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히 구원만 바라는
녀석들 앞에는 기적같은건
일어나지 않아!!
- 문수 [신 암행어사 中]
복싱에서 내가 연습하고 있는 동작은 크게 4가지다.
잽잽 원투 백스텝 원투
잽잽 원투 원투 백스텝 원투
잽잽투 원투 백스텝 원투
잽잽투 백스텝 원투
간단해보이지만, 내게는 헷갈리고 계속 연습하다보면 다리가 너무 아프기에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실수를 많이 하는 동작이다.
그래서 저번 주 목요일, 코치님이 빡쳐서 될 때까지 시켰다.
체력이 다 소진되도 계속 몰아붙이시고 될 때까지 시키셔서 그 날 탈진하는 줄 알았다. 그래도 반복하니까 조금씩 되는 게 좋았다.
금요일 몸이 좋지 않아 쉬고
오늘 다시 테스트를 봤는데 목요일 특훈 덕인지 별로 헷갈리지 않고 제대로 해냈다. 남들이야 1주~2주 정도면 금방 나가는 진도다. 그만큼 쉬운 동작이다. 하지만 나는 운동신경이 0에 수렴하는 몸치고 이제서야 겨우겨우 해냈다.
각오한 일이다. 어차피 못할 걸 알기에 그냥 하루하루 빠지지 않고 체육관에 나가서 줄넘기 뛰고 자세연습하고 근력운동하고 스파링하는 걸 빼먹지 말자고 목표를 잡았다. 정말 안되겠으면 코치님이 알아서 포기하시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빠르진 않아도 조금씩 조금씩 늘어갔고 그 재미가 쏠쏠했다. 그래서 회사에 가면 거의 기승전복싱이라고 할 만큼 맨날 복싱얘기만 했고 동료분들께 복싱 같이 하자고 꼬시고 또 꼬시는 중이다.
복싱과 마찬가지로 지금 하는 업무도 솔직히 엄청 특출난 편은 아니다. 아니 남들보다 느리다.
그닥 잘하는 거 같지 않다. 전처리하면서 드는 생각이 내가 이렇게 파이썬을 못했나? 그런 생각을 자주한다.
오늘도 전처리하면서 막히는 게 너무 많고 답답했다.
그래서 NLP팀장님께 찡찡댔다. 팀장님은 답했다.
"쫓기듯 해서 그런거임. 여유를 갖고 하셈"
그런 거 같았다. 회사에 온 날부터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고 일벌리는 걸 좋아하는 만큼 이리저리 난리치고 다니기 일쑤였다.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아직 내가 기대한만큼 성과가 나오기엔 좀 짧은 기간이었다. 물론 내가 전공자에 경력이 쌓였다면 지금쯤 뭔가 하나라도 만들어냈겠지. 하지만 나는 비전공자에 신입이 아닌가. 그렇다고 내가 코딩에 엄청난 감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성과가 나오길 바라는 건 그저 누군가가 나를 구원해주길 바라는 생각일 뿐.
복싱에서 그랬듯, 그냥 하루하루 쉬지 말고 운동하듯 꾸준히 하는 걸 목표로 삼기로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조금씩 경험이 쌓이고 마치 근육이 성장하듯, 실력이 성장할테니까. 그 때가 되면 더 효율적으로 코딩하고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더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겠지.
지치지 말고 든든한 회사 동료들 믿고 계속 존버 하는 거.
지금 내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
하다보면 언젠가 기적 한 번 쯤 일어나지 않겠어?
'내가 쓰는 글 > 자기발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는구나. 가는구나. 가는구나. (0) | 2020.01.21 |
---|---|
지키고 싶은 게 있어 (0) | 2020.01.21 |
마음의 빚을 조금씩 덜어보려 해. (0) | 2020.01.19 |
좌절 -> 환희 -> 낙담 -> 좌절 -> 환희 -> 낙담 (0) | 2020.01.18 |
성과는 어디에서 오는걸까 (0) | 2020.01.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