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6
과거에는 인간의 행동과 그 동기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정식 심리학자가 되어야 했는데, 오늘날 그런 사람은 우선 컴퓨터 분야의 학위부터 따야 한다.
p.26~27
갈수록 속속들이 일상을 침투해가는 주변 기술들에 벌거벗은 듯 노출된 오늘날의 상황은 하나의 광대한 실험실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은 과학 역사상 어떤 실험실보다도 크고 복잡하고 정교한 실험실이다. 그런 발견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다 보면, 우리 일상에 규칙적인 리듬이 있는 까닭은 인간 행동에 심오한 질서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 질서를 밝혀낼 수 있고, 예측할 수 있으며,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런 새로운 통찰을 얻고 나면, 사람들의 행동이 더 이상 이산적이고, 독립적이고, 무작위적인 사건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행동은 상호 의존적인 마술적인 그물망의 일부처럼 보일 것이고, 이야기들의 그물망에 얽힌 하나의 이야기로 보일 것이며, 미처 짐작하지 못했던 대목에서 질서를 드러내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무작위성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인간의 행동을 가깝게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것이 단순하고 재현 가능한 모종의 패턴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 그 패턴은 또 모종의 폭넓은 법칙들에 지배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주사위 굴리기나 상자에 담긴 초콜릿 고르기로 인생을 비유했던 것은 잊어버리자.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자동조종되듯이 꿈꾸며 살아가는 로봇이라고 생각하자. 그 편이 진실에 훨씬 더 가깝다.
p.45~46
미래에 우리를 덮칠 치명적인 전염병에 대해 우리는 그것이 벌어지느냐 마느냐를 걱정할 게 아니라, 언제 벌어지느냐를 걱정해야 한다. 실제로 발발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염될 것인가를 걱정해야 한다.
미래의 전염병 발생에 대처하는 일은 비단 생물학이나 바이러스학의 임무만은 아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최소 몇 달에서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치료할 환자가 한 명도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 단기적으로 최선의 방어 전략은 바이러스의 경로를 막아서 전파를 늦추는 것이고, 그러려면 우리는 먼저 사람들의 이동을 이해해야 한다.
p.51~52
사람도 물에 뜬 꽃가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도 꽃가루를 움직이는 신비로운 힘만큼이나 수수께끼 같은 이유들에 이끌려 끊임없이 움직인다. 물론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원자들에 차여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른바 동기나 임무나 책임이라고 하는, 뉴런들의 섬세한 깜박임에 이끌려서 그러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든 당신의 발자취를 역추적한 뒤에 당신에게 묻는다면, 당신은 당연히 어제의 일이든 2주 전의 일이든 자신의 움직임을 매단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평소 일정이나 생활방식이나 동기를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당신의 발자취가 로버트 브라운의 원시적 현미경 아래에 놓인 꽃가루 입자의 지그재그 움직임만큼이나 랜덤하고 예측 불가능할 것이다.
p.52
무작위성과 확산 이론은 나노물질 설계에서 신약 마케팅까지 세상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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