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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결국 이기는 사마의

by Diligejy 2022. 12. 31.

 

p.책갈피

세상에 순백의 여우는 없다. 그래서 백여우의 겨드랑이 가죽을 모아 갖옷을 만든다. 그와 마찬가지로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여러 사람의 장점을 골고루 갖춘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군웅이 할거하던 삼국시대에 사마의는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p.16~17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은 발산하는 방식이다. 젊었을 때는 자신의 재능과 청춘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이 경우 나이가 들어서는 젊었을 때 벌어놓은 밑천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반면 사마의의 인생은 수렴하는 방식이다. 사마의는 70 평생을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의 경험과 교훈을 차곡차곡 모았다. 눈덩이를 굴리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경험과 교훈이 쌓이게 된 것이다. 

 

p.29

자유롭지 않다면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는 것이 서기 160년대 이전의 풍격이었다.

살길을 찾지 못하면 죽으려던 것이 서기 160년대 이후의 환경이었다.

사느냐 죽느냐는 서기 1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직면한 문제였다.

사마의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태어났다.

 

p.36

마냥 착실하게 공부하고 시험 보며 일만 했다면, 사마의는 분명 빛도 못 보고 묻혀버렸을 것이다. 능동적으로 자신을 바꾸든지, 수동적으로 사회에 의해 바뀌든지 둘 중 하나일 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p.102~103

어느 성공한 기업 총수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만약 당신이 회사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라면 3년 동안 어떠한 제안도 하지 마라. 착실히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3년 후에도 제안은 되도록 자제하라"고 말이다.

 

왜 그럴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회사에 막 입사했을 때는 회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태다. 따라서 제안을 한다 해도 비현실적인 경우가 ㅁ낳다.

 

둘째, 당신이 아무리 똑똑하고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하더라도 순유, 가후, 정욱과 같은 고참들을 어찌 당할 수 있겠는가? 또 다른 동료들을 어떻게 상대할 수 있겠는가?

 

셋째, 사장은 당신을 어떻게 보겠는가? 젊은 친구가 제 잘난 머리를 자랑하고 싶구나, 공명심과 출세욕이 강하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 예외도 있을까? 당연히 있다. 제갈량은 유비 밑에서 계책을 내고 자신을 드러냈다. 여기에도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유비는 제갈량을 찾아가 임원이 되어달라고 청했다. 하지만 조조는 사마의를 하급 사무직에 데려다 앉혔을 뿐이다.

 

둘째, 유비의 공장은 규모가 작고 인사 관계가 단순했다. 그런데 조조의 회사는 규모가 크고 인사 관계가 복잡했다.

 

셋째, 제갈량의 사장 유비는 인덕이 많기로 유명했다. 그에 비해 사마의의 사장 조조는 질투와 의심이 많기로 유명했다.

 

이런 회사에서 이런 사장에게 제안한다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 기회를 통해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사장의 성격을 확실하게 파악하면서 실전 경험까지 쌓는 편이 실속 있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p.123

사람은 일생 동안 수많은 경쟁자를 만나게 된다. 경쟁자들이 성공을 거둘 때마다 계속 마음에 담아둔다면 정말 피곤할 것이다. 질투에도 전술이 필요하다. 일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사사건건 질투를 한다면 심장에 무리만 갈 뿐이다. 전쟁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사건에 신속히 대처하고 음험한 술수를 내는 것이 유엽의 특기였다. 이는 질투할 만한 재주가 못 되었다. 어떻게 하면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피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사마의에게는 더 중요한 문제였다.

 

p.127

간언하는 목적은 여러 가지지만 주군이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은 아니다. 내 모습을 보여주고 내 능력을 드러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계속해서 간언한다면 주군은 분명 언짢은 마음이 들 것이다. 이것이 첫째다. 주군이 간언을 받아들였더라도 만일 상황이 내 예상과 다르게 돌아간다면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것이 둘째다. 내 예상이 맞더라도 내 지략이 주군보다 높다는 것을 드러낸 셈이니 주군은 위협을 느낄 것이다. 이것이 셋째다. 강력하게 간언하면 이런 세 가지 불리한 일이 생기니 당연히 해서는 안 된다. 간언할 줄만 알면 평생 탁월한 모사밖에 될 수 없다. 간언하지 않는 현묘함을 알아야 신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걱정이 사라진다. 

 

p.147

전쟁은 두뇌와 병력 싸움만이 아니었다. 상대방 수장의 의지력에 대한 시험이었다.

 

p.167

사마의는 항상 그래왔다. '다른 사람이 내게 무슨 일을 맡기든 그 일을 철저하게 해낸다. 지위에 맞지 않는 권력을 다투지 않는다. 권력이 있으면 책임도 따르는 것이다. 책임과 능력이 일치하지 않으면 정치적 재앙의 근원이 된다.'

 

p.184

리더가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하책은 말로써 리더가 틀렸음을 증명하는 것이고, 상책은 그것이 사실로 증명되게 하는 것이다. 사마의는 상책을 취했다.

 

p.215~216

나라의 이익과 군사를 도모하는 것은 대계다. 큰 계획을 세우는 능력은 모사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만약 큰 일만 도모할 줄 알고 작은 일은 도모하지 못한다면 잘해야 일개 모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구세대 모사 중에 정욱이 그러했다. 그는 자신이 스스로를 도모할 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일찍이 자리에서 물러나 화를 피했다. 이는 그나마 끝이 좋은 축에 속했다. 양수 같은 부류가 맞은 결말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유엽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유엽은 뛰어난 예지 능력만 믿고 사사로운 인간관계나 정치적 투기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한 가지 능력만으로 군왕의 환심을 얻고 동료들의 견제를 받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네의 그 귀신같은 예지력은 우리도 익히 봐 왔네. 하지만 자네의 예측이 계속 맞아떨어질수록 우리가 모자란다는 것만 더 드러나지 않겠는가? 이 세상에 자네 하나만 똑똑한 사람이고, 우리는 모두 다 바보란 말인가? 우린 억지로라도 자네 말을 듣지 않겠네!'

 

이런 이유로 유엽이 매번 정확한 예측을 내놓아도 다들 듣지 않은 것이다.

 

사마의는 예지력의 경지에 있어서는 유엽보다 한 수 아래였다. 또 사마의는 유엽에 비해 군국 대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도 부족했다. 그래서 그가 올린 계책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얼마 안되는 계책을 군주가 전부 받아들였고, 큰 성과를 낸 덕분에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상이 좋았다. 계책을 내는 목적이 너무 공평무사해서는 안 되고, 그 계책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성공을 위한 것이어야 함을 사마의는 잘 알고 있었다. 즉 지략이 한 수 위였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사마의는 자신을 도모할 줄 알았다. 백 번 성공한 계책은 업무 자질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경우에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관직이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데 한 번 성공한 정치적 도박은 당신이 자기 사람이라는 걸 말해주고, 벼슬은 이례적으로 세 계단 또는 그 이상으로 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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