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5
개인이나 조직이나 서로 간의 입장 차이에 따른 갈등은 상존한다. 이를 대화를 통한 합의로 해소할 수 있다면 바람직하겠지만, 충돌이 불가피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행동에 나서서 확고한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 어설픈 봉합은 결국 후일 더 큰 충돌로 이어질 뿐이다.
p.37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유지된 강력한 세력은 모두 강력한 동맹관계에 기반하고 있었다. 고대 로마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대 로마는 전쟁에 이긴 후 패전국을 식민지로 만들지 않았다. 동맹을 통한 네트워크 확장의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다.
p.43~44
이처럼 1인 체제는 강하게 보이지만 머리만 없어지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이를 대체할 세력도 부상하기 어렵다. 반면 연합체는 항상 내부갈등과 분열의 소지가 있고 왕권이 약해지면 내부에서 이를 활용하여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키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는 역설적으로 연합체를 공격할 때는 내분의 소지를 파악하고 이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반면 1인 체제는 군신관계가 명확하고 내부 감시도 철저하기에 총력전으로 임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p.54~55
허영심으로 가득한 사람은 타인에게 칭찬받으려 하기 때문에 원칙 없이 상황에 따라 입장이 바뀌고, 대중의 인기를 추구하는 연예인처럼 들떠 다닌다. 그럴듯한 비전을 제시하고 현란한 언어로 군중을 매혹시키며 추종자도 형성되지만 그것이 전부다. 반면 야심 또는 비전은 진정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실제적 힘을 갖추려 하기 때문에 기존 체제의 수혜자들에게 위협이 된다.
변화는 필연적으로 수혜자와 피해자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누구나 변화를 외쳐대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의 변화를 내심 전제하고 있다. 그래서 모든 변화는 '총론 찬성, 각론 반대'의 저항에 부딪힌다. 신생 군주국을 다룬 본 장에서는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군주는 적극적 반대자와 소극적 지지자의 난국을 헤쳐나가야 하는 운명'임을 지적한다. 새로운 질서로 인한 변화에서 오는 피해자의 손실은 명확한 반면 수혜자의 이익은 불분명하다. 또한 기존 질서에서 이익을 얻던 피해자들은 조직적인 반면 수혜자는 조직적이지 않고 사회적 힘도 떨어진다.
하지만 이를 돌파하는 것은 리더의 역량이고 운명이다. 리더가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현실에 구현하고자 하면 혀와 주먹이 겸비되어야 한다. 혀의 논리로 설득하고 이해시키면서 때로는 주먹의 힘으로 강제할 수도 있어야 한다.
p.61
고대 로마시대의 역사가인 타키투스는 말했다.
"인간 세계에서는 자기 실력에 기초를 두지 않는 권세나 명성만큼 못 믿을 것도 없다."
누군가에 의해서 확보된 지위는 나의 것이 아니다. 임명자의 마음이 바뀌면 그것으로 끝이다.
p.70
구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혼란기에는 미천한 신분이라도 자신의 역량과 운으로 급부상하는 경우가 생겨나지만, 안정기에는 정치도 기존 정치권력 내부의 역학관계에 따라 움직이기에 자연스럽게 일종의 가업家業처럼 변화한다. 소위 자유선거가 실시되고 있는 근대 문명국가에서도 대를 이어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가문이 나타나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p.79~80
귀족세력이 강한 국가의 군주는 피아를 구분하고 귀족들의 세력균형을 유지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먼저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공동 운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군주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귀족이 평소에는 면종복배面從腹背, 겉으로는 순종하는 체하고 속으로는 딴 마음을 먹음 하다가 결정적 시기에 자기 입장에 따라 반기를 드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또한 귀족들의 지지에 의거하여 왕이 되었더라도, 왕이 된 이후에는 귀족들에만 의존하지 말고 평민들의 지지를 확보하여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귀족과 평민을 막론하고 평온할 때의 태도와 시련기의 태도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평상시에 용감해 보이는 군인과 전쟁 시에 용감한 군인은 따로 있는 것처럼, 상황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p.82
자고로 사람은 어려울 거라 예상하는 일에 잘 달려들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준비한 군주는 그리 쉽게 공격받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견고한 수비를 자랑하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군주가 적에게 공격당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강력하고 용감한 군주는 그의 신민들에게 고통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줘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적의 잔혹함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큰 목소리를 내며 나서는 듯 보이는 신민들을 교묘하게 달램으로써 그 같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게 됩니다.
p.98
인간은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눈에 좋아 보이는 일에는 그 안에 독이 감춰져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덥석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독성이 나타날 때까지 독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군주는 현명하지 못한 자입니다. 물론 이러한 통찰력을 지닌 자는 소수입니다. 로마 제국의 첫 번째 재난을 자세히 검토해보면, 그것이 고트족을 용병으로 삼으면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부터 로마 제국의 세력이 쇠퇴하기 시작했고 로마 제국의 기상을 드높이던 모든 용맹이 고트족에게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p.117
리더는 통상적 선악의 협소한 개념을 벗어나 넓은 시각으로 인간과 세계를 이해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는 눈앞에 보이는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이나 일차원적 인과관계를 뛰어넘어, 세상사 이면에 감춰져 있는 복합적 선악의 개념과 고차원적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행동해야한다는 점을 웅변하는 사례다
p.126
중국역사의 비조인 사마천은 2,500년 전 <화식열전>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가장 잘 다스리는 방법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이고, 그 다음은 이익을 이용하여 이끄는 것이고, 또 그 다음은 백성들을 가지런히 바로 잡는 것이며, 가장 정치를 못하는 것은 재산을 가지고 백성들과 다투는 것이다."
p.161~162
학(學)글자 하단의 아들 자(子)는 기존지식의 충실한 아들임을 뜻하는 반면, 각(覺) 하단의 볼 견(見)은 스스로 깨달아 새로운 눈으로 사물을 바라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p.178~179
운명은 가변적인 반면 인간은 자신의 방법들을 고집하기 때문에, 인간이 운명과 조화를 이룰 경우 성공에 이르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실패하게 됩니다. 따라서 신중하기보다 새롭게 모험을 시도해보는 쪽이 더 좋습니다. 왜냐하면 운명의 신은 여성이기에, 그 신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두고 싶다면 그녀를 거칠게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이 여신은 냉정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보다 과감하게 행동하는 사람에게 호의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운명의 여신은 젊은 남성들의 연인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덜 신중하고 더 격렬하며 과감하게 그녀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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