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반적으로 아쉽다.
우선 책 표지에 있는 부분부터 아쉽다. 물론 책 제목과 표지는 출판사쪽에서 하는 거라는 걸 감안하고라도(이와 같은 케이스는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대표적이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최대 주주가 정몽구와 이건희인가? 그들과 경영인들의 경제적 기여는 인정하지만, 대한민국의 최대 주주라는 표현은 좀 거슬렸다. 설령 비유처럼 주주자본주의를 한다고 해도, 지분율로 따지면 아마 다른 사람이거나 다른 자본들이지 않을까? 라는 삐딱한 시선을 감출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새로운 내용이나 분석이 별로 없었고 무엇보다 균형감각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삼성가에서 이건희에게 승계과정을 설명할 때에 대한 내용이다.
유튜브만 찾아보더라도 단순히 등장인물의 말을 인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종합적인 내용을 분석해서 설명해주는 걸 볼 수 있다. 물론 이 책이 나온 시점이 2011년이라고 하더라도(2011년에도 이미 자료는 다 나와있었을 것이고, 소문은 다 돌았을 것이다)
후계를 물려준 건 뭔가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서라고 하는 찬양식의 서술이 아쉬웠다.
무작정 비판하라는 의미는 아니었고, 뭔가 글을 보면서 다른 사실을 알게 되든 관점을 보게 되든 그런 걸 원하는 데, 마치 그룹사 사보를 정리해놓은 자료를 보는 듯 했다는 의미다. 그러면 굳이 이 책이 외부인에 의해 서술될 이유는 없지 않을까.
모든 걸 칭찬으로 하기보다는 더 세밀하게 분석한 뒤 잘한 걸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구체적으로 서술해주는 게 정몽구와 이건희에게 더 좋은 글로 남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서다.
한편으로 책을 읽으며 생각이 든건, 2세 체제까지는 책에서 서술한 대로 1세대의 혹독한 검증과 왕자의 난과 같은 경쟁을 거치며 인정을 받고 신임을 받으며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은 사람이 최고지도자에 올랐는데, 3세 체제에서는 그러지 않은 것 같아 과연 이런 방식이 유지될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식으로 계속 가긴 어렵지 않을까 싶긴 했다. 시대는 변하고 모든 건 변하고 있다.
밑줄긋기
p.51
<논어> 가운데 공자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낸 대목을 인용해보자.
어느 날 공자의 제자 자로가 스승인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이상적으로 그리는 삶은 대체 어떤 것입니까?"
그러자 공자가 이렇게 대답했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저 사람이면 안심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친구에게는 '저 사람이면 믿을 수 있다', 또한 나이 어린 사람에게는 '저 사람이라면 믿고 따를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삶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네."
p.69-72
다음은 이맹희가 주장한 OTSA 밀수 사건에 관한 내막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한국비료>는 미화 4,600만 달러 정도의 차관으로 1965년 가을부터 건설에 들어갔다. 생산 능력은 연간 요소 비료 33만 톤으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비료공장이었다. 이 건설 사업의 외국 측 파트너는 일본의 미쓰이그룹이었는데, 미쓰이 측은 비료공장이라는 플랜트를 수출하면서 삼성 측에 100만 달러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기로 했다.
100만 달러면 지금 돈 10억 원 정도로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 경제 사정으로 볼 땐 엄청나게 큰 돈이었다. 당시의 환율이 무려 250대 1이나 되는데다, 암거래 시세로 환산했을 땐 그보다도 훨씬 더 크게 불어 지금 돈으로 보자면 5백억 원쯤 되는 막대한 금액이었다.
한데 이 리베이트 자금을 국내에 반입해 들어오는 것이 문제였다. 당시 외환관리법으로 볼 때에 그만한 거액을 합법적으로 반입해 들어오기가 불가능했다.
결국 이병철은 대통령 박정희와 상의했다. 그래서 박정희의 아이디어로 물자를 반입하도록 합의를 보았는데, 박정희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제시한다. 반입한 물자를 처분한 다음, 3분의 1은 정치 자금으로, 3분의 1은 <한국 비료>의 부족한 건설 자금으로,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은 <한국비료>의 운영 자금으로 충당하자는 것이었다. 이병철은 박정희의 그러한 제안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데 예의 물자 반입도 실제 상황에 들어가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식으로 L/C를 개설하여 대금을 결제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반입하면 통관 절차상 반입 사유가 분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러한 반입은 증여에 해당하여 엄청난 세금을 부담해야 할 판이었다.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당국의 묵인 하에 밀수로 들여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예의 물자를 들여왔다. 한데 삼성 측은 그러한 과정에서 그 100만 달러를 좀 더 부풀리기 위해 당시 쉽사리 수입할 수 없어 국내에서 고가에 팔리는 물품들을 골라 반입해 들여오기로 한다. 그러한 반입 물품 중에는 이른바 사카린의 원료인 OTSA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대통령 박정희와 합의까지 보았으니 그럴 수밖에.
그러나 당시 대통령 박정희로부터 소외된 공화당 김 아무개를 비롯한 일부 세력들이 냄새를 맡았다. 그러한 사실을 알아차리면서 일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데 삼성은 여기서 서툴렀다. 그러한 정치인을 적당히 구워삶을 줄을 몰랐다.
결국 공화당의 일부 세력이 OTSA 밀수 사건을 언론에 흘리고, 언론은 얼씨구나 하고 이후 몇 달 동안 삼성을 융단 폭격하듯 맹공을 퍼부었다.
사실 언론들이 삼성을 그처럼 물고 늘어지는 데는 그럴 만한 사유가 없지 않았다. 바로 한 해 전에 이병철이 <중앙일보>를 창간하면서 거기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했던 것이다.
아무렇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갔고, 또 그렇게 되자 믿었던 대통령 박정희마저 나 몰라라 하며 슬그머니 뒤로 빠지고 만다.
하는 수 없이 삼성은 이 사건의 모든 책임을 고스란히 뒤집어 쓸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기자회견을 통하여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겠노라 두 손을 들어야만 했다.
이병철은 자신의 '파란 많은 생애에서도 더할 나위 없는 쓰디쓴 체험'이었던 <한국비료>사건을 겪으면서 장자 이맹희에게 둘려준 말이 있다.
"맹희야, 정치한다는 사람들 믿지 마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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