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65~66
근원적으로, 필터의 성공요인을 한 단어로 말하면, '분리Separation'입니다. 양편의 가운데 길목에서 선별하고 설정하는 필터는, 양편이 분리될수록 힘을 발휘합니다.
힘을 얻고 그래서 성공하려면, 양편을 가능한 한 분리시켜야 합니다.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게 만들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 물리적으로 먼 거리를 연결하는 경우 유통업의 유통마진은 높아지고, 직판이 없어야 본사와 구매자는 더 멀어져서 다단계 판매자의 수익이 증가합니다.
p.68
네이버가 축적하는 정보의 근원지와 우리가 멀어질수록, 검색광고를 의뢰하는 사업자의 본래 평판과 우리가 분리될수록 네이버는 강력해집니다.
p.82
사실 연결 자체가 약해서 좋다는 말이 아닙니다. 약하게 연결되어 있는 그곳에서 맞이하게 되는 새로움과 참신함, 다양성이 좋은 것이죠. 다시 말하지만, 약한 연결이 좋으니 연결을 강화하지 말고 약한 연결을 추구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약한 연결이라도 다양한 연결을 만들고, 또 주위에 존재하는 다양한 연결을 잘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p.105~106
시시각각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유한하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인간으로서의 생명이 유한하고,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의 체력과 에너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산업화 이전에는 유한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고, 산업사회에서는 유한한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했습니다.
'경쟁'이라는 의미 자체가 '유한한' 객체의 획득에 대한 것입니다. 가진 것도 유한하고
가진 자도 유한합니다. 인간의 사회생활과 기업의 경영활동의 보편적 진리는 이러한
'유한의 세계'에 기초하고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유한세계에는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유한한 수의 것들이, 유한한 형이하학적 공간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아무리 그 수가 많더라도 최대치가 있고, 또 최소치도 있는 세계입니다. 아주 큰 것과 아주 작은 것은 그리 많지 않고, 약간 큰 것과 약간 작은 것은 그리 적지 않습니다. 이 세계에서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범한 것들이 주종을 이룹니다.
이러한 모양새를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라 합니다. 기억나죠? 고등학교 수학 책에 나오는 통계용어이지만, 교양의 단어라 할 만합니다. 흔한 것들은 많고, 흔하지 않은 것들은 적은, 유한세계의 평범한normal모습이죠. 그래프로 그리면 가운데가 볼록한 종 모양과 유사한데 그 볼록한 부분이 평균적인 것들입니다.
'평균적인 것이 평범하다'는 것을 세상의 이치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비록 평균에서 벗어난 입장에서도 말입니다. 모든 것이 유한하다는 엄연한 가정이, 평범한 대다수가 평균 근처로 모이는 현상을 만들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이 엄연하고 당연한 가정과 현상이, 그래서 종종 우리에게 인간적 안도감과 사회적 안정감을 주었던 사실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아니, 이미 '평균=평범'은 불변의 진리가 아닙니다.
디지털 시대가 우리의 눈앞에 가져다준 가장 획기적인 것이 무엇일까요? 수많은 디지털 기기들이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무한의 세계'입니다.
디지털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가치를 입혔습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한정된 상품을
제조하던 유한세계 너머로, 무한정 디지털 자원으로 무한정 디지털 상품을 찍어내는
무한세계를 보여준 것입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은 무한한 것이, 눈에 보이는 유한한 것보다 값어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컴퓨터를 살 때 하드웨어만 사도 소프트웨어를 덤으로 주었습니다.
서비스는 공짜였지요. 하지만 이제는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고, 하드웨어는 염가이거나 빌려 씁니다. 디지털 경제와 지식 경제를 유사한 맥락에서 혼용하는 이유는 디지털 환경에서는 무형의 지식이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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