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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글/자기발견

스타트업에서 데이터엔지니어로 일한다는 의미

by Diligejy 2019. 11. 16.

일한지 3일 뿐인데 뭔가 폭풍우가 지나간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은 무엇일까.
첫 날부터 잠깐도 쉬지 않고 일을 했고, 무언가를 지시받았으며, 계속해서 마감시간에 쫓기는 시간을 보내고 2틀간 야근을 하고 다음날은 스터디까지 해서 그러지 않나 싶다.

첫 날부터 야근했다는 얘기를 들으시고 어떤 분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시기도 하셨다.

그 분들의 표정.jpg

그렇지만 인수인계 기간이 금요일까지였고, 이슈가 터진 상황에서 "나는 신입사원이니 여유를 주세요"라고 말하긴 어려웠다. 

여긴 스타트업이니까.

스타트업에서의 개발자라고 하면 워라밸, 팬시, 맥북, 자유분방, 개인주의 뭐 이런 걸 떠올릴텐데 이게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스타트'하는 조직이라는 의미이고, 언제 시장에서 퇴출될지 장담할 수 없는 매우 risky한 조직이다. 그리고 이게 스타트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한 명 한 명의 role이 중요하고 팀웍이 중요하다. 전력으로 팀웍을 발휘해도 경쟁에서 살아남을까 말까 한데, 팀웍이 엉망이면 당연히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겠나.

시장에서 안녕? -> 실업자.

그랬기에 이미 입사하기 전부터 힘들거란 건 각오했다. 

그렇다고 장병규 위원장이 말한 이런 인터뷰에 동의하진 않고, 이렇게 하라고 하면 계약위반이기 때문에 이직을 알아볼 거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621375)

 

"내일 당장 망할지 모르는데 벤처가 어떻게 52시간 지키나"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인터뷰

news.joins.com

책임감을 갖겠다는 의미이지, 내 몸 건강은 신경쓰지 않고 모든 걸 바치겠다는 의미는 아니니까.

다시 돌아가서, 첫 날 빡세게 굴리든 야근을 하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이렇게 헌신을 하고 노력을 했을 때 제대로 된 보상이 주어지는지 여부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모 기업에 면접을 봤을 때 '연봉 3천은 못맞춰주겠는데 새벽까지 전처리는 해줘, 개발 담당 이사인 나도 새벽까지 일하니까 사원인 너도 해야하지 않겠어?'라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황당했다. 그럴일도 없어보이지만, 헌신과 노력으로 회사가 성장하고 가치가 높아지면 개발이사 자신이 소유한 재산은 늘어나겠지만, 내겐 보상없이 병원비만 늘어날 거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헌신과 노력을 보상없이 당연히 누리겠다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굳이 헌신과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직급은 다르지만, 동료로서 일하겠다는 거지. 노예로서 일하겠다는 게 아니니까.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국 내 헌신과 노력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거라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의미였다.

 

이제 '데이터 엔지니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할 차례인데, 아직 솔직히 잘 모르겠다.

현재 크롤링과 데이터 전처리를 담당하고 있는데, 앞으로 내 role은 무엇인가.

어떤 vision을 가지고 일해야 하나.

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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