라도 오르는 주식이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 전체 시장의 흐름을 간과한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주식투자는 기본적으로 확률 게임이기 때문에 대세를 거스르는 행동은 성공 확률을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주식투자로 성공하려면 반드시 전체 시장과 개별 주식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이런 태도를 완성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텐데, 그 전에는 이것 하나만 기억하라. 하락장에서는 절대, 어떤 주식도 매수하지 말 것!
보는 사람마다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말한다면 전체 시장의 상승세가 이미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많은 사람이 주식투자에 자금을 투입했으니 앞으로 주가가 추가 상승할 원동력이 고갈된 셈이다. 반대로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공황에 빠진 투자자의 투매 행렬이 이어졌다면 주가가 거의 바닥을 쳤다고 볼 수 있다.
전체 주식시장의 흐름을 판단할 때 다음의 몇 가지를 꼭 확인하자
1) 거시적 정치 및 경제 상황에 큰 문제가 발생했는가? 오늘날 많은 기업이 글로벌 무대를 누비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정치 경제 위기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1990년대 후반 동남아 경제위기가 대표 사례다.
2)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상황과 통화 팽창 여부를 확인하라. 환율 변동폭과 중앙은행 이자율 조정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
3) 소위 말하는 대장주의 움직임을 확인하라. 보통 전체 주식시장이 정점을 찍기 직전 단계부터 대장주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4) 소형주의 주가 움직임은 어떠한가? 전체 주식시장이 정점을 찍기 직전 단계가 되면 종종 평소 들어본 적도 없는 소형주가 급등하곤 한다. 대장주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떠도는 자금이 대장주를 대체할 '잡주'에 몰린 것이다.
5) 장 마감 후 그날의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 수를 확인하라. 종합주가지수는 소수의 대형주에 좌우될 수 있는데 종합주가지수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형주들이 전체 시장 흐름과 반대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늘 하루 전체 종목의 4분의 1이 하락하고 4분의 3이 상승했다. 만약 하락한 4분의 1 중에 한국의 삼성전자나 홍콩의 HSBC 은행처럼 대형주가 포함되어 있다면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종합주가지수가 전체 시장 흐름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볼 수 없다.
6) 금융, IT, 건설 등 업종별 움직임을 살펴봐야 한다. 종합주가지수가 상승해도 일부 업종이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경우가 있다. 전체 시장 흐름에서는 업종별 흐름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전체 시장의 추세가 명확하지 않을 때 업종별로 편차가 심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특정 주식의 매매를 결정할 때에는 반드시 업종별 흐름을 확인해야 한다.
p.120~121
주식의 현재 가치를 계산하려면 두 가지 가정이 필요하다. 인플레이션율과 미래의 수익이다. 혹시 증권가 애널리스트의 분석 리포트의 분석 리포트를 볼 기회가 있다면 이 두 가지를 찾아보길 바란다. 대부분 이 두 가지 가정에서 도출한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주가의 위치가 합리적인지 판단한다. 문제는 사람마다 다른 가정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주식, 같은 상황이라도 애널리스트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같은 주식을 두고 누구는 저평가되었다고 말하고 누구는 고평가되었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미래는 아무도 속단할 수 없으므로 현재 가치 결과는 단순 추측에 불과하다. 투자 분석가 입장에서는 '단순 추측'이라는 말이 거슬릴 수도 있으니 '합리적인 추측'이라고 하자. 어떻든 아무도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애널리스트의 분석 평가는 부수적인 참고 자료일 뿐이다. 그 평가의 기본 가설을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 후년 인플레이션율을 누가 알겠는가.
p.124~125
아직 농경사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업가나 금융 분석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세상에, 저 회사 주가 오른 것 좀 봐. 완전히 미친 거 아니야? 작은 공장 하나 쉴 새 없이 돌리는 것뿐인데? 토지가 있긴 하지만 보리 한 알 안 나오잖아. 지금 저 회사 가치는 저 토지 일년 보리 생산량의 5배 정도야. 그런데 지금 주가는 거의 5,000배 수준이야. 다들 미쳤나 봐. 저런 회사 주식을 사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말도 안 돼!"
200년이 지난 현대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는 이 말을 들으면 그저 웃고 지나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상황을 생각해보자. 특히 인터넷 기업의 경우 그 가치가 합리적으로 평가되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인터넷 기업의 가치 평가 기준이 도대체 무엇일까? 현재 주가가 합리적인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인터넷 기업은 대부분 토지도, 공장도 없고 피곤에 찌든 젊은이들이 사무실에 모여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뿐이다. 절대다수는 현재 수익이 거의 없고 미래의 수익도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지금 우리는 산업사회에서 첨단 정보사회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 있다. 인터넷 기업은 정보사회 산업에 속한다. PER, 현재가치, 고정자산가치 등 현재 금융 및 주식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기업 평가 기준은 모두 산업사회 기업 평가에 사용하던 것들이다. 이것은 농경사회의 토지 중심 가치 기준을 대체하는 훌륭한 방법이었지만 정보사회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는 확실히 무리가 있다. 근래 IT 관련 기술주 등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것은 금융시장이 새로운 형태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로서는 정보사회의 기업 가치를 합리적으로 평가할 새로운 이론과 기준이 시급한 상황이다. 어쩌면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 중 누군가가 그 이론의 창시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준이 등장하고 주식시장 전체에서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동안 IT 관련주는 계속 폭등과 폭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이렇게 새로운 문제가 등장한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새로운 문제는 인류 문명이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p.132
주가 움직임은 예측 불가능하므로 주식을 매수하는 동시에 손실 가능성이 생기지만 매수하지 않으면 아예 돈을 벌 수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 리스크를 감당할 것인가는 모든 투자자의 영원한 숙제다. 조지 소로스와 같은 유명 투자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문제에는 특별한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실전 경험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리스크 감당 능력을 파악한 후 자신만의 한계 기준을 정해놓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리스크 감당 능력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주식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미 감당하기 힘든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제대로 잠을 잘 수 있는 수준까지 주식 보유 수량을 줄여야 한다.
p.133-135
"난 그래도 올해 선방했어. 종합지수가 20%나 빠졌는데 난 손실이 10%밖에 안 되거든. 내가 주식시장을 이겼다고."
과연 그럴까? 투자를 주업으록삼고 있다면 평가 기준은 '내가 얼마를 벌었는가'여야 한다.
옷 가게 주인이 손해를 봤는데 옆 가게보다 덜 손해 봤다고 좋아하는 경우가 있을까? 그런데 주식시장에는 돈을 날렸으면서 남들보다 덜 날렸다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하리만큼 많다. 어쩌면 이는 주식투자로 성공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주식은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어서 그런지 다른 분야에 비해 판단력이 흐려지기 쉽다.
주식시장에서 지속적인 수익을 올리려면 지식과 경험은 필수이고, 더불어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꼭 필요하다. 개인투자자에게 총 투자 규모가 얼마인지, 매수한 주식이 어느 정도인지, 현금 보유액이 얼마인지 물어보고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자금을 몽땅 쏟아부어 주식을 매수했다.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마찬가지였다.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한 개인 투자자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돈을 벌겠다는 생각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심리 상태는 카지노 도박꾼과 매우 비슷하다. 한 번이라도 더 베팅하려고 카지노 테이블을 떠나지 않는 도박꾼들의 머릿속에도 한 가지 생각뿐이다. 다음 판은 꼭 이기리라. 그렇게 계속 베팅을 이어가다가 결국 빈손이 된 후에야 테이블을 떠난다.
주식시장에는 특별한 규칙이 없기 때문에 향후 주가 흐름을 예측하기가 매우 힘들다. 여자친구가 토라졌을 때 도대체 왜 토라졌는지, 어떻게 해야 기분이 풀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남자들 마음처럼 답답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여자 친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가만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지 않는가. 주식시장도 비슷하다.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면, 정말 모르겠다면 일단 손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초보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흘러간다. 물론 주식마다 개별 상황이 다르겠지만 큰 흐름은 대부분 비슷하다. 꾸준히 관찰하고 분석하며 하나하나 경험을 쌓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식시장의 흐름을 쫓아가게 될 것이다. 관찰하고 분석하며 때를 기다리다가 주가 움직임이 나의 기준과 맞아떨어졌을 때 매수한다면 투자 성공률 50%는 확실히 보장할 수 있다. 이런 기본자세를 갖추어야 지속적인 수익이 가능하다.
다시 강조하건데 이 모든 것의 대전제가 원금 보전임을 절대 잊지 말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때 매수해야 성공률을 높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주변의 다른 개인 투자자의 상황은 어떠한가? 대부분 돈을 조금 벌기도 하고 조금 잃기도 하는데 종합적으로 보면 자금이 점점 줄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지속적인 수익과는 거리가 멀다. 주식투자로 성공하려면 반드시 이 단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간혹 손실이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 작은 손실이고 수익을 낼 확률이 50%를 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보면 자금이 증가한다.
p.137-138
개인 투자자가 너무 일찍 매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작은 이익에 연연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고, 둘째는 주가 움직임이 정상적인지 판단할 수 있는 경험과 지식 부족 때문이다.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수익이 났으니 기분이 좋다. 이렇게 수익을 내고 주식을 매도하면 투자에 성공한 것 같아 스스로 투자의 귀재라고 생각하며 만족해한다. 여기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계속 이 작은 기쁨을 반복한다. 그래서 초보는 투자에 성공해도 적은 수익에 그친다.
5,000원이었던 주가가 15,000원까지 오를 줄 알았다면 절대 미리 팔아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확신을 가지고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가다. 이 문제는 주가 움직임이 정상적인지 판단할 수 있는가로 연결된다. 주가 움직임이 정상이라면 절대 성급하게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제시 리버모어는 매수 결정을 내리는 과정보다 매수 후 상승 추세일 때 흔들리지 않고 보유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당장 손에 쥐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기는 정말 힘들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강조한다. 여러분이 매수한 주식의 주가가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수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즉시 추가 매수해야 한다. 60% 승산이 있다면 10% 추가 매수해도 좋다. 경험이 많고 승산이 80% 이상이라고 판단한다면 30% 혹은 50%까지 추가 매수 규모를 늘릴 수도 있다. 추가 매수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감에 따라야 한다.
p.140
어떤 분야에 투자하든 결정에 앞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
나는 과연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해고당할까 봐 불안해하지 않고 꼬박꼬박 월급과 보너스를 받으며 좋은 회사에서 좋은 대우를 받아왔다면 정말 축하해야 할 만큼 큰 복을 얻은 셈이다. 그래서 여윳돈으로 재미 삼아 주식을 매수한 사람이라면 오르면 당연히 좋고 내려가도 별로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패배해도 쓰러지지 않는다'따위는 전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여러분과 나처럼 열심히 일해야 먹고살 수 있는 사람들은 당장 이번 달에 돈을 벌지 못하면 다음 달에 굶어야 한다. 투자에 실패하면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는다. 그러므로 '나는 과연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굉장히 무겁게 느껴진다.
p.155
우리는 주식시장의 흐름을 쫓아갈 뿐, 흐름을 이끌 수는 없다.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절대 망설이지 말라. 혹시나 하는 기대와 환상에 빠지지 말고 즉시 발을 빼야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정상적인 움직임을 회복한 후에 다시 시작하면 된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여러분이 견뎌야 할 고통과 주식시장에 지불해야 할 대가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월스트리트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철로 위를 걷다가 저 앞에서 기차가 달려오는 것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연히 옆으로 피했다가 기차가 지나간 후에 다시 철로 위를 걸으면 된다. 잠시라도 망설이면 목숨을 잃을 수 있기에 재빨리 행동할 것이다. 이 상황은 주식투자에 그대로 적용된다.
p.158
100만 원짜리 텔레비전을 살 때 여러분은 여러 쇼핑몰을 돌아보며 기능과 가격 등을 따져본다. 인터넷 후기를 샅샅이 살피는가 하면 지인들에게 관련 정보를 얻기도 할 것이다. 이번에은 1,000만 원어치 주식을 살 때다. 여러분은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관련 자료를 얼마나 찾아보는가? 그 자료를 얼마나 자세히 분석해보았는가?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텔레비전을 구입할 때의 몇 퍼센트인가?
주식투자로 성공하고 싶다면 꼭 기억하자.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욕망은 백일몽에 불과하다. 백일몽은 그저 꿈일 뿐, 현실이 될 수 없다.
p.180
1. 매수하기 전에 반드시 주가 차트를 확인하라. 주가 차트는 해당 주식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반영된 것이다.
2. 매수하기 전에 손절매 지점을 설정하라.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손실 규모를 확실히 정해두어야 한다. 손절매 원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3. 임계점 부근에서 매수 지점을 찾아라. 현실적으로 매번 옳은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그렇지만 반드시 성공 확률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4. 상승 추세나 저항선을 돌파했을 때, 다시 말해 상승 추세가 시작되는 지점이 가장 좋은 매수 지점이다.
5. 하락 추세일 때는 절대 매수하지 말라.
6. 주가가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이유로 매수하지 말라. 주가의 바닥은 아무도 모른다.
7. 호재와 투자 분석가 추천만 보고 매수하지 말라. 특히 호재가 발표되기 직전에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상태라면 매우 위험하다.
8. 이상의 원칙을 잊지 말고, 반드시 실천하라.
p.193
다시 말하지만 주식투자는 일종의 사업이다. 여러분이 옷 가게 사장이라면 기대했던 수익이 생길 때 옷을 팔 것이다. 어떤 투자 전문가는 매수한 주식을 영구적으로 보유한다고 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운이 좋으면 간혹 30년 후 주가가 20배 이상 오르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 30년 동안 주가는 쉴 새없이 천장과 바닥을 오르내리고 소위 반토막이 날 수도 있다. 이는 전업 투자자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무엇보다 장기 보유할 주식을 고를 만한 안목과 정보를 가진 사람이 극히 드물뿐더러 꿈도 못 꿀 일이다. 여러분이 전업 투자자인데 5년 동안 주식이 전혀 오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니,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위에서 말한 주식을 영구 보유하는 전문가는 대부분 회사에 소속되어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전업 투자자의 주식 보유 기간은 보통 짧으면 몇 주, 길어야 몇 달 정도다. 보유 기간에 대한 특별한 원칙은 없지만 주가 움직임이 정상적인 동안에는 매도하지 말아야 한다. 어느 정도 투자 경험이 쌓이면 주가가 1년 이상 '최소 저항선'위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p.194
이 점을 꼭 명심하길 바란다. 제발 주가의 최고점에 연연하지 말라. 주가가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공감할 텐데, 주식은 매수 결정을 내리기보다 매도 결정을 내리는 것이 훨씬 힘들다. 손실이 났을 때는 원금을 회복하고 싶고, 수익이 났을 때는 더 많이 벌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초보자 중에는 수익이 나지 않으면 팔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매우 위험하고 큰 화를 자초하는 생각이다. '언제 살까?' 편에서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손절매 지점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것이 바로 이런 위험한 생각을 막기 위해서다.
매도 지점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판단이다. 내가 이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 매수할까? 이 질문에 '아니요'라고 대답한다면 그 주식은 바로 매도해야 한다.
p.204~205
주식시장에는 일찍이 이런 속담이 유행했다.
추세 매매를 하는 사람은 조정장에서 사라지고
조정 매매를 하는 사람은 추세장에서 사라지고
단기 투자를 하는 사람은 급등 속에서 사라지고
투자 방법이 있는 사람은 실행 속에서 사라지고
주관적 의견에 의지하는 사람은 직감 속에서 사라지고
투자 방법이 없는 사람은 아무렇게나 거래하다가 사라진다.
위의 표현이 아주 엄밀하지는 않지만 초보 투자자가 주식을 배우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주식시장 추세는 크게 상승장과 하락장, 조정장으로 구분하지만 겹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초보 투자자가 시장이 상승할 때 배운 투자 방법을 쓰다가는 곧 손실을 보기 일쑤다. 시장이 하락세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투자 방법을 바꿔서 다시 투자했는데 또 까먹었다. 이때 시장은 이미 조정장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다시 조정장에 맞는 투자 방법으로 바꿨는데, 그래도 돈을 벌지 못했다. 시장이 또다시 상승 추세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장이 몇 번 순환하는 과정에서 초보 투자자는 도태되고 만다.
주가는 비록 상승 아니면 하락이라는 두 갈래 길만 있짐나 크고 작은 물결이 지나가고 장기간 횡보하면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투자제에게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나는 언제, 어떤 방법으로 투자해야 하는가?
'언제'가 변수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도 이론적으로 변수로 가득 차게 된다. 이게 바로 주식투자로 돈 벌기가 어려운 원인이다. 많은 초보 투자자가 주식을 시작하면서 돈을 벌기도 하는데, 이는 상승장을 만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하락 추세로 바뀌면 전에 번 돈을 시장에 돌려주게 된다. 충분한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아는 투자자만 번 돈을 지킬 수 있다.
그렇다면 대응 방법은 무엇인가? 대답은 바로 이 절의 제목이다.
"좋은 방법을 정한 후 끈기 있게 지속하라."
p.228
10,000원짜리 주식 1,000주를 매수했는데 12,000원까지 올랐다면 현재 200만 원 수익이 생긴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손절매 지점 설정이다. 이 경우 이미 수익이 생겼으므로 손절매 지점은 매수가 10,000보다 높아야 한다. 10,500원이나 11,000원 정도가 적당하다. 원칙을 지키지 않아 매수가 이하로 떨어진 후에 손절매 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p.268~269
주식투자에 성공하려면 현재, 그리고 미래에 발생할 일들이 주가에 끼칠 영향을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희망은 이 판단 과정에서 반드시 배제해야 하는 요소다.
주가는 절대 여러분의 희망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여러분이 매수한 주식은 모두 다른 누군가가 매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 여러분은 이 주식에 희망을 걸지만 누군가는 이 주식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은 나를 편애할 것이라는 기대도 절대 금물이다. 그래야 할 이유가 전혀 없으니 말이다.
매수한 주식이 하락해서 손실이 났다면 자신의 방법을 다시 확인해봐야 한다. 애초에 매수 결정을 내렸던 이유가 옳았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더 해보라. 내가 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이고 여유 자금이 충분하다면 과연 지금 이 주식을 매수할 것인가? 이 질문에 '예'라고 대답한다면 지금 매도할 필요 없다. 하지만 이 질문에 '아니요'라고 대답했다면 당장 매도해야 한다. 지금 여러분이 망설이는 것은 희망이 이성적인 판단을 흐려지게 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 작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큰 손실로 이어지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둘째,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시 시장을 관찰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p.272~274
올바른 심리의 몇 가지 특징이다.
첫째, 자신을 믿어라. 어떤 분야든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감이 필수 조건이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쉽게 포기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능력을 믿어라. 주식투자의 기본 지식을 배울 수 있고 실전에서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믿어라.
둘쨰, 자신을 정확하게 평가하라. 근본 없는 자만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실패한 투자자는 주식시장에 돈이라도 맡겨놓은 것처럼 행동하곤 한다. 명확한 이유 없이 확신에 찬 결정을 내리지만 현실은 그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다.
셋째, 독립적으로 판단하라. 너도나도 좋다고 몰려가며 사들이는 인기주, 남들이 산다고 따라 사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반드시 자신의 경험과 감으로 그 인기주가 주목받는 이유가 합리적인지 판단해보라. 상대방이 내 판단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상대방의 논리까지 다시 생각해보라.
넷째, 인내심을 가져라. 주식시장에서도 열심히 일한 자가 성공하는 법이다. 하지만 이것은 장기적인 관점이고, 단기적으로 보면 노력과 결과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해이해지기 마련이다. 어떤 분야든 전문가로 성공하려면 인내와 끈기는 기본이다.
다섯째, 잘못을 바로잡아라. 주가의 가장 큰 특징은 정해진 규칙이 없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투자 계획을 세운 후 계속해서 주가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자신의 계획이 과연 효과적인지, 자신의 리스크 감당 능력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원래 가장 잠재력이 큰 두 종목만 매수할 계획이었지만 자금이 너무 편중되었다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불안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계획을 수정해 4~5종목에 나누어 투자해서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여섯째, 자신이 선택한 일을 사랑하라. 주식투자가 부를 쌓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고 이 길을 선택했다면 큰 오산이다. 주식투자 특유의 도전을 즐기고 한 걸음 한 걸음 발전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돈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다. 돈이 목적이라면 금방 후회하게 될 것이다.
위의 여섯 가지 특징은 주식투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만 다른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성공의 필수 요건이다. 농사를 짓거나 돼지를 기르는 일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평생 그저 그런 인생을 벗어날 수 없다.
p.276~277
시장은 관찰한다는 것은 자신의 기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의 움직임과 추세를 판단한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당연히 시장에 대한 기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일수록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자연스럽게 감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이때가 되면 여러분의 잠재의식이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야', '지금 당장 주식을 매도해야 해'라고 외칠 것이다. 이런 외침이 들린다면 일단 자신의 기준과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주식을 사고 싶을 때 이렇게 자문해보라. 주가 움직임이 상승 추세인가? 이 기업이 최근 발표한 신제품이 있는가? 현재 시장 전체가 상승장인가 하락장인가? 주가 움직임과 거래량 변화가 정상적인가? '사야 한다'라는 잠재의식의 외침이 근거 없는 확신인지 이성적인 판단인지는 자신만이 알 것이다.
실수 혹은 잘못된 결정임을 알았다면 어떤 원칙을 지키지 못했는지 등 원인을 확실히 분석해야 한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는 것이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다. 그래서 흔히 큰손이 주가를 조작했을 것이다, 언론에서 거짓 뉴스를 퍼뜨렸다, 기업이 회계를 조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는 대부분 주가와 거래량 변화만 잘 살펴도 어느 정도 이상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책임은 오롯이 여러분 몫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라. 그렇다고 실수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여러분이 경계해야 할 것은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려는 심리다. 이 원칙은 주식투자뿐 아니라 삶의 모든 부분에 필요한 요건이다.
p.279
주위를 둘러보면 공허한 눈빛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정말 많다. 왜 내게는 기회가 오지 않는 것일까? 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거야? 이렇게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늘 불평불만을 터트린다. 이들은 꿈 자체가 없거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본 적이 없다. 꿈과 이상은 시간의 강물을 따라 사라져버렸고 남은 것은 불안과 불신뿐이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답은 이미 명확하다. 지금, 오늘 당장 실현 가능한 목표를 만들라.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천해보라.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끝까지 노력한다면 반드시 결과가 나올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라는 말은 남에게 내뱉기는 쉽지만 내가 직접 실천하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크고 달콤할 것이다.
p.337-338
데이 트레이더는 매년 300%, 500%의 수익을 목표로 한다. 펀드매니저는 지수보다 낮은 리스크로 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얻는, 주가지수를 초과하는 수익률을 원한다. 개인 투자자는 '다크호스'를 잡아서 몇 년 뒤 계좌를 확인해보면 백만장자가 되어 있기를 원한다. 여러분이 어디에 속하든 목표는 반드시 '올바른 타이밍에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목표가 다르면 타이밍과 행동도 다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다음 세 가지가 주식시장에서 해야 할 '올바른 행동'이다.
1. 시기 장악: 언제 시장에 진입하고 언제 방관하고 언제 수익을 실현하고 언제 손절매할지 알아야 한다.
2. 자금 관리: 어떻게 리스크를 분산하고 언제 더 많은 리스크를 감당할지 알아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투자 원금은 지켜야 한다. 원금이 없어지면 게임 끝이다.
3. 감정 통제: 시장에 진입하기 전과 달리 일단 주식을 사면 감정 통제가 어려워진다. 평범한 투자자는 수익이 났을 때 더 기다리지 못하고, 손실이 났을 때 털어내지 못한다. 여러분은 예외인가? 손실을 잘라내야 할 때 주저하지 않는가?
시기 장악, 자금 관리, 감정 통제. 모두 12자다. 완전히 외워서 그대로 하면 된다. 쉽지 않은가? 이 책이 요구하는 건 이 세 가지를 실천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성인이 될 필요가 전혀 없다.
약간의 시간과 노력만 기울이면 된다. 이 12자는 복잡하지 않다. 끈기와 인내력만 있으면 할 수 있다. 행복한 생활을 추구하는 대가로는 정말 작다. 닭을 훔칠 때도 쌀 한 줌은 사용해야 하는데, 쌀 한 줌도 아깝다면 닭을 훔칠 생각을 버려라.
p.362
현재 내가 채택한 방법은 기본적 분석으로 수치를 얻은 다음 기술적 분석으로 시장이 인정하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일단 기술적 분석을 활용하면 '예술적 사고'를 하게 되면서 심리 상태가 달라진다. 단지 기계적으로 수치만 참고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거래 상대방의 심리를 추측하려 시도하게 되고, 거래 상대방이 큰손이라면 어떤 속임수를 쓸지 예측하게 된다. 이런 심리 상태는 빨리 가질수록 좋다. 항상 자신을 일깨워라. 매번 내가 사는 주식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판 주식이다. 상대방을 존경하라.
p.368
돈을 번다는 것은 경제적인 성공을 뜻하지만 경제적인 성공은 성공적인 인생의 일부일 뿐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추구하는 것은 성공적인 인생이다. 성공적인 인생은 일종의 '마음 상태'다. 날마다 침착하고 평온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것이다.
p.380-381
2016년으로 돌아가서 은행 업종을 살펴보자. 당시는 2008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딛고 세계 경제가 회복한 이후 금리인상을 고려하던 시기였다. 그간 '더블 딥'이냐 '테이퍼링'이냐를 비롯해 다양한 우려와 이슈들이 있었는데, 그걸 다 극복하고 이제는 경제가 충분히 안정되었다는 판단하에 미 연준에서 2015년 12월, 금융위기 이후 최초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은행업에 호재로 인식되지만, 한국의 은행주를 사기에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시 한국은 오히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중후장대 산업들, 즉 건설, 조선, 운송, 화학, 철강 등이 부진을 면치 못했고, '산업재'이자 '수주산업'으로 분류되는 건설과 조선업은 대규모 손실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는 이 회사들에 내준 대출을 끊임없이 상각해야 했고, 은행주 실적은 수년간 저조했다. 은행업의 PBR은 0.2~0.5배 수준으로 전 업종 중에서 가장 낮았다.
그러던 와중에 2015년 하반기부터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경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상각해놓은 대출들이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대출금이 조금씩 '환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규모가 매 분기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띠면서 신규 대출도 늘어났다. 그동안 낮은 수익성으로 만년 소외주였던 은행의 이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당시 다른 업종들을 보면 그렇게 나쁘지 않다 정도이지 이익의 성장을 기대할 만한 섹터는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은행업의 이익 성장이 더욱 부각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금융업은 기본적으로 규제 산업이다. 더구나 한국의 은행들은 대부분 외국계 자본이 대주주이기 때문에, 은행이 많은 이익을 올리고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을 정부가 마땅치 않게 여긴다. 따라서 은행의 이익이 아무리 늘어나도 그 이익이 주주의 몫으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투자자들 사이에 지배적이다.
그런데 2016년 하반기는 당시 정권의 마지막 해를 앞두고 있었고, 보통 그때쯤에는 '레임덕'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레임덕이 실제로 존재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투자자들은 레임덕을 기대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펀더멘털과 심리 측면에서, 이익의 절대 강도와 상대 강도, 규제 등에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와중에 저렇게 임계점을 형성하는 차트의 모양이 만들어진 것이다. 즉, 모종의 이유로 은행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보다 훨씬 많아졌다.
p.385
'차트를 본다'는 건 대체 무슨 뜻일까? '차트를 본다'와 '기술적 분석 지표를 활용한다'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다. 이동평균선 등 단순한 지표부터 MACD 오실레이터, 스토캐스틱, 볼린저 밴드 등 차티스트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지표들이 있고, 각각의 지표는 고유의 '매수 시그널'과 '매도 시그널'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 지표들은 대체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 단기간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표의 유의성이 희석되거나, 투자자가 굴리는 돈이 많아질수록 그의 매매 자체가 지푯값에 영향을 미쳐 성과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p.388
정리하면 가격이란 실체에 대한 해석들의 만남이다. 따라서 실체만 보아서는 가격을 이해할 수 없고, 해석의 교차점만 보아서도 가격을 이해할 수 없다. 누가 어떤 실체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 펀더멘털을 이해하는 것은 가격을 이해하는 첫걸음이고, 심리를 이해하는 것은 가격을 이해하는 두 번째 걸음이다. 두 걸음을 온전히 걸어가야 시장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다.
p.389-398
한국을 대표하는 화학회사 'L'사는 2015년 2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 원을 넘겼다고 발표한다. 그 이전 최고 호황기인 '차화정' 시절에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 내외였던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실적이다. 실적이 발표된 2015년 8월 17일에 이 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보자. 아래는 주가 차트다.
펀더멘털을 분석한 결과, 유가가 하락하고 그로 인한 수요 증가가 본격화되면서 이익이 증가하는 중임을 확인했다. 2015년 중반에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보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되었고, 오히려 실적 발표가 임박하자 주가가 하락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가치 지표를 보면 반기 말 자기자본이 7.4조 원이고 시가총액이 8.1조 원이니 PBR은 1.09배다. 과거의 PBR 추이를 보면, 이례적이었던 '차화정' 시기를 제외하면 0.7배에서 1.5배 사이를 오갔다. 그렇다면 1.09배는 딱 그 중간이다. 아래는 '차화정' 시기가 끝난 직후부터 현재까지의 PBR 추이다.
지금 투자에 나선다면 얼마나 유리한 확률일까?
먼저 긍정적인 시나리오에서의 업사이드를 생각해보자. 펀더멘털 분석 결과, 이번 2분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향후 1년간 영업이익 1조 원 정도는 할 수 있고 순이익이 7천억 정도는 된다고 판단했다고 해보자. (배당을 고려하지 않으면) 1년 후 자기자본은 8.1조 정도가 될 테고, 정상 국면에서 밴드 상단인 1.5배가 된다면 시가총액은 12.15조가 될 것이다. 그럼 업 사이드는 현재의 시가총액 8.1조 대비 50%가 된다. 만약 진짜 시장이 뜨거워져서 '차화정'시기만큼의 프리미엄을 받는다면 PBR 2배 이상도 기대해볼 수 있다. (최고치는 2011년 3월의 3.5배였다.) 적당히 기분 좋게 2배까지만 고려해본다면 시가총액은 자기자본 8.1조 * 2배 = 16.2조가 되어 업사이드는 100%가 나온다. 좋다.
다운사이드를 보자. 이익이 이번 2분기를 지점으로 피크아웃하고 업황이 별로 안 좋아서 순이익이 3,000억 정도밖에 안났다고 해보자. 그럼 자기자본은 현재의 7.4조에 0.3조를 더한 7.7조가 될 테고, PBR은 밴드 하단인 0.7배를 적용할 수 있다. 시가총액은 7.7조 * 0.7배 = 5.39조가 되니 다운사이드는 -34%가 나온다.
향후 1년간, 적당히 호황이 지속되면 업사이드는 50%, 업황이 그 이상 좋으면 두 배 이상 나오고, 무언가 잘못되어도 다운사이드는 -34%니까 유리한 확률인 것 같아 보인다.
매수해보고 싶은데 타이밍이 궁금해진다. 사실 이 정도 유리한 확률이면 일부 매수해놓고 타이밍을 재는 게 좋지만 그건 각자의 취향에 맡기겠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임계점'을 골라보자.
우선 내 기준이 있어야 할테니, 바닥을 지지한 다음 전고점을 뚫고 올라가는 형태를 매수(혹은 비중 확대) 시점으로 삼고, 저점을 뚫고 내려가는 지점을 손절매 시점으로 삼겠다고 해보자. (혹은 업황이 꺾여서 앞서 이야기한 1.5배 이상의 PBR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면 그때도 팔아버리자.)
실제로 추가 차트를 열어서 한 칸씩 옆으로 옮겨가며 찾아보면 흥미롭다. 몇 개월 옆으로 당겨보면 이런 모양이 나오면서 두 번의 유의미한 '임계점'이 드러난다.
2016년 2월 22일 주간에 전고점인 30만 원을 뚫고 올라갔고, 약간의 조정을 거친 다음 (저점을 낮추지 않은 채로) 2016년 12월 5일 주간에 높아진 직전 고점인 34만 원 라인을 또 돌파했다. 거래량이 계속 줄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꽤 유의미한 지점이다.
이후는 다음과 같이 지속적인 상승을 보여주고, 여전히 저점을 낮추지 않는다. 저자가 말하는 '정상적인' 상승 차트다. 업황도 계속 호조여서(생각보다 더 좋아서) 2017년의 연간 영업이익은 무려 2.9조 원이 나왔다.
매도 타이밍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펀더멘털로는 이미 매도 시점이 나왔다. 2017년 2분기에 이미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9% 역성장했다. 이때부터 매도 고민을 계속 하고 있어야 한다. 비중을 일부 축소해도 된다.
2018년 6월 18일 주간에 드디어 유의미하게 전저점 35만원 라인을 깨고 내려왔다. 이 지점이 약간 애매하다면 2주 후인 7월 2일 주간에 더 확실하게 33만 원까지도 깨고 내려온다. 차티스트는 '3개 이평선 정배열 패턴'이 깨지고 '장기 이평선 이탈', '데드 크로스'라고 부르는 형태다. 나는 '뒤돌아보지 말고 도망가야 하는 차트'까지는 아니고 '별로 재미없는 그림'이라고 표현한다.
이 시기면 2017년 4분기와 2018년 1분기의 2분기 연속으로 전년비 영업이익이 역성장하는 실적을 내놓은 이후다. 가치 지표로 보면 2분기 말 영업이익은 10.4조(와, 많이 올라왔다), 시가총액은 11조 원 수준이다. PBR은 1.05배로 2년 전 주식을 샀을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자기자본의 증가 속도가 가팔라서, 주가가 30% 이상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치 지표는 그대로다. 가치 지표만 본다면 이 지점에서 '팔기엔 아깝다'라고 판단할 수도 있었겠다. 차트가 유의미하게 매도 시그널을 이야기하니 다 팔아도 그만이고, 아까우면 조금은 남겨두어도 된다.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마어마하다. 화학이 코로나 수혜 업종으로 부각되면서 코로나 이전보다 높은 수준까지 반등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팔았던 때의 주가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6~7월 시점에 다 팔았다면 행복할 테고, 일부 남겨놨더라도 일부이니 손실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 때 PBR이 0.3배까지 하락하는 걸 보고 비중을 늘렸을 수도 있다.)
복잡계에서 의사결정의 핵심은 '유리한 확률분포에서 다수시행을 해나갈 수 있느냐'다. 문제는 현실에는 동일한 환경에서 반복되는 사건이란 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확률분포를 온전히 추론할 수 없고 완전한 다수 시행을 반복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확률분포를 추론하려면, 그리고 다수 시행을 한다고 주장하려면 현재 바라보고 있는 사건이 과거의 어떤 사건과 유사한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그 판단 자체가 각자의 주관이다. 앞서 이야기한 모든 설명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그러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인간의 사고방식이라는 게 원래 주관적이고 순환 참조다. 엄밀한 합리성으로 돌아갈 것 같은 과학계에서도 따지고 따져보면 궁극적으로는 검증되지 않은 가설들이 서로를 참조하면서 '패러다임'을 형성한다. 그렇게 한계가 명확한 인간의 사고방식으로도 달에 사람을 보내고 수백 미터 높이의 건물도 쌓아 올린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살아간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는 판에서 꾸역꾸역 뭐라도 해보려고 노력하고, 실패하고, 또 노력한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경제 > 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자도 인생도 복리처럼 (0) | 2023.08.11 |
---|---|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 (0) | 2023.08.09 |
내러티브 앤 넘버스 (0) | 2023.08.04 |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 3판 (0) | 2023.08.03 |
다모다란의 투자 전략 바이블 (0) | 2023.07.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