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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해변의 카프카(하)

by Diligejy 2017. 8. 19.

p.115

필연성이라는 것은 자립적인 개념일세. 그것은 논리나 모럴이나 의미성과는 다르게 구성된 것일세. 어디까지나 역할로서의 기능이 집약된 것이지. 역할로서 필연이 아닌 것은 거기에 존재해서는 안 되지만, 반면 역할로서 필연인 것은 거기에 있어야 하네. 그것이 바로 연극의 대본을 만드는 방법, 좀더 유식한 말로는 희곡작법이라고 하지. 논리나 도덕이나 의미는 그것 자체가 아니라 관련성 속에서 생겨나네.


p.167~168

자유의 상징을 손에 넣고 있는 것은 자유로움 그 자체를 손에 넣은 것보다 행복한 일ㅇ리지도 몰라.


p.168

이 세상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 같은 건 원하지 않아. 원하고 있다고 믿을 뿐이지. 모든 것은 환상이야. 만약 정말로 자유가 주어진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무척 난감해할걸. 잘 기억해 두라구. 사람들은 실제로는 부자유를 좋아한다는 것을 말이야.


p.169

결국 이 세계에서는 높고 튼튼한 울타리를 만드는 인간이 유효하게 살아남게 되는 거야. 그것을 부정하면 넌 황야로 추방당하게 돼.


p.171

제가 추구하는 것은, 제가 추구하는 강함은, 이기거나 지거나 하는 강함이 아닙니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을 받아치기 위한 벽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을 받아 거기에 견뎌내기 위한 강함입니다. 불공평함이나 불운, 슬픔이나 오해, 몰이해 - 그런 것에 조용히 견뎌나가기 위한 강함입니다.


p.192

살아가면 갈수록 나는 알맹이를 잃어간다, 그저 텅 빈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가다. 게다가 앞으로 살아가면 갈수록 나는 더욱더 텅 비고 무가치한 인간이 되어갈지도 모른다. 그건 잘못된 것이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런 사고의 흐름을 어디에선가 바꿔놓을 수는 없을까?


p.327

이제 와서 돌이킬 수는 없는 일이야. 그녀는 그때 너를 버려서는 안 되었고 너는 그녀에게 버려져셔는 안 되었어. 하지만 일어나 버린 일은 산산이 부서져버린 접시와 같아서 아무리 노력해도 본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아. 그렇지?


p.330

나는 아직 잘 모르겠어. 왜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것이, 그 누군가를 깊이 상처입히는 것과 같아야 하는지를 말야. 즉 만일 그렇다면,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것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어?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나야만 하는 거냐구?


p.345

인간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정말로 무게를 갖는 것은, 어떻게 죽느냐 하는 것이다, 하고 청년은 생각했다. 어떻게 죽느냐에 비한다면, 어떻게 사느냐 같은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람이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역시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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