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 일어나는 건 늘 어렵습니다.
다른 날들은 벌떡벌떡 일어나 출근하는데 그동안 습관이 잘못 들어서 그런지 토요일은 항상 피곤하고 쉬고 싶어집니다. 특히 금요일 저녁에 스터디를 하다보니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듭니다.
그래서 저번주에는 늦잠을 자고 못 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음주에는 자격증 시험이 있어서 못가기 때문에 이번주는 꼭 가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오늘은 신선경 교수님도 찾아뵈야 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야 했습니다. 게다가 회사에서 스터디하기로 한 것도 있고 Coursera Kubernetes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주말 시간 활용 습관을 들여야만 했습니다.
씻으러 가기까지의 거리는 3cm밖에 안되었지만, 한 3만km가 되는 듯 엉기적엉기적 들어가서 씻고 겨우 나섰습니다.
늦은 줄 알고 헐레벌떡 갔는데 1등으로 도착... ㅡ,.ㅡ...
그래도 모두연 분들 한 분 한 분께 명함을 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뻤습니다.
소장님께도 드렸고, 자혜님께도 드렸고, 태훈님께도 드렸고 수치해석 풀잎에서 퍼실로 가르침을 주고 계신 이주희 교수님께도, 다른 분들께도 드렸습니다.
모두연에서 깝죽대면서 1년간 공부한 끝에(?!) 취직한 거라 이리저리 지원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뭔가 보답할 수 있다는 그 느낌은 취직으로 얻은 최고의 복지였습니다.
풀잎을 1시 반에 제 시간에(?!) 마친 뒤, 신선경 교수님을 찾아뵈러 갔습니다.
강남역을 걸어가면서 선물로 뭘 드리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마땅한 게 없더라구요. 당연한 얘기지만, 교수님이 저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풍족하시기도 하고 바라시는 건 오직 취직 1가지 뿐이었는데 그걸 이뤘으니... 그러다 출구 근처에서 꽃을 팔길래 꽃 한 송이 사서 명함과 함께 드렸습니다.
교수님이 여신 행사는 이상원 선생님의 신간 발간 기념 행사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15051178
그 동안 종종 뵈었던 이상원 선생님께서 새 책을 내셨는데, 역시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선생님은 선생님이 겪으셨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얘기해주셨습니다.
알라딘에서 소개된 내용을 보니 이렇게 소개가 되어 있네요.
예정된 이별을 알지 못하고 해맑게 떠났던 한 달간의 남미 여행, 남미에서 돌아온 엄마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날부터 시작된 약 7개월의 이별 여행, 그리고 엄마가 남긴 일기로 먼 옛날의, 지금껏 알지 못했던 엄마의 삶을 들여다보는 여행. 이 세 번의 여행을 통해 딸은 엄마의 삶을, 그리고 엄마와의 이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깨닫는다.
딱 이런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의 어머님과 한 달간 남미 여행을 다녀오셨는데 몸이 안 좋으셔서 검진을 받아보니 황달이란 얘기와 함께 췌장암 말기라는 진단. 의사는 냉정한 목소리로 치료 안하면 7개월을 살 수 있다고 하고 치료 하면 12개월을 더 살 수 있을거라고 했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담담하게 얘기하셨지만 얼마나 마음 고생을 하셨을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큰 일을 겪으며 자신의 삶과 관계를 돌아보게 되셨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선생님의 발표가 끝나고 함께 자리에 계셨던 분들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다들 교수님 급으로 연세가 있으신 편이어서 그런지, 암 환자 어머니를 모신 경험이 있거나 암에 걸려본 경험이 있으신 등 힘든 경험들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공감해주며 마치 심리치료모임에 온 듯, 서로 간의 힘들었던 얘기를 나누고 공감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큰 일을 겪고 심각하게 사는(살았던?! 대충 령어로 치면 현재완료진행형) 경험이 있기에 그 얘기를 들려드렸고 어린 나이에 험한 일 겪었다면서 공감을 받았습니다.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죽음이라는 게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걸 다시한 번 느꼈습니다. 물론 20대이기에 나이가 많으신 선생님들보다는 사망확률이 낮긴 하지만, 그건 확률이 낮다는 것일뿐 죽지 않는다는 보장은 아니기에 내가 곧 죽는다면, 암에 걸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이 계속 제 맘을 맴돌았습니다.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문제와 떼어낼 수 없는 문제이고, 이 문제는 살면서 자신의 삶이라는 걸 통해 답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울한 주제였지만 유머러스한 대화가 오갔으며 죽음에 대한 터부시 없이, 서로 자신의 얘기를 주고 받으며 성찰하는 그 시간이 신기하기도 했고 여유가 없던 마음속에 깊은 휴식시간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다 되었고 선생님들께 명함을 돌리고, 신선경 교수님께도 명함을 드렸습니다.
교수님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라고 하시며 아들이 취직한 듯 기뻐해주시더군요.
그동안 심려 많이 끼쳤는데 그걸 조금 덜 수 있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령어 스터디는 중도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하셔서 다음 기수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안그래도 회사 업무에 령어가 매우 많이 엄청 john나 대박 필요해서 령어 스터디에 참여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인사드리자 교수님은 어디 가냐고 여쭤보셨고 회사에 간다고 하자, 교수님은 회사 사람들과 먹으라고 귤과 빵을 챙겨주셨습니다. 교수님께 늘 받기만 해서 죄송한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명함을 드렸으니(?!) 마음의 부담감을 조금은 덜고 그걸 기쁜 마음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빵은 가면서 강남역에 매일같이 껌을 파시는 할머니께 드렸습니다. 이가 성하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라도 드리는 게 마음이 덜 불편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라는 기사가 나오곤 하던데, 강남역에서 맨날 복지사각지대를 보는거 같은데 이런 분은 어떻게 하시는지...)
회사에 왔습니다. 출석체크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동료분들께 폐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업무 모니터링을 하려고 하는데, 또 memory문제가 나있어서 빡쳤습니다.
분명 셋팅 잘 해놓고 나왔었는데 Out of memory가 나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럴까봐 회사에 온건데 예상대로 되니까 짜증이 2빠이 올라왔습니다. 그래도 가라앉히며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휴멜로)는 40시간만 채우면 되는 자율출퇴근제라 우리 팀 동료 분 한 분은 오늘 나오셨습니다.
교수님이 주신 귤을 나눠드리고 업무 좀 하다가 새로 생긴 닭갈비집에서 닭갈비를 먹었는데 양은 아쉽긴 하지만 존맛탱이어서 12월 팀 회식은 여기로 하기로 잠정적 결정을 냈습니다.
사실, 이상원 선생님의 북 토크를 듣고 동료 얼굴을 보다보니 뭔가 느낌이 묘했습니다. 내일 내가 혹은 이 분이 죽는다면 어떨까? 라는 마음이 들어서 뭔가 센치해졌습니다.
살아있을 때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여기서 다 끝내자 라는 신념을 더 굳게 실천하기로 마음 먹고 닭갈비와 잔치국수를 정말 렬심히 먹었습니다. 새로 개업해서 그런지 몰라도 주인분들은 굉장히 친절했고 절실해보였습니다. 이 분들의 절실함이 제 미래같이 보여서 마음이 쓰리기도 했습니다.
새로 개업하셨다고 핸드크림을 선물로 주셨는데 어차피 손에 땀이 많아서 고민이기도 했고 프랜차이즈 경영하시느라 힘드실걸 알기에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너무 고마워하시는 모습이 오히려 제 마음을 쓰리게 했습니다.
역시 사회는 힘들구나... 미생에서 나온 밖에 나오면 지옥이다 라는 그런 말 처럼요.
내일 죽을것처럼 일하고 사랑하려 합니다.
좀 쪽팔리고 힘들더라도,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면 지금 조금 더 여기서 할 수 있는 걸 더 해보고 더 도전해보는 게 좋습니다. 자기계발서에 지겹도록 나오는 내용이지만, 실제 경험해보면 이 가치관을 가질 수밖에 없더라구요. 자기계발서의 문제점은 강요한다는 것이지, 가치관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Dilige et quod vis f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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