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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사결정

능력과 확신 그리고 운 - 행운에 속지 마라

by Diligejy 2023. 8. 27.

https://link.coupang.com/a/8tNzu

 

행운에 속지 마라:불확실한 시대에 살아남는 투자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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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 너무 강렬해서 그런지 모든 것을 '운'으로 돌린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나보다. 탈렙은 이 책의 서두에서 자신은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건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운이 작동하며, 우리는 편향에 사로잡혀서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일뿐이라는 거다. 

 

책을 읽다보니 억울할 만 했다. 

 

100페이지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능력이 있는데도 인생에서 불운을 맞이한 사람들은 결국 다시 일어서게 될 것이다. 운 좋은 바보는 인생에서 운의 덕을 보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점차 불운한 바보들과 비슷한 상태가 될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장기 속성으로 돌아가게 된다.

 

탈렙이 능력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명확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왜 탈렙은 이런 오해를 받는것일까? 

 

우선 책이 어렵게 쓰여졌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신의 주장을 다른 사람들이 읽기 쉽고 명확히 써놓았다면 오해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하지만 그는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고,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배려는 하지 않았고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다음으로 회의론의 본질적 특성 때문이지 않나 싶었다. 그는 자신이 회의론자라며 계속해서 의심한다는 걸 강조하고, 포퍼의 과학철학 이론을 얘기한다. 포퍼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는 어떤 이론을 입증할 수는 없고 반증만 할 수 있을 따름이다. 즉 확신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서 이론이라는 단어 대신 능력이라는 단어를 넣더라도 비슷한 맥락으로 통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우리는 능력이라는 것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물질세계로 보이는 세계가 아닌 비물질세계, 즉 금융세계에서는 특히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탈렙은 책 전반에 걸쳐 주구장창 치과의사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치과의학도 포퍼의 이론대로 계속해서 이론이 나오고 반증을 거치며 계속해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분야이겠지만, 비교적 치명적인 변화는 없고, 확실성을 띈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은 그렇지 않다. 내일 갑자기 어디선가 아니 내일이 아니라 1시간 후에 갑자기 전쟁이 날지도 모르고, 유행병이 터질지도 모르며, 버블이 갑자기 터질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런 이슈가 국내 이슈가 아닌 해외 이슈이더라도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내가 파악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는 뜻이다. 그리고 탈렙은 이런 희귀사건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경멸하면서도 그런 사람들 덕에 적은 확률이지만 큰 기댓값으로 돈을 많이 번다고 말한다.

 

옵션같은 파생상품을 다루는 사람이지만, 그는 이런 희귀사건이 저평가 되어있다고 판단하는 가치투자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책은 쉽지 않지만, 탈렙 특유의 까칠함과 그 까칠함에서 나오는 특유의 유머를 느끼며 읽다보면 재밌는 독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밑줄긋기

 

p.14

사람들이 결정론으로 치우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은 항상 필연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이것을 후견지명 편향 또는 사후확신 편향이라고 부른다). 누군가로부터 과거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후에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짜 맞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p.15

확률은 도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흄의 귀납 문제 (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보편성에 대한 추론)에서 유래하였다. 

 

p.15

확률은 주사위나 더 복잡한 변수로 승산을 계산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지식이 불확실함을 인정하고 무지를 다루는 방법을 개발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p.18

내 생각을 분명히 밝히겠다. 물론 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열심히 일하고, 시간을 잘 지키고, 깨끗한 셔츠를 입고, 향수를 사용하는 등 일반적인 통념을 따르면 성공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통념에 따른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끈기와 인내 같은 전통적 가치들도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p.19

<이웃집 백만장자>라는 엉터리 지침서를 쓴 저자 중 한 사람은 <백만장자 마인드>라는 더 멍청한 책을 썼다. 저자가 1,000명이 넘는 백만장자들을 조사해보니 어린 시절에는 대부분 IQ가 높지 않았던 것으로 나왔다. 그래서 천부적인 재능이 아니라 근면한 노력 덕분에 부자가 될 수 있었다고 추론하고 있다. 이 지침서를 읽은 사람들은 순진하게도 운이 성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백만장자들의 속성이 평균적인 사람들과 비슷하다면, 이들의 성공은 오히려 운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p.22

언론인들은 대부분 언론 사업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 듯하다. 특히 라디오나 TV와 같은 언론 사업의 목적은 진실 추구가 아니라 거의 연예 사업이다. 이들은 언론인이 단지 연예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들을 사상가로 착각하는 살마들을 상대로 일한다.

 

p.36

우리는 원래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애써 결함을 고치려고 수고할 필요가 없다. 인간은 결점이 많은데다 자연 환경과도 어울리지 않아서, 이러한 결함의 주변을 맴돌 뿐이다. 이것이 내가 (행운에 속지 않는) 두뇌와 (행운에 완전히 속아 넘어가는) 감정 사이에서 평생 치열한 싸움을 벌인 끝에 확신하게 된 사실이다. 

 

p.37

'바보도 이해할 만큼 단순화시켜야 한다'고 믿는다면, 단순화야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하는 바이다. 

 

p.41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불행한 일을 생각해 보면, 지금 즐겁다고 해서 자만해서는 안 됩니다. 또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감격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 미래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불확실하게 전개될 테니 말입니다. 그러니 임종하는 그 순간까지 신이 행복을 허락한 사람에게만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p.48-49

네로는 미리 정해놓은 손실한도에 도달하면 즉시 거래를 청산한다. 절대로 '무방비 옵션'을 매도하지 않는다. 막대한 손실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것이다.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예컨대 100만 달러 이상 손실이 발생할 위험은 절대로 감수하지 않는다. 손실한도는 항상 가변적이다. 그해의 누적이익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식으로 위험을 회피했기 때문에 그는 흔히 '천하무적'이라고 불리는 월스트리트의 다른 트레이더들만큼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 회사에서는 이후 등장하는 존처럼 네로와 스타일이 다른 트레이더들에게 더 많은 돈을 할당했다. 

 

네로는 "잔 손실은 괜찮아. 벌 때 크게 벌면 되지"라며 푼돈을 잃는 것에는 개의치 않는 기질이었다. 그는 트레이더를 순식간에 쓸어버리는 공황이나 폭락 같은 희귀사건에는 어떤 경우에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희귀사건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했다. 사람들이 왜 손실이 발생할 때 버티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그는 항상 "최고 겁쟁이인 스티보에게 배워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정확한 대답은 아니었다. 사실은 그가 확률 개념을 익힌 데다가 타고난 회의론자이기 때문이다. 

 

p.62~63

한 분야의 실적은 결과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며, 역사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을 경우의 대체비용도 고려해야 한다(이렇게 다른 사건들로 대체하는 것을 대체역사 alternative history라고 부른다). 의사결정의 타당성을 결과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대체역사를 실패자들의 변명이라고 생각한다(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결정이 타당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공직에서 해임되는 정치인들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라고 주장하고, 언론은 관례에 따라 그의 변명을 받아들이며 유감의 뜻을 표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대체역사를 생각하기란 절대 쉽지 않다.

 

p.64

몬테카를로 기법을 이용하는 대체 회계는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현실 상황을 수학 공식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러나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이유는 직관적 이해를 도우려는 목적이므로, 공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실제 대체역사는 계산을 통해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학은 단지 '숫자 놀음'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이다. 이제 확률이 질적 요소임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p.68-69

운에 대해서 뜻밖에 성찰적인 트레이더도 있다. 얼마 전 나는 식당에서 이 책의 초고를 읽어준 트레이더 로렌 로즈와 식사를 했다. 우리는 동전을 던져서 밥값을 계산할 사람을 정하기로 했다. 내가 져서 돈을 냈다. 그는 내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자기가 확률적으로 절반을 냈다고 말했다.

 

p.75

최근 <일리아드>를 다시 읽으면서 받은 첫인상은 이렇다. 호메로스는 결과를 보고 영웅을 평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웅들은 자신의 용맹과는 전혀 상관없이 전쟁에 승리하거나 패배했다. 이들의 운명은 전적으로 외부 세력에 좌우되었으며, 대개 교활한 신들이 노골적으로 개입했다. 영웅이 영웅이 된 것은 전쟁의 승패 때문이 아니라, 행동이 영웅적이기 때문이다. 파트로클레스가 영웅이 된 것은 업적 때문이 아니라 빈둥거리는 아킬레우스를 일깨우려고 죽음을 택했기 때문이다. 서사 시인들은 분명 안 보이는 역사를 이해하고 있었다.

 

p.77

이렇게 결과를 바탕으로 예언을 평가하려는 경향을 보면, 사람들에게는 원칙적으로 현실 세계를 지배하는 운의 복잡한 구조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측과 예언을 혼동하는 것은 운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다.

 

p.79

그래서 언론이 더 위험하다. 앞에서 보았듯이, 과학에 문외한인 조지 윌 같은 언론인들은 틀린 주장도 옳은 것처럼 왜곡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정보 제공자는 자신이 입수한 정보의 대표성을 왜곡함으로써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 우리 두뇌는 위험과 확률 문제를 만나면 피상적인 실마리라도 잡으려고 필사적으로 덤벼든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실마리를 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에 따라 쉽게 판단을 내린다. 게다가 충격적인 과학적 사실에 따르면, 인지 위험이 따르는 문제에 대해서 위험 감지와 위험 회피를 처리하는 부분은 두뇌의 '사고' 부위가 아니라 '감정' 부위다. 그 결과는 가볍지 않다. 이는 합리적 사고가 위험 회피와 거의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합리적 사고가 주로 하는 일은 자신의 행동에 논리를 갖다 붙이는 정도다.

 

p.85

나는 트레이더가 되는 순간부터 몬테카를로 기법에 중독되어 운과 관련된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이 기법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제시한 사례들도 대부분 몬테카를로 기법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계산 기법이 아니라 사고방식이다. 수학은 사고의 도구이지, 계산의 도구가 아니다.

 

p.87-88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내 평생에 가장 훌륭한 장난감이다. 임의 표본경로를 수천 개 또는 수백만 개 만들어내서 일반 속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에는 컴퓨터가 필요하다. 몬테카를로라는 매력적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카지노처럼 임의 사상을 시뮬레이션 한다는 뜻이다. 현실과 비슷하게 조건을 설정한 다음, 가능한 사상을 중심으로 다수의 시뮬레이션을 실행한다. 수학을 모르더라도 우리는 18세의 기독교계 레바논 청년이 러시안룰렛을 일정 횟수 시행했을 때 부자가 될 확률이 얼마인지 알 수 있고, 평균 몇 번 만에 무덤으로 가는지도 알 수 있다. 권총을 500연발로 바꿀 수도 있는데, 그러면 사망 확률이 낮아진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기법은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원자폭탄을 준비하던 기간에 개발되었다. 이 기법은 1980년대 금융수학에서 유행했는데, 특히 자산 가격의 랜덤워크 이론에 활용되었다. 사실 러시안룰렛 사례에는 이런 기법이 필요 없지만, 현실 상황과 비슷한 문제에는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의 위력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p.95-96

내가 알고 지낸 동료들 가운데 역사가 주는 교훈을 무시한 사람들이 가장 처참하게 파산했다. 그런 사람 중에 파산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정말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파산한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단지 돈을 잃는 데 그치지 않았다. 돈을 잃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시점에 돈을 잃었다. 크든 작든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그 위험에 일격을 당하는 일은 전혀 이상할 일이 없다. 파산한 트레이더들의 특징을 보면, 이들은 자신이 시장을 잘 파악하고 있으므로 불리한 사건을 피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이들이 위험을 감수한 것은 용감해서가 아니라 단지 무지했기 때문이다.

 

p.98

우리가 과거를 돌아볼 때, 그것은 늘 하나의 사건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과거의 역사는 마치 결정론적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건을 해석할 때 그 이전의 사건은 생각하지 못한다. 답을 아는 상태에서 시험을 치른다고 상상해보라. 역사는 시간과 함께 흘러가지만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서 역사를 보려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왜 그럴까? 11장에서 논의하겠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의 사고는 세상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보다는 재빨리 곤경을 모면하면서 결과를 얻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의 사고가 세상을 이해하도록 만들어졌다고 가정하면, 머릿속에는 VCR처럼 과거 역사를 재생하는 장치가 들어 있고, 이 장치의 부하 때문에 작동이 느려져서 애를 먹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후에 얻은 정보 때문에 사건 당시 자신의 지식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후견지명편향(hindsight bias), 즉 "나는 청므부터 그럴 줄 알았어" 효과라고 부른다.

 

언론에서 낙선한 후보자의 출마를 '실수'라고 부르듯이, 새 관리자는 손실을 본 거래를 '엄청난 실수'라고 불렀다. 그러나 실수란 사후적으로 평가할 대상이 아니라, 당시까지 존재한 정보를 바탕으로 평가할 대상이다. 나는 이 관점을 목이 쉬도록 거듭 주장할 생각이다.

 

이런 후견지명의 더 심각한 악영향은 과거 예측에 능숙한 사람들은 자신을 미래 예측에도 능숙한 사람으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2001년 9월 11일 테러 사건을 경험하고도 중요한 사건들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절대 깨닫지 못한다. 당시에는 심지어 쌍둥이빌딩 붕괴조차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p.100

능력이 있는데도 인생에서 불운을 맞이한 사람들은 결국 다시 일어서게 될 것이다. 운 좋은 바보는 인생에서 운의 덕을 보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점차 불운한 바보들과 비슷한 상태가 될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장기 속성으로 돌아가게 된다.

 

p.101-102

아이디어는 묵어야 아름답다(이 주장에 대해 수학적으로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솔론의 경고는 운에 좌우되는 우리 인생에 적용할 수 있으므로, (언론에서는 반대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겉모습에 고나계없이 새로운 생각보다 정제된 생각을 더 높이 평가한다. 그래서 침대 곁에 늘 고전을 쌓아둔다. 최신 기사들은 잡스러운 반면, 고대의 사상들은 단정하다. 나는 진화론과 조건부 확률을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일에 시간을 일부 투입했다. 어떤 아이디어가 수많은 순환기를 거쳐 오래 생존했다면, 이는 상대적으로 잘 적응했음을 말해준다. 적어도 일부 소음은 걸러진 것이다. 수학적으로 보면, 진보란 새로운 정보의 일부가 과거의 정보보다 낫다는 뜻이지, 새로운 정보가 전반적으로 과거의 정보를 대신한다는 뜻이 아니다. 따라서 의심스러울 때는 새로운 아이디어, 정보, 기법을 체계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최선이 된다. 항상 명확하고 지독하게 거부하라. 그 이유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과 '더욱 새로운 것'을 옹호하는 주장은 다음과 같다. 자동차, 비행기, 전화, 개인용 컴퓨터 등 신기술이 가져온 극적인 변화를 보라. 확률적 사고방식을 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은 모든 신기술과 발명들이 우리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으로 생각한다. 답은 그렇게 명확하지가 않다. 지금 우리는 실패한 신기술은 제외하고 성공한 신기술만을 보고 계산하기 때문이다. 실패한 신기술이 어디 있느냐고? 토요일 신문에는 우리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꿔줄 특허품이 수십 개씩 실린다. 대개 사람들은 일부 발명품들이 우리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꿨으므로 낡은 기술보다 신기술이 낫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은 그 반대다. 비행기나 자동차처럼 '더욱 새로운 것'을 놓쳐버리는 기회비용은, 이러한 보석 같은 신기술을 얻기 위해 걸러내야 하는 온갖 쓰레기들의 독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사람들은 보석 같은 신기술이 우리 생활을 개선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이제 정보에 대해서도 똑같은 주장을 할 수 있다. 정보의 문제는 사람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게 하거나 쓸모없다는 점이 아니라, 그것이 유해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매우 빈번하게 보도되는 뉴스의 가치를 신호 여과와 시청 빈도를 통해 알아보려고 한다. 고전의 가르침을 존중한다면 재잘거리는 현대 언론인들의 상혼을 무시해야 하고, 불확실성 속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은 대중매체에 접하는 일을 최소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귓전을 때리는 '긴급' 뉴스에서 소음 이상의 가치를 찾아내려 한다면, 이는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행동과 같다. 사람들을 대중매체가 그들의 관심을 끌어 돈을 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언론인에게는 입 다물고 있느니 말 한마디라도 하는 편이 낫다.

 

p.106-107

현자는 의미에 귀를 기울이고, 바보는 소음만 듣는다. 현대 그리스 시인 카바피가 1915년 "신은 미래의 일을 인식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현재의 일을 인식하며, 현명한 사람들은 곧 일어날 일을 인식한다."는 필로스트라투스(그리스 철학자들)의 격언 뒤에 이렇게 덧붙였다.

 

길거리 사람들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동안, 현명한 사람들은 깊이 명상하면서 다가오는 사건들의 숨은 소리에 경건하게 귀를 기울인다.

 

p.107-108

유복하게 은퇴한 치과의사가 쾌적하고 화창한 마을에 살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는 탁월한 투자자여서 미국 단기 국채보다 연 15%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오차율, 즉 변동성은 연 10%이다. 이는 표본경로가 100개인 경우, 68개가 15% 초과수익률의 +- 10% 범위인 5~25% 안에 들어온다는 뜻이다. 또한 표본경로 95개는 -5~35%범위 안에 들어온다는 뜻이다.

 

이는 분명히 매우 낙관적인 상황이다. 치과의사는 카푸치노를 즐기면서 시장을 지켜보려고 다락방에 근사한 트레이딩 책상을 갖춰놓았다. 그는 모험을 즐기는 기질이므로 파크 애버뉴에 사는 노인들의 치아를 치료하는 것보다는 트레이딩이 더 재미있다.

 

치과의사는 커피값보다도 싼 값에 온라인 실시간 주가 정보를 이용한다. 보유 종목을 스프레드시트에 입력해놓았으므로, 투자 종목들의 주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연 15% 수익률에 변동성이 연 10%라면, 한 해에 수익이 발생할 확률이 93%라는 뜻이다. 그러나 1초 단위로 본다면, 수익이 발생할 확률은 50.02%에 불과하다. 시간 단위를 아주 짧게 잡으면 승산이 크게 낮아진다. 하지만 치과의사는 이 사실을 꺠닫지 못한다. 감정적인 사람이므로, 그는 화면에서 손실을 확인할 때마다 고통을 느낀다. 이익이 발생할 때는 기쁨을 느끼지만, 손실이 발생했을 때 느끼는 고통보다는 작다.

 

매일 시장이 마감될 때마다 치과의사는 심리적으로 탈진 상태가 된다. 하루 8시간씩 분 단위로 실적을 확인한다면, 그는 매일 241분 기쁨을 경험하고 239분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1년이면 기쁨 60,688분에 고통 60,271분을 경험한다. 손실로 말미암은 고통이 이익으로 얻은 기쁨보다 강도가 심하기 때문에 치과의사는 실적을 빈번하게 확인함으로써 엄청난 심리적 적자를 보는 셈이다.

 

이번에는 치과의사가 매월 증권사로부터 거래명세서를 받을 때만 실적을 확인한다고 생각해보자. 월별 실적의 67%가 이익을 기록할 것이므로, 그는 1년에 4회만 고통을 겪고 8회는 기쁨을 느낄 것이다. 동일한 치과의사가 동일한 전략을 구사했는데도 이런 차이가 발생한다. 이번에는 치과의사가 1년에 한 번씩만 실적을 확인한다고 가정하자. 그가 앞으로 20년을 산다면 그는 19번 기쁨을 느끼는 반면 고통은 단 한 번만 경험할 것이다.

 

p.109

다른 각도에서 소음과 정보의 비율을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1년 단위면, 실적 확인 1회당 소음이 약 0.7개 포함된다. 1개월 단위면, 실적 확인 1회당 소음이 2.32개다. 1시간 단위면, 실적 확인 1회당 소음이 30개고, 1초 단위면 소음이 1,796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a) 시간 단위가 짧으면 실적이 아니라 변동성을 보게 된다. 다시 말해서, 편차만 볼 뿐이다. 그래서 기껏해야 편차와 수익이 뒤섞인 모습ㅇ르 보는 것이지, 수익을 보는 것이 아니다(하지만 우리의 심리는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b) 우리 심리는 이런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치과의사는 더 빈번하게 확인하는 것보다 매월 거래명세서를 확인하는 편이 더 낫다. 아마도 1년에 한 번만 명세서를 확인한다면 훨씬 나을 것이다(스스로 심리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심장박동이나 머리카락 성장까지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음을 명심하라).

 

(c) 휴대전화나 태블릿 PC로 실시간 주가를 확인하는 투자자를 볼 때마다 나는 웃고 또 웃는다.

 

p.120

우리는 일상생활에 있어서까지 합리적이고 과학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해를 입히고 생존을 위협하는 경우에만 합리적이면 된다. 현대 생활은 우리를 정반대 방향으로 몰고 가는 듯하다. 종교나 개인적 행동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지성적이 되는 반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처럼 운에 지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지극히 비합리적이 된다. 내가 만난 진지하고 '합리적인' 동료는 내가 보들레르와 생 종 페르스의 시를 좋아하고, 엘리아스 카네티, 보르헤스, 발터 벤야민 같은 난해한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증권 방송 '투자 고수'의 분석에 귀 기울이거나, 비싼 차를 모는 이웃의 말만 듣고 전혀 알지도 못하는 주식을 샀다가 낭패를 봤다. 빈학파는 헤겔 스타일의 장황학 철학을 과학적 기준으로 보면 순전히 쓰레기고, 예술적 관점으로 보면 음악보다 못하다고 깎아내렸다. 나는 CNN 뉴스나 조지 윌의 프로그램보다 보들레르가 훨씬 재미있다.

 

p.136

무능한 트레이더는 포지션 정리하기가 이혼하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 아이디어에 충절을 지키는 일은 트레이더에게나 과학자에게나 이롭지 않다.

 

p.146-147

나는 다음 주에 시장이 약간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다소 형식적으로 답했다. 확률이 얼마나 높으냐는 질문에 대해 "약 70%"라고 대답했다. 이는 분명 매우 강력한 의견 표명이었다. 그런데 이때 누군가 불쑥 나섰다. "하지만 나심, 당신은 S&P 500 선물에 대해 대량 매도 포지션을 잡았다고 방금 자랑했는데, 이는 시장이 하락하는 쪽에 걸었다는 뜻 아닌가요? 왜 생각을 바꿨습니까?" 나는 대답했다. "나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내 포지션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신합니다(청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은 지금이라도 더 매도하고 싶은 기분입니다." 내 말에 청중은 완전히 어리둥절한 듯 했다. 그 전략가가 다시 물었다. "당신은 황소에 거나요, 곰에 거나요?" 나는 황소와 곰은 동물원에서나 쓰는 용어이므로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노라고 대답했다. 앞의 사례에서 설명한 사건 A와 사건 B처럼, 나는 시장이 상승할 확률이 더 높지만(낙관적이지만) 하락할 경우에는 크게 하락할 수 있으므로, 매도 포지션을 선호한다는(비관적인) 의견이었다. 갑자기 청중 가운데 몇몇 사람이 내 의견을 이해했고, 비슷한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다음 토론 모임에 초대받지 못했다.

 

다음 주 시장이 상승할 확률이 70%, 하락할 확률이 30%라고 가정하자. 하지만 상승한다면 그 폭이 평균 1%인 반면, 하락한다면 평균 10%라고 가정하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은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낙관적 또는 비관적이라는 용어는 실제로 불확실성을 다루지 않는 TV 해설자나 위험을 다룬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표현이다. 게다가 투자자나 사업가가 받는 보상은 확률이 아니라 돈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아니라, 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얼마를 버느냐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주 이익이 발생하느냐가 아니라, 그 결과 발생하는 이익 규모다. TV 해설자를 제외하면, 시장 예측 빈도에 따라 돈을 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들이 얻는 것은 이익이나 손실이지, 확률이 아니기 때문이다. TV 해설자의 경우 얼마나 자주 맞추느냐에 따라 성공이 좌우된다. TV에 자주 등장하는 대형 증권사 '투자전략팀장들'도 이런 부류에 속하는데, 그래서 연예인이나 다를 바가 없다. 이들은 유명하고 말솜씨가 뛰어나고 숫자를 줄줄이 열거하지만, 기능적인 면에서 보자면 오락거리를 제공할 뿐이다. 이들의 예측이 타당성을 얻으려면 통계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149

내가 시장에서 평생 벌여온 사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편향에 대한 베팅'이다. 다시 말해서,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한 번 발생하면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희귀사건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업이다. 내가 가급적 드물게 돈을 벌려는 이유는, 희귀사건은 공정하게 평가되지 않으며 사건이 더 희귀할수록 가격이 더 저평가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렇게 직관에 반하는 트레이딩은 분명히 내게 이점을 제공한다(우리의 심리 구조는 반직관적인 현실에 순응하지 못한다).

 

왜 희귀사건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까? 심리적 편향 때문이다. 내 직장 동료는 통근열차에서 <월스트리트 저널> 섹션 2를 읽는 데 너무 몰두한 나머지 희귀사건의 속성을 적절하게 평가할 수가 없었다. 아니면 TV에 등장하는 권위자를 너무 많이 보았거나 태블릿 PC 업그레이드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았기 떄문이다. 노련한 트레이딩 전문가조차 빈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p.153-154

우리가 사는 세상을 차트로 잘 그려낼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렇게 과거 속성을 분석해서 내린 판단이 옳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엉뚱하게도 반대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 시장 데이터가 함정이 되는 경우도 있다. 본래의 속성과 반대 모습을 보여주어, 잘못된 증권에 투자하거나 위험 관리를 잘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역사적으로 가장 안정된 모습을 보였던 통화가 가장 붕괴하기 쉽다. 이 사실을 1997년 여름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달러에 연동된 안정적인 화폐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쓰라리게 깨달았다(이들 화폐는 변동성이 전혀 없도록 미국 달러화에 연동되어 있었지만, 결국 갑자기 무지막지하게 평가절하되고 말았다).

 

우리는 미래 예측을 위해서 과거 정보를 받아들일 때 지나치게 느슨해지거나 엄격해질 수 있다. 나는 회의론자이므로 과거 단일 시계열 자료로 미래 실적을 예측하는 데는 반대한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주요 이유는 희귀사건 때문이지만, 그 밖의 이유도 많다. 

 

앞에서 나는 사람들이 역사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고 비판했으므로, 얼핏 보기에 지금 나의 주장이 모순된 것처럼 생각될 것이다. 문제는 역사 전반이 아니라 최근의 역사에만 지나치게 몰두하면서 "전에는 이런 일이 전혀 없었다"라고 주장하는 데 있다(한 분야에서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 결국에는 일어나는 법이다). 다시 말해서, 과거에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도 반드시 일어난다는 사실을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시계열을 넓게 확장하면 우리는 훨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시야를 넓힐수록 더 훌륭한 교훈을 얻는다. 우연한 역사적 사실에만 매달리는 순진한 실증주의에서 벗어나라고 역사는 가르쳐주고 있다.

 

p.155-156

나는 "고요한 바다를 조심하라"라는 격언이 희귀사건에 통한다고 생각한다. 공손하고 조용하며 훌륭한 모범시민으로 보였던 오랜 이웃의 사진이, 어느 날 주요 신문에 미친 살인마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사진이 보도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전과조차 없었다. 그렇게 선량한 사람이 병적인 행동을 하리라고는 예측할 방법이 없다. 이처럼 희귀사건은 과거 시계열을 너무 좁게 해석하여 위험을 오해하는 데서 비롯된다. 

 

희귀사건은 항상 예상 밖에서 일어난다. 예상할 수 있다면 일어나지도 않는다. 전형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당신이 투자한 헤지펀드가 변동성도 없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온다. "우연히 예상하지 못한 희귀사건이 벌어져서..." 그러나 희귀사건은 바로 예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난다. 대개는 공포심 때문에 발생하며, 시장 청산에 의해 촉발된다(투자자들이 보유 자산을 헐값에라도 모조리 처분하려고 동시에 몰려든다). 펀드매니저나 트레이더들이 이와 같은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다면 이런 자산에 투자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희귀사건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p.157-158

희한하게도 희귀사건은 대부분 채권상품에 발생한다. 1998년 봄, 나는 당시 거물급 헤지펀드 매니저에게 페소 문제의 개념을 두 시간에 걸쳐 설명해주었다. 과거 시계열의 변동성을 순진하게 해석할 경우, 이런 개념이 모든 형태의 투자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그가 대답했다. "당신 말이 전적으로 옳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멕시코 페소에는 손대지 않습니다. 오로지 러시아 루블에만 투자합니다." 몇 달 뒤 그는 파산했다. 당시에는 러시아 루블의 금리가 높기 때문에 온갖 탐욕스러운 투기꾼들이 몰려들었다. 루블 표시 증권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1998년 여름에 투자자금의 약 97%를 날렸다. 

 

3장에서 보았듯이, 변동성은 부정적 고통을 안겨주므로 치과의사는 변동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실적을 자주 들여다볼수록 변동성 때문에 고통을 더 많이 받게 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이런 심리적인 이유로 드물게 일어나는 큰 변동을 무시하려고 한다. 이른바 운을 숨겨놓는 형태다. 심리학자들의 최근 발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극의 규모보다는 존재 여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손실을 처음에는 단순히 손실로 인식하지만, 나중에는 다르게 인식한다는 뜻이다. 이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식중개인은 전체 실적을 최적화하기보다는, 손실 횟수는 줄이고 이익 횟수를 늘리는 쪽을 선호한다.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볼 수도 있다. 어떤 과학자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는 세상과 격리된 채 매일 실험실에서 쥐를 해부한다. 오랜 세월 연구를 거듭하지만 내세울 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 그의 아내는 매일 밤 쥐 오줌 냄새를 풍기며 돌아오는 실패자 남편에게 울분을 참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마침내 성과를 올린다. 그의 작업을 시계열로 분석했더라도 전혀 개선되는 조짐이 나타나지 않았겠지만, 그의 작업은 점차 성과에 접근하고 있었던 것이다.

 

출판사에 대해서도 똑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비즈니스 모델에는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어느 출판사의 책은 실패를 거듭한다. 그러나 확률은 낮지만 대박 잠재력이 있는 우수한 작품을 계속 출간하다 보면, 10년에 한 번 정도는 <해리 포터>와 같은 슈퍼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다. 흥미로운 경제학자 아트 드 베니도 이런 아이디어를 영화 사업과 자신의 건강 생활 두 분야에 적용했다. 그는 영화 사업의 보상 속성이 편향되어 있음을 간파하고서, 이를 다른 수준에서 활용하였다. 흥미롭게도 그는 우리의 신체적 특성도 태생적으로 지극히 편향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수렵채취인들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 다음에는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분출했다. 

 

시장에는 역 희귀사건 트레이더라는 부류가 있는데, 이들에게 변동성은 반가운 소식이다. 이들은 소액으로 자주 잃지만, 드물긴 해도 벌 때는 거액으로 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위기 사냥꾼이라고 부른다. 다행히도 나 역시 그런 사람이다.

 

p.159

투자자의 실적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직관에 의존하지 않는 기법을 사용하든지, 아니면 사건의 빈도에 관계없이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평가해야 한다.

 

p.160

우리는 과거 역사를 동질적인 표본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과거 표본을 관찰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지식이 크게 늘었다고 생각한다. 만일 못된 꼬마가 항아리의 구성을 바꿔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말해서 상황이 바뀐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p.161

경제학자 로버트 루카스는 과거의 정보가 미래 예측에 전혀 쓸모없다는 주장으로 계량경제학에 일격을 가했다. 합리적인 사람들은 과거로부터 예측 가능한 패턴을 파악해서 그것을 변형하여 적용할 것이기 떄문이다(그는 이 주장을 수학 형식으로 전개하여 1995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우리 인간은 지식에 따라 행동하는데, 지식은 과거 데이터를 통합한 것이다. 루카스의 관점은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합리적인 트레이더들이 월요일마다 주가가 상승하는 패턴을 감지하면, 이들은 이런 효과를 기대하고 금요일에 주식을 매입할 것이다. 그러면 월요일 상승 패턴은 곧 사라지게 된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패턴이라면, 그런 패턴을 찾아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 패턴은 발견되는 순간 스스로 소멸되기 때문이다.

 

p.164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인성론>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백조를 아무리 많이 관찰했더라도 모든 백조가 희다고 추론할 수는 없다. 단 한 마리의 검은 백조가 발견되더라도 이 결론을 충분히 반증할 수 있다."

 

흄은 당시 전적으로 연역적 추론에 기반을 둔 스콜라 철학이 프랜시스 베이컨으로 인해 단순하고도 비체계적인 실증주의로 넘어가는 현실에 질색했다. 베이컨은 실제적 성과도 없는 '학습의 거미줄'을 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당시 과학은 신학과 비슷했다). 이로 인해 과학은 실증적 관찰을 강조하게 되었다. 문제는 적절한 기법이 없는 실증적 관찰은 길을 잃기 쉽다는 점이다. 흄은 이러한 지식에 대해 경고했고, 지식을 수집하고 해석할 때 엄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이른바 인식론이다. 흄은 최초의 현대적 인식론자였다.

 

p.166

데이터를 사용해서 어떤 주장을 반증할 수는 있어도, 절대 입증할 수는 없다. 역사 자료를 사용해서 억측을 반박할 수는 있어도, 절대 입증할 수는 없다.

 

p.168~169

실제로 게임을 할 때에도 나는 숨 막히는 경쟁을 좋아하지 않으며, 숫자로 나타나는 실적에 그다지 자부심을 느끼지 않는다. 나는 승부욕이 강한 사람들을 멀리한다. 이들은 한 해에 발표한 논문 건수를 따지거나 순위를 내세우는 등 세상만사를 계량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집, 서재, 자동차가 동료의 것보다 크다는 이유로 자만심을 느낀다면, 이는 철학적 사고방식이 아니다. 시한폭탄을 깔고 앉아 자신이 그 분야의 1등이라고 주장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극단적 실증주의, 승부욕, 빈약한 논리를 바탕으로 추론한다면 장차 커다란 재난을 피할 수 없다.

p.172

포퍼는 내 머릿속에서 한 조각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그의 사상을 기억할 만한 그럴듯한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레이딩을 시작한 이후, 나는 지성인들을 비판하게 되었다. 레바논 내전으로 재산과 미래가 모두 사라져버린 후, 운에 좌우되지 않는 확실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당시만 해도 지난 200년 동안 우리 가문의 모두가 누려온 안락하고 한가로운 생활을 꿈꾸며 살고 있었다). 갑자기 재정적 불안을 느꼈고, 취업 후 '근로 윤리'에 얽매여 회사의 노예로 전락하게 될까봐 걱정했다. 나는 생각할 시간을 얻고 인생을 즐기기 위해 은행 계좌를 두둑이 채워두어야 했으며, 철학자가 되거나 동네 맥도널드에서 일하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철학이란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이 즐기는 말장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량적 기법이나 생산적 활동에 서툰 살마들에게나 적합한 활동이라고 여겼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밤늦게 캠퍼스 근처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즐기는 심심풀이라고 생각했다. 철학에 너무 심취하면 마르크스주의 이론가가 되는 등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포퍼를 만나게 되었다.

 

p.203

모든 편차에 평균회귀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발생한다.

 

p.204~205

'위대한 트레이더' 반열에 오르는 사람들은 자만심이 잔뜩 부풀어 올라, 자신이 성공을 거둔 이유를 사업 아이디어, 통찰력, 뛰어난 지성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가혹했던 1994년 겨울에 모두 파산했다(앨런 그린스펀이 금리를 기습적으로 인상하자 채권시장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파산하지 않았더라도 이들 중 트레이딩을 게속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생존편향은 초기 모집단 규모에 좌우된다는 점을 기억하라. 과거에 이익을 냈다는 사실은 아무 의미도 없다. 우리는 먼저 모집단의 규모를 알아야 한다. 운용업계에서 활동한 펀드매니저의 숫자를 알지 못하면 실적의 타당성을 평가할 수 없다. 만일 초기 모집단이 펀드매니저 10명이라면, 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내 저축액의 절반을 맡길 것이다. 그러나 초기 모집단이 1만 명이라면, 나는 실적을 무시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가 일반적이다. 요즘에는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p.206

나를 찾아오는 투자 기회를 평가할 때에는, 내가 주도적으로 찾는 투자 기회를 평가할 때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펀드 매니저 1만 명 가운데 한 사람을 고른다면, 단지 운이 좋아 생존한 펀드매니저를 고를 확률은 100분의 2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를 찾아와서 투자하라고 권유하는 펀드라면 엉터리 펀드일 가능성이 거의 100%다.

 

p.208

정치적 발언과 주식시장 변동성의 관계처럼 특정 사건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려고 데이터를 분석한다면 그 결과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아무 관계나 찾아보려고 컴퓨터에 데이터를 퍼붓는다면, 주식시장과 치마 길이의 관계처럼 단지 우연한 관계가 틀림없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생일이 일치할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p.219~220

과학도 치명적인 생존편향 문제를 안고 있다. 언론과 마찬가지로, 과학 연구도 특별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발표하지 않는다. 신문에서 "새로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대문짝만 한 머리기사를 뽑을 리는 없지 않은가(그래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선언한 성경은 참으로 지혜로운 책이다).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는 발견과, 발견 사항이 없다는 사실을 혼동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도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명탐정 셜록 홈스는 실버 블레이즈 사건에서 개가 짖지 않은 사실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정보를 제공하는데도 통계적 유의성이 낮다는 이유로 발표되지 않는 과학 연구가 많다는 점이야말로 더 큰 문제다. 

 

p.229

정확하게 '임계점'을 찾으려 한다면 어리석은 짓임을 유념하라. 임계점은 불안정해서, 사전에 아는 것이 불가능하다. '임계점'은 점이 아니라 수열(이른바 파레토 지수 법칙)인가? 세상에는 분명 군집이 생성되지만, 슬프게도 (물리학 외에는) 군집을 예측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모델로 인정하기가 곤란한 것이 있다. 따라서 이런 비선형성을 모델화하기보다는, 비선형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누아 망델브로가 이룬 위대한 업적은 (속성이 불안정해서) 우리가 절대로 알 수 없는 '거친' 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p.230

인간의 두뇌는 비선형성을 이해하기에 부적합하다. 두 변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때, 사람들은 한 변수에 꾸준히 입력하면 다른 변수에 반드시 결과가 나오리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의 심리가 인과관계를 선형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일 공부하면 이에 비례해서 무엇인가를 배운다고 생각한다. 매일 공부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느낌이 들면, 심리적으로 사기가 저하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인과 관계가 선형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1년 동안 공부해도 전혀 배우지 못할 수 있지만, 허망한 실적에 상심해서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갑자기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당신이 매일 장시간 피아노 연습을 했음에도 간신히 <젓가락 행진곡>만 연주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하게 된다고 상상해보라. 바로 이런 비선형성 때문에 사람들은 희귀사건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운에 좌우되지 않고 성공하는 길이 많음에도 끝까지 끈기를 발휘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남들보다 더 노력하는 사람은 보답을 받는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시장이 하락했을 때 증권을 매수하면 이득을 얻지만, 사람들은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전혀 매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보상을 받기 직전에 포기해버린다.

 

p.237

오랜 기간 우리는 자신의 능력을 잘못 알고 있었다. 인간은 사물에 대해 사고하고 이해하는 훌륭한 능력을 타고났다고 믿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잘못된 이해다. 사고는 착각을 일으킨다. 그리고 사고는 엄청난 에너지 낭비일 수도 있다.

 

p.244

p.250

(a) 선택할 때 인간은 사고가 아니라 어림법을 사용한다

(b) 진정한 이유가 무엇이든, 현대 세계에서 인간은 통계에 대해 심각한 실수를 저지른다.

 

p.269

나는 세상에서 실제로 중요한 일이 일어나는지 찾아내는 방법을 고안했다. 블룸버그 화면에 통화, 주식, 금리, 상품 등의 가격 변화가 백분율로 표시되게 만들었다. 몇 년째 통화는 화면 왼쪽 위 구석에, 다양한 주식시장은 화면 오른쪽에 배치해서 관찰하고 있으므로, 어떤 중요한 일이 일어나면 직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다. 요령은 백분율 변화가 큰 변수만 보는 것이다. 일상적인 하루 변동률을 넘어서지 않는 사건은 소음으로 간주한다. 변동률 변화가 머리기사의 크기가 되는 셈이다. 게다가 변동률 변화를 선형적으로 해석하지도 않는다. 어떤 사건의 변동률이 2%라면, 이것은 변동률이 1%인 사건보다 2배 중요한 것이 아니라, 4~10배 중요하다. 7% 변동 사건은 1% 변동 사건보다 수십억 배 중요하다. 다우지수가 1.3포인트 하락했다는 머리기사는 1997년 10월의 7% 하락과 비교하면 중요도가 10억 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내게 왜 모두가 통계를 배워야 하느냐고 물을 것이다. 이유는 해설을 보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통계의 비선형적 속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p.275

이 이야기에서 내가 얻은 첫 번째 교훈은 오디세우스가 되려는 엄두도 내지 말자는 것이다. 그는 신화 속 인물이지만 나는 아니다. 그는 돛대에 묶일 테지만, 나는 기껏해야 귀를 틀어막는 선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p.277

다행히 적과 마주쳤을 때 사용할 요령이 있다. 내게 화를 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다른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면 우리 두뇌의 감정적인 부위가 자극받아 더욱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인간이 아니라 화성인이라고 상상한다. 이 방법은 가끔 효과가 있다. 특히 상대방의 외형이 나와 전혀 다를 때 가장 효과가 좋다.

 

p.277~278

저자들은 존경하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받은 서평 외에는 자신의 저서에 대한 서평을 읽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는 이른바 조건적 정보라는 확률 기법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즉, 서평자의 자질이 지극히 높지 않다면 서평은 책의 내용이 아니라 서평자의 수준을 드러낸다. 물론 이런 원리는 판단을 내릴 때에도 적용된다. 보통의 서평은 좋은 평이든 나쁜 평이든 책에 담긴 내용보다도 서평자 자신을 묘사한다. 나는 이런 메커니즘을 비트겐슈타인의 자라고 부른다. 자가 정확하다고 확신하지 못할 경우, 자를 써서 테이블을 측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테이블을 기준으로 자가 정확한지 측정하게 된다. 자를 신뢰하지 못할수록, 테이블보다 자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얻게 된다. 이런 원리는 정보와 확률을 넘어서 폭넓게 적용된다. 조건적 정보는 인식론, 확률, 심지어 의식에 대한 연구에도 핵심이 된다. 뒤에서 '텐 시그마'문제에 적용하기로 한다.

 

이런 원리에는 실제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아마존닷컴에 익명의 독자가 올린 글에는 그 독자에 관한 정보만 담겨 있다. 하지만 권위자의 서평에는 책에 대한 정보만 담겨 있다. 이 원리는 법정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심프슨 재판을 한 번 더 살펴보자. 제출된 통계적 증거에 대해 배심원 한 사람이 "피가 많지 않았습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런 말은 통계적 증거에 대해서 밝혀주는 바는 거의 없고, 그 배심원의 판단 능력만을 드러낼 뿐이다. 만일 그 배심원이 법의학 전문가라면 그 반대가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추론을 내 두뇌는 알지만, 감정은 모른다는 점이다. 내 감정 시스템은 비트겐슈타인의 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 증거가 있다. 칭찬은 누구에게 들어도 기분이 좋다. 내 책에 대한 서평이나 내 위험관리 전략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p.289

근처에 있는 수학자에게 확률에 대해 정의해달라고 부탁해보라. 십중팔구 계산하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그러나 3장에서 보았듯이, 확률은 승산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 결과, 원인, 동기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다. 수학이 계산 도구가 아니라 명상 도구라는 사실도 기억하라. 또다시 옛 현인들을 찾아가 한 수 배워보자. 이들은 확률을 항상 주제, 유동체, 신념의 척도로 다루었다.

 

p.291~292

확률적 사고를 처음으로 사용한 인물을 찾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는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시칠리아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서 최초의 수사학자가 확률 개념을 법체계에 적용했는데, 고소할 때 의혹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시러큐스인 코락스로서 사람들에게 확률을 이용해서 논쟁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가 가르친 기법의 핵심은 최확(most probable)이라는 개념이었다. 예를 들어, 어느 땅의 소유권에 대해 추가 정보나 물증이 없다면 그 땅은 가장 유명한 사람의 소유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간접적으로 배운 고르기아스는 이 논쟁 기법을 아테네에 전하였고, 그곳에서 융성하였다. 이렇게 최확 개념이 세워진 덕분에 우리는 잠재적 우발 사건을 확률이 부연된 별도의 사건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p.295

소로스 같은 진정한 투기꾼들의 특징은 경로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과거 행동에 전혀 구속받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백지상태에서 시작된다.

 

p.302

서사시의 영웅들은 결과가 아니라 행동으로 평가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우리가 아무리 정교하게 선택하고, 운을 잘 지배할 수 있다고 자만해도 결국 최후는 운이 결정할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해결책은 품위뿐이다. 품위란 환경에 직접적으로 얽매이지 않고 계획된 행동을 실행한다는 뜻이다. 그 행동은 최선이 아닐 수도 있지만, 분명히 최상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이다. 억압 속에서 품위를 유지하라. 이는 아무리 보상이 크더라도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태도다. 또는 체면을 지키려고 결투를 하는 것이다. 배우자감에게 이렇게 구혼할 수 있다.

 

"나는 당신에게 반했소. 당신에게 완전히 사로잡혔소. 그러나 내 품위를 떨어뜨리는 짓은 하지 않겠소. 당신이 나를 조금이라도 모욕한다면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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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티노스 카바피(C.P. Cvafy) - 신께서 안토니우스를 버리시네​(The God Abandons Antony)

마르쿠스 안토니우스(Marcus Antonius)는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의 측근으로 카이사르 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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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05~306

스토아 철학이 흥미로운 점은, 우리의 본성인 품위와 탐미주의를 바탕에 둔다는 사실이다. 이제부터 불행을 만나게 되면 개인적 품위에 초점을 두라.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혜롭게 사는 모습을 보여라.

 

사형 집행일에 가장 화려하게 차려입어라. 품위 있게 똑바로 서서 사형 집행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라. 암 진단을 받았을 때에도 불운을 맞이한 피해자처럼 처신하지 마라(의사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에게 이 사실을 숨겨라. 알려주면 사람들은 상투적인 말을 하면서 당신을 회피할 것이다. 당신을 진심으로 동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품위있는 태도를 유지하면 승자든 패자든 모두 당당하게 느껴진다). 손실이 발생해도 부하 직원에게 지극히 공손하라. 다른 사람의 잘못이었더라도 자신의 운명에 대해 남을 비난하지 마라. 아내가 잘생긴 스키 강사나 젊은 모델과 달아나더라도 자신을 동정하지 마라. 불평하지 마라.

 

나의 어린 시절 친구처럼 일종의 '태도 문제'로 고통받는다면, 사업이 어려워지더라도 착한 사람처럼 행동하지 마라(내 친구는 동료에게 "사업을 안 해도 좋으니 태도를 바꿔라"하고 당당하게 메일을 보냈다). 행운의 여신도 어쩌지 못하는 유일한 대상이 바로 당신의 행동이다. 행운을 빈다. 

p.310

능력을 드러내는 열쇠는 반복성이다. 8장에서 나는 이것을 에르고딕성이라고 불렀는데, 표본경로가 아주 길어지면 결국 서로 닮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단 한 번 룰렛에 돈을 걸어 100만 달러를 날렸다면, 원래 카지노가 유리했던 것인지 단지 내가 운이 나빴던 것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 그러나 1달러씩 100만 번을 건다면, 카지노가 유리하다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흔히 대수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표본 이론의 핵심이다. 

 

p.314~315

충족을 추구하는 사람과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람 사이에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대개 충족을 추구하는 유형이다.

 

그는 인생에서 원하는 바를 미리 정해놓았고, 충족을 얻는 순간 멈출 줄 안다. 목표를 달성해도 욕망을 계속 키워나가지 않는다. 생활 수준이 향상되더라도 이에 따라 소비 수준을 끊임없이 높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탐욕스럽지 않기 때문에 충족할 줄을 안다. 반면,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람은 세율을 몇 %만 낮출 수 있다면 언제라도 이삿짐을 꾸리는 유형이다(돈을 버는 중요한 이유가 원하는 곳에서 살려는 것인데, 이런 사람은 돈 때문에 원치 않는 곳에 사는 셈이다). 부자가 되고 나서 그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까다로워진다. 커피가 식었다고 불평한다. 미쉐린 가이드의 최고 등급 레스토랑에서도 요리가 형편없다고 투덜댄다. 테이블이 창가에서 너무 멀다고 불만이다. 요직으로 승진한 다음 일정이 너무 빡빡해졌다고 힘들어한다. 출장을 갈 때도 모든 일정을 최적화한다. 12시 45분에 사장과 점심을 하고, 4시 40분에는 피트니스클럽을 가며, 8시에는 오페라를 감상하는 식이다. 

 

인과관계도 분명치 않다.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수준을 높이려 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인지, 아니면 불행한 사람이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이런 사람에 대해서는 운도 고통을 덜어주지 못한다. 

 

p.318

우리 행동을 어느 정도 예측하지 못하게 하면, 갈등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우리가 항상 똑같은 임계점을 기준으로 반응한다고 가정하자. 예를 들어, 일주일에 17번 모욕을 당한다면, 18번째 모욕을 당하는 순간 상대방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식으로 우리 반응이 예측 가능해지면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서 임계점 직전까지만 우리를 모욕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임계점을 임의로 변경해서 때로는 아주 사소한 농담에도 과잉 반응을 보인다면, 사람들은 어느 선가지 모욕해도 좋은지 알 수가 없다. 갈등 상황을 맞이한 정부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정부는 사소한 잘못에 대해서도 떄로는 과잉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상대국에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과잉 반응의 강도조차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예측할 수 없게 만들면 분쟁을 강력하게 억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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