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5
유일하게 확실한 건 그 무엇도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 플리니우스 Pliny the Elder
의심하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확신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 볼테르 Voltaire
p.25
확률적 사고의 본질은 만약 그 무엇도 온전히 확실하지 않다면 의견은 확률로만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마켓에서, 정계에서 절대적인 의미의 '옳은' 길을 선택하는 건 결코 내 목표가 아니었다. 대신 나는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결과를 고려하고, 각 경우의 확률을 계산해 비용 편익의 균형을 저울질한 다음, 최선의 결과가 나올 것 같은 선택지를 골랐다.
p.27~28
사고하는 방법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있다면 또 문제가 매우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경우, 내 생각을 노트에 적고 이를 최대한 숫자로 표현하는 편이 더 철저하고 정확한 사고 방법이다.
주변 사람들이 숫자로 생각하도록 독려하면 문제를 더 명료히 하고 결정과 토론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말하면 - 예를 들면, 급격한 경제 성장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하면 - 나는 그 의견에 숫자를 추가해 보라고 요구한다. - 확률은 어떻게 되나? 성장률은 어떤가?
p.36
"반응을 보이면 안 돼요. 대응을 해야죠."
그리고는 설명을 덧붙였다. 반응을 보이는 것은 찰나의 충동심으로 감정에 기초해 결정하는 거라고 했다. 반면 대응은 사고와 인내를 수반한다. 뒤로 물러서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이 불러올 결과를 예상해보는 것이다.
p.41~42
내 경험상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문제에 대해 너무 감정적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다. 감정이란 인간의 본능이니까. 핵심은 이것이다. 감정에 잠식당했는가 아닌가? 혹은 감정적으로 먼저 반응하고 자신이 반응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다음, 초반의 충동을 오래동안 참아 가까스로 신중한 선택을 내리는가? 대응은 훈련이 필요하지만 반응은 그렇지 않다.
이 훈련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시간 - 진정 유일한 시간 - 은 혼란의 순간이 닥치기 전이다. 나는 강한 리더와 훌륭한 의사결정자를 구분 짓는 차이점은 그들이 감정 편향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 편향을 인지하고 있는지, 또 그것을 상쇄하려 하는지가 달랐다.
p.45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 의사결정자는 회의실에 더 많은 사람을 두어야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재무부에서 실제로 우리가 종종 실행에 옮겼던 일이 바로 이것이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는 사람들을 불러 문제를 함께 헤쳐 나가려고 했다. 내가 존경하는 판단력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관점과 감정 편향을 소유한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려고 했다.
p.47~48
공동체가 한 사람의 판단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 도구이긴 해도 그 사람의 판단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만약 당신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책임자라면 타인의 정보와 조언을 듣는 것은 매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결국 당신이 생각하기에 최선의 길을 선택해야만 한다. 지도자가 이러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힘든 결정을 피하기 위해 공동체를 끌어들인다면, 끝이 좋은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당신이 의사결정자라면 반드시 직접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의사결정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공동체가 생각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인지해야 하며, 타협하려는 유혹을 이겨내야만 한다. 나는 이 함정에 빠지는 사람들을 특히 비즈니스 영역에서 많이 보았다. 리더들은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 "그렇군요. 양쪽의 의견을 모두 들어보니 나는 X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증거 자료를 점검한 많은 이들이 Y라고 생각하는군요. 그러니 X와 Y 사이에 있는 옵션으로 하지요." 당신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결론짓고 결정을 바꾸거나 혹은 직원들의 사기를 유지하기 위해 적당히 결정을 수정하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후 당신의 결정이 옳다고 믿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다른 결정을 내리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p.53~54
범죄 문제에 대응하지 않고 반응을 보이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많은 정책 입안자와 대중들은 범죄의 실제 비용은 성급히 계산하면서 형사 사법 제도에 새로운 법률을 도입할 때 생기는 잠재적 비용이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폭력 범죄율은 하락했으나 미국의 수감자 수는 많이 증가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현재, 수감자 수는 사상 최고에서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미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더 높은 비율로 계속해서 국민을 감옥에 집어넣고 있다.
p.69
나는 우리의 대화가 리스크에 접근할 때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건 바로 리스크를 수량화할 수 있거나 모든 면에서 완전히 이해하기 전까지 리스크를 못 본 척하는 것이다. SEC의 경우처럼, 기후 위험 공개를 의무화할 능력은 없을지 몰라도, 기후변화에 대해 아직은 다 모른다는 이유로 리스크에 대처하는 것을 미루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p.71
사실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대부분 불완전한 정보를 근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런 불편함은 판단력을 흐릴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의사결정자라면 측정할 수 없는 많은 요소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만 한다. 하지만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그게 덜 현실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흔히 전문가의 말을 들은 다음 자신의 경험과 연관시킨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행크와 나는 비록 과학자들이 중요한 일을 해냈으나 그들 자신이 방금 설명했던 최악의 시나리오에는 충분히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중장기적으로 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 대단히 비참한 결과가 현실로 이어질 것 같았다.
p.72-73
인생의 모든 문제, 심지어 진지한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 없다고 느끼는 문제도 어느 정도는 리스크를 수반한다. 예를 들어, 플라이 낚시는 지난 40년간 내가 애착 - 가끔은 중독에 가까운 수준으로 - 을 가진 취미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장소는 몬태나에 있는 루비강 유역인데, 정확히 찾아가기가 약간 까다로운 곳이다. 그 장소로 가려면 처음에는 수심이 얕고 흐름이 약한 구간을 건너야 하는데 그 부분은 괜찮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강둑 바로 옆에 있는 좁은 바위를 따라 걸어가야 한다. 수면에서 2~3인치 아래로 바위들이 있고 바로 옆으로는 5피트 정도의 절벽이 있다.
만약 내가 발을 조금이라도 헛디뎌 아래로 떨어진다면 크게 다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에 대해 충분히 생각한다거나 낚시를 하다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재지 않는다. 그저 건너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는 것이다.
루비 강에서 내가 위험에 접근하는 방법의 결과는 오롯이 나에게만 영향을 준다. 하지만 다른 경우 단 한 사람의 선택이 수천 명이나 수백만 명의 사람에게 도움을 주거나 해를 가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비즈니스, 정치, 정책 입안 상황에서 사람들은 내가 강을 건널 때 사용했던 똑같은 접근 방식을 너무 자주 사용한다. 의사결정자들은 그들이 생각하기에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재빨리 파악하고 다른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앞으로 밀고 나간다.
리스크에 접근하는 또 다른 흔한 방식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정교하다고는 할 수 없다. 리스크를 이진법으로 보는 것이다. "이게 잘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잘 안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떨 때 - 행크 폴슨과 내가 참석했던 저녁 식사처럼 - 리스크는 세 가지 가능성으로 갈린다. 최고, 중간, 최악의 경우. 그리고 중간의 사례만 고려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된다. 의사결정권자들도 가능성이 작은 경우가 존재한다는 건 인지하지만 그저 옆으로 밀어 놓거나 완전히 무시한다.
p.74-77
사실상 모든 경우 리스크는 하나의 숫자로 표현될 수 없다. 리스크는 범위다.
나는 지금 리스크의 전체 범위를 수량화하자고 제안하는 게 아니다. 그것만으로도 두꺼운 책 한 권이 나올 것이다. 게다가 리스크 관리의 기술적인 세부 사항과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 중요한 건 리스크를 측정하는 정확한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에 개념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복잡하며 자주 변화하는 리스크의 본질을 인지하고 내면화한 개인과 사회는,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더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리스크에 접근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비교적 쉬운 방법은 하나의 숫자만을 이용해 주어진 행동 방침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설명하는 대신, 좁은 범위의 숫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가의 GDP가 2퍼센트 성장할 거라고 하는 대신 1.75~2.25퍼센트 성장할 거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계산을 위해 단 하나의 숫자가 필요하다면 중간 숫자를 고르면 된다. 이는 사소한 차이로 보일 수 있지만 하나의 숫자 대신 좁은 범위의 숫자를 사용하면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더 잘 인지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심지어 베이스 케이스가 범위로 표현될 때도 이를 '유일한' 가능성으로 제시하는 것은 잘못이다. 베이스 케이스는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경우를 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가능성은 자주 배제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가령, 베이스 케이스가 80퍼센트 확률이라고 치자. 그래도 다섯 번 중 한 번은 '예상외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의사결정자들은 흔히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 비극적인 예가 이라크전이다. 미국의 전략을 책임지던 고위 관리들의 말이 옳고 베이스 케이스가 상대적으로 고통이 없는 점령이었다고 가정 - 상당히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예상이지만 - 해보자. 그럼에도 여전히 그 외에 다른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긴급 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은 없었다.
그러므로 단일 지점 싱글 포인트보다는 낫지만, 미들 케이스가 반영하는 범위는 사실 훨씬 더 넓은 범위의 한 부분일 뿐이다. 리스크를 잘 고려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은 그래프로 표시하는 것이다. - 여기서 기술 용어는 히스토그램이다. 하지만 쉽게 설명하기 위해 그래프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마다 일어날 수 있는 결과들을 최악에서 최상까지 가로축에 놓는다. 그리고 각각의 결과와 연관된 가능성의 백분율은 세로축을 따라 가장 작은 것 부터 가장 큰 것으로 배치한다. 대개 가장 가능성이 큰 결과가 가운데 위치하고 가능성이 희박한 결과가 양쪽에 있는 종 모양의 곡선이 된다.
예를 들어 보자면, 당신이 내년에 주식을 매입할 예정이고 잠재적 이익을 그래프로 나타낸다고 하자. 수익은 10퍼센트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프에서 선택한 포인트의 오른쪽에 있는 것은 모두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나타낸다. 주식이 11퍼센트 오를 합리적인 확률부터 가격이 두세 배가 뛸 극히 희박한 가능성까지 나타낸다. 당신이 선택한 포인트의 왼쪽에 표시된 것은 예상보다 안 좋은 결과와 가능성을 나타내는 리스크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말해 종 모양 곡선에서 왼쪽으로 이동할수록 가능성은 더 희박해지고, 잠재적이고 부정적인 결과의 크기가 커진다.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프록터 앤드 갬블'이나 '코카콜라'같은 고가 우량주에 투자했다면 그래프에서 가장 먼 쪽은 그 회사들이 파산할 가능성을 뜻한다. 가능성은 가장 작지만, 결과는 가장 끔찍할 이런 식의 리스크를 흔히 '테일 리스크'라고 한다.
내 경험으로 사람들은 대부분 베이스 케이스가 일어날 확률은 과대평가하며 드문 시나리오가 일어날 가능성은 과소평가한다. 특히나 테일 리스크는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과 그 충격의 범위, 모두 수량화하기 힘든 편이다. 그리고 테일 리스크의 결과는 꽤 심각하기 때문에 특히 관리하기가 힘들다. 결과적으로 리스크가 실제로 제로는 아니지만 아주 낮을 때, 의사결정자들은 테일 리스크를 무시하려는 강한 욕구를 느끼며 그런 극한의 리스크가 발생할 확률은 제로라는 가정 하에 움직이고 싶어진다.
게다가 그래프의 맨 끝은 가능성이 아주 낮기 때문에 최악의 결과가 아닌 다른 일이 일어날 때도 많다. 그러면 살마들은 역시 테일 리스크는 무시하는 게 맞다는 틀린 결론에 도달하고는 한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다음번에도 자신감만 높아진 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만약 최악의 상태가 발생할 경우,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테일 리스크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사람이 무심히 생각하게 되고 잠재적 결과는 더 심각해진다.
p.78-79
심각한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작은 씬 테일과 가능성이 작은 편이지만 그래도 씬 테일보다 더 큰 확률을 나타내는 팻 테일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록 현실적으로 가능한 테일 리스크에는 모두 어느 정도 대비해야 하지만 씬 테일 보다는 팻 테일에 주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잠재적인 결과가 무시무시할 때 1퍼센트의 가능성과 5퍼센트의 가능성은 차이가 매우 크다.
문제는 리스크를 평가할 때 당신이 겪을 수도 있는 테일이 얼마나 두터울지 알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잠재적인 일이 10년에 한 번 일어날지 20년에 한 번 일어날지 어떻게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이 실패한 결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테일 리스크를 포함해 리스크의 전체 범위를 점검하고 그 복잡성에 압도되면 리스크의 범위를 의사결정 과정에 통합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기 쉽다. 하지만 이를 포기하면 절대 훌륭한 선택이 나올 수 없다. 그 대신, 의사결정권자는 가능한 결과의 확률을 계산하고 그 결과의 범위를 예상한 다음, 손해와 이익을 저울질해서 최선의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
이 과정 중 그 어떤 것도 간단하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가 필요하다.
이럴 때 옐로우 노트가 유용하다. 의사결정권자들은 주요 잠재적인 결과를 몇 개 - 리스크의 전 범위를 반영하는 결과 - 추려서 각각의 확률과 범위를 덧붙이기 위해 사실과 분석에 기반해 판단할 수 있다.
이렇게 판단하는 방법이 정확하다고 보증된 건 아니다. 하지만 가능한 장단점 그리고 장단점과 관련된 확률과 범위를 고려한다면 엄격함과 체계성을 더할 수 있어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된다. 옐로우 노트를 사용하면 더 많은 정보르 갖고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으며, 사안의 이익과 영향력이 더 클수록 옐로우 노트는 더 중요해진다.
리스크를 평가할 때 또 다른 중요한 점은 확률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걸로 시작한다. 리스크를 점검하고 부정적인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을 판단할 때 우리는 그 질문들이 무엇에 관한 것이어야 하는지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예상되는 질문을 성급히 결정한 후, 해답은 무엇이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한다. 만약 당신이 올바른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면 문제가 뭉서이든 올바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p.80-81
리스크를 범위로 바라보고 의사결정에서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인식하고 있는 민간과 공공 분야의 지도자 수는 안타깝게도 많지 않은 듯하다. 이런 시각을 진정으로 내면화하는 리더는 아직도 적다. 정부, 금융권 혹은 개인에게 진정한 테스트는 당신이 심사숙고해서 리스크를 설명할 수 있는지 아닌지가 아니다. 그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시작에 불과하다.
당신이 리스크를 내면화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진정한 방법은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적절한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아니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1980년대 무렵 스티브 프리드먼과 내가 골드만삭스의 경영위원회에 있을 때 우리는 최고재무관리자였던 하이 와인버그에게 회사가 마주한 리스크를 철저히 분석해 일이 심각하게 잘못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 예를 들어 만약 시장이 완전히 붕괴될 경우 - 그는 열심히 연구하더니 가끔은 놀라운 결과를 가지고 오기도 했다. 만약 극도의 테일 리스크가 트레이딩 포지션, 자기자본 투자 등 넓은 범위에 걸쳐 동시에 현실로 일어난다면, 우리는 사업을 접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연구의 유용성에는 한계가 있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았지만, 사업이 잘 되는 동안 그 가능성을 완전히 없앨 방법은 없다. 우리는 매우 작은, 하지만 '0'은 아닌 재앙 같은 리스크르 받아들여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연습을 통해 테일 리스크에 관한 폭넓은 질문에 집중하게 됐다. 하이 와인버그의 연구에 비추어 우리는 골드만삭스의 자금을 이용하는 투자 규칙을 강화하기로 했다. 심지어 만약 주어진 포지션에서 최대 X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도, 가져갈 수 있는 포지션의 전체 크기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때문에 만약 손실이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면 정말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견딜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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