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입사 2주차다. 오예!!!!
라고 하고 싶지만 현실은
오늘은 점심에 수면실에서 자다가 회의 늦어서 현묵님이 깨우러 오셨다....
거의 기절한 나를 발견하고 일어나 회의가야지... 라고 하셨는데... 비몽사몽이라 뭔 소린지 못 알아들었다.
이렇게 피곤한 이유는 당연히 전날 뭔소리인지 모를 MIT 알고리즘 수업을 자정이 될때까지 들은 게 크리티컬 했다. 그 다음 날 아침 회사 동료분들과 조조 영화로(우리 회사 문화 프로그램) 겨울왕국2를 보니까 진짜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결론 : 겨울왕국2 진짜 노잼 핵노잼
1편을 보지 않으신 분은 재미있었다고 좋아하셨다. 하지만 1편을 이미 본 나와 다른 분은 반응이 시큰둥... 했다.
영화를 보고 난 다음 점심으로 쌀국수를 먹었는데 쌀국수는 정말 맛있었다. 특히 국물이 맑으면서도 진해서, 약간 곰탕 느낌이 나서 좋았다. 칠리소스가 적당히 맵겠거니 하고 엄청 넣어서 먹었다가 뿜을뻔 했다. 매웠다... ㅡ,.ㅡ
그렇게 겨우겨우 회사에 기어들어왔고 사과 하나 후식으로 먹은 다음 너무 피곤해서 수면실에서 잠을 잤는데
일어나질 못했다... 그 이후에 전에 말했듯 현묵님이 와서 깨운 거였다.
요새 하루도 10시 이전에 방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보통 10시 11시, 약간 늦으면 12시 1시 뭐 대충 이렇게 방에 들어간다. 원래 잠도 깊이 잘 자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충분한 잠이 필요한데, 그게 잘 안되다보니 피로가 누적된 듯 보였다.
번아웃을 조심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계속 염려해주시는데 괜찮은 척 하지만, 솔직히 걱정되긴 한다.
지금 페이스대로 계속 달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 동안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이렇게 달리다가 언제한번 제대로 현자타임을 맞았기 때문이다.
딜레마다. 회사에서 1인분의 역량을 달성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채우기 위해선 짧은 기간내에 많은 양의 시간 투자가 필요한데, 그렇게 하다보면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목표달성을 포기할 수 있다.
이 사이 어딘가의 최적점은 어디일까. 잘 모르겠다.
우선 어디까지 달려볼 수 있는지 테스트해볼 계획이다. 물론 테스트하다가 번아웃와서 나자빠질 수도 있다.
그런데 리스크가 무서워서 테스트를 안하면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이 안된다.
해보되 너무 많은 리스크를 가져가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해야겠다.
어제(26일) 팀장님께 AI Summit 2019를 가도 되냐고 여쭤봤다.
안된다고 하셨다.
아쉬웠다. (안가는 걸로 알고 일정을 잡아놓았는데 나중에 일꾼으로 끌려간다..... ㅡ,.ㅡ... ㅂㄷㅂㄷ)
하지만 그보다도 앞서서 든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도 입사 1주차인가 2주차인가 데이터야놀자 라는 행사 가고 싶다고 팀장님께 말씀드렸다가 팀장님의 레이저를 받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왠지 그런 눈초리를 받을까봐 겁이 났었는데 다행히 왜 안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주면서 설득하셨다.
설득되었다.
마음이 바로 접혔다.
설득되었으니까 미련없이 바로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만약 '뭐지 이 bird끼는?'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설득없이 그냥 안돼! 라고 했다면 납득하지 못한 채 어떻게든 가고 싶다고 난리를 쳤을 것 같다. 그리고 시간낭비를 많이 했겠지.
어차피 안된다고 하는 결과는 똑같지만, 그래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팀장님과 협상과 설득을 하며 쓸데없이 감정소모하지 않고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팀 회의때 업무보고를 마친 뒤 3가지 정도 더 할 말이 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이 얘기를 꺼내며 팀장님께 감사를 표했다. 성격이 그지같은 나는 설득하지 않고 그냥 누르면 엄청 싫어하는데 설득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팀장님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했다. 어찌보면 오그라드는 '칭찬합시다' 시간 같지만, Direct Open Communication이 잡혀있는(?!) 우리 팀 문화에서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그리 이상하지 않았다.
예전에 피드백 받았던 '야근으로 인한 회사문화 손상 염려'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내 입장에선 해야할 일은 많은데 물리적으로 야근을 하지 않고서는 회사 내 스터디까지 다 완료할 수 없기 때문에 야근을 어쩔 수 없이(나도 솔직히 야근을 그리 좋아하지 않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하고 있는 반면, 그 분 입장에서는 내 야근이 우리 회사의 40시간 유연근무제의 본질적 목표인 업무효율화보다 서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야근을 할 수 있다는 염려를 담고 있었다. (피드백을 주신 분은 우리 팀이 아니었고 다른 팀이었기 때문에 고민 상담이 뒷담화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잘못하면 불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두 가지 다 틀린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야근이 일상화되는 문화가 되면 레알 피곤하다. 1시간에 완료할 수 있는 일을 1.5시간에 완료하거나 2시간에 완료하거나 1시간에 한다고 해도 정확도가 떨어지는 등 성과가 더 떨어지게 되고 회사 구성원의 체력과 정신력도 급감하게 된다. 악순환이 된다.
이런 걸 잘 알고 있기에 그 분의 염려도 충분히 이해했지만, 내 나름대로도 이뤄야 하는 목표가 있기에 이런 딜레마 상황이 있음을 팀 회의에서 말했다.
쉽게 대답할 문제가 아니었다. 내 의견이든 아니면 동료분의 의견이든 서로 회사가 지켜야 하는 가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고민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팀 회의에서는 우선 내가 이뤄야 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대한 달리되, 그에 대한 보상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서포트 해주겠다는 내용으로 결론이 났다.
피드백에 예민하신 동료분이 생각나서 팀장님께 몇 번을 부탁했다. 그 분이 방어적으로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주시기를, 그리고 그 분이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도록 노력해주시기를 말이다. 나부터도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라, 이 분의 마음이 10분 이해되었고, 회사를 위한 의견제시였기 때문에 이 분이 위축되는 걸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심리적 안전감이 뭐냐고 여쭤보시기에 장문의 DM을 날렸다. 어찌보면 건방진 행동인데 그래도 얘기할 건 얘기하는 편이기에 심리적 안전감에 대한 책과 논문을 인용하며 자세히 설명해드리고, 왜 이게 중요한지 말씀드렸다.
팀장님은 완벽히 이해하셨다고 하며, 더 조심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고 해주셨다.
나는 어떤 의견이든 비상식적인 게 아니라면 회사 내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갈등이 있으면 오픈해서 해결해야한다고 믿는 인간이기때문에 '심리적 안전감'은 정말정말 소중하다고 믿는다.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조직은 매우 정치적인 조직으로 변하기 쉽다고 생각하고 그런 조직은 내가 견디기 매우 힘들어한다. 휴멜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이 팀장님과 서로 통한 듯 했다.
마지막으로 수습기간에 대해서도 얘기를 꺼냈는데, 수습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춰볼 때 3개월이라는 기간이 너무 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충분히 일을 잘 해내고 있는 편이며,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걸 어필했다. 이런 협상 사례가 없어서 당황하셨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서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얘기를 나누고 다음 회의 때 줄이기 위한 기준을 어떻게 잡을지 등에 대해 더 협상 해보는 걸로 타협했다.
2주밖에 안다녔는데 ㅡ,.ㅡ... 왤케 오래된 느낌일까.... 하루하루 뭔가 일벌리고 사고쳐서 그런건가 아니면 번아웃인가 걱정된다.
그래도 하나하나 해보면서 내일은 조금 더 나은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
물론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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