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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

by Diligejy 2017. 10. 16.

p.8

우리는 상당히 공을 들이는 분석적 사고와 순간의 인상에 좌우되는 직관적 사고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개인적으로 더 신중한 사람과 더 직관적인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우리는 모두 분석적인 동시에 직관적이다. 찬찬히 숙고하고 분석하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필요할 때 누구나 항상 신중을 기하는 것은 아니다. 신속하고 본능적인 사고가 필요한 때가 있는가 하면 신중해야 할 때도 있다. 한마디로 적응력이 좋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문제에 당면했을 때 그에 걸맞는 능숙한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인간의 사고는 진흙탕처럼 뿌옇다.


p.25

'정답'이라고 떠드는 말에 당연한 의심도 품지 못하게 할 정도로 그 힘은 강력하다. 그러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터무니없는 말을 순진하게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p.27

만일 우리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 이유를 확실히 알고자 한다면, 질문의 핵심을 파고들어야 한다. 더불어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과정에 내재해 있는 한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p.35~36

인간의 진과 밈이 안겨준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가 '확실성'이다. 인간의 타고난 본성과 학습된 성향은 '내가 맞다'고 믿게 만든다. 실제로 맞고 틀리고는 상관없다. 마치 범고래들이 백상아리를 사냥하는 잘못된 방법을 서로 학습하는 것과 같다. 여기서 말하는 잘못된 사냥법이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영리한 범고래라면 누구나 모방할 그런 사냥법을 의미한다. 범고래의 문화가 자기 구성원들을 위험에 빠뜨릴 밈을 전수한다면 어떻게 될까? 오래지 않아 멸종할 게 분명하다. 그런데 인간은 '확실성'처럼 문제가 있는 밈을 매일같이 전수한다. 호가실하다는 믿음에 집착해서 잘된 적이 거의 없는데도, 저지할 도리가 없다.


p.49

심리학에서 말하는 휴리스틱이란 우리 뇌에 저장되어 있거나 학습을 통해 익힌 '아주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규칙'이다. 특히 정보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제 효과를 발휘한다. 휴리스틱은 사람들이 즐겨 쓰는 훌륭한 도구지만 자칫 우리를 막다른 골목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외부에서 얻은 지식으로 기존의 지식을 보충하거나 깨야 하는데, 경험에 기초한 추측을 무리하게 밀어붙일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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