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한국소설50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https://coupa.ng/bRf02i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임성순 장편소설 COUPANG www.coupang.com p.57~58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다고? 그럼 애초에 수술실에서 실수하지 말았어야지. 이젠 한 명으로 모자라 자네의 그 알량한 공명심을 위해 다른 사람들 목숨까지 줄줄이 끌고 가려고 하는 겐가. 도덕? 좋지. 하지만 능력 없는 인간이 외치는 도덕이야말로 약자의 위선일 뿐이야. p.125 기억해둬. 우리가 한다는 위대한 선행 역시 별다를 거 없다는 거야. 인간의 선의란 고작 상황과 본능에 휘둘리는 금박일 뿐이라는 거지. 물론 금박도 금이긴 하지만. 2021. 2. 8. 무슨 말 하는진 알겠는데 - 빛의 과거 빛의 과거 국내도서 저자 : 은희경 출판 : 문학과지성사 2019.08.30 상세보기 사실 이런 젠더문제를 다룬 책이나 글에 대해 무언가를 적는 건 많이 두려운 일이다. 내가 느끼기엔 지금 이 시기는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도 젠더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내용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갈등과 타협을 통해 합의를 만들어내는 과도기적 시점이고, 좋게 표현해서 갈등이라고 했지만, 기술의 발달으로 공인이 아닌 개인의 의견 또한 언제든지 조리돌림 당할 수 있는 걸 보면 때론 마녀사냥의 시대같기도 하다. 이런 시대에 젠더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건 언제든지 조리돌림 당할 각오를 해야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물론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조리돌림당할 수 있다. 하지만 젠더문제에 대해선 더욱 크게 부각되곤.. 2020. 7. 30. 달 너머로 달리는 말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국내도서 저자 : 김훈 출판 : 파람북 2020.06.15 상세보기 황은 많이 죽였고, 많은 죽음을 보아왔다. 죽은 자들의 범접할 수 없는 침묵 속에는 산 자를 압도하는 위엄의 후광이 빛나는 것을 황은 일찍부터 알았다. 적의 첩자들과 적과 밀통한 배반자들을 죽여서, 그 죽은 몸을 찢고 으깨며 분풀이를 해도 죽은 자의 위엄은 훼손되지 않았다. 죽은 자는 죽었기 때문에 산 자들이 지분덕거릴 수 없는 자리에서 우월성을 누리는 것처럼 보였다. 산 자는 죽은 자를 이길 수 없었다. 죽은 자는 이미 죽었기에 죽일 수가 없었고, 죽어 널브러지고 문드러진 자세로 산 자를 조롱했다. 죽은 자는 산 자의 영광에 침을 뱉고 있었다. 적병과 아군의 시체가 뒤엉켰지만, 죽은 자에게는 산 자의 칼이 닿지 않.. 2020. 7. 14. 설계자들 설계자들 국내도서 저자 : 김언수 출판 : 문학동네 2010.08.20 상세보기 p.41~42 터무니없는 삶이다. 아킬레우스는 쓸데없는 곳에 갑옷을 걸치지 말고 유일하고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왼쪽 뒤꿈치에 튼튼한 갑옷을 걸쳐야 했다. 래생은 아킬레우스가 그 작은 약점을 가리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 약이 올랐고 그것 때문에 죽었다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래생은 내내 울었다. 자신이 읽어야 할 혹은 읽을지도 모를 도서관의 이 광대한 책의 페이지마다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 페이지들 속에서 영웅들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소녀들이, 역경과 좌절을 뚫고 삶의 목표를 이룬 무수한 사람들이 자신의 유일하고 작은 약점을 가리지 못해 얼간이의 화살에 맞아 죽어가고 있다. 래생은 이 신뢰할 수 없는 삶이 .. 2019. 9. 2. 내게 무해한 사람 p.97어린 시절은 다른 밀도의 시간 같다고 윤희는 생각했다. 같은 십 년이라고 해도 열 살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그 이후 지나게 되는 시간과는 다른 몸을 가졌다고. 어린 시절에 함께 살고 사랑을 나눈 사람과는 그 이후 아무리 오랜 시간을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끝끝내 이어져 있기 마련이었다. 현실적으로 서로 아무 관계 없는 사람들로 살아간다고 할지라도. 무료하고 긴 하루하루로 이어진 시간, 아무리 노래를 부르고 그네를 타도, 공상에 빠져 이야기를 지어내도, 자신들이 작가이고 감독이고 배우이고 관객인 연극을 해도, 갈 수 있는 한 가장 먼 거리까지 달려간다고 해도 메워지지 않았던 커다랗고 텅 빈, 그 무용한 시절을 함께했다는 이유만으로. 지나가는 밤 中 p.99어른이 된 이후의 삶이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2019. 3. 17. 회색인간 p.32 "통조림 몇 개 때문에 한 노인을 죽이려고 했을 때, 저희는 짐승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 노인을 살려주고 나니, 그제야 저희는 사회 속에 사는 인간이 되어 잇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살았습니다." [무인도의 부자 노인] p.48~49최 기자의 아내는 괴롭게 울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약속했잖아? 당신 분명히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잖아!" "미안해..." "그러고도 당신이 사람이야? 스트레이트 씨가 어쩌다 그렇게 된 건데! 우리 애를 구하려다 그렇게 된 건데! 당신이 어떻게 그분을 아웃팅시킬 수 있어?" "난 기자야! 난 비밀을 가질 수 없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어쩔 수 없었어. 욕해도 할 수 없어, 그게 내 기자로서의 사명감이고 내가 지닌 기자 정신이야." "기자 정신? 웃기지 .. 2018. 4. 10.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