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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

세상 모든 창업가가 묻고 싶은 질문들

by Diligejy 2023. 9. 20.



 

p.16

대부분의 벤처캐피털 투자자는 빠른 말보다 좋은 기수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투지, 비전, 사업 감각, 리더십 같은 자질을 갖춘 설립자들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설립자에게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스타트업의 성공에 열쇠를 쥐고 있는 다른 참가자들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는다.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회사가 무너지는 데는 설립자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 전략적 파트너, 투자자 등을 포함한 모든 이해 당사자가 중요한 몫을 담당할 수 있다. 스타트업에 핵심 자원을 제공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현상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p.17

나는 스타트업의 실패 사례를 깊이 파고들수록 설립자들이 린 스타트업의 원리를 실천에 옮기는 과정에서 뭔가 부족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방법론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린 스타트업의 원칙을 도입했다고 주장한 창업가들이 실제로는 이 규칙의 일부만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들 역시 남들처럼 완제품 출시 이전에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볼 목적으로 내놓는 최소 기능 제품을 출시해서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제품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주장한다. MVP를 통해 고객의 반응을 테스트하는 이유는 아무도 원치 않는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하는 데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들은 기술적 노력에 착수하기 전에 먼저 고객들의 욕구를 조사하는 작업을 소홀히 함으로써, 스타트업의 목표와 거리가 먼 MVP를 제작하는 데 귀중한 시간과 자본을 낭비했다.

 

p.19

일단 도입기를 통과한 스타트업들은 실패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이 '후기 단계'의 스타트업들로 인해 손해를 보는 비율도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p.19-20

나는 후기 단계에서 실패한 스타트업들의 사례를 연구하면서 그 중 많은 획사가 성공의 궤도를 이탈하기 전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뒤에서 소개할 팹닷컴(Fap.com)을 비롯해 그루폰(Groupon), 내스티 갈(Nasty Gal), 비피(Beepi) 같은 업체들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내가 '속도의 함정'이라고 이름 붙인 패턴을 비슷하게 따랐다. '속도의 함정'에 빠진 스타트업은 일단 매력적인 시장 기회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얼리 어답터들은 이 회사의 제품을 사용해보고 사방에 입소문을 퍼뜨린다. 덕분에 마케팅에 돈을 투자하지 않았는데도 고객이 몰려든다. 짧은 시간에 급속한 초기 성장을 이룩한 회사는 열정적인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투자자들은 이 스타트업의 지분을 사들일 때 지불한 높은 가격을 만회하기 위해 사업 규모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라고 압력을 가한다. 사실 재촉할 필요도 없다. 설립자 역시 성장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스타트업이 집중적인 마케팅에 돌입하면서 최초의 목표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른다. 그 말은 회사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규 시장으로 고객층을 확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새롭게 확보한 고객들은 얼리 어답터처럼 이 회사의 가치 제안에 매력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소비 액수도 적고 재구매 확률도 낮다. 따라서 신규 고객이 이 제품에 대해 다른 잠재 고객에게 입소문을 퍼뜨릴 가능성도 그만큼 떨어진다. 결국 이 회사는 성장을 위해 마케팅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고객 한 명을 확보하는 데 들어가는 평균 비용이 계속 증가하게 된다. 

 

동시에 초기에 급속하게 성장하는 이 회사를 지켜본 경쟁자들도 너도나도 게임에 참가한다. 싸움터에 뛰어든 회사들은 시장에서 우월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가격을 내리고 프로모션에 돈을 쏟아붓는다.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신규 고객이 회사에 제공하는 가치보다 고객을 새롭게 확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더 커지기 시작한다. 스타트업의 자금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투자자들은 더 많은 자본금을 투입하기를 꺼린다. CEO는 그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의 행보에 급제동을 건다. 현금 유출을 막기 위해 성장의 속도를 줄이고 인력을 축소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 스타트업이 근근이 살아남을지는 몰라도 주가는 떨어지고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p.33

지보 

https://youtu.be/H0h20jRA5M0?si=KWmhxFxNWaFbTFsN 

 

 

p.35-38

브리질 교수의 연구 팀은 지난 20년 간 로봇을 활용해 외로운 노인들의 친구가 돼 주고, 자폐아들의 사회적 상호 작용을 독려하고, 사용자들에게 창조적이고 협업적인 학습 수단을 제공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2013년 지보의 공동 설립자 브리질과 제리 애셔는 이 발명품을 상용화하기 위해 220만 달러의 시드 머니를 투자받았다. 그리고 자연어 이해 및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의 선두 주자였던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스의 사장 스티브 체임버스를 CEO로 채용했다.

 

브리질이 수행한 연구의 핵심은 로봇을 통해 노인들에게 정서적 행복감을 제공하는 데 있었기 때문에, 지보는 처음에 '노인들의 친구'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투자를 유치하려 했다. 그러나 주력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은 소비재 가전제품이나 첨단 로봇 같은 복잡한 시스템에만 관심을 가질 뿐, 노인들을 상대하는 시장에는 흥미를 나타내지 않았다. 또 이미 노인 소비자층을 겨냥해 커다란 자판이 달린 휴대전화처럼 단순한 제품을 출시한 몇몇 스타트업에게 자금을 지원한 소수의 투자자 역시 지보의 거창한 기술적 비전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런 이유로 지보의 경영진은 '가족의 화합을 돕는' 로봇이라는 이미지로 홍보의 초점을 전략 이동(Pivot)하기로 결정했다. 가령 어느 집 주방의 테이블 위에 놓인 지보는 형제간의 싸움이나 10대 청소년과 부모 간에 벌어진 말다툼으로 서먹해진 주방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한몫을 한다는 것이다. 당시 페이스북이 가상현실 헤드셋 제조업체 오큘러스 리프트를 23억 달러에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벤처캐피털 투자자는 지보처럼 혁신적인 형태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서 소비재 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제품에 깊은 흥미를 드러냈다. 페이스북, 아마존, 세일즈포스닷컴 같은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벤처캐피털 회사들은 지보가 다양한 독립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정보 서비스 업체들의 애플리케이션을 호스팅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거라며 반가워했다. 

 

하지만 그들은 투자를 집행하기 전에 시장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원한다는 증거를 요구했다. 동시에 지보가 홍보하는 기능이 물리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투자자들은 이 로봇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를 측정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7월부터 인디고고 사이트에서 이 로봇의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이 진행됐다. 소비자들은 2015년 연말 휴가철에 출시 예정인 지보를 대당 599달러에 선주문했다. 3개월 뒤 이 캠페인이 종료됐을 때 지보는 목표했던 3,000대를 넘어 총 4,800대의 주문을 받았다. 이와 동시에 지보의 기술 팀은 이 로봇이 실제 제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체임버스가 프랑켄봇이라고 이름 붙인 시제품, 즉 '작동은 하지만 그리 아름답지는 않은' 로봇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2015년 1월, 지보는 2,700만 달러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제 넉넉한 자금을 확보한 지보의 경영진은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로봇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나중에 2,800만 달러의 자금을 추가로 투자받은 이 회사가 마침내 제품을 내놓은 때는 예정보다 거의 2년이 늦은 2017년 9월이었다. 대당 899달러인 출시 가격은 인디고고 사이트에서 판매한 가격보다 50퍼센트나 높았다. 체임버스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그는 추가로 유치할 투자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이 제품의 부품 원가와 개발 기간이 최초의 예상보다 각각 2.5배와 2배가 될 거라고 추측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투입된 부품 비용과 개발 기간은 예상치에 비해 모두 4배를 웃돌았다. 왜 그랬을까?

 

p.39

2017년 5월 지보의 출시가 임박했을 무렵, 체임버스가 갑자기 백혈병 진단을 받고 응급 치료를 받기 위해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지보의 CTO가 대신 CEO 자리를 맡았다. 체임버스는 1년 만에 병에서 완쾌됐지만 회사로 복귀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 과정을 거치는 동안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 아마존은 알렉사라는 음성 인식 비서 기능을 탑재한 200달러짜리 스마트 스피커 에코를 출시했다. 음성 명령을 통해 뉴스, 음악, 날씨 같은 정보를 얻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이제 에코를 구입하면 그만이었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기본적인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친구가 필요하거나 로봇과 감정적인 유대감을 쌓기 원한 고객들은 지보를 열렬히 환영했지만 그런 소비자의 수는 이 회사를 재무적으로 안정시킬 만큼 충분치 않았다. 출시 첫해 지보의 매출은 예상액의 3분의 1에 불과한 500만 달러에 그쳤다. 게다가 예전에 투자받은 벤처 자금을 거의 다 소진한 지보는 추가적인 자금을 조달하는 데 실패했다. 경영진은 회사를 매각하려고 시도했으나 마땅한 구매자를 찾을 수 없었다. 2018년 6월이 되면서 지보의 직원들은 대부분 감원됐으며 이 회사의 지적재산권과 기타 자산들은 어느 투자회사에 팔려나갔다.

 

p.40-41

자, 그렇다면 지보는 왜 실패했을까? 물론 직접적 원인은 자금 고갈이다. 하지만 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분석이다. 마치 시체 검시관이 출혈 과다로 사망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지보가 충분한 고객을 확보하지 못했기 떄문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법의학 수사관이 시체의 사인을 총상이라고 밝히는 것과 비슷하다. 질투에 눈이 먼 배우자가 쏜 총에 맞은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갱들의 총격전에 애꿏게 희생된 행인이었을까? 

 

우리는 지보가 실패한 핵심 원인을 분석하기에 앞서 스타트업이 실패했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자문해야 한다. 그 대답은 생각만큼 분명하지 않다. 사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지보가 실패한 것이 '옳은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학생은 지보가 실패한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 스타트업은 총 7,300만 달러의 벤처캐피털 자금을 유치했음에도 제품 출시를 오랫동안 미뤘을 뿐만 아니라 제품의 가격도 비쌌기 때문에 충분한 판매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른 학생들은 지보의 경영진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 스타트업이 몰락한 이유는 실책이나 판단 착오 때문이 아니라 단지 운이 나빠서라고 말했다. 특히 아마존에서 에코를 출시한 것은 예측도 불가능했고 지보가 통제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지보가 노인들을 위한 다음 세대의 동반자 로봇이 등장하는 길을 닦았다는 점에서 이 회사의 사례는 앞날의 희망이 밝은 '좋은' 실패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마지막 그룹은 지보가 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성공 사례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과 감정적 유대감을 창조하는 가정용 로봇이라는 발명가의 비전을 현실화하는 기술적 업적을 이뤘으며 많은 고객에게 기쁨을 선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각자의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게도 확실한 대답은 없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열띤 토론을 지켜보기만 했다. 어쨌든 내가 강의실에서 얻은 경험 덕분에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우리에게는 스타트업의 실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표준화된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p.43-44

창업가들은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사업적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그들의 리스크는 주로 다음 네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 수요 리스크 : 회사가 구상중인 제품을 잠재 고객들이 수용할 의사가 있는지에 관한 리스크 (지보의 경우 : 다수의 고객이 가정에서 소셜 로봇을 사용하고 싶어 할까?)

 

- 기술 리스크 : 회사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과학적 혁신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리스크 (지보의 경우: 엔지니어 팀은 센서에서 받아들인 입력 신호나 애플리케이션의 명령을 처리할 수 있는 미들웨어를 개발할 수 있을까?)

 

- 실행 리스크 : 회사의 사업 계획을 실행에 옮길 능력을 갖춘 직원이나 파트너를 영입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리스크 (지보의 경우: 충분한 사용자를 확보하기 전에 독립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이 플랫폼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 자금 리스크: 회사가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합리적인 조건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충분한지에 대한 리스크 (지보의 경우 : 제품 출시가 계속 지연되고 자본금도 고갈된 상태에서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을까?)

 

p.44-47

 

실패란 무엇인가?

 

새로 설립된 스타트업들은 필연적으로 온갖 리스크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 중 대다수가 실패할 거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실패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가? 세간에서 흔히 사용되는 실패의 표준적 정의 , 즉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라는 말은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실패를 논하는 데 유용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실패의 정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 질문에 답해야 한다. 어떤 결과를 의미하고, 누구의 기대를 충족한다는 말인가?

 

실패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흔히 특정한 사람이나 사물의 가치가 떨어졌거나 아예 사라진 상태를 떠올린다. 하짐나 나는 어떤 경우에도 실패라는 용어를 그런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스타트업은 하나같이 영리하고 열정적인 창업가들이 설립했으며 적어도 개업 초기에는 전도유망한 회사였다. 물론 이들 회사를 세운 사람들은 모두 실수를 저질렀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무능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다. 

 

그 창업가들이 감수해야 했던 불확실성과 자원 부족 상태를 감안한다면 그들 대부분은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였을 가능성이 더 크다. 세상에 실수를 하지 않는 창업가는 없다. 게다가 일부 스타트업은 별다른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결국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영리하게 베팅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는 대개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어떤 회사는 철저한 테스트를 통해 합리적으로 시장을 예측했는데도 결국 그 예측이 빗나가면서 실패를 겪었다. 또한 예측 자체가 불가능했던 불운이 닥치면서 곤경에 빠진 회사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는 세 번째 질문이 대두된다. 만일 스타트업이 실패했다면 그것은 꼭 누군가의 잘못이어야 하는가? 

 

어떤 결과를 의미하는가?

 

어떤 회사가 운영을 중단하면 그것을 반드시 실패라고 봐야 할까? 무론 회사가 문을 닫는 것은 실패의 신호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모든 경우에 그런 것은 아니다. 일례로 수명 주기가 유한한 프로젝트에 뛰어드는 창업가들도 있다. 200년 전 몇몇 중개회사들은 고래잡이를 위한 회사를 임시로 설립하고 선장, 선원, 선주, 투자자 같은 사람들을 모집했다. 그리고 항해가 끝난 뒤에 고래를 잡아 벌어들인 돈을 공평하게 나누고 회사를 해체했다. 영화 제작사들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새로운 영화를 제작할 때마다 감독, 배우, 제작진 등을 섭외해서 촬영을 마친 뒤에 흥행 성공을 기원하며 팀을 해산한다. 이렇게 업무가 모두 종료돼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일을 실패라고 간주할 수는 없다. 

 

더욱이 어떤 스타트업들은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망한 것과 다를 바 없이 운영되기도 한다. 파산한 기업들이 남은 자산을 청산하지 않고 회사를 계속 운영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그리고 일부 스타트업은 파산을 선언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좀비 같은 조직이 돼 버리기도 한다. 회사를 근근이 유지할 정도로 돈을 벌어들이긴 하지만 최초의 투자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할 만큼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통찰은 앞으로 이 책에서 사용될 창업의 실패에 대한 정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내용들이다. 다시 말해 어떤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자가 돈을 돌려받지 못했거나 앞으로도 돌려받을 가능성이 없다면 그 회사는 실패한 것이다. 

 

왜 '초기' 투자자라고 했을까? 어떤 스타트업이 실패했을 때 그 회사에 자금을 지우너한 후기 투자자들은 투자금 전부를 회수할 수 있는 반면, 초기 투자자들은 투자금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받는 데 그치거나 아예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선느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살펴봐야 한다.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유치할 때 대체로 시리즈A, 시리즈B 등의 라운드를 순서대로 거치며 우선주를 발행해서 투자자에게 제공한다. 다시 말해 이들 스타트업은 새로운 투자 라운드를 진행할 때마다 투자자에게 '잔여 재산 분배 우선권'을 더 많이 보장하는 주식을 발행한다. 그 말은 회사가 인수 합병이나 주식 시장 상장과 같은 최종적인 엑시트(exit) 단계에 도달했을 때, 후기 투자자들은 이전 라운드의 투자자들에 앞서 자신의 투자금 전부를 우선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시리즈A 주식을 소유한 투자자들은 '잔여 재산 분배'라는 사다리의 맨 밑바닥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스타트업이 엑시트를 선언한 시점에서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돈이 그동안 회사가 유치한 총 투자금보다 적은 경우, 시리즈A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돈을 저눕 회수할 수 없다. 엑시트를 실행하기 전이라면 그동안 회사가 발생한 주식의 전체 가치(그 주식이 판매 가능할 경우)가 현재 시점에서의 총 투자금보다 적을 때 초기 투자자들은 손해를 입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외부 투자자에게 한 주의 주식도 판매하지 않은 소위 자력 경영 스타트업은 어떨까? 단독으로 자본금을 투입한 창업가의 투자액은 그가 다른 곳에서 일했을 때 벌 수 있었던 돈과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챙겨 간 보수의 차액을 의미하는 '땀의 지분 - sweat equity' 과 창업가가 직접 투입한 자본금이라는 두 가지 요소의 합으로 계산된다.

 

만일 이 두 가지를 합한 금액이 그가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금액, 즉 배당금이나 인수 합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금액보다 크다면 그 스타트업은 실패한 것이다. 정리해 보면 다음의 조건이 성립할 때 스타트업은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 스타트업의 인수 합병이나 주식 시장 상장 같은 엑시트 단계에서 창출된 돈이 투자자들이 지분에 투자한 전체 금액보다 적은 경우

- 스타트업이 운영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초기 투타자들이 자신의 지분을 팔아(파는 일이 가능하다면) 손해를 볼 경우

- 자력 경영 스타트업의 설립자가 투자한 자본금과 그의 '땀의 지분'을 합한 금액이 이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돈보다 적다고 판단될 경우

 

p.51-53

일부 창업가는 세심한 기획과 실행을 통해 가설을 실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린 스타트업의 원리에 충실한 어떤 창업가가 시장 기회에 대한 정교한 가설을 수립하고 최소의 비용을 들여 철저한 테스트를 실시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그 가설이 현실에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을 때, 그 창업가는 전략을 이동하거나 새로운 가설을 테스트하기보다 일찌감치 회사 문을 닫아버리는 길을 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역시 누구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없는 좋은 실패의 사례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모든 가설을 다 테스트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미래의 경제가 얼마나 안정적일까, 경쟁자와 규제기관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취할까, 과학적 혁신은 이뤄질까, 그 시점이 언제일까, 투자 거품의 시대는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등의 질문은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불확실한 문제였다. 그런 환경에서 창업가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사안을 철저히 연구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서 최선의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 뒤에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창업가는 중대한 실수를 피해 갈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필요한 자원, 즉 직원, 투자자, 파트너를 규합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원래의 가설이 현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이런 상호아 역시 창업가의 실수라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되며, 단지 영리한 베팅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을 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지보의 경영진은 두 가지 불운에 시달려야 했다. 첫 번째는 CEO 체임버스가 갑자기 위중한 병에 걸려 회사를 떠나야 했던 일이다. 이 회사의 투자자이자 이사회 구성원이었던 제프 버스갱은 이렇게 말한다. "제품 개발의 지연, 활성화되지 않은 시장, 거센 경쟁 같은 여러 문제에 직면했던 이 회사는 충분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만큼 비전을 갖춘 CEO가 필요했습니다. 체임버스는 바록 그런 경영자이자, 전략적 파트너들과 훌륭한 관계를 맺은 인물이기도 했어요. 만일 그가 건강하게 회사를 계속 이끌었다면 지보가 어려운 시기를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었을 겁니다."

 

둘째, 아마존의 에코라는 제품이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출시된 일이다. 당시 어느 기술 전문 매체에 실린 뉴스를 보면 업계의 뜨거운 반응을 엿볼 수 있다. "아마존은 '말하는 스피커'라는 기발한 제품을 느닷없이 출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물론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이미 음성인식 비서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었지만, 이 기술이 독립적인 스피커에 탑재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사의 로봇을 소비자들의 비서 겸 친구로 홍보하고 있던 지보에게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대기업이 음성 인식 비서 기능을 탑재한 경쟁 제품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몇 년이나 앞서 출시했기 때문이다. 

 

p.56-57

인간은 종종 귀인 오류의 실수를 범한다. 즉 본인의 실패는 불가항력적인 환경을 탓하고 다른 사람의 실패는 그들의 개인적 오류 때문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속성을 고려하면 어느 경우든 설립자의 설명에 의존해서 스타트업의 실패를 해석하는 일은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스타트업의 실패를 두고 나쁜 기수인 설립자를 탓하지만 일각에서는 느린 말을 가장 큰 문제로 꼽기도 했다. 일례로 억만장자 창업가 겸 투자자 피터 틸은 이렇게 말했다. "실패한 모든 회사는 똑같은 문제를 겪었다. 바로 경쟁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와이 콤비네이터라는 엑셀러레이터의 설립자 폴 그레이엄 역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제품(즉 강력한 말)이 성공의 열쇠라는 견해를 제시한다. "스타트업을 망하게 하는 실수는 딱 한 가지, 사용자가 원치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한 회사는 무슨 일을 해도 무조건 살아남을 것이다. 반면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지 못한 회사는 무슨 일을 하건 이미 죽은 목숨과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품 콘셉트가 잘못된 것이 스타트업 실패의 핵심 원인이라는 설명은 두 가지 의문을 자아낸다. 첫째, 창업이라는 경주에 참가한 기수가 본인이 탈 말을 스스로 골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토록 느린 말을 선택한 기수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말해 애초에 결함이 있는 제품 콘셉트를 내놓은 기수에게 실패의 책임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둘째, 창업가가 제품을 출시한 뒤에 자신의 아이디어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는 왜 새로운 제품으로 방향을 수정하지 않았을까? 스타트업의 제품 콘셉트는 항상 유동적이다. 게다가 설립자는 경마장의 기수와 달리 경주 중간에 얼마든지 말을 바꿔 탈 수 있다. 

 

기수를 탓해야 하나?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능력이 부족한 기수 때문인가? 투자자들은 대부분 그렇다고 믿는 듯하다. 최근 벤처캐피털 파트너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스타트업 실패의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원인이 '경영진의 능력 부족'과 '기능 부서장들의 문제점'이라고 답했다.

 

p.67

앞서 설명한 대로 창업가란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이런 역학 관계는 초기 단계(이 책에서는 창업 3년 이하로 정의한다) 스타트업들에게 일종의 딜레마를 가져다준다. 즉 그들은 "경험 없이는 사업을 싲가할 수 없고, 사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경험을 쌓을 수 없다"는 논리적 교착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p.71-73

창업가들이 기회 및 자원 사이에 놓인 딜레마를 피하는 전략을 수립했다면, 이제는 리스크를 적절하게 관리함으로써 사업을 가동하기에 충분한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해야 자신이 매력적인 기회를 포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또 그 기회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데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다이아몬드-사각형 프레임워크다. 이 프레임워크의 다이아몬드 모양은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기회(말)를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 즉 고객 가치 제안, 기술 및 운영, 마케팅, 수익 공식을 상징한다. 그리고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사각형의 각 꼭짓점은 설립자(기수), 조직 구성원, 외부 투자자, 전략적 파트너 등 스타트업의 핵심적인 자원 제공자들을 의미한다.

 

다이아몬드-사각형 프레임워크의 여덟 가지 요소가 서로 잘 어울리고 조화를 이루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조화는 역동적이어야 한다. 스타트업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고 회사가 추구하는 기회도 점점 진화하면서 자원 제공자들에게 요구되는 지원의 성격도 함께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요소들은 종종 다양한 단계로 충돌한다. 이때 다이아몬드-사각형 프레임워크는 그 중 어느 요소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파악하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 다이아몬드의 내부 요소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치 제안이 취약한 스타트업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마케팅에 지출해야 하며, 그러다 보면 수익 공식에 차질이 발생한다.

 

둘째, 사각형의 꼭짓점들이 서로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다음 장에서 살펴보겠지만 퀸시가 어려움에 빠진 이유 중 하나는 조직 구성원들과 투자자들이 의류 산업에 경험이 부족했던 공동 설립자들의 능력을 보완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셋째, 다이아몬드 요소와 사각형 요소들이 서로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지보의 가치 제안과 수익 공식이 투자자들로부터 추가적인 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p.74-75

일부 창업가들이 '해자'라고 부르는 진입 장벽은 대개 '독점적 자산'과 '비즈니스 모델 차별성'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독점적 자산'이란 신뢰받는 브랜드, 특허, 매장의 우월한 입지 조건, 핵심 원자재에 대한 우선적 접근성 등 경쟁자들이 모방하기 어렵거나 공급량이 한정된 자산을 의미한다. 식물성 대체육 햄버거 업체 비욘드 버거 (Beyond Burger)가 세계 콩 단백질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사들이기로 장기 계약을 체결한 일은 원자재에 대한 우선적 접근성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 차별성'은 높은 전환 비용이나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 등을 통해 고객들을 유인하고 유지하는 데 우월한 입지를 확보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p.77

 

p.78-80

스타트업의 설립자들은 회사가 출시할 첫 번째 제품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혁신의 정도를 결정해야 한다. 일부 창업가는 더 많은 혁신이 항상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믿지만, 그런 사고방식은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창업 과정에서의 혁신은 다음 세 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 의류기업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는 의류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대여'하는 사업 모델로 성공했다.

- 새로운 기술 : 파산한 태양광 기업 솔린드라(Soylndra)는 원통형 태양 전지판과 박막 소재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 기존의 기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는 전략 : 퀸시 어패럴은 남성용 양복을 맞출 때 몸의 사이즈를 측정하는 시스템을 여성용 의상 제작에 도입해 착용감이 우수한 상품을 출시했다.

 

일부 혁신에는 고객의 행위를 변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변화에는 종종 높은 전환 비용이 수반된다. 고객들은 새로운 제품의 사용법을 다시 익혀야 하며,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약속한 기능을 제공하는 데 실패할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제품에서 이뤄진 혁신이 고객 행동의 변화를 요구할 때는 그 혁신이 제공하는 가치가 혁신으로 인해 발생되는 전환 비용보다 훨씬 커야 한다. 일례로 퀸시의 혁신이 기발했던 이유는 고객 행동의 사소한 변화를 통해 착용감이 우수한 의상이라는 큰 혜택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성은 이미 온라인에서 옷을 구매하는 데 익숙했다. 그들은 자신의 몸 사이즈에 관한 몇몇 추가 정보를 퀸시에 보내기만 하면 됐다. 즉 퀸시의 사업은 고객 전환 비용이 매우 낮았다.

 

심지어 혁신적 기술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고객의 행동에 전혀 변화가 필요치 않은 경우도 있다. 고객들은 기존의 방식으로 계속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더 낮은 비용, 빠른 속도, 높은 안정성 등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예를 들어 맨 처음 출시된 아이폰은 GPS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무선인터넷의 엑세스 포인트에 의존해서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했다. 그러나 2세대 아이폰부터 GPS 칩이 제품에 탑재되기 시작하자 사용자들은 아이폰보다 지도 앱을 통해 위치를 추적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아도 이전보다 훨씬 정확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말하자면 기술의 이행이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이뤄진 것이다.

 

고객들은 새로움과 익숙함이 조화를 이루는 제품에 끌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창업가들은 혁신을 생각할 때 양자 사이의 트레이드오프를 적절하게 고려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제품에 혁신적 요소가 부족하면 기존의 경쟁자들과 의미있는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어중간한 쥐덫'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또 이와는 정반대편 극단에서 지나친 혁신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은 고객의 욕구를 넘어서는 과도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고객에게 급진적인 제품을 사용해 보라고 설득하려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야 한다. 또한 회사가 추구하는 혁신에 획기적인 기술 및 공학적 발전이 필요한 경우 제품의 개발이 지연될 위험성도 크다. 가정용 소셜 로봇이라는 전혀 새로운 제품 영역을 개척한 지보 역시 그런 문제를 겪었다. 

 

p.82-84

스타트업이 생존하려면 고객과 약속한 가치를 지켜야 한다. 즉 최초에 예고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고, 판매해야 하며, 판매 후에는 사후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한 회사는 살아남기 어렵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회사의 전략을 실천에 옮길 때 기술 및 운영 측면에서 조직의 생사가 달린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바로 핵심적인 기업 활동을 아웃소싱할 것인가 아니면 내부적으로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창고를 구입할지 또는 기존의 설비를 빌려서 사용할지, 고객 서비스를 위해 직접 콜센터를 운영할지 또는 외부 콜센터 업체에 아웃소싱할지, 소프트웨어를 회사가 직접 개발할지 또는 도급 업체에 맡길지 등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런 종류의 의사결정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따른다. 신생 스타트업이 첫 투자 라운드에서 유치한 자본금은 향후 12개월에서 18개월 가량 사업을 유지할 만큼의 액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제품 개발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문제를 두고 4개월을 고민한다면 이는 큰 실수다. 또 제품 개발을 회사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엔지니어 팀을 채용하는데 또다시 3개월이 소요된다면 기껏 조달한 자금의 절반 이상을 허비하게 될 것이다. 결국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보여 줄 실적을 하나도 달성하지 못한 채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하게 도니다.

 

많은 창업가들이 '자체 개발 대 아웃소싱'의 트레이드오프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회사의 업무 역량을 내부에서 개발하면 속도도 느리고 비용도 많이 드는 데다 조직도 더욱 복잡해진다. 반면 이를 아웃소싱하면 빠른 속도로 자원에 접근할 수 있고 고정 비용을 미리 투자해야 하는 부담을 피할 수 있다. 단, 신생 스타트업이 적절한 파트너를 구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대체로 내부 개발 비용은 외부 업체에 일을 맡기는 비용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회사의 수익 측면에서는 더 유리한 선택지가 된다. 외부 업체들은 실제 개발에 투입된 비용에 자신들이 취할 이윤을 더해서 청구하기 마련이다. 반면 내부 개발 전략을 택하면 외부 업체에 지불해야 할 높은 비용을 피하는 것 이외에도 두 가지 이점을 더 얻을 수 있다. 

 

첫째, 회사의 핵심 역량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조직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에 맞춰 기업 활동을 조율할 수 있다. 

 

p.85-86

유명 벤처 투자자 마크 앤드리슨은 그런 상황을 두고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우리가 충분히 투자가 가능해 보이는 창업가들에게 투자를 포기하는 유일한 이유는 그들이 제품을 만드는 것 이외에는 어떤 일도 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실리콘밸리에서는 그런 외골수 같은 사고방식을 장려하거나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스타트업 설립자들이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마케팅 같은 어려운 과업을 소홀히 하는 핑계로 삼는다는 것이다. 많은 창업가들이 기껏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고도 적절한 유통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에게 그런 전략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며 유통 전략이 없는 전략을 '입소문 마케팅 전략' viral marketing strateg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일부 훌륭한 제품은 광고나 마케팅에 별로 돈을 들이지 않고도 출시 초기부터 입소문을 타고 날개가 돋친 듯 팔려나갔다. 드롭박스, 트위터,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예외적인 경우로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그들이 걸어간 길을 자신도 똑같이 따를 수 있다고 기대해선 안 된다. 그 기업들이 입소문 마케팅에 돈을 투자하지 않았다고 해서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만약 유니콘 기업을 좀 더 깊이 있게 조사한 사람들이라면 그들이 많은 인력을 채용해서 기발한 방법으로 소비자의 입소문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드롭박스의 공동 설립자 드루 휴스턴은 자기 회사의 제품에 소개하는 동영상에 컴퓨터광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농담, 예를 들어 영화 <뛰는 백수, 나는 건달 Office Space>에 나오는 소프트웨어 테스트 보고서나 컴퓨터의 특정 키를 누르면 블루레이 디스크의 암호를 해독할 수 있다는 해커들의 소문 등을 가득 채워 넣었다. 컴퓨터광들은 나중에 드롭박스의 얼리 어답터로서 제품을 무료로 홍보했을 뿐만 아니라 무료로 기술 지원까지 제공하는 전도사의 역할을 했다.

 

p.86-87

1990년대 말 닷컴 기업들의 붐이 한창일 당시 스타트업들은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거창한 광고를 내보내고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오늘날에는 그런 방식이 거의 사라졌지만, 아직도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중에는 창업 초기부터 마케팅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 회사가 드물지 않다. 물론 요란한 제품 출시를 통해 고객들의 주의를 끄는 데 성공한다면 새로운 시장이나 지배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제품-시장 적합성'을 확보하기 전에, 즉 제품이 시장의 욕구를 충족하고 제작 및 판매가 수익성 있게 이뤄지기 전에 공격적으로 마케팅비를 집행하는 전략은 위험하다. 만ㅇ리 제품에 대한 실제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적다고 판명되면 설립자는 새로운 가치 제안으로 전략을 이동해야 하는데, 이는 기존 고객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행위일 수 있다. 따라서 회사가 전략적 방향을 결정하기 전에 마케팅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일은 차라리 다른 곳에 돈을 낭비해 버리는 것만도 못한 방법이다. 기존 고객과 잠재 고객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소외시킴으로써 스타트업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스타트업 전문 시장 조사 기업 스타트업 게놈 프로젝트(Startup Genome Project)가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의 경영 관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가장 보편적인 실패 이유 중 하나가 마케팅과 제품 개발의 규모를 너무 서둘러서 확장한 것이라고 한다.

 

p.88-90

스타트업의 장기적 수익성을 평가하는 데는 다양한 측정 방식이 존재하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몇 가지 기준을 소개한다.

 

- 단위 경제 : 투자자들이 어느 스타트업에게 회사의 단위 경제(unit economics)를 묻는다면, 그 말은 이 회사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 단위 판매할 때마다 수익을 얼마나 올리는지 알고 싶어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지보 같은 제조업체에서 한 단위란 로봇 한 대를 뜻한다.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 같은 구독 서비스 기업들은 한 명의 구독자가 회사에 가져다주는 한 달 치의 수익을 한 단위로 인식한다. 단위 경제에 있어 수익이란 총수익(gross profit), 즉 제품 한 단위의 매출액에서 그 단위를 생산하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데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고정비용을 공제한 금액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제조 기업이 한 단위의 제품을 생산하는 비용, 창고에서 한 단위의 제품을 포장하는 비용, 각 단위를 고객에게 발송하는 비용, 한 단위가 팔려나갈 때마다 신용카드 회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등이 공제 범위에 속한다. 이 계산식에는 마케팅 비용, 제품 단위별로 배분된 간접 비용,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 소득세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 총수익에서 이 비용들을 제하면 순이익(net profit)이 된다. 

 

스타트업의 단위 경제를 분석하는 이유는 그 회사가 한 차례의 거래에서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익(또는 손실)을 얻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수익성이 건실한 회사라면 한 번의 거래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전체 거래 횟수로 곱했을 때 다음의 비용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1. 마케팅 비용과 간접 비용

2. 재고나 공장 시설 보강처럼 조직의 추가 성장을 위한 투자

3.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

4. 각종 세금

5. 지분 투자자에게 돌아갈 적절한, 즉 나중에 투자자들에게서 더 많은 자금을 끌어낼 정도로 매력적인 수익

 

물론 모든 회사의 성격이 다르다보니 우리는 단일 거래에서 얼마나 많은 현금이 창출돼야 이를 건강한 비즈니스라고 부를지 섣불리 일반화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회사가 거래할 때마다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이를 만회할 만한 확실한 계획이 경영진에게 없는 한 그들은 결국 곤경에 빠질 것이다.

 

- LTV/CAC비율 : 고객 생애 가치(LTV)란 어느 회사가 한 명의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총수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서 계산한 금액을 의미한다. 할인된 현재 가치를 계산하는 이유는 미래에 얻게 될 1달러가 현재의 1달러에 비해 가치가 적기 때문이다. 오늘 은행에 1달러를 넣어 두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 도달했을 때 이자 수익이 발생한다. 말하자면 LTV는 미래의 어느 시점까지 회사가 벌어들일 돈에서 그때까지의 이자 수익을 뺀 금액을 의미한다.

 

고객 유지 비용(CAC)은 회사가 고객 한 명을 새로 유치하기 위해 지불하는 평균 마케팅 비용을 뜻한다. LTV/CAC 비율, 즉 고객 생애 가치를 고객 유치 비용으로 나눈 숫자가 1.0보다 적다면 한 명의 고객이 회사의 수익에 기여하는 돈이 그 고객을 유치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넘지 않는다는 말이다. 만일 어느 스타트업의 LTV/CAC 비율이 장기적으로 1.0이하를 기록한다면, 그 회사가 고정적인 간접 비용을 감당하거나 순수익이 날 만큼의 총수익을 올리지 못한다는 뜻이므로 생존이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많은 스타트업이 LTV/CAC 비율 목표를 3.0이상으로 잡고 있다.

 

- 손익분기점 : LTV/CAC 비율은 조직의 성과를 측정하는 핵심적인 기준이다. 하지만 고객에게서 나오는 현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반면, CAC는 선행적으로 한꺼번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즉 현재 건실한 LTV/CAC 비율을 보이는 스타트업이라도 고객층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본금을 급속히 소진하며 창업가들이 절대 규칙으로 삼는 "현금을 고갈시키지 말라!"라는 경고를 위반할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창업가들은 그런 결과를 막기 위해 회사의 현금 흐름에 대해 항상 신뢰할 만한 예측을 수행해야 한다. 더불어 언제쯤 회사가 현금 소비 단계에서 현금 창출 단계로 전환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다시 말해 모든 스타트업은 현금흐름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것을 최대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회사의 매출에서 각종 세금, 마케팅 비용, 고정 비용, 새로운 투자(사업 규모를 한 단계 확장하는 데 필요한 추가적인 장비 및 재고) 등을 감당하기 충분한 총수익이 창출될 것이다.

 

부록에서 상세히 다루겠지만 내가 초기 단계의 설립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회사의 수익 공식을 정확히 숙지한 창업가가 사업에서 성공할 확률이 더 높았다. 반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스타트업의 설립자 CEO는 성공한 창업가보다 단위 경제, LTV/CAC 비율, 향후 6개월 간의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데 있어 훨씬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을 보였다.

 

p.98-101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설립자들은 언제 투자를 유치할지, 얼마를 조달할지, 그리고 누구에게서 투자를 받을지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다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과거의 실적이 부족한 설립자에게는 이런 선택의 과정에 필요한 재량권이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다 보면 단지 파산하지 않기 위해 절차나 원칙을 무시하고 어쩔 수 없이 투자자에게 휘둘리기도 한다.

 

- 언제 투자받을 것인가? 추가 자금을 조달할 시점을 선택하는 일은 여러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창업가는 현재 회사가 보유한 자본금이 언제쯤 소진될지 정확히 예상해야 한다. 세간에서는 그 시점을 이 스타트업의 '퓸 데이트'fume date, 즉 연료 탱크가 바닥난 자동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날이라고 표현한다. 창업가는 자신들의 퓸 데이트가 언제쯤 도래할지 파악한 뒤에 새로운 자금을 유치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인지 예측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두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첫째, 만일 스타트업이 매출 성장, 고객 확보 또는 제품 개발이나 베타 테스트 등의 핵심 사업 계획을 차질 없이 달성한다면 그 스타트업은 투자자들을 유혹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로 가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금 제공자들은 신속하게 움직일 것이다. 게다가 이 요소들은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둘째, 창업가들은 투자 업계의 분위기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투자자들은 주로 무리를 지어 움직이기 때문에 벤처캐피털의 자금 사정은 호황과 불황의 순환 주기를 오르내린다. 만일 어느 산업 분야에 갑자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면,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은 그 분야의 스타트업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들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순식간에 식어버릴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자금 시장의 상황이 변할 경우 건실하게 운영되는 스타트업에게조차 투자를 꺼리기도 한다.

 

창업가가 회사의 핵심 사업 계획을 달성하기 전에 너무 일찍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이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할 리스크를 고려해서 주식의 가격을 낮게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회사의 기업 가치가 낮아진다는 말은 설립자가 보유한 지분의 실질 가치가 하락한다는 뜻이기도 핟다. 왜 그럴까? 가령 어느 스타트업이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200만 달러의 시드 머니를 조달한다고 가정해보자. 만일 투자자들이 이 스타트업의 '투자 후 기업 가치'(post-money valuation)'를 800만 달러(이는 '투자 전' 기업 가치에 새롭게 발행된 주식의 가치를 더해서 얻어지는 숫자다. 이 경우에는 600만 + 200만 = 800만 달러가 된다)로 평가한다면, 투자라운드가 종료된 이후에 외부 투자자들은 이 회사의 전체 주식 중 25퍼센트(그들이 투자한 200만 달러를 이 스타트업의 전체 가치 800만 달러로 나눈 비율)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고 설립자에게는 75퍼센트가 남는다. 반면 이 스타트업이 2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400만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경우 회사가 자금을 조달한 뒤에 설립자의 지분율은 50퍼센트로 줄어든다.

 

이와는 반대로 설립자가 너무 늦게 투자 유치에 뛰어든다면 자금 조달 과정에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해당 산업 분야가 자금 순환 주기상의 '불황기'에 접어들어 투자자들이 이 분야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만일 투자 업계의 자금난이 가중되는 시기에 스타트업의 현금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면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자금 조달에 성공한다고 해도 투자 계약서에는 새로 발행한 주식의 낮은 가격, 기업 가치 저평가 그리고 경영진 및 기존 투자자의 지분율 희석 등 불리한 여러 조건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p.104-106

- 누구에게 투자받을 것인가? 투자자들은 자금을 지원하는 일뿐만 아니라 전략적 문제를 조언하고, 인재들을 소개하고, 서립자들의 운영 및 리더십 스타일을 코칭하고, 다음 라운드의 투자자를 주선하는 등 스타트업에게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샤크 탱크>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참가자들은 잘 알겠지만, 어느 유명 투자자가 특정 스타트업에게 자금을 투자했다는 말은 곧 그 회사의 미래 전망이 밝다는 말과 동의어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 투자자가 스타트업을 대신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인력을 채용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데 큰 혜택을 볼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스타트업의 방향과 맞지 않는 투자자를 만나게 되면 회사는 두 가지 문제에 처할 수 있다.

 

첫째, 리스크와 보상에 관련된 트레이드오프의 관점이 서로 어긋나게 된다. 벤처캐피털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의 작은 일부로부터 큰 대가를 얻어내는 방식에 의존한다. 다시 말해 성공적인 벤처캐피털은 전체 투자액 중에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몇몇투자 건에서 발생한 큰 수익만으로 다른 곳에서 입은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는 돈을 벌어들인다.

 

이런 모델을 고집하는 벤처캐피털은 투자 포트폴리오에 속한 스타트업들에게 '위험하지만 성공했을 때 큰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을 채택하라고 압박한다. 대부분의 설립자 역시 큰 위험과 큰 보상을 맞바꾸는 전략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투자자들에게서 이런 종류의 압박을 받지 않는 일부 설립자는 좀 더 안전한 전략을 통해 적당한 결과를 거두려 할 것이다. 다음 장에서 퀸시와 바루의 사례를 통해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게 이런 역학관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본다. 또 제2부에서는 급속한 사세 확장을 추구했던 일부 스타트업이 "우리는 벤처캐피털에서 너무 큰 압박을 받았다"라고 주장하는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스타트업에 자금이 부족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때 투자자가 추가적인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나 의사가 있느냐에 관한 문제다. 이와 관련해 투자자들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행동한다. 만약 스타트업에게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이유가 단지 목표했던 제품 출시 기일을 맞추지 못헀거나 전략을 이동하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기 때문이라면, 그 회사는 기존의 투자자들에게서 쉽게 추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예전에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이 스타트업의 조직 구성원, 제품, 시장, 회사가 마주한 도전 요소, 성공 시의 대가 등에 대해 신규 투자자들에 비해 훨씬 익숙하다. 반면 신규 투자자들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스타트업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인해 초기 단계 스타트업, 특히 '사고를 일으킬 소지가 높은' 스타트업의 설립자들은 브리지 투자를 진행한 적이 있는 투자자 가운데서 현재 사용 중인 펀드에 자본금이 충분한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대부분의 벤처캐피털은 몇 년에 한 차례씩 신규 펀드를 모집한다. 그들은 투자자들 사이에 이해관계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신규 모집한 펀드의 자금으로 기존에 투자했던 스타트업에게 추가로 투자하는 일은 가급적 피한다. 만약 그렇게 투자가 이뤄질 경우 다음 투자 라운드에서 또다시 그 회사의 기업 가치를 평가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한 펀드의 수익을 희생해서 다른 펀드에 수익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설립자는 기존 투자자들이 사용 중인 펀드에 향후 추가적인 투자를 집행할 수 있을만큼 자본금이 남아있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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