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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행복의 기원

by Diligejy 2016. 6. 7.

p.23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오해를 하면 인간을 그저 '생각하는 단백질 덩어리'로 착각하며 살게 돈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문제도 생각이라는 아주 좁은 테두리 안에서 논하게 되고, 결국 행복의 본질을 간파하지 못하게 된다.


p.27

이성적 사고를 하는 것은 분명 인간의 탁월한 능력 중 하나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모습도 아니고, 그 역할이 생각만큼 절대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의식만이 우리의 눈에 보이기 때문에 생각이 자신의 행동과 결정을 항상 좌우한다고 착각한다.


이성적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 행복을 이해하는 데 왜 문제가 되는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방해가 된다. 보다 중요한 원인을 못 보게 만들기 때문에.


p.41

미국 66개 도시의 소비 행태를 분석해보면,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이 사는 곳일수록 남자들의 과소비가 심하다고 한다. 짝짓기 경쟁이 심할수록 무리한 지출을 해서라도 이성을 유혹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남자가 넘치는 도시일수록 남자들의 카드 빚과 부채율이 높다(Griskevicius, Tybur, Ackerman, Delton, Robertson, & White, 2012).


p.59~60

피카소는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 산 것이 아니다. 보다 진화론적인 해석은 피카소라는 한 생명체가 그의 본질적인 목적(유전자를 남기는 일)을 위해 창의력이라는 도구를 사용했다고 보는 것이다. 마음의 정신적 산물들은 사실 몸의 번성을 위한 도구인 것이다.


p.85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뇌과학자로 꼽힌다. 최근 그는 자신의 책에서 큰 질문 하나를 던졌다. 인간의 뇌는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설계되었을까? 일평생의 연구를 토대로 그가 내린 결론은 '인간관계를 잘하기 위해서'다.


p.86

진화 과정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들과 유골의 크기 변화를 비교해보면 결론이 나온다. 인간의 뇌가 급격히 커진 시기는 함께 생활하던 집단의 크기가 팽창할 때와 맞물려 있다.


p.114

외모와 행복은 유의미한 관계를 보이지 않는다. 즉, 내가 다른 사람 눈에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느냐(객관적 미모)는 자신이 느끼는 행복감과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결과가 하나 나타났다.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정도(주관적 미모)는 행복과 관련이 있었다. 외모뿐 아니라 다른 삶의 조건(건강, 돈 등)과 행복의 관계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난다.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Diener, Lucas, Oishi, &Suh, 2002).


p.116

행복을 따뜻한 샤워에 비유한다면, 우리의 정서 시스템은 찬물과 더운물을 조절하는 꼭지가 따로 달려 있는 샤워기와 같다. 불행의 요인들을 줄이는 것은 마치 찬물 꼭지를 잠그는 것과 비슷하다. 이것으로 샤워물이 덜 차가워질 수는 있지만 더 따뜻해지지는 않는다. 우리가 인생에서 추구하는 많은 삶의 조건들은 이 샤워기의 찬물 꼭지와 비슷하다. 물을 덜 차게, 즉 삶을 덜 불편하게 만드는 효과는 크지만, 물을 뜨겁게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 생각이 가진 또 하나의 허점이 있다. 인생의 어떤 변화가 생기는 순간과 그 변화가 자리 잡은 뒤의 구체적인 경험은 차이가 있다.


p.118~119

미래를 과도하게 염려하고 또 기대하는 것이 우리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산다. 대다수 한국인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고등학생은 오직 대학을 가기 위해, 대학생은 직장을 얻기 위해, 중년은 노후 준비와 자식의 성공을 위해 산다. 많은 사람이 미래에 무엇이 되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 이렇게 'becoming'에 눈을 두고 살지만, 정작 행복이 담겨 있는 곳은 'being'이다.


p.144

내향적인 사람들은 왜 외향적인 사람들만큼 타인과 어울리지 않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싫어서가 아니라 불편해서다. 사람이라는 자극은 양날의 검과 같다. 사람은 즐거움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때론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시누이처럼. 그래서 계속 직장상사만 보다 보면 휴가 생각이 간절히 나는 것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이런 사회적 스트레스를 더 예민하게, 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경험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서 한발 뒷걸음질 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사람이 싫은 것과는 다른 얘기다.


p.160

행복감을 에측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특성은 개인주의다(Diener, Diener, & Diener, 1995). 소득 수준이 높은 북미나 유럽 국가들의 행복감이 높은 이유도, 사실은 상당 부분 돈 때문이 아니라 유복한 국가에서 피어나는 개인주의적 문화 덕분이다. 그래서 개인주의적 성향을 통계적으로 제거하면, 국가 소득과 행복의 관계가 거의 소멸된다. 즉, 개인주의는 국가의 경제 수준과 행복을 이어주는 일종의 '접착제'역할을 한다. (Inglehart, Foa, Peterson & Welzel, 2008).


p.171

행복은 나를 세상에 증명하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잣대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도 없고, 누구와 우위를 매길 수도 없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 행복이다. 내가 에스프레소가 좋은 이유를 남에게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그들의 허락이나 인정을 받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타인이 모든 판단 기준이 되면 내 행복마저도 왠지 남들로부터 인정받아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행복의 본질이 뒤바뀌는 것이다. 스스로 경험하는 것에서 남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왜곡된다.


이 과정에서 행복의 또 하나의 적이 탄생한다. 과도한 물질주의적 가치. 저 사람 "행복할 만하다"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는 우선 남들이 볼 수 있는 구체적 증거들이 필요하다. 내용보다 외형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결혼식은 어떤 특급 호텔에서 했는지, 와인은 얼마짜리인지에 더 관심이 쏠린다. 그리고 이런 행복의 외형적인 증거물들을 전시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해진다.


p.192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의 내용과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총체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다. 음식, 그리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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