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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by Diligejy 2023. 1. 1.

 

p.33

다시 명백한 영웅이 되고 싶다는 희망에 불 지펴진 그는 자신을 묶고 있는 밧줄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이 시는 물론, 선원들도 바보가 아니다. 선원들은 오디세우스를 배에다 더 단단히 묶어둔다. 그들은 향수의 환영, 영웅적인 삶이 가능했던 옛날 세계에 대한 동경에 걸려 난파하지 않을 것이다. [오디세이아]라는 작품이 인식하고 있듯이, 세상에서 잘 살아나가려면 향수에 저항해야만 하니까. 우리가 이미 올라타고 있는 배에 머물러야 하고, 현재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있어야 하며,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멈추지 않고 계속 돛대를 적절히 조종해야 하며, 돛이 제대로 바람을 타고 갈 수 있도록 그게 얼마나 부풀었는지, 바람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는지, 돛의 아랫부분을 지지하는 봉재가 제 위치에서 이탈해버리지는 않는지 매 순간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현재 삶의 혼돈과 속임수와 어려움에 열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빛나는 과거에서 찾을 수 있는 달콤한 단순함에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그날, 호메로스와 세이렌과 로버트 페이글스가 한 목소리로 내게 해준 말이었다. 


p.70

호메로스에게 해변보다 더 비극적인 곳은 없다. 아킬레우스가 파트로클로스를 위해 거대한 화장용 장작더미를 쌓은 곳도 해변이다. 그가 너무도 아꼈던 파트로클로스는 이제 죽었다. 그도 곧 이렇게 될 것이다. 해변의 연장선상으로서, 호메로스에서 배가 처음으로 해안을 떠나는 때보다 더 강렬한 순간은 없다. 해안을 떠난다는 것은 망설임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의미다. 전투를 위해서 무장을 하거나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것처럼, 출발을 준비하는 일은 몇 번이고 계속해서 되풀이된다. 

 

p.72

세상을 주재하는 세상의 어머니는 새벽이지만, 선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살마은 그 배의 주인이다. 인간의 의지 없이는 항해가 시작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의 명령으로, 그러나 여신이 곁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영웅과 선원은 배에 오르고, 배를 해안가에 묶어두는 데 사용했던 단단한 밧줄을 푼 뒤 긴 의자에 앉아 '노를 잡고 바다를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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