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7
여럿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개념으로서의 선택이 후속적인 행동과 자원 배분을 수반하는 경우, 이를 의사결정이라 한다. 일상에서 우리는 의사결정이라는 말을 선택, 판단 등의 동의어로 사용하지만, 의사결정이란 단순한 선택이나 판단의 범주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의사결정은 '이것을 고르겠다', '이렇게 행동하겠다'라는 정신적인 의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의지에 따라 자원을 돌이킬 수 없게 실제로 배분하는 일까지 포함한다. 그런 의미에서 의사결정은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의사결정이란 어떤 일을 하겠다는 추상적인 의지라기보다는 자원의 배분을 통한 실질적인 행동의 추구이며, 개인과 조직의 자원 배분 활동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행동 지향적 사고다.
p.11
우리는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편하기 때문이다. 판단도 마찬가지다. 익숙해진 사고방식이 우리의 판단을 지배할 때가 많다. 늘 해오던 방식대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판단은 습관이다. 익숙함은 편하지만 종종 우리를 함정에 빠뜨린다. 후회 없는 판단을 하려면 익숙한 것, 편한 것, 상식적이라고 믿는 것,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과 결별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그것은 곧 다르게 생각하기, 새롭게 생각하기를 습관으로 체화하는 자기 혁명이기 때문이다.
p.16
의사결정보다 더 어려운
그래서 더 가치있는 일은 없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p.29~30
인간의 기억 재생 과정은 컴퓨터의 그것과는 매우 다르다. 우리가 마우스나 키보드를 사용해 컴퓨터에 입력한 자료는 기억장치에 차분히 자리 잡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나든 상관없이 우리가 그 자료를 필요로 할 때마다 입력될 당시와 다름없는 동일한 자료를 기억 장치에서 그대로 꺼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 재생 과정은 소위 능동적 재구성 과정이라는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은 무엇을 머릿속에 받아들이게 되면 그 정보는 머릿속에 입력됨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산산조각으로 흩어진다. 이후에 무엇을 기억하려 할 때는 머릿속에 흩어져 있는 해당 정보의 수많은 정보 조각을 연결시켜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p.36~37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득이 전혀 없더라도 불공정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희생을 무릅쓰고 불공정한 상황을 초래한 주체를 벌하려는 행태를 보인다. 전형적인 백기사의 모습이다. 이타적 처벌은 공정성이라는 사회적 규범을 유지하는 도구로서 유용하기도 하다. 하지만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불공정한 것을 응징하려는 욕망 자아want-self와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가, 그렇게 하는 것이 나 개인이나 우리 조직에 이득이 되는 것일까'하는 당위 자아should-self 사이의 절충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백기사는 때로 자신의 관점이 항상 옳고 표준이라는, 자아중심적인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자신이 도움을 준 상대방에게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호의를 요구하고, 상대방을 자신의 뜻대로 좌지우지하려는 이면적 속성도 있다.
그러한 이유로 타인을 구원하려는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이 도움을 준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지나쳐 오히려 인간관계를 망치고 스스로 상처받는 '백기사 신드롬'의 제물이 되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백기사는 자신이 준 도움에 대한 확인, 칭찬, 신뢰, 보상 등을 받길 원하지만 떄로는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상반된 태도와 행동을 취함으로써 자신을 속이게 된다. '나는 왜 늘 베푸는데 상대방은 왜 내 마음 같지 않을까'하는 배신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결국에는 상대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
p.42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해서 발생하는 피해보다는 어떤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피해를 비이성적으로 선호하는 특징이 있다.
p.44
인간의 부작위 편향은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1년 8월 24일에 실시한 초 중등학생 무상급식 지원 범위에 관한 서울특별시 주민투표는 최종 투표율 25.7퍼센트를 기록해 투표함을 개봉해보지도 못하고 파기되었다. 투표율이 33.3퍼센트에 미치지 못하면 투표함을 개봉하지 않고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한다는 규정때문이었다.
이 결과에 대해 여당과 야당은 당리당략 차원에서 서로 다르게 해석했지만 나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고 생각했다. 무상급식 자체가 사회적 선에 반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무상급식 문제와 별 관계가 없는시민들은 투표에 참여해 치러야 하는 시간적 손해보다는 투표를 하지 않아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손해를 훨씬 적게 여겼을 것이다.
p.45
일단 선택한 후에는 이를 변경하기 싫어하는 인간의 부작위 편향은 모든 정책 입안에서 기본 룰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현재 가입해 있는 복지 제도, 금융 상품 등을 살펴보자. 과거 자신이 선택한 그 옵션이 아직도 가장 좋은 선택인지 확인해보면 어떨까.
p.57
미끄러운 경사라는 말이 있다. 경사면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한번 조금씩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이 저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표준에서 한 발짝 벗어나게 되면 처음에는 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이를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표준에서 벗어나는 이러한 조그마한 편차들이 누적되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이를 특히 유념해야 한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미래에 대한 혜안, 그리고 미세한 변화라도 놓치지 않고 포착해 그에 걸맞게 조직을 부단히 변화시키려는 민첩함이다. 현재 주위에서 어떤 변화가 진행되고 잇는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가.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한 기업 중에서 100년 이상 살아남은 큰 기업이 40개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변화에 대한 둔감과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얼마만큼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귀띔해준다.
p.69~70
어떤 의사결정이 윤리적이기 위해서는 그것이 가져오는 파급효과까지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집단에 유리한 의사결정이 다른 집단에는 불리한 의사결정이 될 수 있듯이 어느 한 시점에서 윤리적인 의사결정이 다른 시점에서도 윤리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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