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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

문제해결력을 기른다

by Diligejy 2020. 10. 28.

p.15~17

어느 농기구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사장이 이런 지시를 했다. "우리 회사 영업 사원들은 고객 거래처에서 1시간 정도를 머무는데 그 시간이 너무 길다. 영업 활동과 무관하고 불필요한 잡담만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도록 하라." 사장이 우연한 기회에 다른 업계의 경영자를 만났는데 방문 관리의 중요성과 함께 그 업계에서는 영업 사원의 체류 시간이 평균 15분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발단이 된 것 같았다.

 

당시 농기구 판매업계에서는 농가를 방문하여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잡담을 나누고, 때로는 바쁜 농촌 일손도 도와가며 농기구를 판매하는 영업 방식이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그런데 영업의 효율성만 생각하여 농가를 방문해 영업 내용만 말하고 간다면 어떻게 될까? "저 영업 사원은 물건만 팔려고 하고, 영업 사원의 입장에서 장사만 하려 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스피드 시대인 요즘, 이런 영업 방식은 없어졌다. 그러나 당시엔 고객 방문 시간이 너무 길어 도를 넘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고, 농기구업계의 특성이기도 했다. 즉, 고객 방문 시간이 긴 것은 해결해야 할 사항이 아니었으며 영업 활동의 전제 조건이었던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어느 청량 음료 회사에서 사업상의 문제점을 단번에 알아내려고 종업원들에게 문제가 무엇인지 묻는 앙케트를 했다. 가장 많이 제기된 문제점은 "날씨에 따라 매출이 좌우된다"였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는 문제가 아니라 특성이다. 

 

그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확실히 날씨에 따라 매출 변동이 심한 것이 좋을 리 없다. 그러나 음료 사업만 하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때 필요한 것은 '그러한 특성을 전제로, 월별 매출의 높고 낮음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매출을 월별로 평가하지 않고 누계로 계산하여 평가'하는 것이다. 사업 특성에 맞는 관리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회사의 종업원들이 '무슨 방법이 있지 않을까'하고 느끼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해결해야 할 문제 그 자체일 뿐이다. 그러나 일상 대화에서는 "날씨에 따라 매출이 좌우되는 것이 문제다"라고 흔히 말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문제'라는 말과 문제 해결 대상으로서의 '문제'는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비즈니스에서 문제를 생각할 때는 의식적으로 문제와 그에 부여된 조건과 특성을 구별하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제쳐두고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주제로 난상토론을 벌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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