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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한국소설50

마음에 달려있으니 - 퇴마록 국내편 1 전설처럼 회자되던 책을 이제야 읽었다. 퇴마록. 퇴마록이라는 3글자만으로 모든게 설명가능한 그 책. 이제야 읽었다. 그리고 놀라웠다. 이우혁이라는 작가는 도대체 무얼 하는 사람일까. 소설 속에 담긴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상상이상이었다. 동양과 서양을 가리지 않았고 갖가지 이론을 다 가져다 썼다. 더구나 그는 인문학 전공자도 아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사람인데, 어떻게 이 정도의 깊은 지식을 알고 있는걸까. 물론 당연히 각 분야 전문가가 보기엔 허접하겠지만, 그렇다 해도 이 정도의 지식을 알 수 있을까 싶다. 무튼 퇴마록 국내편 1권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心이다.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지지만, 그 속에서 계속 강조하는건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게걸스러.. 2023. 7. 3.
이국에서 p.35 노련한 정치가인 보스에게 상대방의 난처함은 동정할 이유가 아니라 이용할 기회이다. 측근이라고 다를 리 없다. p.38 보스가 정치의 영역으로 불렀을 때도 그는 어머니에게 조언을 구했다. 어머니가 그때 한 말을 그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일인지 생각해라. 너를 위한 일인지 생각하라는 말이 아니다. 남을 위해 일하더라도 네가 원하는 일을 하라는 뜻이다." 그는 그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자기가 그 일을 원하는지 생각했다. 그때 그는 원하는 것과 위하는 것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을 때 했던 고민이 사라지자 마침내 결단할 수 있었다. 그때 그는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이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선택했다. p.46 그렇다고 계획을 세웠다고 해서 계.. 2023. 3. 15.
재수사 1권 p.25 팀장님 말씀이, 아니라는 거야. 범인은 경찰 조직 전체가 함께 잡는 거지, 형사 하나가 잡는 게 아니라고. 사건이 나면 신고를 받는 사람이 있고, 현장에 나가서 증거를 수집하는 사람이 있고, 그 증거를 분석하는 사람도 있고, 목격자 찾아다니면서 진술 받는 사람도 있고, 용의자 몽타주를 그리는 사람도 있고, 수배 전단을 전국 곳곳에 붙이는 사람도 있다, 그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해서 범인을 잡는 거다, 그러시더라고. 뭐 말하자면 이게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거지, 수사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은 더 큰 시스템의 한 부분인 거야. 경찰은 수사를 하고, 검찰은 기소를 하고, 법원은 재판을 하고, 교도소에서 범인을 가두고 벌을 주지. 뭐, 이건 형사사법시스템이라고 불러야하나? 그 큰 시스템을 생각해보.. 2023. 3. 11.
지구 끝의 온실 p.77 "나도 어느 순간 깨달았지. 싫은 놈들이 망해버려야지. 세계가 다 망할 필요는 없다고. 그때부터 나는 오래 살아서, 절대 망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단다. 그 대신 싫은 놈들이 망하는 꼴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성공하셨나요?" "글쎄. 그런 것 같지는 않아. 그놈들도 아직 잘 살고 있는 걸 보면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덕분에 살아가며 다른 좋은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었지. 전부 망해버렸다면 아마도 못 봤을 것들이지." 아영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할래요. 다 끝나는 건 좋지 않다고요." p.165 "세상이 망해가는데, 어른들은 항상 쓸데없는 걸 우리한테 가르치려고 해."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왜 망해가는 세상에서 어른들은 굳이 학교 같은 것을 만든 걸까 .. 2023. 3. 5.
작별인사 오랜만에 김영하의 소설을 읽었다. 오랜만에 읽은 이유는 그가 오랜만에 책을 발간했기 때문이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다. 예전에 만났던 김영하의 소설이 그랬듯 김영하는 자신의 색채를 잃지 않았다. 깊은 몰입감 그리고 빠른 전개를 통해 소설로 영화를 보는 느낌을 전달하는 특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약간 지식 전달에 촛점을 많이 맞춘 나머지 설명이 이전 작품 대비해서도 더 많아진 것 같다. 약간 강의록처럼 느껴진달까. 그런 점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김영하 개인의 색채가 남아있다는 게 그 단점들을 상쇄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예전에 봤던 [인류멸망보고서]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이 소설은 어쩌면 이 영화의 개정판 버전의 소설인 느낌을 주었다. 문제의식도, 전개방.. 2023. 2. 25.
작별하지 않는다 p.17 어떤 사람들은 떠날 때 자신이 가징 가장 예리한 칼을 꺼내든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가까웠기에 정확히 알고 있는, 상대의 가장 연한 부분을 베기 위해. 반쯤 넘어진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아, 당신처럼. 살고 싶어서 너를 떠나는 거야. 사는 것같이 살고 싶어서. p.26~27 그때 알았다. 파도가 휩쓸어가버린 저 아래의 뼈들을 등지고 가야 한다. 무릎까지 퍼렇게 차오른 물을 가르며 걸어서, 더 늦기 전에 능선으로. 아무것도 기다리지 말고, 누구의 도움도 믿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등성이 끝까지. 거기, 가장 높은 곳에 박힌 나무들 위로 부스러지는 흰 결정들이 보일때까지. 시간이 없으니까. 단지 그것밖엔 길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계속하길 원한다면. 삶을. p.44-45 눈은 거의 언제나 비.. 2023.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