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8~39
사랑의 징정한 위력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사랑할 때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면서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정면으로 끌어안을 수만 있다면,
아주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감정을 넘어서서 계속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무의식을 의식의 차원으로 통합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사람이 한 사람을 아름답게, 자신감 있게, 성숙하게 만드는 이유 역시 그 어려움을 이겨낸 성과일 것이다. 사랑만 제대로 해낼 수 있다면 인간 정신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한다. 정신분석은 사랑 앞에서 좌절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일이라 한다.
p.59
분노의 또 한 가지 속성에는 '자기애적 분노'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누구나 태생적으로 나르시시스트의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마다 자신이 소중하고 특별하고 선하고 정당한 사람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런 자기 이미지가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분노를 자기애적 분노라고 한다.
타인이 자기에 대해 나쁘게 말하면 화가 나고, 타인이 자신의 성취에 대해 비판하면 분노하고, 타인의 사소한 지적에 대해서도 저항감을 느끼는 것이 자기애적 분노다.
자기애적 사랑처럼, 자기애적 분노에도 상대에 대한 공감이나 배려가 없다. 상대방은 그 사람을 모욕하거나 그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마음이 없었음에도 자기애적 분노에 사로잡힌 사람은 자신의 분노밖에 볼 줄 모른다. 눈이 나쁘거나 잠시 딴 생각에 팔려 친구를 못 보고 지나치게 되면 그 친구는 상대가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며 분노한다. 전화 메시지에 응답이 없거나 전화가 연결되지 않을 때에도 상대방이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분노의 감정을 느낀다. 사업상의 거절에 대해서도 마치 자기 존재 전체를 거절당한 듯한 분노를 느낀다. 심지어 상대가 주겠다고 약속한 바 없는 사랑을 일방적으로, 근거 없이 기대했다가 그것이 오지 않는다고 분노하기도 한다.
p.184~185
투사 이론의 핵심을 가장 극명하게 요약한 게슈탈트의 말이 있다.
"모든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타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든지, 어떤 말을 하든지 그것은 모두 나의 내면에 있는 요소들이 거울처럼 되비치는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내면에 억압된 부정적 측면이 많은 사람은 더 자주 타인의 부정적인 면을 보게 되고, 그만큼 더 자주 타인에게 분노를 경험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 당신 앞에서 제삼자에 대해 험담한다면 그 사람은 돌아서서 그 제삼자에게 당신에 대해서도 험담할 것이다."라는 속설이 심리적으로 참인 이유 역시 투사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p.245
"나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한 사람의 사랑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그처럼 가슴 아픈 구절이 또 있을까 싶었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말은 "타인의 욕망의 대상이 되는 일에 지극한 만족감을 느낀다"는 뜻이고, 또한 "나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돌볼 줄 모른다"는 뜻일 것이다. 나아가 "내가 사랑을 느끼는 대상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며, 그리하여 내 사랑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본 일이 없다"는 뜻과 같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길 줄 모른다"는 뜻과 닿아있는 것이다.
p.292
'뻔뻔하게'란 냉철한 현실 인식 위에 서 있는 엄혹한 생존방식을 말하는 게 틀림없었따. 우리의 겉치레 의식 아래쪽에 있는 것, 허위의식 뒷면에 있는 곳을 전면으로 꺼내놓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생에 대한 환상을 벗고, 인간에 대한 미화된 이미도 깨고, 에로스가 지닌 생존 욕망을 현실의 삶 위에서 구현하는 방식을 이르는 말일 것이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뻔뻔한 사람은 강한 정신력, 흔들리지 않는 주체성, 유연한 포용력을 가진 사람일 것 같았다.
p.309
세상과 인간의 속성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순수하게 산다는 것은 자신에게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위험한 일이었다. 그런 사람은 타인으로 하여금 사기치고 싶은 욕망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p.335
용기가 없다면 사랑은 단순한 의존 상태가 되고
용기가 없다면 충성심은 획일주의가 되고 만다.
p.374
이제 나는 내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며
정의롭기도 하고 비겁하기도 하며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기도 하며
그런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한 존재로서
존엄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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