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55~157
샌더스는 선수의 정신적 도구상자가 이러저러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확정해놓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대화 과정에서 어떤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것으로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그가 믿는 지적 심리적 능력 다섯 가지를 확인했다.
준비성과 노동윤리
프로야구는 한 주에 경기가 예닐곱 번이나 치러진다는 점에서 다른 프로 종목과 다르다. 야구 선수는 축구 선수나 농구 선수처럼 경기 당일을 위해 모든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없다. 날마다 프로답게 프로 수준의 기량을 펼쳐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일정한 양의 훈련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 샌더스는 경기장에 일찍 나가는 걸 좋아한다. 경기 때보다 경기 전에 선수들의 특성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9월의 어느 날 페드로이아를 펜웨이파크에서 봤을 때, 경기 직전 내야 연습을 하는 그는 확실히 동료들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페드로이아는 일상적으로 하는 그 훈련에서 동료들이 보이는 산만함을 참을 수 없어 했다. 그리고 처음 보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았다.
집중과 초점
이 항목은 준비성과 관계가 있긴 해도 명확하게 선수가 경기중에 취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야구는 반사행동이 중요한 경기다. 타자는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약 0.3초 만에 스윙할지 말지 결정한다. 내야수는 공이 타자의 방망이에 맞는 순간 땅볼 타구에 반응해야 한다. 샌더스는 이렇게 말했다. "에너지로 충만해 있지 않은 선수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나는 내야수인 유격수가 투수의 투구 하나하나에 특출하게 집중하길 바랍니다."
경쟁심과 자신감
직업적인 운동선수는 경쟁심을 타고난 듯 보일지도 모르지만, 특히 야구선수는 선수 생활 초기에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 마음이나 그 밖에 심리적 장해 요인을 극복해야 한다. 한때는 고등학교 시절의 황제로 군림했을지라도, 마이너리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털털거리는 버스를 타고 캐너폴리스와 그린즈버러를 오가야 한다.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인터넷을 통해 온갖 조롱과 비난을 받아야 한다. 샌더스는 재능 있는 선수가 자기 능력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는 걸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실패의 매커니즘이 작동하기 시작하는 수준까지만 성공하겠다는 건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가?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할 정도로 더 높은 성공을 거두고야 말겠다는 바람과 각오가 과연 있기나 한가?"
스트레스 관리와 겸손
야구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타자라 해도 성공할 때보다 실패할 때가 많다. 또 모든 선수는 시즌 중 슬럼프에 빠진다. 이 슬럼프를 극복하는 능력을 갖추려면 짧은 기억과 유머 감각이 필요하다. 샌더스가 즐겨 구사하는 스카우트 기법 하나는 선수가 잘못된 플레이나 운이 나쁜 플레이를 했을 때 그 선수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는 것이다. "난 타자가 크게 헛스윙을 하고 몸의 중심을 잃은 채 비틀거리거나 넘어질 때 그 선수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핍니다. 팬들이 보기에는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겠지만, 난 이때 선수가 얼굴에 미소를 띠는 걸 좋아합니다. 다음 타석에선 '꽝' 하고 120미터짜리 홈런이 터지죠." 이런 기술은 선수가 메이저리거가 되거나 언론과 팬으로부터 꼼꼼한 심사를 받아야 할 때 특히 중요한 요소다.
적응력과 학습능력
경기 중에 새로운 정보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처리하는가? 코치진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가? 생존 상황에 변화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가? 방출이나 포지션 변동 통보를 받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 아마추어 선수가 던지는 공과 메이저리거가 던지는 공은 타고난 재능이 아무리 뛰어난 유망주에게도 하늘과 땅의 차이다. 장차 위대한 선수가 될 사람은 그런 만큼 정신적으로 엄격하고 철저할 수밖에 없다. "성공한 야구 선수들은 건물 복도를 걸어가다가 옆으로 꺾이는 길이 나타나더라도 직각이 아니라 둥글게 원을 그리며 돕니다. 날카롭게 꺾는 법이 없지요. 이게 바로 긴장을 통제할 때 나올 수 있는 모습입니다."
p.160
정확한 예측을 하는 열쇠는 순전이 계량적이기만 한 정보에 의존하는게 아니라 모든 유형의 정보를 적절한 맥락 속에서 파악하는 좋은 의사결정 과정을 구축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빌리 빈 철학의 핵심이다. 그의 철학을 요약하면 이렇다. '될 수 있는 한 자료를 많이 모아라. 어떤 종류든 상관없다. 그런 다음 자료를 분석할 때는 최대한 엄격하고 까다롭게 해라."
여러분이 유능한 예측가인지 아닌지 아주 간단하게 알아보려면, 자료가 더 많아질 때 여러분이 하는 예측의 질이 나아지는지 확인하면 된다.
정보가 많아졌는데도 예측을 망쳐버린다면, 여러분에게는 2장에서 살펴본 테틀록의 고슴도치들처럼 나쁜 습관과 태도가 있는 게 분명하다.
p.233~234
1.
예측은 지진이 언제 그리고 어디에서 일어날 것인지 구체적이고 명시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대규모 지진이 6월 28일에 일본 교토를 강타할 것이다'가 예측이다.
2.
예상은 확률적 진술이며 대개는 장기적 차원의 발상이다. '지진이 30년 안에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서 일어날 확률은 60퍼센트다'가 예상이다.
지진을 예측할 수는 없어도 예상할 수는 있다는 게 미국지질조사소의 공식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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