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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투자

내러티브 앤 넘버스

by Diligejy 2023. 8. 4.

 

p.5

가치평가 문제와 씨름하면서 나는 아주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스토리가 뒤를 받쳐주지 않는 가치평가는 영혼과 신뢰성이 없으며, 스프레드시트보다는 스토리가 기억에 더 잘 남는다는 것이다. 

 

p.18

숫자는 체계적인 평가를 가능하게 해주지만, 스토리가 받쳐주지 않는 숫자는 원칙과 체계가 아니라 위험과 편향의 무기가 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투자를 할 때건 사업을 할 때건 스토리와 숫자를 모두 이용하는 것이다.

 

p.19

사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투자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스토리텔링을 조정하고 통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시작은 평가하려는 기업을 이해하고, 그 회사의 역사와 해당 사업, 현재와 잠재 경쟁자를 관찰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스토리를 3P 시험으로 평가함으로써 스토리텔링에 원칙과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3P 시험의 1단계는 가능성(Possible)여부에 대한 시험으로, 이것은 대다수 스토리가 통과해야 할 최소한의 시험대다. 여기서 통과한 스토리는 그 다음으로 좀 더 어려운 시험인 타당성(Plausible) 여부를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로 가장 깐깐한 시험인 개연성(Probable) 여부를 통과해야 한다. 가능성 여부를 통과한 스토리라고 해서 모두 타당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타당한 스토리 중에서도 개연성을 가진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p.20

스토리를 숫자로 바꾸는 프로세스

 

1단계: 가치평가를 위한 비즈니스 스토리 만들기

- 이 단계에서 만들어내는 스토리에는 회사가 장차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 담겨 있다

 

2단계: 스토리의 가능성, 타당성, 개연성 시험하기

- 가능성 있는 스토리는 많지만, 가능성 있는 스토리가 전부 타당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개연성을 가진 것은 몇 가지에 불과하다.

 

3단계: 스토리를 가치 요인으로 전환하기

- 스토리를 분해한 다음 이것을 시장 규모나 현금흐름, 위험 등 가치평가를 위한 투입변수로 전환할 방법을 관찰한다.

- 이 작업이 끝나면 스토리의 각 요소가 숫자로 표현되어야 하며, 반대로 각 숫자들 역시 스토리의 요소요소로 되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4단계: 가치 요인과 가치평가 연결하기

- 투입변수를 기업의 최종 가치와 연결하는 내재가치평가 모델을 만든다.

 

5단계: 피드백 고리 열어두기

- 그 회사를 더 잘 아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조언을 활용해 스토리를 세세하게 다듬고 필요하면 수정도 한다.

- 스토리를 다르게 했을 때 기업의 가치평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산해본다.

 

p.21-22

모든 가치평가의 시작은 기업에 대한 스토리이고, 평가의 시발점이 되는 수치들은 그 스토리에서 흘러나온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스토리 자체가 변하게 된다. 스토리가 변하는 원인은 금리나 인플레이션, 새로운 경제 지도의 탄생 등 거시경제의 변화 때문일 수 있다. 또는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 기존 경쟁자의 전략 수정, 일부 경쟁자의 시장 퇴출처럼 경쟁 역학이 바뀐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어떤 스토리의 변화는 경영진의 구성원이나 경영 전술이 바뀐 데서 비롯될 수 있다. 결론을 말하면, 스토리텔링에서는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하는 넘버크런칭도) 한번 정해진 스토리는 실제 세계에 완벽한 면역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라는 것이다.

 

p.30

스토리와 맺는 관계가 화학적 자극이라는 설명부터 살펴보자. 클레이어몬트대학원의 신경경제학자인 폴 잭 교수는 인간 뇌의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옥시토신이라는 물질을 찾아냈다. 잭 교수는 옥시토신의 합성과 분비가 신뢰와 보살핌과 관련이 있고, 강력한 스토리(또는 내러티브)를 들을 때 옥시토신이 분비되는데 이 물질이 스토리를 들은 사람의 행동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시련이 최고조에 달하게 되면 사람의 뇌에서는 코르티솔이 분비돼 더 몰입해서 스토리를 듣게 만든다. 다른 연구 역시 해피엔딩이 뇌의 보상중추인 변연계를 자극해 희망과 낙천적 생각의 촉발제인 도파민 분비를 자극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p.31

스토리텔링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또 있다. 피터 구버는 <성공하는 사람은 스토리로 말한다>에서 스토리에 몰입하는 청자일수록 맹목적으로 스토리를 받아들이는 성향도 높아진다고 말한다. 심리학자인 멜라니 그린과 팀 브록의 주장에 따르면 소설 속 세상에서 청자는 정보 처리 방식을 바꿀 뿐 아니라, 스토리에 몰입한 청자는 그렇지 않은 청자에 비해 스토리 속의 부정확함과 모순을 간파하지 못한다. 이런 허구의 세상에서 스토리텔러는 비난받을 걱정 없이 마음껏 스토리를 펼쳐도 되는 면허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장의 후반부에서 보듯이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에서 이런 면허는 축복이자, 저주이다. 사기꾼과 거짓말쟁이가 그 면허를 남용하기 때문이다.

 

p.32-33

이런 스토리텔링 연구에서 나는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청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을 넘어 그들에게 직접 생각하고 관계를 맺게 하는 스토리가 가장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물론 스토리의 첫째 목표는 당연히 청자와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러나 청자가 관계를 주입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런 관계를 만든다면 스토리의 효과는 훨씬 커지고 더 잘 기억된다. 인생의 여러 부분이 그렇듯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도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이다.

 

p.35

투자에서 스토리텔링은 투자 철학과 종목 추천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다. 숫자와 데이터를 멀리 하고 스토리를 말하는 주식에, 다시 말해 매력저거인 내러티브를 가진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많다. 심지어 숫자를 관찰하는 분석가와 투자자들조차 자신들이 살펴본 숫자 체계에 스토리를 부여하려 노력하곤 한다. 예를 들어 셀사이드의 리서치에서는 산업과 그 산업 세계 내에 존재하는 기업에 가장 매력적인 스토리를 만드는 분석가가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p.37

스티브 잡스의 두 프레젠테이션은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에 대한 또 하나의 중요한 진실을 보여준다. 스티브 잡스가 두 프레젠테이션에서 말한 스토리는 매혹적이고 미래 지향적이었지만, 그가 (그리고 애플도) 1984년의 스토리 리셋에서 누린 이득은 없었다. 실제로 매킨토시는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제한의 부담에 허우적대썌다. 게다가 문제 일부는 스티브 잡스 본인의 약점 때문에 생긴 것이기도 했다. 오히려 컴퓨터에 대한 스토리 리셋으로 교훈을 얻은 곳은 마이크로소프트로, 그들은 윈도를 재설계하면서 애플을 거의 유명무실한 존재로 만들었다.

 

1997년 아이맥 컴퓨터를 출시했을 때에도 애플은 5~6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후에야 조금이나마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좋은 스토리텔링은 사업 구축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지만, 아무리 매력적인 스토리일지라도 부와 보상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교훈을 알려주는 사례다.

 

p.38

정보 증가가 투자결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 행동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분명하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과거 세대보다 더더욱 좋은 스토리텔링에 이끌리는 모습을 보인다.

 

p.42-43

비즈니스 스토리는 스토리텔러의 경험을 토대로 할 때가 많기 때문에 실제와 상상의 경계를 넘기도 그만큼 쉽다. 가난을 딛고 불가능하다 싶은 성공을 일궈낸 스토리를 만든 창업자들, 선구안을 가지고 시장 붕괴에서 남들보다 한 발 먼저 빠져나왔다고 주장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은 사업적 도전에 맞서 고군분투했다는 스토리를 펴려치는 CEO들은 자신들의 스토리를 거듭 말하다 어느 순간 그것을 진짜라고 믿게 된다. 모든 스토리가 다 조작된 것이고 거짓투성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다는 좋은 의도를 가진 스토리텔러일지라도 가끔은 자신들의 기억을 재창조하며, 청자 역시 스토리를 그대로 기억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p.59-61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의 경우에도 비즈니스 스토리는 창업자의 스토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투자자를회사로 끌어들이는 장치는 바로 창업자 스토리다. 창업자의 스토리는 다음 ㄷ다섯 가지 유형 중 한 가지일 가능성이 있다.

 

1. 호레이쇼 앨저 스토리: 전형적인 미국식 신분상승 성공신화 스토리로, 거지가 백만장자가 되는 스토리의 변형이다. 투자자들은 온갖 역경 속에서도 성공을 이뤄낸 창업자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스토리에 이끌린다.

 

2. 카리스마 스토리: 창업자의 직관적 통찰을 바탕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통찰의 순간에 창업자는 사업 기회에 대한 비전을 얻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나아간다.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 엑스, 테슬라, 솔라시티를 비롯해 여러 회사를 창업하거나 공동 창업했다. 그리고 그가 사업체를 세울 때마다 회사 자체만이 아니라, 카리스마를 가진 창업자인 머스크 자신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3. 관계의 스토리: 어떤 사업에서는 인맥이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친인척을 배경으로 두었건, 과거에 정계나 감독기관에서 일한 경력이 있건 간에 적절한 인맥이 있는 창업자들은 특별한 존중을 받기도 한다.

 

4. 유명인사 스토리: 투자자들은 창업자가 유명인사라는 점에 끌리기도 하는데, 유명인사로서의 지위가 거래를 확보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잭 니클라우스, 매직 존슨, 오프라 윈프리는 모두 유명인사로서의 지위를 잘 이용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구축했다. 그리고 사업 내용만이 아니라 유명인사들의 이름값도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일조했다.

 

5. 경험의 스토리: 어떤 경우에는 창업자의 과거 경력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투자자들은 창업자들이 과거에도 사업을 훌륭하게 성공시켰으므로 새로운 사업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가정하면서 이 새로운 회사에 투자한다.

 

기업과 창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전적으로 창업자 위주로 비즈니스 스토리를 만들 때에는 다음 두 가지 위험을 조심해야 한다.

 

첫째, 창업자와 사업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면 창업자 개인의 실패가 기업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사 스튜어트가 2003년 내부자거래로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 그녀의 이름을 그대로 회사명으로 사용하여 상장한 회사 역시 크게 휘청거렸다. 기소된 순간 이 회사의 주가는 거의 15퍼센트나 떨어졌다.

 

둘째, 창업자 개인에 대한 스토리가 언제나 청자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면, 개인의 스토리는 사업 성공과 어떤 식으로든지 관련이 있어야 한다. 무수히 많은 유명인사가 창업의 길에 들어서지만 그 길을 성공적으로 끝마치는 사람이 드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76

비즈니스 세계에는 "측정하지 못하는 것은 관리할 수도 없다"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이 격언은 측량기기를 생산하고 공급하고 지원하는 기업에는 달콤한 음악이나 다름없다. 어떤 산업 분야는 산출량과 진행도를 정확하게 측정할수록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예를 들어 재고 관리 분야에서는 실시간 재고 보유 현황을 정확하게 측정하면 기업은 재고를 크게 줄이는 동시에 고객 니즈를 정확하게 충족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이 슬로건은 조금 다르게 바뀌었다. "측정하고 있다면 이미 그것을 관리하고 있다." 다시 말해 많은 기업에서는 진지한 분석을 많은 숫자로 대체해버렸다.

 

p.83-84

추정 방법 선택이 추정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주식위험 프리미엄의 변동성은 더욱 커진다. 1928~2015년의 기간을 선택하는 대신에 기간을 더 짧게 하거나(10년이나 50년) 더 길게(일부 데이터베이스는 1871년부터 시작된다.) 할 수도 있다. 10년 만기 미국 장기 국채가 아니라 3개월 만기 미국 단기 국채나 30년 만기 국채를 선택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수익률을 복리수익률의 산술평균이나 기하펴여균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주식 위험 프리미엄 추정치는 다르게 나온다.

 

결국 기간 설정을 바꾸거나, 무위험 투자의 척도를 다르게 하거나, 수익률의 평균을 계산하는 방식을 다르게 할 때마다 주식 위험 프리미엄 추정치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주식 위험 프리미엄은 단정적으로 말해 추정치일 뿐 사실이 아니다.

 

p.86-87

미국의 유틸리티 회사들은 수십 년 동안 지역 독점권을 누려왔지만, 그 대가로 요금을 인상하려 할 때에는 감독위원회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요금 인상을 결정할 때 감독위원회는 이 회사 투자자들에게 어느 정도가 적정 수익률인지를 살펴본 다음, 그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만 요금 인상을 승인한다. 지난 2~30년 동안 적정 수익률 계산의 핵심 요소는 대개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었다. 따라서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오르면 적정 수익률도 함께 올랐다.

 

당연한 말이지만 감독 대상인 유틸리티 회사와 감독기관은 어떤 측정값을 사용할 것인지를 두고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기업들은 가능하면 가장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원할 것이다. 위험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적정 수익률도 높아져 요금 인상폭도 훨씬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감독위원회는 낮은 위험 프리미엄을 선호한다. 그래야만 유틸리티의 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고, 소비자 만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자신들이 추정한 위험 프리미엄이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이러한 입장 차이를 줄이기 위해 법률검토위원회나 중재 집단에 문제가 자주 회부된다.

 

p.88-89

정교한 측정 도구를 가졌기 때문에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면, 숫자가 상식을 몰아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다가올 위험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세계 곳곳의 은행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20년 전부터 은행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사업 손실을 구체적으로 수치화해서 예상하는 이른바 'VaR(일정한 조건하에서 위험이 발생할 경우 잃을 수 있는 최대 손실 예상치를 추정한 금액)'이라는 위험 측정 도구를 개발했다. 그 20년 동안 위험관리 전문가들과 학계는 VaR의 효과를 높인다는 목적으로 더 강력하고 복잡한 도구가 되도록 가다듬었다.

 

은행 경영자들은 VaR을 믿는 마음이 커지면서 경계심이 느슨해졌다. 그리고 결국 계산 값으로 나온 VaR이 자신들이 정한 안전선 내에서만 유지된다면 위험 감수 수준도 충분히 통제할 만하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2008년이 되면서 이런 착각은 와르르 무너졌다. VaR이 지닌 약점이 속속들이 드러났고, 파괴적 위험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은행들은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했다.

 

p.93

빅데이터 천국에 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천국에서는 모두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으며, 데이터 분석과 이해에 필요한 강력한 컴퓨터도 가지고 있다. 모두가 똑같은 데이터를 공유하고 어쩌면 분석 도구까지도 똑같다 보니 부각되는 투자 기회도 똑같을 것이다. 결국 모두가 이익을 보려고 동시에 같은 투자에 달려든다. 이런 과정에서 모두가 동시에 같은 종목을 사고파는 '군집herdling'현상이 발생한다.

 

그런 다음에는? 군집은 모멘텀을 만들고, 모멘텀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투자자의 투자결정을 강화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만약 기본적 과정(사업, 시장 또는 경제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발생하면 군집은 집단 전체의 실패를 이끄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데이터라는 것은 어쨌든 과거의 데이터이고, 구조적 변화가 발생해 미래가 과거와 크게 달라진다면 데이터 기반의 미래 예측은 전혀 쓸모가 없어진다.

 

정신이 번쩍 드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데이터 중심의 세상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데이터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수록 과거보다 훨씬 자주 경기호황이나 붕괴가 올 것임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거품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클 것이며, 당연하게 거품이 터지는 순간 펼쳐질 대학살극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잔혹할 것이다.

 

p.94

숫자에 스토리를 결합해도 군집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힘들다. 모두 똑같은 주식과 투자에 몰려들게 만드는 집단사고는 사람들이 서로의 스토리를 강화하도록 이끌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 맞서는 주장을 하자면, 집단의 광기를 부수는 최고의 방법은 대안적인 (그리고 더 현실적인) 스토리를 결합하고, 숫자로 그 스토리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p.95-96

우리가 아무리 편향을 줄이려고 노력해도 숫자를 다루는 방식이나 데이터 조합 방식에 편향이 전혀 개입되지 않도록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퀀트 전략을 짜고 거기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고객에게 팔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는 편향의 길로 들어선 셈이다. 한 번 그 길에 들어서면 벼랑 끝까지 내몰리는 순간에도 이 전략이 효과가 있다는 것만 확인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2008년 시장위기를 대가로 치르고 나서야 헤지펀드들의 투자 통제 능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가 드러났다. 선진시장이 최근 역사상 유례없는 왜곡을 겪으면서 역사적 데이터를 토대로 신중하게 구축해놓은 모델들은 무수히 많은 투자자에게 거짓 신호를 동시에 발산했다.

 

나는 아직은 퀀트투자를 잊어버릴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 투자 전략을 선두에 올려놓은 힘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퀀트투자의 성공과 실패는 숫자의 약속과 위험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퀀트투자로 성공과 번영을 누리려면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를 숫자에 결합시킬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찾아내는 순간 퀀트투자는 더 큰 성공은 물론이고, 모방하거나 아웃소싱하기 힘든 위치로 올라서게 될 것이다.

 

p.97

회계에 대한 것이건 시장에 대한 것이건 금융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나는 금융 데이터에 온갖 잡음이 존재하고, 그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기 매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과학적 방법을 신봉하지만, 순수한 과학자가 얼마나 될지는 의심스럽다. 모든 연구에는 편향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단지 편향의 방향과 크기가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나는 숫자 중심의 주장을 접할 때마다 그 주장을 펼치는 사람이 어떤 편향에 빠졌는지 알아보고, 그 편향에 맞게 숫자를 조정하려고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만약 내가 숫자를 과정이나 변수에 대비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숫자를 통제하거나 이해하게 되었다고 믿는다면 그것 역시 오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위험을 측정한 수십 가지의 수치는 말할 수 있고, 그것의 학문적 배경까지도 술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지라도 실제로 나는 위험이 정확히 무엇이고, 그것이 투자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다.

 

p.100

데이터 양산은 가공해야 할 데이터가 훨씬 늘어났다는 의미인 동시에, 데이터끼리 모순된 신호를 발산하기 떄문에 정보로 바꾸기가 훨씬 어려워졌다는 의미이다. 결국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정보 과부하가 아니라 데이터 과부하이다.

 

p.104-106

첫째, 선택 편향

 

통계학에서는 될 수 있으면 큰 모집단에서 골라낸 표본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완벽하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단, 무작위 표본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따른다. 간단한 방법으로 생각되지만, 사업이나 투자에 관련해서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 어떤 경우에는 표본에 넣을 관찰 데이터를 고르고 선택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노골적으로 편향이 개입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업들의 투자 실적이 전반적으로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목적을 가진 리서처는 S&P500 기업들만을 표본에 집어넣는다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S&P500 기업들은 미국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회사들이고, 거기까지 오른 데에는 과거의 성공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니 이 기업들의 투자 실적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결과를 시장의 나머지로 확대해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 어떤 경우에는 데이터 수집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내린 선택에 자신도 모르게 편향이 개입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표본을 공개 기업으로만 한정하기로 한 선택 자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데이터베이스는 공개 기업에 대한 데이터만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공개 기업은 공개 기업보다 사업 규모도 작고 로컬 중심이기 때문에 이런 데이터에서 얻은 결과값을 모든 사업체로 일반화해 적용해서는 안 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표본에서 제외시킨 데이터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편향을 경계하는 좋은 방법이다.

 

둘째, 생존자 편향

 

- 데이터 수집에서 문제가 되는 두 번째 편향은 생존자 편향이다. 이것은 이런저런 이유로 데이터에서 제외된 세상을 아예 무시함으로써 깃드는 편향이다. 생존자 편향을 보여주는 간단한 예로 뉴욕대학의 내 동료인 스티븐 브라운 교수가 헤지펀드 수익률을 조사하면서 했던 연구를 들 수 있다. 헤지펀드의 장기간 수익률을 관찰한 많은 연구는 헤지펀드가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초과' 수익을 달성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브라운 교수는 많은 분석가가 현재 존재하는 헤지펀드들만을 가지고 과거 수익률을 추적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짖거한다. 그러다 보니 분석가들은 헤지펀드 산업의 잔인한 현실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다시 말해 최악의 실적을 내서 폐업한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 표본의 수익률 평균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브라운 교수가 내린 결론에 따르면, 생존자 편향은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을 2~3퍼센트가량 끌어올렸다. 전반적으로 생존자 편향은 실패율이 높은 집단일수록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소비자 대기업 종목을 물색하는 투자자보다는 IT쪽 신생기업 종목을 물색하는 투자자에게 훨씬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p.106-107

특정 데이터를 얻지 못하거나 이 데이터가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되지 못해 발생하는 '결측치'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결측치가 있는 관측치를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표본 크기가 줄어들 뿐 아니라, 모집단 내 특정 소집단이 다른 소집단보다 결측치가 더 많이 발생할 경우에는 편향이 개입될 수도 있다.

 

이것은 내가 미국 중심에서 글로벌 데이터로 옮겨가면서 자주 접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나는 기업의 부채 규모를 살펴볼 때는 리스 계약도 부채로 본다. 미국의 기업들은 리스 계약을 공개하는 것도 정보 공개 의무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다수 신흥시장에서는,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리스 계약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첫 번째는 리스를 포함하지 않는 전통적 부채 정의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리스 계약을 보고하는 절반의 글로벌 표본에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형편없는 수준의 재무 레버리지 척도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선택은 리스 계약을 보고하지 않는 회사는 재무 레버리지 데이터 수집에서 아예 제외하는 것이다. 이러면 표본의 절반이 사라지고 편향도 매우 커진다. 그래서 나는 중간을 선택한다. 미국 기업에 대해서는 리스 계약을 부채로 이용하고, 미국 외 기업들에 대해서는 당해의 리스 비용을 근거로 미래에 지불하게 될 대략적인 리스 비용을 추정하는 것이다.

 

p.113-114

기업계와 금융계의 데이터 분석을 관찰하면서 나는 몇 가지 결론을 내렸다.

 

1. 우리는 평균을 지나치게 맹신한다

-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와 분석 도구가 넘쳐흐르는 지금의 현실에서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겠지만, 대부분 사업과 투자결정은 여전히 평균을 근거로 삼는다. 어떤 투자자와 분석가들은 한 회사의 주식이 산업평균보다 낮은 PER에 거래되고 있으므로 주가가 싼 편이라고 말한다. 또 이 회사는 시장평균보다 부채비율이 높으므로 부채가 지나치게 많은 편이라는 식의 주장을 펼치곤 한다. 평균은 비대칭 분포에서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를 정할 때 별로 훌륭한 대푯값이 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내가 보기에는 다른 측정값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바보짓이다. 1960년대의 분석가라면 모든 데이터를 다 사용하는 것은 시간만 많이 잡아먹고 불편할 뿐이라고 주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의 데이터 환경에서 같은 주장을 펼치는 것이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2. 정규는 표준이 아니다.

- 통계학 수업에는 부끄러운 전설이 하나 있다. 수업을 들은 대다수의 기억에 남는 분포는 정규분포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규분포는 매우 우아하고 편리한 분포이다. 평균과 표준편차라는 딱 두 개의 요약 통계량만 있으면 정규분포의 모든 특징을 다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이 평균에서 벗어나는 표준편차는 3이므로 이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1퍼센트에 불과하다."라는 식의 확률적 설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실 세계의 현상들은 정규분포 확률로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사업과 금융 데이터는 정규분포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그런데도 분석가와 리서처들은 정규분포를 바탕으로 예측하고 모델을 구축하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다가 예상 범위를 벗어나는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번번이 놀란다.

 

3. 이상치 문제

- 이상치 문제는 분석 결과의 유효성을 떨어뜨린다. 당연할 수도 있지만 리서처들이 이상치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처음부터 문제의 근원에서 멀찌감치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치를 제거하는 행동이 오히려 편향을 가중시키는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사전분포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치는 재빨리 제거하고, 사전분포에 해당하는 이상치는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사업이나 투자 환경에서 벌어지는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본인의 주요 업무라고 여기는 사람이라면 가설에 깔끔하게 들어맞는 데이터가 아니라 이상치에 가장 크게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p.121

 

 

 

p.130

신생기업이라면 과거를 살펴봐도 얻을 만한 교훈이 별로 없다. 젊은 스타트업의 과거 재무제표를 뚫어지게 관찰한다고 해도 대개는 최근 매출이 시원치 않았고, 손실이 났다는 결론이 나올 뿐이다. 신생기업의 내러티브를 구축할 때는 투자자 입장이 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해 회사를 운영하는 창업자나 오너들, 그들의 과거 이력 그리고 동종 옵계에 속한 다른 대기업들을 관찰해야 한다.

 

p.131

 

p.133

 

p.149

 

p.162

만약 당신이 스토리를 듣는 입장이고 상대가 당신의 승인이나 돈을 원하고 있다면, 그때에는 스토리텔러가 했을 만한 과제(사업과 시장, 경쟁 이해)를 똑같이 해봐야 한다. 그리고 과제에서 얻은 지식을 동원해 스토리에서 이음새가 가장 약한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토리를 듣고 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한다면 스스로 직접 스토리를 만들어서 스토리텔러와 청자 사이에 맺어진 관계를 지워야 한다.

 

p.165

 

p.167

 

p.169

 

 

p.172

순이익과 현금흐름을 추정할 때는 대개 미래의 매출액 추산부터 시작한다. 기업이 고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면 매출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따. '회사가 아무리 시장점유율을 성공적으로 높일지라도 최종적인 시장점유율은 절대로 100퍼센트를 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대다수 가치평가가 이 확실한 제약 조건을 위반하는데, 한 가지 이유는 우리가 믿는 것이 과거의 성장이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내러티브를 구축할 때는 자연스럽게 과거의 성장률을 보기 마련이다. 그리고 라이프사이클 초기의 기업이라면 출발점 자체가 아주 미미하기 때문에 과거의 성장률이 굉장히 빠를 수 있다. 이를 테면 매출액이 100만 달러에서 500만 달러로 늘어난 기업은 400퍼센트의 성장률을 보고하게 된다. 회사가 이런 고성장률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스토리를 만들었다면 매출은 급성장하다 못해 시장 전체 규모와 맞먹고, 결국에는 넘어서게 될 것이다.

 

이런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회사가 커질수록 매출 성장이 힘들어지고, 미래의 성장률이 과거의 성장률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는 가정을 전제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 목표로 삼은 전체 시장의 규모를 이해하고, 앞으로 회사가 차지하고 싶은 시장점유율이 얼마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p.174

자기자본에서 얻는 수익이 이렇게 불분명하다 보니 일부 기업은 자기자본을 무비용 또는 무비용에 가까운 것이라고 착각한다. 나는 몇몇 CFO들이 배당률이 진짜 자기자본비용이며, 미국 기업의 60퍼센트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으므로 자기자본비용은 아주 낮거나 0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검토해볼 필요 조차 없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자기자본 요구수익률의 일부라는 사실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p.181~182

나는 온라인 광고 시장에 속한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확인했지만, 이 회사들의 10년 뒤 기대 매출액은 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는 매출 성장률에 있어서는 현재의 시가총액에 다다르는 수준이 되기까지 변화를 주었지만, 나머지 변수들(자본비용, 목표 영업이익률, 매출액 대비 자본비율 등)은 일정하게 유지했다.

 

아래 그림은 이 과정을 페이스북에 대입해서 도식화한 것이다. 2015년 8월 25일 페이스북의 기업가치(EV, 시가총액에 부채와 소수지분, 우선주 가치를 더하고 현금과 현금 등가물을 뺀 값 - 옮긴이)는 2,456억 6,200만 달러, 이전 12개월 동안의 매출은 146억 4,000만 달러, 자본 비용은 9퍼센트다. 기존 영업이익률 32.42퍼센트를 그대로 사용해서 계산한 10년 뒤 귀속매출은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다. 

내 가정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현재 광고 매출 비중(91퍼센트)은 앞으로 10년 동안 계속 유지될 것이며, 이에 따라 2025년에 광고로 거둘 매출액은 1,177억 3,100만 달러로 추산된다. 

 

p.185~187

스토리가 개연성을 잃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토리텔러가 제시하는 매출 성장, 이익률, 재투자, 위험에 청자가 동의하지 않을 때가 아니라, 스토리텔러의 견해에 일관성이 없어서 이런 요소들이 서로 충돌하면 스토리는 개연성을 잃는다. 나는 '가치의 철의 삼각관계 iron triangle of value'라는 아주 단순한 장치를 이용해 스토리텔러의 견해에 비일관성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가려낸다.

 

가치의 철의 삼각관계 세 꼭짓점(성장, 위험, 재투자)은 비즈니스의 가치 요인으로, 자세한 설명은 다음 장에서 할 것이다. 이 세 변수가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예측이 가능하다. 성장이 늘어나면 가치는 상승하지만, 위험이나 재투자가 증가하면 가치는 하락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업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스토리텔러가 고성장, 저위험, 낮은 재투자율을 한데 묶어 말한다면 이 스토리는 앞뒤가 맞지 않으므로 타당성도 없다. 

 

p.195~196

현금흐름할인법으로 가치평가를 할 때의 한 가지 단점은 계속기업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 기업이 아주 오랫동안 영업활동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회사의 장기적 생존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경우에는 가치가 너무 높게 평가될 수 있다. 이런 부도 위험은 사업 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여러 힘든 시험대를 거쳐야 하는 신생기업이나, 오래되고 쇠락 중인 시장에 속해 있고 부채가 아주 많은 기업일수록 높다. 그런 회사들의 기대가치를 추정하려면 투자자의 입장에서 부도 확률과 거기에 따른 결과를 분명하게 고려해서 부도 위험으로 조정한 가치를 다시 구해야 한다. 

 

 

p.196~199

앞의 장들에서는 기업의 상황이나 회사가 벌이는 사업 영역에 적합한 스토리를 말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면 그 스토리를 가치평가에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대두된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치평가 모델의 구조를 이용하면 거의 모든 스토리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한 틀이 나온다. 만약 현금흐름을 구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면, 제일 먼저 회사가 겨냥하는 '시장 전체 규모'에 그 시장에서 최대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시장점유율'을 곱해서 매출액을 추정한다.

 

이 매출액에 '세전 영업이익률'을 곱하면 회사의 영업이익이 나오고, 여기에서 '세금'을 빼면 세후 영업이익이 나온다. 세후 영업이익에서 회사가 '재투자'해야 하는 금액을 차감하면 잉여현금흐름을 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잉여현금흐름에 '위험 조정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로 할인한 것이 우리가 구하려는 최종 수치이다.

 

스토리가 가치평가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려 할 때에는 스토리 종류에 따라 봐야 할 투입변수가 달라진다. '큰 시장' 스토리일 경우 가장 영향을 받는 투입변수는 전체 시장 규모이다. 이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아주 작아도 큰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회사의 몸집이 커질수록 성장도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약속하는 '강력한 네트워킹 효과 스토리'이거나, 경쟁사를 압도적으로 누를 것이라고 약속하는 '시장 지배 스토리'라면, 스토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가치평가 투입변수는 시장점유율이 된다.

 

평가 중인 사업이 '강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 스토리라면 영업이익을 높게 거둘 수 있다고 기대한다. '세제 혜택'이 기대되는 사업 스토리에서는 세율을 낮게 잡기 때문에 세후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이 높게 나올 것이다. 자본집약도가 낮은 사업에 대한 스토리라면, 다시 말해 '쉬운 규모 확대'가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스토리라면 재투자 추정치에서 그 장점이 가장 확실하게 드러나게 된다. 즉 재투자를 낮게 유지하면서도 매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저위험'의 비즈니스 스토리에서는 미래의 현금흐름에 대한 현재가치 할인율은 낮을 것이다(따라서 현재가치가 높게 나온다).

 

아래 그림은 스토리의 이런 영향을 요약해서 보여준다. 이 프레임워크는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 전 생애에 걸쳐 기업들의 스토리라인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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