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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흐름이해

글쎄 - 세상을 움직이는 사모펀드 이야기

by Diligejy 2023. 9. 20.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얘기해서 글쎄다. 서문에서 저자는 사모펀드의 명과 암을 적절히 다루겠다고 했지만, 이 책은 사모펀드의 화려함과 찬양으로 가득 차있다. 물론 정말 열심히, 밤을 새워가며 일한다는 건 알겠다. 그러니 많은 능력을 배양하게 되었고, 많은 보수를 받아간다는 것도 알겠다. 

 

그렇지만 과도한 찬양을 듣다보니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저자가 주장하는 사모펀드의 가장 대표적인 강점은 2 + 20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연금이나 기금에 많은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논조에 따르면 마치 우리의 노후를 사모펀드가 책임지는 듯한 인상을 받을 정도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61603 

 

국민연금의 경계심…사모투자 예년 수준 회복은 언제쯤 - 연합인포맥스

국민연금이 올해 사모투자 부문의 정기 출자에 나서면서 돈줄이 말랐던 시장에도 온기가 돌 것으로 보인다.다만 출자액은 허리띠를 졸라맸던 작년보단 늘었으나 한창 투자를 늘리던 시기보단

news.einfomax.co.kr

 

한국 국민연금 하나만 가지고 일반화할 순 없지만, 국민연금에서 차지하는 사모펀드의 금액은 1조 원 정도 남짓이다. 물론 1조 원도 엄청나게 큰 금액이지만, 국민연금의 총 투자금액에 비하면 그렇게 크진 않다. 그리고 차입매수 방식이 꼭 좋은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혁신적인 금융기법으로 나오지만, 본질은 레버리지다. 

 

물론 사모펀드의 훌륭한 인재들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치열하게 산업분석과 리스크 헷징을 위해 노력을 한다고 하지만, 레버리지라는 리스크는 그리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모펀드는 '무조건 나쁘다'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책에서 약간 환상을 심어주는 것 같아 환상을 경계하자는 것일 뿐이다. 사모펀드도 공모펀드처럼 '펀드'라는 점에서는 똑같으니 냉정하게 바라보자는 것일 뿐이다. 

 

사모펀드는 분명 효율화를 이룰 수 있는 경제주체다. 저자 말대로 효율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그들의 엑싯 플랜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은 그리고 주주는 사모펀드의 엑싯만을 위한 존재가 아니다. 기업과 주주는 분명 이익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렇게 이익을 추구하는 이유는 기업이 오랜 기간 살아남아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효율화가 이루어져야지, 그저 엑싯만을 위한 엑싯 플랜은 오히려 자충수가 될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밑줄긋기

p.6

비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어디에서 실수했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지적하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다. 칭찬과 공은 먼지와 땀과 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경기장에서 용감하게 싸우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 실수와 결함이 없는 노력은 없기에 이런 사람은 실수를 하고, 몇 번이고 실패도 한다. 하지만 일을 성취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열정이 무엇인지, 전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소중한 이상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다. 이런 사람은 결국 높은 목표를 성취하는 데 따르는 승리감을 맛볼 것이다. 최악의 경우 실패한다 해도 담대히 맞서다 실패하기 때문에 승리도 패배도 모르는 미적지근하고 소심한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 시어도어 루스벨트, <공화국 시민 Citizenship in a Republic>

 

p.10

약정자금 인출(draw down) : 투자자가 사모펀드에 납입하기로 약정했더라도 그 돈이 바로 납입되지는 않는다. 투자가 금방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약정한 돈은 투자가 이루어질 때마다 납입된다. 투자자는 돈을 납입하겠다는 약정을 하고(법적 효력이 있는 계약서 작성), 사모펀드는 투자자금이 필요하면 투자자에게 통보하는데, 이 통보를 '캐피털 콜(capital call)'이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자금이 납입되는 것을 약정자금 인출이라고 한다.

 

p.25

화폐상품(Money good) : 투자한 돈이 상환되고, 투자가 적어도 투입된 돈만큼의 가치가 있을 때(투자 수익까지는 없어도) 이 투자를 '화폐 상품'이라고 부른다.

 

p.61

웨어하우징(Warehousing) - 자산운용사가 임시 조직을 만들어 투자 자산(예컨대 회사의 지분 등)을 보유하고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자산은 나중에 더 오래 존속할 조직으로 넘어간다. 예를 들어 사모펀드 회사에 엄청나게 좋은 투자 기회를 발굴했지만, 기존에 운용하고 있는 펀드 중에는 여기에 적합한 펀드가 없다고 하자. 이 경우에도 회사는 이 투자 자산을 보유할 맞춤형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투자자의 돈으로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 거래가 이루어지고 몇 개월 지난 후 회사는 이 자산을 더 오래 존속할 조직으로 이관한다. 예컨대 10년 이상 존속할 새로운 사모펀들르 모집하는 것이다. 사모펀드로 넘어가는 이 기간 동안 이전에 참여하지 않았던 신규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다.

 

p.89-91

사모펀드의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들 손에는 거대한 부가 달려 있다. 이들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도 어마어마하다. 소수의 개인이 수십만 명의 종업원과 공동체를 통제하거나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들의 힘은 월스트리트의 은행보다 훨씬 강하다. 힘만 센 것이 아니라 중요성도 더 크다. 사모펀드의 경우에는 매수한 기업이 금융자산처럼 주기적으로 거래되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경우라면 이들 자산이 매각될 때는 매수할 때보다 훨씬 양호한 상태로 바뀌었을 것이다. 재무적으로나 사회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모펀드를 통한 가치 창출은 여러 단계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이 말은 사모펀드(혹은 사모자본)가 투자하거나 자금을 대출해준 기업과 관련된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고려와 투자자 및 회사를 위해 끊임없이 돈을 벌어야 하는 필요성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뜻이다(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고려가 우세할 떄가 더 많다) 이런 결정을 하는 사모펀드 사람들은 선출된 대표자가 아니다. 대개의 경우 언론이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않으려 노력한다. 대부분의 포트폴리오 기업의 종업원이나 해당 기업이 영향을 미치는 공동체의 주민들은 그 기업의 경영진은 만날 수 있을지언정 이들을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사실이 우리의 은퇴자금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때로는 경제가 아주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프리즘을 통해 이런 사실을 보면, 우리의 공동 재산을 지키는 데 갈수로고 사모펀드 상층부에 있는 사람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연금 프로그램이나 대학기금의 순조로운 운용을 위해 사모펀드의 도움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갈수록 경제의 많은 부분을 사모펀드의 관리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은 표적 자산을 사거나 팔 때 또는 융자를 진행할 때 건전한 결정을 내려야 할 책임이 있다. 투자자와 회사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자신의 결정으로 영향을 받을 공동체를 위해서도 그러하다. 이것이 투자자의 돈이 여러 사모펀드 회사로 분배되는 과정의 중심에 윤리와 투명성, 판단력이 필요한 이유다. 성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사모펀드의 고위층에게 언론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경제나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할 때 쉽게 떠올리는 비즈니스 리더나 이론가(빅테크나 월스트리트 은행의 CEO) 못지않게 이들도 중요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옹호하는 것이 무엇인지,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무엇인지와 같은 문제는 이들이 하는 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투자자와 회사 사이에 체결한 계약서에서 말하는 '핵심 종업원'일 뿐만 아니라 경제의 핵심 인력이기도 하다.

 

p.97-98

MAC(Material Adverce Change) 조항 - 사모펀드 등이 매수하기로 합의한 기업의 가치가 중대하게 손상되거나 떨어지는 사정 변경을 MAC이라 한다. 사모펀드와 표적 기업(혹은 그 기업의 매도인) 사이에 체결하는 계약서에는 MAC 조항이 들어 있을 때가 많다. 이 조항은 MAC 상황이 발생하면 매수인에게 거래가 완결되기 전에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이와 유사하게 하이일드 채권을 발행해 기업 인수 자금을 마련하려는 사모펀드와 그 채권을 인수하기로 한 월스트리트 은행 사이의 계약에서도 MAC 조항을 넣어 은행이 채권 인수 약속을 파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MAC 조항은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간이나 적어도 상당한 기간 악영향을 끼칠, 예측할 수 없는 중대한 부정적 사건의 위험으로부터 계약 당사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 적용된다. MAC 조항을 둘러싼 논쟁은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p.104

사모펀드 회사에서 신입 사원은 코치가 아니라 선수다. 신입 사원이 하는 일은 투자은행가나 경영 컨설턴트와 다르다. 직접 요리해서 먹어야 한다. 가장 힘든 일은 거래가 성사된 뒤 일어날 때가 많다. 자기가 한 투자에 매달려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자기 절제적 태도는 투자 전문가로서의 책임감과 투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가 된다. 신규 투자 때문에 휴가를 미룰 수도 있고, 잘못된 투자를 바로잡느라 몇 년씩이나 개인적 희생을 치를 수도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일이 잘못되면 업무 강도는 훨씬 높아진다. 당신이 투자 전문가 서너 명으로 구성된 팀의 일원이고, 다른 사람 돈 수억 달러를 투자했다면 그 돈을 잃으면 안 된다는 책임의 무게를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p.146

회의실 뒤편에 앉아 있던 젊은 투자팀원들 눈에는 이 모습이 마치 문명화된 형태의 검투 시합같이 보였다. 요즘에는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려치는 것이 10여 년 전만큼 효과가 없다.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숫자로 뒷받침되는 냉철하면서도 심사숙고를 거친 대응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p.164

설립자의 홍보 전략에서 눈에 띄는 점은 그가 위기에 '반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대응'했다. 재계나 정치권의 수많은 인사들처럼 자신은 잘못한 일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대답할 말도 없다는 식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그는 회사와 자신이 지난 일에서 교훈을 얻을 것이고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든 앞으로는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겠다고 쉬운 말로 밝혔다. 앞만 보고 나아가겠다는 그의 차분한 말은 겸손하게 들렸다. 

 

p.206

다른 사람들이 도망칠 때 사모펀드는 뛰어든다. 그리고 회생시킨다. 이런 렌즈를 통해서 보면 2+20(혹은 약간의 변형)라는 보상도 그다지 많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회피하는 리스크를 감수한다는 점, 복잡한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한다는 점,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비전을 지녔다는 점이 확실한 수익을 꾸준하게 만들어내는 사모펀드에 충분한 보상을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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