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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사결정

헤어질 결심 - 큇 QUIT

by Diligejy 2023.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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큇(QUIT):자주 그만두는 사람들은 어떻게 성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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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 <낙화>

 

책 이름만 들으면 뭔가 부정적으로 보인다. 모든 것을 다 중단하고 세상에 부적응하는 이야기가 가득할 것처럼 들린다. QUIT이라는 단어의 강렬함 때문이다. 하지만 정반대다. 

 

꽃이 지고 나서 시간이 흐르면 다시 꽃봉오리가 피어오르듯, 저자는 가치가 없는 것들을 중단함으로써 비축한 자원을 더 높은 가치가 있는 곳에 쓰라고 강조한다. 

 

옛날 어르신들 때부터 강조하던 덕목이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라.'

 

그런데 이 책이 어르신들의 조언과 결을 달리하는 부분은 '중단'에 있다. 어르신들이 효율적으로 사용하라고 조언하실 때 전제는 어떤 한 가지를 계속해서 무조건 우직하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예전부터 기대가치가 높기로 유명했던 일들(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금전적으로 이득이 많은 일들)을 할 때 특히 라인에서 이탈하지 말고 부상을 당하든 적성이 맞지 않든 어떤 일이 있더라도 버티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버티면 좋은 일이 있을거라는 조언이 많았다.

 

그런 조언이 무조건 틀렸다는 건 아니다. 어떤 일이든 슬럼프와 고비가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 때마다 위기를 넘어서기보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런 조언은 죽비가 되어 자신이 이뤄야 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끈기를 갖게 해준다. 

 

하지만 저자는 너무나도 과도하게 이런 끈기에 대한 덕목에 강조되고 중단하는 것에 대한 가치는 평가절하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다양한 사례와 연구들을 제시한다. 

 

여러가지 사례와 연구가 있지만 핵심을 한 단어로 말한다면 '정체성'이다.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 정도가 아니라 무서워한다라고 할까. 어쩌면 인간으로서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살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테니까.

 

인간의 본성에 이런 약점이 내재되어있는 것이라면 해결하기 쉽지 않다. 어쩌면 해결 불가능한 요소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인정한다. 자신 또한 포커를 하다가 중단해야하는 시점에 제대로 중단하지 못한 적도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약점이 내재되어있다는게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지 '보완'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에겐 관계가 중요하다. 저자가 제시하는 핵심 솔루션은 '그만두기 코치'를 두라는 것이다. 마치 바둑 경기 안에 있는 프로보다 경기를 관찰하며 냉정하게 바라보는 아마추어의 판단이 더 정확할 수 있듯, 상황 밖에 있는 사람들과 상의를 하면서 자신이 보지 못했던 심리적 맹점을 파악하고 중단 결정을 위한 벤치마크를 설정하여 기대가치가 음수가 될 경우 중단하라는 내용이었다. 그 외에도 '그렇지 않다면' 목표 설정 기법 등 다른 해결책도 제시하는데, 그건 책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으니 넘어가자.

 

어쩌면 이 책은 스타트업 씬에 가장 많이 읽혀야 할 책이 아닐까 싶었다.

 

스타트업에서 강조하는 건 '생각하기보다 일단 시도하고 본다'라는 마인드셋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결과를 내야 하는 조직인 만큼, 너무 많이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시도하고 결과물을 내자는 의미일 것이다. 좋은 프로토콜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시도'만큼 '중단'에 대한 프로토콜도 가치를 적절히 평가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많이 시도했어도 제품의 성장성이 제약이 있거나, 적절한 목표 시장이 아니거나, 그 외 기타 여러 이유로 중단해야 하는 이유가 생길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스타트업이니까 될 때까지 무조건 한다 라는 마인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전설적인 엔젤투자자 론 콘웨이를 인용해 왜 그런 행동이 이해관계자들을 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지, 그리고 창업자들이 중단을 두려워하는 것과 다르게 오히려 투자자들이 좋게 보는지 설명한다. 

 

물론 미국 사례이니까 한국에서는 통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론 콘웨이의 설명은 국가와 상관없이 충분히 합리적인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라는 알프레드 마셜의 명언이 떠오르는 책이었다.

 

 

밑줄긋기

p.16

전후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끈기만으로 버티는 것은 더더욱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 상황은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알리의 실패는 그를 위대한 챔피언, 적수가 거의 없는 가장 존경받는 챔피언으로 만든 바로 그 끈기가 치명적인 원인이었다. 알리는 밖에서 그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명백했던, 그가 그만두어야 한다는 신호를 무시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끈기의 아이러니한 점이 여기에 있다. 끈기는 가치가 있는 어려운 일을 계속하게 만들 수 있지만, 더 이상 가치가 없는 어려운 일까지 계속하게 만든다.

 

문제는 가치 있는 일과 가치 없는 일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에 있다.

 

사람들은 끈기와 끊기를 반대되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일'이란 계속하거나 혹은 그만두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둘을 동시에 할 수는 없으며 둘 사이에서 갈등할 때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일을 계속하기'를 선택한다.

 

p.19-20

당신이 노래를 잘 못한다면 노래 연습을 아무리 오래 해도 아델Adele같은 가수가 될 수는 없다. 당신의 나이가 50세라면 아무리 끈기를 가지고 노력을 해도 올림픽 체조선수가 될 수는 없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억만장자들이 새벽 4시에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난 뒤 당신도 그 시간에 일어나면 억만장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충분히 오래 어떤 일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초해 자신이 성공을 거둘 수 없는 일을 계속하거나, 성공하는 사람은 절대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이 두 경우 모두 사람들은 성공하기 위해서는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충고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자신을 질책하곤 한다.

 

성공은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한다고 해서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공은 계속할 수 있는 적절한 일을 선택하고 나머지 일은 포기할 때 거둘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당신에게 어떤 일을 포기하라고 할 때 당신은 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어떤 것, 즉 다른 모든 사람이 포기했을 때도 그 일을 계속하는 게 옳다고 느끼게 만드는 어떤 것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하나같이 포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여 말할 때 그 말을 듣지 않으면서 끈기를 가지고 계속하는 것은 바보짓일 수 있다.

 

p.25

우리는 그만둔다는 것을 다른 긍정적이고 부드러운 단어들로 에둘러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만두는 것이 적절한 선택인 수많은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두어야 한다고 모든 사람이 말하는 때, 알리의 경우에서처럼 신장이 망가지기 시작하는 때,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부상을 입은 때가 그런 상황이다. 결혼생활이 비참해지거나 일을 하면서 더 이상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에 부딪힌 상황, 선택한 전공이 도저히 적응할 수 없게 되는 상황 역시 그만둬야 하는 때이다.

 

그만둔다는 말이 왜 이렇게 기피해야만 하는 말이 돼버렸을까?

 

p.30

그만두기는 결국 예측의 문제다. 그만두는 시점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된 ㅁ누제이지 현재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현실이 장밋빛이면 그만두고 떠나기는 쉽지 않다. 

 

p.33

물론 세상에는 끈기를 가지고 계속할 가치가 있는 어려운 일들이 많으며, 그 경우 끈기와 회복탄력성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그만둔다면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성공은 가치가 없는 어려운 일을 게속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 끈기를 가지고 계속해야 할지,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알고 결정하는 능력이다.

 

p.38-40

반환시간을 지키지 않고 너무 오랫동안 등반을 계속해 정상에 오른 다음 하산하는 경우, 등반대원들은 어둠 속에서 피로, 저산소증, 동상, 날씨변화, 방향감각 상실, 크레바스로 인한 추락 등의 위험을 겪을 수 있다. 날이 어두워지고 몸이 피곤해지면 실수를 할 확률이 몇 배로 높아져 좁은 남동릉 루트(Southeast Ridge)에서 발을 헛디딜 위험도 높아진다. 남동릉 루트에서 발을 잘못 디디면 약 2,500미터 아래의 티벳 지역 또는 3,700미터 아래의 네팔 지역으로 추락해 사망하게 된다.

 

실제로 에베레스트산에서는 올라갈 때 사망하는 사람보다 내려올 때 사망하는 사람이 여덟 배나 많다.

 

온갖 고생을 다해 에베레스트 정상 바로 직전까지 올라갔다 등정을 포기하고 내려오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특히 아마추어 등반가들이 정상 코밑에서 정상 정복의 유혹을 떨쳐내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다. 등반대 가이드들은 정상 정복 횟수를 늘려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고, 등반대장들은 다른 상업 등반가이드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고객을 정상으로 올려야 한다. 셰르파들도 이런 경쟁에서 예외가 아니다. 그들도 등반대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정상 등반 횟수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반환시간은 세 가지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등반대원들이 정상 바로 밑에서 계속 올라가겠다는 무리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한 장치다. 첫 번째 사실은 계속 버티면서 올라가는 것이 항상 미덕은 아니라는 것이다. '계속 올라가기'가 현명한 일인지 아닌지는 등반 환경과 등반가들의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 환경과 상태라는 두 조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중간에 그만두고 내려오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두 번째 사실은 실제로 그만두고 내려와야 한다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훨씬 전에, 언제 그만둘지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대니얼 카너먼은 최악의 결정 시점이란 "그 안에 있을 때"라고 지적한다. 에베레스트 정상이 바로 눈앞에 온 시점, 그곳까지 가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치른 시점이야말로 "그 안에 있을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만두고 내려와야 하는 반환시간을 실제로 그만둘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보다 훨씬 전에 설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에베레스트 등반의 진짜 목적은 정상 정복이 아니라는 명백한 진실이다.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일이지만, 더 넓은 의미에서 현실적인 시각으로 보면 궁극적인 목표는 베이스캠프로의 무사귀환이다.

 

p.45-47

사람들은 그날 에베레스트산에서 일어났던 비극은 기억하지만 규칙에 따라 중도에 하산한 허치슨, 태스크, 카시슈케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 이들이 유명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이들은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현명한 하산 결정을 한 이 세 명을 기억하는 사람이 왜 거의 없을까? 크라카우어가 책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 크라카우어는 이 책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그 날의 상황에서 이들은 적절한 결정을 한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일부였다"라고 쓰기까지 했다.

 

우리는 역경에 대한 인간의 반응 가운데 어느 한 측면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도전하는 사람들"만을 생각한다. 계속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이야기가 비극이든 아니든 영웅으로 기억된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반환시간을 지키지 않고 계속 버티면서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다.

 

정상에 오르다 포기하고 하산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기록되기는 하지만 기억되지는 않는다.

 

그만두기가 중요한 의사결정 스킬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은 생사의 문제를 결정할 수도 있다. 에베레스트에서의 상황이 그랬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그만두겠단는 결정을 한 사람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문제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든 다른 사람의 경험을 지켜보는 것을 통해서든, 경험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데 있다. 또한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우리의 능력은 그 경험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는지에 의존한다. 

 

그만두기에 관한 결정으로부터 배우는 것도 역시 자기 기억에 의존한다.

 

우리는 그만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을 기억하지도 못하며 그들의 결정으로부터 배울 수도 없다. 게다가 그들을 기억한다고 해도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이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이 겁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가?


"겁쟁이"라는 말은 지금은 좀 의미가 퇴색했지만, 한때 이 말은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과 동의어였고, 생사의 결투를 유발할 수 있을 정도로 모욕적인 말이었다. 1806년에 앤드류 잭슨은 자신을 두고 찰스 디킨슨이 겁쟁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이 신문에 실리자 디킨슨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잭슨은 이 결투로 디킨슨을 죽였지만 1829년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데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이 합리화되는 세상에서, 그만두고 떠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능력인지 사람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 것이다.

 

p.47-48

사람들은 끈기과 끊기가 서로 반대편에 위치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끈기와 끊기는 동일한 결정의 서로 다른 두 측면이다. 어떤 것을 끊어야 할지 결정하려면 동시에 다른 어떤 것을 계속하겠다는 결정을 해야 한다. 또한 어떤 것을 계속해야 할지 결정하려면 동시에 다른 어떤 것을 끊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하나를 선택하는 결정은 동시에 다른 하나를 버리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p.49-51

사람들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킬 때 가장 중요한 스킬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끊기 능력, 즉 그만둘 수 있는 능력을 제일 먼저 꼽을 것이다. 그만두겠다는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환경에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결정은 어느 정도 불확실한 상태에서 이뤄진다. 그 불확실함의 원인은 두 가지이며, 우리가 하는 결정의 대부분은 저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되는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는다.

 

첫 번째 원인은 세상이 확률적이라는 사실이다. 세상이 확률적이라는 말은 세상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우리는 확실성이 아니라 확률에 기초해 움직인다. 우리에게는 미래를 말해주는 수정구슬 같은 것이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선택이 80% 정도의 확률로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할 때, 그 선택이 성과를 내지 못할 확률은 20% 정도인 것이다. 의사결정이 힘든 이유는 그 20%에 해당하는 결과가 언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두 번째 원인은 우리가 모든 사실을 완벽하게 고려해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부분적인 정보에만 기초해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정도의 정보는 우리가 완벽한 결정을 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정보다.

 

그렇다면, 특정한 행동들을 시작하고 난 뒤에 새로운 정보가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정보는 매우 결정적인 피드백이 될 수 있다. 

 

그 새로운 정보는 새로운 사실일 수도 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데이터나 사실들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시할 수도 있으며, 자신은 몰랐던 자신의 선호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또한 그 새로운 정보 중 일부는 좋은 미래와 나쁜 미래 중 어떤 미래를 관찰하게 될지 알려주는 정보일 수도 있다. 

 

이 모든 불확실성의 측면을 고려하다보면 의사결정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어려운 의사결정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끊기'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과거 그 때 알았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텐데"라고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끊기는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됐을 때 그 "다른 선택"을 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다. 끊기는 새로운 변화, 나의 지식 상태 변화 또는 나 자신의 변화에 반응할 수 있게 해준다.

 

끊기 스킬을 키우는 것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끊기라는 선택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내린 모든 결정에 영원히 갇히거나 불확실성 때문에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p.57-58

어떤 일을 그만둘지 계속할지 고민할 때 우리는 그 결정의 결과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없다. 그 결과는 확률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선택 사이에는 핵심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하나의 선택, 즉 계속하겠다는 선택만이 결국 그 답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확실성에 대한 욕구는 우리가 어떤 일을 계속하도록 만드는 유혹의 노래다. 일을 계속해야만 계속하기의 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두기로 결정한다면 우리는 항상 "만약 계속했다면?"이라는 의문을 안고 살게 된다. 신화에서 뱃사람들이 세이렌의 노래에 유혹을 당하듯이, 우리도 결과를 알고 싶기 떄문에 계속해야 한다는 유혹에 지배당한다. "만약 계속했다면?"이라는 질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계속하는 것밖에는 없다.

 

문제는 이런 세이렌의 노래에 유혹당해 결국 배가 암초에 부딪혀 부서지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에베레스트 정상 바로 아래에서 이런 유혹에 굴복한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사실 그만두어야 한다는 확신을 100% 가질 수 있을 때는 이미 그만두겠다는 결정이 의미가 없어진 때다. 그때는 이미 끝없는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시작한 때다. 그때는 그만두는 것밖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 에베레스트산 정상 바로 밑에서 올라가고 있는 등반대원의 입장이 한번 돼보자.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을 모두 소진한 상태에 있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 당신 자신과 가족들이 한 희생을 상상해보자. 정상이 불과 몇 백미터 남아 있다. 몇 시간만 더 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가족들과 자신이 그 모든 희생을 치른 상황에서,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뒤돌아 하산할 수 있을까? "만약 그 때 그만두지 않았다면?"이라는 의문을 평생 안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허치슨, 태스크, 카시슈케는 하산 결정을 내렸지만,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계속 올라야 한다는 유혹을 떨쳐내지 못했고, 그들 대부분은 사망하거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겨우 살아났다.

 

p.61

어떤 시점까지 유효했던 특정한 전략 또는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기업이 수익을 계속해서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기업은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를 연구하고 그 변화에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경구들이 충고하는 것과는 달리,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무턱대고 계속해서는 행복에 이를 수 없다. 우리가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이는 더 많이 어떤 일들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계속해야 할 때와 접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접어야 한다."

 

p.66-68

노련한 플레이어들은 언제 그만두고 일어아냐 할지 아는 사람들이다. 포커 전문가들은 언제 게임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해지는지, 언제 게임이 자신의 뜻대로 풀리지 않는지 달느 플레이어들보다 훨씬 잘 인식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인식하면 대부분 게임을 접는다.

 

포커 게임을 그만두겠다는 결정은 불확실성이 수반되는 결정이다. 어째서 게임에서 지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게임은 자신의 생각대로 잘 풀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두 경우 모두 돈을 잃을 수 있다. 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운이 나빠 돈을 잃었다고 생각해 계속 게임을 한다면 다른 어떤 이유로도 계속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에게 게임을 그만두는 것은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자신이 잘하지 못한다는 것, 게임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 싫어 계속 게임을 하는 것이다.

 

게임을 접으면 확실하게 돈을 잃는다. 잃고 있을 때 게임을 접으면 베팅한 돈을 다시 찾지 못할 것이 확실해진다. 잃고 있을 때 접기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포커 전문가들은 접겠다는 결정을 완벽하게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사실 프로 포커 선수들도 완벽하게 이런 결정을 내리지는 못한다. 하지만 프로들이 상대적으로 이런 결정을 잘 내리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기는 데 필요한 결정은 바로 이런 결정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의 모든 결정은 같은 종류의 불확실성을 포함한다.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까? 전략을 바꿔야 할까? 프로젝트를 포기해야 할까? 뒤돌아서 하산해야 할까? 사업을 접어야 할까? 이 모든 결정은 같은 종류의 불확실성을 포함하는 결정이다.

 

이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지도 않으며, 미래를 알려주는 수정 구슬을 가지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불확실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하는 것과 상황이 불리할 때 그만두고 떠날 수 있는 스킬을 갈고닦는 것밖에는 없다.

 

끈기와 끊기에 대한 근본적인 진실은 "위대한 덕목의 반대말 또한 위대한 덕목이다"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p.74-77

버터필드는 투자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오늘 아침에 잠에서 깨면서 <글리치>는 이제 끝났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다른 공동창업자들과 투자자들은 몹시 당황했다. 모든 면에서 <글리치>는 잘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리치>는 잘나가는 수준을 넘어선 상태였다. 회사 계좌에는 아직 투자받은 돈이 600만 달러나 남아 있었다. 하지만 버터필드는 그들에게 이제 <글리치>를 접겠다고 말하면서 남아 있는 투자금을 반환하겠다고 말했다.

 

좋은 소식들이 밀려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버터필드는 왜 잠을 이루지 못했을까? 버터필드는 왜 회사를 접기로 결정했을까?

 

그 답은 스튜어트 버터필드가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또는 보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들을 볼 수 있었다. 버터필드는 <글리치>의 미래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한 결과 결국 돈을 끝없이 잡아먹는 밑 빠진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새로운 이용자들이 창사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었지만 버터필드는 그 후로 31주 동안 한 주에 7%씩 성장한다 해도 손익분기점을 겨우 맞추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그 7%의 성장세 예측은 회사가 확보한 신규 무료 이용자들이 유료 사용자로 전환하는 비율이 신규 사용자 증가 비율과 같다는 전제하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하지만 버터필드는 그 두 비율이 같아지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더 많은 신규 이용자들이 생긴다는 것은 그 신규 이용자들이 게임에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더 낮아진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로 확보한 1만 명의 신규 이용자들은 게임 초창기에 비해 확보하는 데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유료 광고는 이미 <글리치>에 한 번 접속했다 떠난 수십만 명이 효과 없는 광고로 변해갔다. 유료 광고가 핵심적인 게임 이용자들에게 외면을 받으면서 유료 광고는 온라인 게임을 해본 적이 거의 없거나 온라인 게임에 거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신규 이용자로 끌어와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에 따라 유료 이용자로의 전환 비율도 더 낮아졌다. <글리치>가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신규 이용자를 대거 확보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성장지표들을 고려하면 아무리 그때까지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었다고 해도 타이니 스펙은 8개월을 더 마케팅에 돈을 쏟아부어야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었다. 타이니 스펙이 수익을 내려면 유료 이용자가 수십 만 명 이상 확보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수천만 명을 신규 이용자로 확보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돈을 써야 했다. 또한 그렇게 신규 이용자를 확보한다고 해도 충성도 높은 유료 이용자로 전환될 가능성은 점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계산이었다.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글리치>의 미래에 대해 자신이 내다본 것들을 부정하거나 무시할 수도 있었다. <글리치>는 매우 훌륭한 게임이었고 창업자들의 비전을 창의적으로 표현한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충성도 높은 글리치 이용자들의 커뮤니티도 형성돼 있었고 신규 이용자도 늘고 있었다.

 

이런 벤처기업의 창업자라면 본능적으로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4년 동안 노력해 개발한 게임이었다. 또한 버터필드는 게임을 접었을 때 자기 평판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버터필드는 2017년 리드 호프먼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마스터 오브 스케일>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투자자들, 언론, 직원들 그리고 고객들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글리치> 프로젝트에 관계된 많은 사람들에게 일을 중단하라고, 그만하라고, 회사의 주식을 팔아 적은 돈이라도 받으라고 설득해야 했습니다."

 

버터필드는 이런 모든 일들을 해야 했지만, 그만두는 것이 옳은 결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6주 전에 이 모든 것을 알았지만 나는 부정을 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라고 잘못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너무 일찍 그만두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계속 부정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요인들이 게임을 접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버터필드의 결정은 너무 이른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내다봤던 버터필드는 오히려 반대로 더 일찍 그만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p.81-87

버터필드가 <글리치>를 접은 이야기는 끊기에 수반되는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를 드러낸다.

 

적절한 시점에 그만두어도 언제나 너무 일찍 그만두는 것처럼 느껴진다. 

 

적절한 시점에 그만둔다면 그 특정한 시점에서는 특별히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만두기 위해서는 미래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예측해 일이 잘못될 가능성이 너무 높아 계속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만두기가 객관적으로 최선의 선택이 되는 바로 그 순간에는 상황이 딱히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로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알려주는 단서들이 그 순간에 존재한다고 해도 그렇다. 문제는 우리가 그만두는 것을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현존하는 실패에 관한 단서들을 합리화한다는 사실에 있다.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현재'에 실패 요인들이 숨어있다는 것을 인식한 사람이었다. 그는 현재 상황을 분석해 새로 늘어난 신규 이용자들이 유료 이용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점점 더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가 버터필드의 상황에 있었다면 현재의 긍정적인 측면, 즉 확실히 그만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가 아닌 다른 정보들에 집중했을 것이다. 충성도 높은 고객이 5,000명이나 되는 <글리치>를 버터필드가 개발한 것은 사실이었고 그 것만으로도 이 콘텐츠는 놀라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투자자들은 기대에 차 있고 공동창업자들은 만족하는 상태였다. 신규 이용자도 기록적으로 늘어난 상황이었다. 게다가 회사 계좌에는 투자금 600만 달러가 남아 있었다. 그 상황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유료 이용자로 전환시키는 방법만 생각하면 됐다. 버터필드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글리치 프로젝트가 계속되길 원했다.

 

3시간 정도만 오르면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는 상황을 다시 떠올려보자. 산소도 충분히 있는 상황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날씨도 매우 좋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계속 올라가기를 선택한다.

 

무하마드 알리가 복싱을 그만두고 떠날 수 있었던 이상적인 시점은 조지 포먼과의 경기에서 승리해 챔피언 타이틀을 되찾은 직후였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떠나기 위해서는 초인적인 시간여행 스킬이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미래의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알리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챔피언 타이틀 탈환을 이룬 직후였고, 신장과 신경이 손상되기 전이었다.

 

테디 브레너와 퍼디 파체코는 모든 것을 아는 능력은 없었다. 하지만 알리가 1977년 9월에 어니 셰이버스와의 경기에서 판정패를 당한 후에 그들은 알리가 30대 중반을 넘어서도 계속 복싱을 한다면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

 

알리는 그 후로도 4년을 더 버틴 후에야 복싱을 그만뒀다.

 

그만두기에 관한 현명한 결정을 내리려면 머릿속에서 시간 여행을 해야 한다. 결정을 내리기에 가장 안 좋은 시점은 아직 "그 안에" 있을 때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에서만 생각하면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미래에 어떻게 보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손실을 줄이기 위해 그만두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미래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대부분 희망, 목표, 야망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우리는 이런 낙관적인 생각을 하면서 미래의 재앙이 우리에게 달려드는 것을 방치할 때가 너무 많다. 바로 코앞에 닥치고 나서야 우리는 재앙을 인식하는 것이다.

 

경영 컨설팅 분야에는 누군가를 해고할 적기는 해고해야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 때라는 휴리스틱이 있다. 이 휴리스틱에는 관리자들 대부분은 해고를 결정하기 위해 지나치게 망설이며 그 때문이라도 기업이 빠르게 결정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고용자 입장에서 본다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직원을 해고하는 것도 일종의 그만두기이다. 기업은 항상 이런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직원들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항상 기업은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에 대한 해고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

 

채용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불확실성을 수반하는 결정이다. 채용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지원자의 이력서와 추천서를 검토한 뒤 몇 번의 면접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은 몇 번의 데이트를 통해 장기적인 관계로 진입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관리자들의 채용 결과에 만족하는 비율은 50%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채용 과정에 불확실서잉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 사람이 실제로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일하는 것을 지켜보기 전에 그 채용이 성공적인 채용일 것이라고 얼마나 확신할 수 있을까?

 

이런 불확실한 결정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고용자가 직원을 해고할 수 있고 직원도 자신의 의지에 따라 그만둘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선택권은 현명하게 행사해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해고하는 결정은 그 자체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내려지는 결정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를 너무 오랫동안 버티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 불확실성이다.

 

언제 해고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휴리스틱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휴리스틱이 거의 적용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직원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오랫동안 그 직원을 해고하지 못하면 그로 인한 대가를 크게 치러야 한다. 경영 컨설턴트이자 채용 전략 전문가인 제프 스마트는 자신의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생산성과 비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채용 실수로 인해 발생하는 평균 비용이 잘못 채용한 직원이 받는 연봉의 15배에 이른다는 결론을 얻었다. 한 번의 실수로 직원을 잘못 채용하면, 그 직원을 너무 오래 해고하지 않고 버티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뜻이다.

 

우리가 경로를 변경하기 전에 지체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 중도에 그만둠으로써 손실을 줄여야 한다는 확신이 드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손실의 규모는 계속 커질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그만두기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잘못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우리는 중간에 그만두면 진전이 느려지거나 아주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만두어야 할 때 망설인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이다. 그만두지 못하기 땜누에 진전이 느려지거나 아주 멈추게 되는 것이다.

 

더 이상 가야 할 가치가 없는 길을 계속 간다면, 그 길이 잘못되고 있는 인간관계든,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주식 보유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을 유지하는 것이든, 결국 실패를 하게 될 것이다.

 

그만두지 않는다면 목표에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해주는 다른 경로를 선택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안 되는 일을 계속 붙잡고 버틸 때야말로 진전이 늦어지는 때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 때 그 기회를 잡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진전을 늦추는 일이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생각과는 달리, 그만두기는 목표에 더 빨리 이르게 해준다.

 

p.87-90

계속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 현명한 결정은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잘 결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보에 기초해 상황이 유리하게 펼쳐질지 불리하게 펼쳐질지 그 확률을 적절히 예측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일을 계속했을 때 어느 정도의 비율로 좋은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있다.

 

기대가치(expected value)의 측면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스튜어트 버터필드가 내린 결정도 기대가치에 기초한 것이었다.

 

기대가치는 두 가지 문제에 답을 제공한다. 첫째, 기대가치는 우리가 고려하고 있는 선택이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할지 불리할지 알려준다. 둘째, 기대가치는 여러 가지 선택들을 비교해 어떤 선택이 더 나을지 알게 해준다. 여기서 더 좋은 선택이란 기대가치가 가장 높은 선택을 뜻한다.

 

어떤 행동의 기대가치를 판단하려면 먼저 가능한 결과들의 범위를 알아내야 한다. 이 결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결과는 긍정적인 결과일 것이고 어떤 결과는 부정적인 결과일 것이다. 또한 이 각각의 결과는 발생 확률도 다를 것이다. 각각의 결과가 발생할 확률과 그 결과가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예측되는 정도를 곱한 것이 바로 기대가치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각각 50%다. 이제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100달러를 따고, 뒷면이 나오면 50달러를 잃는다고 가정해보자. 100달러에 50%의 확률을 곱하면 50달러가 된다. 기대되는 장기적 이익이 50달러라는 뜻이다. 반면, 50달러에 50%의 확률을 곱하면 25달러가 된다. 기대되는 장기적 손실이 25달러라는 뜻이다. 이때 50달러에서 25달러를 빼면 순익은 25달러가 된다. 따라서 이 동전던지기 제안의 기대가치는 25달러가 된다.

 

이 경우 동전을 던졌을 때 뒷면이 나올 확률은 앞면이 나올 확률과 같지만(각각 50%), 뒷면이 나왔을 때 발생하는 손실보다 앞면이 나왔을 때 발생하는 수익이 더 크기 때문에 기대가치는 양수가 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넘어가자.

 

기대가치는 이겼을 때 발생하는 수익이 졌을 때 발생하는 손실보다 훨씬 적을 때도 양수가 될 수 있다.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손실을 보충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경우다. 예를 들어,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50달러를 따고 뒷면이 나오면 100달러를 잃게 된다고 해도, 동전을 던졌을 때 90%의 확률로 앞면이 나오고 뒷면이 나올 확률이 10%밖에 안 된다면 이 경우 기대가치는 35달러로 양수가 된다.

 

이런 경우라면 당연히 내기를 해도 된다.

 

이길 가능성이 매우 적음에도 불구하고 기대가치가 양수인 경우도 있다. 던졌을 때 뒷면이 나올 확률이 99%, 앞면이 나올 확률이 1%인 동전이 있다. 이 동전을 던졌을 때 뒷면이 나오면 100달러를 잃고 앞면이 나오면 10만 달러를 딸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이 경우 앞면이 나와 돈을 딸 수 있는 확률은 1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그 100분의 1의 확률에 걸린 액수가 크기 때문에 기대가치는 양수이며 무려 901달러나 된다.

 

기대가치 측면에서 생각할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선택지도 생각하는 경로(새로운 경로일 수도 있고 현재 가고 있는 경로일 수도 있다)가 양의 기대가치를 가지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그 기대가치와 내가 할 수도 있는 다른 선택들의 기대가치를 비교하는 일이다. 우리가 가진 돈과 시간 그리고 에너지는 유한하고 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총량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일을 계속해야 할지 생각할 때 "내가 여기서 방향을 바꿔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그 일의 기대가치는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의 기대가치보다 높을까?"라고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다른 경로의 기대가치가 현재 경로의 기대가치보다 높다는 판단이 선다면 현재 경로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로에 들어서는 것이 목표에 더 빨리 이를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수익 또는 손실을 발생시킬 동전 던지기나 주식 매입을 하든, 행복과 삶의 질을 결정할 결혼 또는 집 구입 결정을 하든, 기대가치는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계속 갈 가치가 있는 길인지 판단하는 데 매우 유용한 개념이 된다.

 

p.97-99

세라의 이야기를 들은 뒤 나는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지금부터 1년 후에도 현재 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가정해볼 때, 그 시점에서 행복하지 않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세라가 말했다. "100%에요. 확실히 1년 후 나는 행복하지 않을 겁니다."

 

내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1년 후에 새로운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가정해볼 때, 그 시점에서 행복하지 않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세라가 대답했다.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100% 확신할 수 있어요?" 내가 물었다.

 

"100%라고 할 수는 없어요." 세라가 대답했다.

 

그 순간 세라는 깨달은 것 같았다. "잠깐만요. 내가 병원에서 계속 일을 한다면 분명히 불행해질 거예요. 하지만 새 직장으로 옮긴다면 행복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을 거예요. 어쩌면 새 직장에서 진정한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직장을 그만두는 게 더 낫겠어요." 세라가 말했다.

 

내가 한 일은 세라가 자신의 결정을 기대가치 문제로 보도록 만든 것뿐이었다. 세라는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병원 일을 계속한다는 선택과 일을 그만두고 보험회사로 옮겨 새로운 일을 한다는 선택이다. 이 두 가지 선택 중에서 세라를 더 행복하게 만들고 아이들과 관계를 더 좋게 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선택은 어떤 것이었을까?

 

세라는 직장을 옮겨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더 기대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세라의 사례에서 우리는 기대가치가 돈에 의해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기대가치는 건강, 행복, 시간, 성취감, 관계에 대한 만족감 등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것에 의해 평가받을 수 있다.

 

p.101

그만두어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우리는 과거에 우리와 비슷한 길을 걸었던 사람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그 사람이 우리에게 하는 충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과거의 그 사람은 과거의 우리일 수도 있다.

 

p.111-112

데이브 셔펠과 스튜어트 버터필드 사이에는 수많은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잘 나가고 있을 때 그만두는 결정을 했다. 이들은 현재 상호아이 다른 이들에게 아무리 좋게 보인다고 해도 미래는 결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예측했다.

 

그만두기를 통해 셔펠과 버터필드는 더 큰 행복과 창의성이 있는 다른 기회들을 탐색할 수 있었다. 

 

셔펠과 버터필드는 자신의 그만두기 결정에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하기도 했다. 셔펠은 자신이 마약에 의존하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에 대처해야 했다. 버터필드의 상황은 셔펠과 다르기는 했지만, 변덕에 의한 성급한 결정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선제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확실하게 해두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내가 지치거나 지루해져 이 일을 접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식으로 전문성에 기초해 그만두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항상 무엇 또는 누구를 탓한다. 우리는 그만두는 사람은 겁쟁이이거나, 변덕이 심한 사람이라고 비난하곤 한다. 어떤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없을 때 흔히 이런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라도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그만두는 사람을 폄하하는 것에 불과하다.

 

p.119

우리는 어떤 때는 너무 오래 버티고, 어떤 때는 너무 빨리 그만둠으로써 이 두 가지 형태의 실수를 모두 저지른다. 하지만 우리가 이 두 가지 실수를 모두 저지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버티는 결정과 그만두는 결정은 별개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결정은 동일하다. 계속하겠다는 결정은 그만두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그만두지 않는다는 결정 역시 계속하겠다는 결정과 같다.

 

우리가 이 두 가지 결정 중 한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한다는 것은 나머지 다른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p.123-124

새로운 결정을 할 때 손실회피 성향은 손실이 더 적을 것 같은 선택을 선호하도록 만든다. 손실회피 성향은 우리가 위험을 회피하게 하며, 우리에게 손실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선택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손실이 축적된 상태에서는 위험을 무릅쓴다. 대니얼 카너먼은 이런 성향을 '확실한 손실 회피 sure loss aversion'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확실한 손실 회피는 우리가 이미 시작한 어떤 것을 멈추고 싶지 않게 만드는 성향이다. 손실이 축적된 상황에서 게임을 그만두면 이런 축적된 손실이 확실하게 실제 손실로 바뀌기 때문이다. 동전을 던지는 선택을 하면 축적된 손실이 실제 손실로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의 경우에서 빚을 진 사람들은 동전을 던지는 도박을 선택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이익이 축적된 상황에서는 이미 딴 돈을 잃을 위험을 회피한다. 우리는 축적된 이익을 실제 이익으로 바꾸고 싶어하기 때문에 게임을 접고 일어날 수 있다.

 

p.127

"'그만두기'를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너무 섣불리 결정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지점은 대부분의 경우 이미 '손실을 입고 있을 때'이다."

 

p.128-129

앞서갈 때 그만두라는 말은 이럴 때, 즉 다음 판에서 질 것이 확실할 때만 유용한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앞서갈 때 그만두는 이유는 자신의 운이 좋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도 아니고 다음 게임에서의 승산이 낮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도 아니다.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자신의 상황이 불리하든 유리하든 상관없이, 단지 자신이 앞서간다는 사실 그 자체 때문에 그만둔다. 사람들이 지고 있을 때 그만둔다면 그건 대부분 우연히 그만둔 것이다. 사람들은 그만두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해도 이미 축적한 것을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발견한 내용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에게 진짜로 해야 하는 충고는 "앞서갈 때 그만두라"라는 간단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다. 이 충고는 다음과 같이 복잡하고 길게 바꿔야 한다. "앞서갈 때 그만둬라. 단, 당신이 하고 있는 게임이나 가고 있는 길에서 장기적으로 지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있을 때만 그렇게 하라. 당신이 있는 상황의 기대가치가 음수일 때는 반드시 그만두어야 한다. 하지만 그 기대가치가 양수일 때는 계속 버텨라."

 

p.131~132

우리의 목표는 우리가 과거의 행동으로 인해 이익을 얻었든 손실을 입었든 상관없이 기대가치가 양수일 때 계속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런 결정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려지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하는 것과 그만두는 것 중 어떤 것이 최선인지 쉽게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이 하루 목표 액수를 채웠는지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듯이 우리도 우리가 앞서가고 있는지 뒤처지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계속할지 말지 결정하기 위해 현재 상황에 대한 지식을 이용한다.

 

그 결과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앞서가고 있을 때에 그만둔다. 우리는 뒤처져 있을 때는, 계속하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데도, 그만두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상황을 포커 판에서 수없이 봤다. 대부분의 포커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이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판을 접고 칩을 현금으로 바꾸고 싶어 안달한다. 하지만 이들은 지고 있을 때는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나는 능숙한 포커 플레이어들이 술에 취하거나, 피곤하거나, 화가 나거나, 게임이 잘 안 풀리거나 할 때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포커 판에 앉아 있는 것도 수없이 봤다.

 

앞서갈 때 그만둔다는 전략은 포커 플레이어들이 돈을 잃게 만드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포커 플레이어들이 가장 게임이 잘 풀릴 때 플레이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게임이 안 풀릴 때 플레이하는 시간을 최대화하기 때문이다.

 

이 전략이야말로 확실히 돈을 잃게 만드는 전략이다. 주식 거래를 하든, 다른 종류의 투자를 하든, 이 전략에 따른 행동은 당신이 바닥을 치게 만들 것이다.

 

p.136~138

연구자들은 이 기관투자자들이 어떤 전략을 사용해 매각 결정을 내렸는지도 분석했다. 이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은 주로 다음번 투자를 위한 자금을 만들기 위해 매각 결정을 내렸다. 다음에 할 투자에 의해 매각 시점이 결정된 것이다. 또한 연구자들은 기관투자자들이 다음 투자를 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만들기 위해 어떤 주식을 매각할지 결정할 때, 기대가치와는 거의 관련이 없는 휴리스틱을 이용하는 것도 밝혀냈다. 기관투자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중에서 극단적으로 많은 수익을 내거나 극단적으로 많은 손실을 내는 주식만을 매각했다.

 

바꿔 말하면, 기관투자자들은 주식을 매입할 때는 미래를 위해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시점을 선택하지만, 주식을 매각할 때는 그런 선택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주식을 매입할 때 기관투자자들은 매각 시점에 대해서도, 매각할 주식의 전망에 대해서도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두기를 가장 잘하려면 특정 상황에서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모든 주식 중에서 계속 보유했을 때 미래에 가장 가치가 낮아질 것으로 판단되는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 중 현재 상태에서 가장 수익성이 떨어지는 주식만을 매각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야 보유하고 있는 모든 주식(포트폴리오)의 가치의 합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매입 결정을 할 때도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 결정을 해야 한다.

 

p.140~141

기관투자자들은 결정의 질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데이터가 실제로 존재하는, 드문 상황에 있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는다. 이들의 문제를 바로 이 부분에서 발생한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를테면 일너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적절한 시점에 매각을 했을까? 너무 일찍 매각을 했을까? 너무 늦게 매각을 했을까? 평균치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다른 주식을 매각해야 했을까?

 

이런 문제들을 살펴본 연구자들은 기관투자자들이 과거의 거래에 대한 분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결정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주식 거래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지 않은 주식을 샀다면 어땠을지 생각하곤 한다. 금융시장에서 일하는 내 고객들에게 내가 권하는 방법은 매각할 때도 매입할 때와 동일한 전략을 이용해 피드백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과거의 매각 결정들을 되돌아보면서 매각 당시 포트폴리오에서 다른 주식을 무작위로 선택해 매각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생각해보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에게는 어떤 일을 계속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알려줄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의 경우는 확실한 해결방법이 존재한다. 기관투자자들은 매입 결정에서 과거의 결정들을 추적하듯이 매각 결정을 할 때도 과거 결정들을 철저하게 추적해야 한다.

 

p.181

어떤 주식을 살 것인지 결정할 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주식의 기대가치가 앞으로 양수가 될지밖에는 없다. 특정한 주식을 매입했을 때 돈을 벌 수 있는지만 생각하면 된다. 새로운 주식 매입 결정을 내릴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때 그 주식의 가격이 떨어진다면 계속 보유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언젠가는 이미 잃었던 돈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손절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비합리적인 행동이다.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행동은 그 주식을 사는 행동과 동일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p.187

우리는 이미 쏟아부은 것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아무 성과도 나지 않는데도 그만두지 못하고 하던 일에 계속 집착한다.

 

p.205

과거의 결정 결과에 영향을 받지 말고 새롭게 결정하라는 조언은 사실상 몰입상승을 줄이는 데 거의 효과가 없었다.

 

매몰비용 효과에 대해 아는 것만으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인드컨트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p.210-211

X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연구소이지만, 매우 현실적인 연구소이기도 하다. X는 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우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설정한다. X는 최고의 아이디어들을 선택한 다음 5~10년이라는 시간 안에 그 아이디어들을 상업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다듬는다. X가 선택하는 아이디어는 세상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 수준을 넘어선다. 다시 말해, X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을 때만 선택해 개발한다.

 

X가 5~10년이라는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설정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개발하는 데 5~10년보다 더 적은 시간이 걸리는 아이디어라면 다른 사람들이 이미 개발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개발에 10년 이상이 걸리는 아이디어라면 상품화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프로젝트가 상품화 단계에 이르면 그 아이디어는 X에서 "졸업"하게 된다. X의 가장 유명한 "졸업생" 중 하나는 자율주행자동차 아이디어다. 2017년에 졸업한 이 아이디어는 "웨이모Waymo"라는 이름의 알파벳 자회사가 됐다. 2021년 웨이모의 기업가치는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상품화된 다른 프로젝트로는 구글 브레인, 베릴리 라이프 사이언스, 윙 등이 있다. 

 

p.212-213

에릭은 X가 프로젝트를 더 잘 중단할 수 있도록 매우 독창적인 멘탈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 모델이 바로 "원숭이와 받침대 모델"이다. 여기서 받침대란 동상 같은 것을 받치는 받침대를 말한다.

 

원숭이가 공원에서 받침대 위에 앉아 횃불로 저글링 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꽤 쏠쏠하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에릭은 이 일에 성공하려면 두 가지 일을 해내야 한다고 본다. 원숭이 훈련과 받침대 만들기다. 이 두 가지 일 중 성공으로 가는 길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일은 원숭이 훈련이다. 그 반면 받침대를 만드는 일은 쉽다.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 이전부터 받침대를 만들어왔다. 받침대를 만드는 일은 2,00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면서 매우 하기 쉬운 일이 됐다. 아예 가구점이나 철물점 같은 곳에서 살 수도 있고, 간단하게 우유 박스를 이용해 만들 수도 있다. 

 

즉, 이 상황에서 어려운 일은 원숭이가 횃불을 저글링할 수 있게 훈련시키는 일이다.

 

이 멘탈 모델은 원숭이를 훈련시키지 못한다면 받침대를 만들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즉, 이 멘탈 모델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문제의 가장 어려운 부분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숭이와 받침대"는 X의 소통 언어 중 일부다. X의 직원들은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MONKEYFIRST("원숭이 먼저")라는 해시태그와 원숭이 아이콘이 새겨진 문서를 사용한다. 이들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어려운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런 방법으로 자신들에게 계속 인지시킨다.

 

이 이야기는 사업을 시작할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그럴듯한 명함을 만들거나, 회사 로고를 디자인하거나 이름을 정하기 위해 돈을 쓰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p.215-216

어떤 일을 몇 년 동안 해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일이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을 때 최대한 빨리 접을 수 있는 능력이다. 

 

손실을 조금이라도 빨리 줄일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또한 손실을 빨리 줄일 수 있다면 기대가치가 더 높은 일에 한정된 자원과 능력을 사용함으로써 기회비용도 줄일 수 있다.

 

에릭은 내게 "프로젝트의 아킬레스건이 발견되면 나는 2,000만 달러가 아니라 200만 달러를 썼을 때 아킬레스건을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에릭은 그만둠으로써 원하는 곳에 더 빠르게 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만두어야 한다고 더 빨리 판단할수록 더 나은 일로 더 빨리 전환할 수 있다. 더 빨리 그만둘수록 더 많은 자원을 절약할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그 자원을 더 가치있는 일에 사용할 수 있다.

 

p.218

우리는 실패를 인정하면서 그만두는 것보다 일이 진전되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편을 선호한다.

 

p.219

원숭이와 받침대 모델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어려운 일을 먼저 생각하라

- 최대한 빠르게 그 일을 해결하라

- 일이 진전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지 말라.

 

p.223

다이어트 계획, 업무 계획, 학습 계획을 세울 때 이런 사전조치를 미리 생각해두면 더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중단 기준은 제때 그만두기에 필요한 사전조치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다.

 

p.225

사실 영업사원은 대부분 끈기가 많은 사람들이긴 하다. 이런 태도는 이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한 판을 접지 않으려는 포커 플레이어들의 태도와 비슷하다. 이런 행동은 그만두고 나서 "만약 그만두지 않았다면?"이라는 의문에 시달리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진 재원을 잘못 사용하는 행동이며, 결국 최종적인 실패를 부르는 행동이다.

 

중단 기준을 설정하는 일은 영업 활동을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p.229~231

우리는 퍼널 관리라는 개념을 주로 영업사원이나 투자자와 관련해서만 생각한다. 하지만 퍼널 관리는 모든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다. 어떤 목표를 추구할지 결정할 때, 어떤 강의를 들을지 결정할 때, 회사에서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할지 결정할 때, 어떤 회사에 지원할지 결정할 때, 어떤 사람과 데이트를 할지 결정할 때도 우리는 퍼널 관리를 해야 한다.

 

퍼널 관리는 어떤 일을 계속할지 아니면 그만둘지 결정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퍼널 관리를 함으로써 우리는 가치가 없는 일에는 최대한 적은 시간을 사용하면서 가치가 큰 일에는 최대한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회사에서 새로운 일을 해야 할지 결정할 때, 대학이나 전공을 결정할 때, 어떤 집을 살지 결정할 때, 어떤 지역으로 이사 가야 할지 결정할 때도 중단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공연 티켓을 사고 난 뒤 공연 당일의 날씨 때문에 공연에 가지 않는 것도 중단 기준 설정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중단 기준 설정은 투자를 하는 상황에서도 효과를 나타낸다. 손절 매도 기준과 이익실현 매도 기준을 설정하는 일도 중단 기준 설정의 예라고 할 수 있지만, 더 넓은 범위에서 보면 투자 전략을 바꾸게 만드는 시장의 신호가 어떤 것이 될지 미리 예측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중단 기준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중단 기준은 이미 어떤 일을 시작한 상태에서도 설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시점에서도, 즉 누군가와 데이트를 이미 시작했을 때도, 이미 집을 샀을 때도, 이미 투자를 시작했을 때도, 이미 대학을 선택했을 때도 우리는 미래의 어떤 시점을 상상할 수 있다. 우리는 그 미래의 시점에 우리가 상황에 만족할지 그렇지 못할지 상상할 수 있으며,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해줄 신호들이나 그동안 보지 못했던 벤치마크들을 찾아낼 수 있다. 어떤 주식을 샀을 당시에 손절 기준이나 이익실현 기준을 설정하지 않았어도, 그 이후에도 중단 기준은 설정할 수 있다.

 

결국 현재의 자기 현실은 미리 생각해뒀어야만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p.235-236

덫에 갇히는 것을 피하려면 상태와 시간을 고려해 미리 벤치마크를 설정해야 한다. 박사학위를 갓 취득한 사람이 정년을 보장하는 자리를 얻는 데 걸리는 평균적인 기간을 파악해 그 시점을 벤치마크로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박사학위를 딴 후 정년 보장 자리를 얻는 데 평균적으로 4년이 걸린다고 가정하자. 4년 안에(시점) 정년을 보장하는 자리를 얻지 못하면(상태) 노력을 그만두어야 한다.

 

올림픽에 단거리 육상선수로 출전하고 싶다면 최고 수준의 육상선수들이 15세였을 때, 18세였을 때, 대학생이었을 때, 100미터를 평균 몇 초에 주파했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벤치마크가 있고 그 벤치마크에 접근할 수 있을 때만 올림픽 출전 육상선수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고, 접근할 수 없다면 그만두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 가치 있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상태와 시점을 고려한 중단 기준 설정은 인간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목표가 결혼(또는 장기적인 관계)인 경우, 일정한 시점까지 상대방이 청혼을 하지 않는다면(또는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장기적인 관계로 발전하기를 거부한다면) 그 사람과 헤어지고 당신만큼 장기적인 관계를 원하는 다른 상대를 만나야 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승진이 가능한 위치에 있다면 성공한 사람들의 평균적인 승진 시점을 최대한 빠르게 파악해 그 시점을 벤치마크로 설정하고, 그 벤치마크를 기초로 상태와 시점을 고려한 중단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p.238

중요한 것은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지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모두 인간이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만두는 시점을 완벽하게 결정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p.248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에 의해 상당 부분 결정된다. 또한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가 집중하는 대상, 예를 들면, 직업 관계 프로젝트 취미 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우리는 이런 대상들에서 멀어지려고 결정할 때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된다. 그 고민은 매우 아픈 고민이다.

 

p.258

윌킨슨의 이야기는 우리가 어떤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 특히 우리 자신이 직접 만든 어떤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그 어떤 것을 그만두거나 접고 떠나는 일을 얼마나 크게 방해하는지 잘 보여준다.

 

p.263

보유효과는 어떤 것을 포기하거나 어떤 일을 그만둬야 할 때 강력하게 나타난다. 당신이 가진 어떤 것을 파는 일은 그것에 대한 소유를 포기하는 일과 같다. 당신이 가진 어떤 것을 팔지 않는 일은 계속 버티는 일이다. 와인을 팔지, 차를 팔지, 집을 팔지 결정할 때 당신은 그것들을 계속 소유할지 말지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p.264-265

우리가 사고와 신념을 가진다는 것은 그것들이 우리의 소유물이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우리가 산 것에 소유감을 가질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한 것에도 소유감을 가진다.

 

어떤 행동을 하기로 결정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그 결정을 우리가 소유한다는 뜻이다. 와인이든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결정이든, 그것들을 소유했을 때 우리가 부여하는 가치는 다른 사람들이 같은 물건 또는 동일한 결정에 부여하는 가치보다 훨씬 크다.

 

보유효과는 특히 자신이 만들어낸 것을 소유하고 있을 때 강하게 나타난다. 보유효과를 '이케아 효과'라고도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케아에서 산 가구들은 대부분 스스로 조립해야 한다. 우리는 손수 조립한 스탠드를 조립돼 있는 같은 스탠드보다 훨씬 더 소중하게 여긴다.

 

p.269~270

NBA 팀들은 이렇게 높은 연봉을 받는 상위 드래프트 순위의 선수들을 경기에 많이 출전시켰을까 아니면 순위가 높지는 않지만 그 선수들만큼 경기를 잘하는 선수들을 많이 출전시켰을까? 팀의 이런 결정에 매몰비용 효과와 보유효과가 작용했을까?

 

놀랍게도 NBA 팀들은 높은 연봉을 주고 데려온 선수들을 더 많이 경기에 출전시켰다.

 

NBA 팀을 비롯한 프로스포츠 팀들은 그만두는 행동을 연구하기 위한 매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프로스포츠 팀에서 결정권자들은 선수들의 경기 내용을 끊임없이 검토하여 기량을 파악한 뒤 바로 다음 경기에 반영한다. 프로 농구 경기는 수많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선수들이 점수를 내는 능력(득점, 야투 성공률, 자유투 성공률), 강력함(리바운드와 블록), 신속성(어시스트와 스틸)이 모두 데이터로 기록된다. 감독과 코치는 적절한 상황에 최적의 선수를 투입하기 위해 이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매몰비용 효과와 그에 따른 인지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었다.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프로 팀들도 매몰비용 오류를 범하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어떨까? 우리는 보통 기대가치를 거의 계산하지 않고 충분한 데이터도 없이 대부분의 결정을 한다. 입사 지원자 두 명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할 때(또는 두 가지 직장 중에서 한 직장을 선택할 때) 우리는 NBA팀 감독이나 코치처럼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선택하지 않는다. 그렇게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선택을 하는 감독이나 코치들도 매몰비용 효과에 빠지는데 우리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항상 어느 정도 정보에 기초해 예측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예측은 진정한 의미에서 정보에 기초한 예측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p.273~274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마코스캠퍼스의 경제학 교수 퀸 키퍼는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NFL과 NBA에서 드래프트 순위가 선수들의 출전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 차례에 걸쳐 연구했다. 이 연구들은 머니볼 시대 이후에 이뤄진 것이다. 키퍼도 최첨단 분석기법으로 분석한 선수들의 플레이 데이터를 사용했다. 연구 결과, 매몰비용 효과와 보유효과는 약간 감소했지만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이뤄진 연구에서처럼 팀 운영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두는 결정을 객관적으로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연구결과는 매우 놀라운 것일 수 있다.

 

똑똑한 사람들이 충분한 데이터를 가진 상태에서 정밀한 피드백을 수집해 객관적인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도 매몰비용 효과와 보유효과에 따른 인지오류들은 발생한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런 오류가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정보도 없고 정밀하게 피드백을 수집할 기회도 없기 때문이다.

 

p.277~279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이 현상에 대해 "사람들은 기존의 방식을 따르다 실패하는 것이 그와 다른 방식으로 성공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고 그에 따른 결과로 실패할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

 

사람들은 현재 상태를 흔들지 않는 방식으로 실패하는 것은 잘 견딘다. 현재 상태를 흔들지 않는다면 일이 실패했을 때 "나는 정해진 과정을 따랐다", "나는 현상유지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합의된 선택에 충실했다"같은 말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방식을 따르다 실패하면 별로 충격이 크지 않다. 또한 사람들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만두는 결정을 방해하는 이런 모든 요소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 떄문에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일을 새롭고 적극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지 않는 오류인 부작위 오류(ommission error)보다 어떤 일을 하는 작위 오류(commission error)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나쁜 결과를 일으키기"를 "행동을 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기"보다 더 크게 경계한다.

 

이 현상을 '작위 - 부작위 편향'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새로운 직장, 전공, 관계, 전략 등 새로운 어떤 것으로 전환하는 선택은 새로운 결정, 능동적인 결정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선택은 결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로를 선택하기 위해 생각할 때 사람들은 "나는 지금 결정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곤 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발 뒤로 물러나 이 말에 대해 생각해보면 변화하지 않겠다는 결정도 일종의 결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의 모든 순간에서 현재 가고 있는 경로에 머물 것인지 경로를 바꿀 인지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경로에 머무는 것은 경로를 바꾸겠다는 결정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독립된 결정이기 때문이다. 

 

머물겠다는 결정과 떠나겠다는 결정은 선택이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똑같이 결정이라는 행위다.

 

더 잘 그만두기 위한 첫걸음 중 하나는 "나는 지금 결정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는 생각이 비합리적인 인식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이다. 인생의 모든 순간에서 우리는 머물지 아니면 움직일지 선택을 한다. 머물겠다는 선택은 가지 않겠다는 선택과 같다. 그만두겠다고 선택하는 것은 계속 하지 않겠다고 선택하는 것과 같다. 이런 선택들이 모두 동일한 선택이며 능동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현상유지와 머무르기 그리고 결정을 미루기도 모두 능동적인 선택이다.

 

p.285~286

프로스포츠팀이 혁신을 시도하면(또는 혁신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혁신적인 생각을 한 대표적인 팀으로는 야구의 오클랜드 에이스와 템파베이 레이스, 농구의 휴스턴 로킷츠를 들 수 있다. 이 팀들은 연봉이 낮은 선수들로 지속적인 우승을 이끌어냈다. 미식축구에서는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가 드래프트 순위가 높은 선수들이 없이도 20년 동안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현상유지 편향 때문에 치러야 하는 대가는 스포츠보다 비즈니스에서 훨씬 더 크다. 스포츠에서는 혁신이나 적응을 하지 못해도 경기에 지거나 팬을 잃을 뿐이지 팀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스포츠 팀에게는 언제나 다시 일어나 다른 팀들을 따라잡을 기회가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런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겨우 다른 기업을 따라잡을 수 있게 되어도 이미 그 분야에서 퇴출당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2년 슈퍼볼 경기에 광고를 내고 사라져 간 블록버스터, 라디오쉑 같은 기업이 전형적인 예다.

 

p.295~298

시어스는 이렇게 잘나가는 회사들을 소유했는데도 왜 결국 파산했을까? 

 

그만두기가 문제였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잘못 그만둔 것이 문제였다.

 

소매 매장들이 시어스 전체의 수익을 계속 떨어뜨리자 시어스 주식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던 기관투자자들은 시어스 경영진에게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경영진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1992년 9월 시어스는 금융서비스 부분에 대한 분할 매각 결정을 내렸다. 경영진은 금융 부문 자회사들을 매각해 확보한 돈으로 "시어스의 뿌리인 소매 부문을 살리겠다"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 후 2년 반 동안 시어스는 수익을 내고 있던 금융 부분 자회사들을 모두 매각했다. 시어스는 기업공개를 통해 올스테이트의 주식 20%를 20억 달러에 팔았고, 올스테이트의 나머지 주식은 90억 달러를 받고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시어스는 딘 워터 디스커버의 주식도 두 단계로 나눠 매각했다. 기업 공개를 통해 9억 달러의 주식을 매각한 뒤 나머지 주식은 약 45억 달러에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마지막으로는 콜드웰 뱅커의 주식도 2억 3,000만 달러에 모두 매각했다.

 

하지만 시어스는 결국 소매 부문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파산했다. 시어스가 만든 금융회사들은 다른 곳에 인수된 후에도 계속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2021년 10월, 올스테이트의 시가총액은 400억 달러다. 올스테이트는 약 1,600만 가구를 고객으로 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개인보험사이다.

 

시어스가 딘 위터 디스커버를 매각한 뒤 5년 만에 모건스탠리는 100억 달러에 이 회사를 인수했다. 이 금액은 모건스탠리의 시가총액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2021년 10월 모건스탠리의 시가총액은 1,80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07년에 모건스탠리로부터 (디스커버 금융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분사해 기업공개를 한 디스커버의 시가총액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2021년 10월에 디스커버의 시가총액은 4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콜드웰 뱅커는 다른 부동산중개 업체들과 합병을 한 뒤 리얼로지 홀딩스라는 이름으로 2012년에 기업공개를 했다. 2020년에 리얼로지 홀딩스는 140만 건의 주택매매 중개를 진행했고 2021년 10월에는 전년도 대비 총수익이 20억 달러가 더 늘어나, 총 8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1970년대 중반부터 시어스는 지는 싸움을 계속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는 경쟁업체들과 간격이 더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같은 기간에 시어스는 성공적으로 금융서비스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시어스가 어떤 자산을 매각하고 어떤 자산을 계속 보유해야 했는지는 외부인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분명했다. 그 외부인이 금융 전공 교수든 시어스가 두려워했던 기업사냥꾼이든, 시어스가 해야 했던 선택은 금융 부분 자산을 지키면서 실패하고 있는 소매 부분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어스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시어스는 소매 매장에 대한 몰입을 상승시키면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금융부문 자회사들을 정리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시어스는 근본적으로 소매업체였고 사람들도 시어스를 소매업체로만 기억한다는 사실에 있다. "시어스"라는 이름은 "소매"라는 말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시어스의 정체성은 소매업체였다는 뜻이다.

 

시어스가 금융서비스 부문에 집중하면서 소매 부문을 매각한다면 더 이상 시어스가 아니게 될 것이었다. 적어도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시어스는 아니게 됐을 것이다. 시어스는 이 정체성을 포기하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무엇인가를 그만둘 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자기 정체성을 포기하는 일이다.

 

p.303-305

우리는 자기 정체성이 변화하는 것을 꺼려한다. 정체성은 믿음을 기초로 형성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사이비 종교집단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정체성이 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애초에 그 집단에 합류하게 만든 믿음에 어긋나는 정보를 얻을 경우, 어떤 식으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시커스들의 행동을 비웃으면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나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야. 미친 사람들이니 말이야. 그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집단에 속한 사람들이지.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합리적일 수 있겠어?"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모두 정체성이라는 종교를 믿는 집단의 일원이라는 사실이다.

 

왜 시어스는 수익을 내는 모든 자산을 매각해 15년 동안이나 휘청거렸던 소매 부문을 살리려고 했을까? 소매업체라는 정체성의 덫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어스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시어스를 소매업체로 생각하고 있었다.

 

시어스 경영진은 소매부문을 매각한다면 시어스는 더 이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어스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샤 코언도 마찬가지다. 사샤의 정체성은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다. 사샤가 25세가 됐을 때는 이미 18년 동안 스케이팅 선수로 살아왔으며 부상을 극복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가 된 상태였다. 사샤 자신도 자신을 그렇게 생각했고 세상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하기 싫었던 피겨스케이팅 공연을 계속하면서도 사샤가 그만두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었다. 사샤에게 피겨스케이팅을 그만두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일로 생각됐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어야 이런 정체성 문제가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정체성 문제는 모든 사람의 문제다. "나는 교사야", "나는 프로그래머야", "나는 의사야", "나는 게이머야"라고 말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 다음에 크면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묻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니?"라고 묻지 않는다.

 

우리는 아이들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묻지 않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묻는다. 이 두 질문은 엄청나게 다른 질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질문의 뜻을 잘 알아듣는다. 아이들은 "나는 소방관이 될 거예요.", "의사가 될 거예요.", "농구선수가 될 거예요."라고 대답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하는 일이 곧 당신의 정체성이라면, 당신이 하는 일을 그만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당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p.307-308

새로운 정보만이 이미 가지고 있는 믿음과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하는 여러 행동도 인지부조화를 일으킬 수 있다.

 

평소에 스스로 진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당신이 어느 날 전날의 과음 때문이거나 알람을 듣지 못해 늦잠을 자게 된 일이 발생한다고 가정해보자. 직장 상사가 왜 지각을 했는지 물었을 때 당신은 길이 너무 막혀 늦었다고 변명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행동은 자신이 진실한 사람이라는 평소 생각과 충돌한다. 이 또한 인지부조화로 인한 갈등의 일종이다. 이렇게 한 번 거짓말을 했다고 자신은 늘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갑자기 생각을 바꾸게 될까? 절대 그렇지 않다. 당신은 상사에게 한 거짓말을 이렇게 합리화할 것이다.

 

"거짓말 한 번 한다고 해서 누구한테 해를 끼치는 건 아니잖아? 늘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어쩌다 한 번 했을 뿐이야."

 

행동이든 기존의 믿음에 반하는 정보든, 자신이 가진 믿음과 충돌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은 믿음을 바꾸려하지 않고 사실을 왜곡한다. 

 

우리가 앞에서 다룬 여러 가지 편향과 오류처럼 인지부조화도 덩어리(카타마리)를 더욱 크게 불림으로써 우리가 그만두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 기존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정보를 그 믿음에 부합되도록 조작하다보면 그 믿음은 정체성의 일부로서 더욱 더 견고해진다. 사실을 부정하는 행동은 악순환을 일으킨다. 따라서 새로운 정보나 자신의 행동이 기존의 믿음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 거듭될수록 사람들은 더욱 더 그 믿음에 집착하게 된다.

 

p.310-311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하고자 하는 이런 욕구도 그만두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무엇인가를 그만둔다는 것은 심리적 계좌를 닫는 일이며, 우리는 손실을 보고 있을 때 그 심리적 계좌를 닫으려하지 않는다.

 

어떤 믿음을 포기한다는 것을 두고 사람들은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라고 여긴다.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계속하다 믿음을 바꾸면 "실패하고 있는 중"에서 "이미 실패했음"으로 상태가 바뀐다고 생각한다. 또한 실패하고 나면 처음부터 실수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생각은 틀렸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사이비 종교집단에 몸을 담았다 빠져나왔다고 생각해보자. 애초에 왜 그 집단에 들어갔을까? 왜 모든 재산을 처분했을까? 왜 가족들과 관계를 끊었을까? 

 

피겨스케이팅을 그만두었다면 피겨스케이팅에 쏟아부은 모든 시간과 노력이 사라지는 것일까? 피겨스케이팅을 그만두기 전에 한 모든 결정은 잘못된 것이었을까? 피겨스케이팅을 금나둔다고 해서 인생 목표 성취에 실패하는 것일까?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내부적인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이런 욕구는 우리가 그만두는 것을 방해한다. 또한 그만두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는 것도 그만두기를 힘들게 만든다.

 

p.312-313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결정을 평가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참가자들이 이런 비합리적인 행동을 증폭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항상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판단할지 상상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자신을 방어하려고 한다. 우리는 처음에 한 선택을 계속 유지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합리적으로 보이고 싶은 이 욕구 때문에 더 비합리적인 결정을 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 자신의 결정이 평가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합리적인 사람의 결정'이란 무엇일지 상상한 기준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 적절한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어떤 일을 그만두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판단할지 두려워하기 때문에 오히려 합리적인 기준으로부터 더 멀어지는 것이다.

 

그 결과, 그만두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하던 일에 대한 몰입만 상승시키고 만다.

 

p.317

이 모든 이야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자신의 정체성을 어떤 특정한 일, 즉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어떤 일과 연결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주류의 생각에서 벗어날 때 더 조심해야 한다. 이런 믿음을 버리는 것은 매우 힘들고, 믿음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항상 사실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p.318-319

어떤 일을 그만두었을 때 왜 우리가 그랬는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냉정한 시선을 가지는 것은 잘못된 일인 경우가 많다. 어떤 일을 그만둘 때, 내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떤 일을 그만두었을 때, 사람들이 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걱정은 사실 전혀 할 필요가 없다.

 

세라 올스틴 마티네즈도 이와 비슷한 걱정을 했다며 "일을 그만두면 동료 응급실 의사들과 상사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됐어요"라고 말한다. 세라는 그만두겠다고 말하면 상사가 화를 내거나 실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세라가 결국 그만두겠다고 말했을 때 세라의 상사는 다 이해한다고 말했다. 상사는 일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상황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응급실 책임자도 같은 말을 했다. 세라는 그런 말을 들으면서 그만두는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우리는 어렸을 때 귀신이나 마녀, 용이 등장하는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무서워했지만, 어른이 되면서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른이 된 우리는 그 이야기들 대신에 달느 이야기를 무서워하면서 산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나쁘게 판단한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계속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사실 그것도 실재하지 않는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

 

p.322

우리는 그만두는 결정을 할 때 인지편향과 정체성이라는 덫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세 사람과 필립스를 포함한 성공적인 기업들과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 덫을 끊어냈따. 우리는 이들의 사례로부터 더 잘 그만두기 위한 체계적인 모델을 다음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다.

 

- 어떤 일을 계속해야 할지 신중하게 선택하라.

- 중요한 일,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 당신을 목표 쪽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일을 끈기 있게 계속하라.

- 그 일 외에는 모두 그만두어야 한다.

- 그렇게 확보한 자원을 목표를 이루는 데 사용하라. 당신의 진전을 늦추는 것들에 대한 집착을 과감하게 끊어야 한다.

 

p.330-332

이들은 "아직은 초기 단계라 그렇습니다", "다음 버전을 만들어낸 다음에 이야기하시지요", "제품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같은 말을 콘웨이에게 하면서 회유하려 한다.

 

이들의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콘웨이는 어떻게 반박할까?

 

아무 반박도 하지 않는다.

 

콘웨이는 창업자들의 말에 동의한다. 그는 창업자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향후 몇 달 동안 어떤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 물으면서 "구체적인 예"를 들어달라고 말한다. 콘웨이는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면서 창업자와 머리를 맞대고 스타트업 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실적 벤치마크를 설정한다. 그 후 몇 달의 시간이 지난 다음 콘웨이와 창업자는 기업이 실적 벤치마크에 도달했는지 확인한다. 이때 기업이 벤치마크에 도달하지 못하면 콘웨이는 기업을 접는 방법에 대해 창업자와 진지한 토론을 시작한다.

 

그는 분명히 중단 기준을 이용했을 것이다.

 

몇 달 전 창업자는 콘웨이를 좋은 방향으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콘웨이는 설득당한 것이 아니었다. 즉 콘웨이는 자신이 볼 수 있었던 것을 창업자도 보았다면 벤치마크를 설정하던 날 기업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콘웨이는 그날 자신이 창업자에게 기업을 접으라고 설득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창업자와 같이 벤치마크를 설정했던 것이었다.

 

코웨이는 창업자가 스스로 중단 기준을 설정하도록 도움을 줌으로써 다음번에 만날 때 자신의 편향을 되돌아보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든 것이었다.

 

콘웨이가 사용하는 그만두기 전략은 실로 절묘하다. 창업자가 스스로 실적 벤치마킹을 설정하고, 과거에 달성하지 못했던 것은 지금도 달성하기 힘들며, 미래에는 더더욱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자각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창업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더 이상 가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안에서 밖을 보고 있기 때문에" 사업을 '계속한다'라는 비합리적인 선택에 갇힌다. 이때 콘웨이가 하는 일은 창업자에게 미래의 어느 시점을 제시하고, 시간이 흘러 미래의 순간이 도래했을 때, 다시금 더 훗날의 일을 내다보게 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써 창업자는 지금까지의 비합리적인 선택에서 벗어나 '그만둔다'라는 합리적인 결정을내릴 수 있다. 

 

p.333-335

실제로 창업자가 사업을 접었을 때, 투자자들은 창업자가 믿는 바와는 거의 모든 측면에서 정반대 되는 생각을 한다.

 

실패하고 있는 사업을 계속하면서 투자자금을 마지막까지 다 소비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자가 투자자들에게 자본을 반환하면 투자자들은 창업가가 그만둬야 할 때 그만둔다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가진,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자들은 이런 행동이 창업가가 기대가치를 잘 파악하고 있으며, 새로운 정보와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다시 투자를 하고 싶어한다.

 

콘웨이는 창업자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자본을 반환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다시 투자하게 만들 가능성을 높인다고 본다. 콘웨이는 자신도 그런 상황에서 같은 창업자에게 재투자를 했던 사례가 여러 번 있다고 말했다.

 

창업자들이 더 이상의 손실을 입지 않고 중단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의무감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창업자들은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도 사업을 중단하기 어려워한다. 회사의 문을 닫으면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창업자와 함께 온갖 고생을 하면서 회사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사람들이다. 글리치 프로젝트를 중단하겠다는 단호한 결정을 한 스튜어트 버터필드도 이런 책임감 때문에 고민을 했다.

 

창업자는 직원들 때문이라도 계속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콘웨이는 그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고 말한다. 그는 직원의 인생도 마찬가지로 짧다고 역설한다.

 

스타트업 기업에 합류한다는 것은 월급을 거의 받지 않는 대신에 미래의 지분을 약속받는 일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어떤 것을 만들고 있으며, 성공하면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 확실해졌는데도 창업자가 계속 일을 하는 것은 실패하고 있는 일에 직원들을 가두는 것이고, 직원들이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콘웨이는 창업자들이 이런 덫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는 창업자들도 직원을 생각한다면 자신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상적으로 생각한다면, 해오던 일을 그만두는 결정과 처음부터 어떤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같은 정도로 합리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 번 내린 결정을 계속 밀고 나가다 보면 덩어리가 점점 커져 그 결정에서 벗어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p.340-341

물론 론 콘웨이도 창업자들이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콘웨이는 창업자들이 자신과 직원들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자신감이 이미 실패하고 있는 일을 끝까지 밀어붙이게 만들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목적의식이 강한 창업자들이 낙관적인 생각과 현실 인식을 스스로의 힘으로 조화시키기는 쉽지 않다. 이런 창업자들에게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서 그만두는 것을 도와줄 코치가 필요하다. 이 경우에도 코치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코치가 창업자들의 생각을 바꾼다고 해도 곧 다시 원래의 생각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p.341-343

대니얼 카너먼에게 잘 그만둘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내게 "사람들에게는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어떤 일 "안에" 있으면서 그 일을 그만두어야 할지 아니면 계속해야 할지 결정할 때, 그만두지 못하게 만드는 인지편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카너먼은 어떤 상황 안에 있는 당사자보다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 같은 외부 관찰자가 상황을 더 합리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당사자의 상황 "안에" 같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신이 어떤 사람이 실패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을 밖에서 보는 관찰자일 때 발생한다. 당신은 불편한 진실을 말하면 그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생각해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을 그 사람은 보지 못하게 된다.

 

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당신이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 단기적인 효과밖에는 낼 수 없다. 당신이 그 사람에게 말을 해주지 않는다면 그는 실패의 길로 계속 몸을 던지게 되고, 결국 훨씬 더 큰 상처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우리를 사랑하지만 우리가 그만두어야 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을 때 우리의 장기적인 행복을 고려해 그 불편한 진실을 솔직하게 말해주는 사람이다.

 

대니얼 카너먼이 한 말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그 사람에게 당신의 그만두기 코치가 되어서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알아내는 데 도움을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평생을 인지편향과 결정 오류에 대해 연구한 대니얼 카너먼 같은 사람에게도 그만두기 코치가 필요했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만두기 코치가 필요할 것이다. 카너먼의 그만두기 코치는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였다.

 

불행히도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이런 그만두기 코치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진실을 말해줄 수 있는 친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친한 친구든, 멘토든, 직장동료든, 형제자매든, 부모든, 누구라도 당신의 그만두기 코치가 될 수 있다.

 

그만두기 코치는 당신의 장기적인 행복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어야 하며,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 우리가 들어야 할 말을 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p.344

사업을 하든, 직장을 결정하든, 사생활과 관련된 결정을 내리든, 우리는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그만두기 코치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을 적어도 한 명은 찾아야 하며,

둘째,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p.347

그만두어야 할 때 계속 밀어붙이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보면서 말리지 못해 안타까워할 때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그들을 대신해 결정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특히 그들이 합리적인 결정을 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는 특히 그런 마음이 든다.

 

우리는 그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 사람들에게 실망하곤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도 우리를 같은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둘지 계속할지 결정해야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고, 우리도 그들처럼 비합리적인 결정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당신이 결정을 해야할 때 그 결정권을 코치에게 넘기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p.349-350

스토와 동료 연구자들이 캘리포니아주 소재 132개 은행의 9년 동안의 대출 승인 결과를 살펴본 뒤 내린 결론도 바로 이것이었다. 은행 대출 담당자가 바뀌어 새로운 책임자가 온 경우, 이 새로운 담당자는 기존 대출의 회수가 힘들다는 것을 이전의 담당자보다 훨씬 빠르게 인식했다. 기존 대출에 대한 승인을 자신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담당자는 회수 가능성이 낮은 기존 대출을 훨씬 더 빠르게 손실로 설정했다.

 

스토의 이 연구결과에서 얻을 수 있는 요령이 하나 있다. 은행 대출금을 갚기 어려울 때 그 대출을 승인한 담당자와 상담하면 추가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더 진지하게 생각하면, 이 연구결과는 그만두는 결정을 더 잘 하고 싶은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을 제공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가능하면 분할해서 정복하라"라는 전략이다. 즉, 이 전략은 어떤 일의 시작을 결정하는 사람과 그만두기의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내게 상담을 받는 기관투자자들에게 나는 이 전략을 사용해 매도 결정의 질을 개선하라고 충고한다. 나는 주식 매입을 승인하는 위원회는 주식 매도와 매도 시점을 승인하는 위원회와 다른 위원회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이 충분히 커야 한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인력을 분할해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경우에는 이렇게 인력을 분할해 이용할 수 없다. 마인드컨트롤을 해서 자신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결정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행동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만두기 코치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만두기 코치가 있으면 분할해 정복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p.352-353

누군가 당신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론 콘웨이의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콘웨이의 방식은 다음 4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

 

- 1단계 : 당신이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준다.

- 2단계 : 그들이 반대 의견을 표시하면 한 발 물러서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그들의 생각에 동의하라.

- 3단계 : 그들에게 가까운 미래에 성공할 수 있다는 그들의 말이 확실하게 어떤 의미인지 분명하게 정의하고, 그 정의에 기초해 중단 기준을 설정하라.

- 4단계 : 정해진 시간이 지난 뒤 그들과 다시 대화를 했을 때 이전 대화에서 정의된 성공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면, 그만두는 것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시작한다.

 

3단계와 4단계는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그만두는 것이 대해 당신이 자유롭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전제에서 시행해야 한다. 

 

물론 이 단계들을 거치면서 당신은 인생은 너무 짧다는 것을 계속 주지시켜야 한다. 

 

조언을 구하는 사람과 조언을 하는 사람의 관계가 성공적이려면 양쪽 모두 서로에게 상당 수준을 허용해야 한다.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허용을 한다고 해도, 조언자는 그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

 

p.360-361

이 개미에게서 우리가 배울 것이 있다. 새로운 영역에 진입할 때 개미들은 먼저 기회를 탐색한다. 기회를 찾아낸 후에는, 즉 좋은 먹이를 찾은 후에는 그 먹이를 활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개미들 중 일부는 절대로 탐색을 멈추지 않고 차선책을 계속 모색한다. 이런 차선책은 찾은 먹이를 포기해야 할 때, 즉 먹이가 사라졌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개미들은 차선책을 탐색하기 위해 두리번거리다 이번 찾은 먹이보다 훨씬 더 좋은 먹이를 발견하기도 한다. 

 

우리도 이 개미들처럼 행동해야 한다. 일이든, 직장이든, 제품이든, 비즈니스 전략이든, 레스토랑이든, 어떤 좋은 것을 찾아내려 할 때 차선책이 있을지 계속 탐색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탐색을 멈춰서는 안 된다.

 

p.366-369

삶을 살다보면 세상이 우리가 하는 일을 멈추게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관계를 당신은 유지하고 싶은데 상대방이 그 관계를 끊기를 원할 수 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경우도있다. 고용주가 당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해 당신을 해고할 수도 있고, 당신의 성과와는 상관없이 회사가 감원을 하거나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당신이 기업을 경영하는 경우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직원이 당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퇴사하는 경우다.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던 계약을 경쟁사에 빼앗기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자본이 바닥나 회사의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즉, 그만두는 결정은 당신이 할 때도 있지만 세상이 당신을 그만두게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만두겠다는 결정이 자신이 내린 것이 아닐 때 사람들은 고통스러워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는 툭툭 털고 일어나 새로운 할 일을 찾아야 한다.

 

마야 샹카르가 그렇게 했다. 처음 마야는 자신의 열정이자 정체성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잃게 되자 분노했다. 하지만 마야는 곧 그 분노를 극복했고, 예일대학에 지원해 합격했다. 대학 입학 직전의 어느 여름날 마야는 집 지하실에서 언니 중 한 명이 대학 시절 읽었던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스티븐 핑커의 <언어본능>이라는 책이었다. 마야는 언어학을 다룬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마야는 예일대학에서 인지심리학 학사 과정을 마치고 로즈 장학금을 받았고, 그 후에는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옥스퍼드대학에서 공부할 때 마야는 자신이 받은 류머티스 관절염 진단이 오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야는 평생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퇴행성 질환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안도하면서 어쩌면 다시 바이올린을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몇 번 바이올린 연습을 한 뒤 협주곡 경연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기도 했지만 결국 마야는 자신이 최고 수준의 연주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려야 했다. 여러 번의 인대 수술 과정에서 생긴 흉터 조직 때문에 그 정도로 정교한 연주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사과정을 마친 뒤 마야는 미국으로 돌아와 스탠퍼드대학 인지 시스템 신경과학연구소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하지만 마야는 박사 후 과정 연구원으로 지내면서 신경과학자로 사는 것에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 지하 연구실에 틀어박혀 fMRI 결과를 분석하면서 혼자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마야는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일하고 싶었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상호작용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어쩔 수 없이 바이올린을 그만둔 경험으로 마야는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자신이 바이올린 연주의 많은 부분을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바로 솔로 바이올린 파트를 혼자 연주하는 것이었다. 스탠퍼드대학 지하 연구실에서 마야는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솔로 연주를 다시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생각을 한 뒤 마야는 바로 신경과학자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마야는 박사 후 과정이 끝나면 더 이상 학자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만두지 못하게 만드는 인지 편향들을 극복했다. 마야는 이 책에 등장한 수많은 사람들이 겪었던 인지편향을 극복해냈다. 사실 이런 인지편향은 우리 모두가 겪고 있다.

 

마야는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10년 동안 매몰비용을 쏟아부었다. 진행하던 연구 프로그램에 대한 소유의식도 있었다. 또한 마야는 신경과학 연구로 여러 가지 상을 수상했고 연구지원금도 여러 차례 받았으며 성공적으로 학위를 마친 상태였다. 마야는 박사 학위를 취득함으로써 이름 뒤에 박사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게 됐고, 그 박사라는 타이틀은 마야의 정체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마야가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신경과학자를 그만둘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마야는 어쩔 수 없이 그만두어야 했던 경험을 통해, 목표를 추구할 때 자신이 보지 못한 다른 기회들이 항상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그만둘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기회들은 찾으려고 하지 않아서 눈에 띄지 않는 것뿐이다.

 

p.371-372

어쩔 수 없이 어떤 일을 그만두어야 할 때 더 나은 것을 항상 찾아내지는 못하겠지만, 더 나은 것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문제는 더 나은 것을 찾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다른 기회를 발견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마야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어쩔 수 없이 플랜 B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올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탐색을 해야 한다. 플랜 B가 현재 하고 있는 일보다 더 나은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p.377

열정적으로 추구하던 일을 어쩔 수 없이 그만두어야 했던 사람들에게, 그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은 새로운 발견을 위한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또한 어쩔 수 없이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은 바로 코앞에 계속 있었지만 그동안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

 

p.377-381

세상은 불확실하다. 프로젝트든, 스포츠든, 일이든, 관계든 어떤 것을 추구하기로 결정하든 그것들이 내일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세상은 당신이 추구하는 것을 당신으로부터 떨어뜨릴 수도 있다. 또는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의 상황이 변화하면 스스로 그 일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장에서 당신의 멘토 역할을 하던 상사가 떠나고 그 자리에 못된 상사가 올 수도 있다. 아파트가 마음에 들어 살기 시작했는데 위층에서 밤마다 춤을 추면서 소음을 낼 수도 있다. 산에 오르다 갑자기 짙은 안개를 만날 수도 있다.

 

당신이 가는 길의 기대가치가 처음에 생각했던 기대가치와 같지 않은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상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당신도 변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의 취향, 선호, 가치가 변하기 때문이다. 20대에 좋아했던 일이 30대에는 싫어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젊었을 때는 힘들고 도전적인 일을 하고 싶어 하지만 30대가 되면 시간에 대한 가치 판단이 달라져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일을 해 직장에서 성공하려고 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이 세상이든 당신이든, 당신은 그만둘지 말지 결정해야 할 때가 있고, 때로는 그 결정을 하도록 세상이 당신에게 강요할 때도 있다.

 

실제로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이런 두 가지 상황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이 두 상황 중 어떤 상황이든, 그만두는 결정을 적절하게 하기 위해서는 미리 다른 기회들을 탐색하면서 백업 플랜을 세워놓아야 한다.

 

개미들이 그렇게 한다.

 

개미들이 베란다 테이블에서 떨어진 수박 같은 좋은 먹이를 발견했을 때도 그 개미 중 일부는 다른 먹이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그 수박 조각은 사람이 언제든지 치워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수박 조각이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어도 개미 중 일부는 계속 다른 먹이를 찾기 위해 탐색을 한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탐색을 해야 할 때가 되기 전에는 탐색을 하지 않는다. 

 

마야 샹카르에게는 바이올린이, 내게는 인지심리학이 수박조각이였다. 마야와 나 둘 다 백업 플랜을 세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둘 다 활용 가능한 먹이가 있는 동안에는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다. 이 책에서 언급된 많은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했다. 

 

스튜어트 버터필드도 글리치에 집중하느라 바로 코앞에 있는 엄청난 기회를 인식하지 못했다. 슬랙이라는 기회가 계속 버터필드 앞에 있었지만 그는 글리치를 포기하고 나서야 슬랙의 가능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 이전에 버터필드는 네버엔딩 게임 개발을 위한 자금이 바닥나고 나서야 플리커의 가능성을 인식했다.

 

사샤 코언은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피겨스케이팅을 그만뒀다. 피겨스케이팅을 그만두고 나서야 사샤는 자신이 만족하지 못했던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사샤는 컬럼비아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뒤 모건스탠리의 투자매니저가 됐고 가정을 꾸렸다. 피겨스케이팅을 그만두기 전, 몇 년 동안 공연을 하면서 불행하다고 느꼈던 사샤는 피겨스케이팅을 그만두고 나서야 새로운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개미들은 탐색과 활용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한다. 개미들은 대부분 페로몬이 많이 뿌려진 경로를 따라 움직이지만, 아무리 페로몬 냄새가 강해도 개미 중 일부는 항상 탐색을 한다. 개미들은 불확실성이 항상 존재하는 세상에서 이런 식으로 생존을 이어나간다. 모든 것은 변한다. 영원히 같은 상태로 유지되는 것은 없다.

 

우가 사는 세상도 개미들이 사는 세상과 같은 세상이다. 따라서 우리는 개미들에게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개미들은 이런 방식으로 1억 년 이상을 지구에서 살아남았다. 개미들은 기후와 지역에 상관없이 어디에서든 살아남는다. 그 비결은 개미들이 항상 탐색을 한다는 데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개미들의 이런 탐색은 개미 군집에 백업 플랜을 제공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개미들은 어쩔 수 없이 먹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전에 백업 플랜을 마련한다. 또한 개미들은 이런 탐색을 통해 더 좋은 먹이를 찾을 수도 있다.

 

우리 인간도 개미들처럼 항상 탐색을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그만두어야 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p.390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생각만 해야 한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백업 플랜이 있으면 실패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네이버스는 이런 생각을 완전히 뒤집은 사람이다. 네이버스가 지도하던 선수들 대부분은 추가적인 하루의 휴식을 이용해 백업 플랜을 세웠고, 네이버스의 팀들은 모두 더 좋은 성과를 냈다.

 

p.392-394

우리는 우리가 어떤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든 최대한 관심 분야와 능력 그리고 기회를 다양화해야 한다.

 

삶에서 다양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예를 들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교육이나 훈련 프로그램에 참가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탐색하는 것도 좋은 다양화 방법 중 하나다.

 

다른 일들을 탐색하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와 직장의 범위가 늘어나며, 직장이 어떤 이유로 없어질 경우에도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다양화를 함으로써 현재 하고 있는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다.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능력을 추가하고, 탐색을 통해 그 능력을 발전시킨다면 그 능력이 필요한 새로운 일을 더 쉽게 전환할 수 있다.

 

교육에도 다양화가 필요하다. 하나의 전공만을 생각하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미래의 경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전공을 생각해야 한다. 어떤 강의를 들을 지 선택할 때도 최대한 많은 전공에 도움이 되는 강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함으로써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다양화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전공을 선택할 때도 미래에 가장 기회를 많이 제공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대학 1학년 때는 최대한 다양한 전공을 탐색해야 한다. 개인적인 관계에서도 탐색 기간(데이트 기간)이 있어야 어떤 사람을 최종적으로 평생의 파트너로 선택할 때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교육을 받을 때도, 취미 생활을 할 때도, 직장생활을 할 때도, 언제나 탐색 기간은 필요하다. 

 

다양화를 하면 어떤 것을 어쩔 수 없이 그만두어야 할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가치가 없는 것을 그만두는 결정도 더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 그만두는 결정은 당신이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더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게 되면 당신을 그만두지 못하게 만드는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다.

 

p.406-407

사람들은 경주를 시작하면 결승선 통과 여부로만 성공을 평가한다. 다리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이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고통을 참으면서 완주하는 선택을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409-411

성공 아니면 실패라는 목표의 속성이 진전을 방해하는 이유는, 그 속성이 결국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애초부터 시작을 하지 않게 만든다는 데 있다. 훈련을 한 뒤 26킬로미터를 달린 사람은 아예 훈련도 하지 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할 것이 확실하다. 목표가 건강해지는 것이라면 마라톤을 시도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더 목표에 가까워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중도에 포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예 시작도 하지 않으려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맥락에서 리처드 탈러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외에 메달이 없다면 사람들은 아예 처음부터 운동을 시작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사람들은 일단 목표를 설정하면 그 목표를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한다. 마라톤을 예로 들면, 사람들은 42.195킬로미터를 완주하지 못하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목표는 이런 식으로 몰입상상 현상을 가속화한다. 사람들은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성공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이 그렇게 생각한다. 또한 사람들은 실패했다는 느낌을 갖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리가 부러질 때까지 결승선을 향해 계속 달린다.

 

사람들은 지고 있을 때 심리적인 계좌를 닫는 것을 싫어하는데, 목표의 성공 아니면 실패라는 속성은 그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사람들은 목표를 설정하는 순간부터 자신이 목표와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출발선에서 달리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자신이 결승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경제학자들은 어떤 일을 시작했을 때를 기준으로 현재 상태에서의 이득 또는 손실을 논한다. 하지만 목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이득 또는 손실 개념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손실 여부를 판단한다. 즉, 사람들은 어떤 일을 시작했을 때를 기준으로 매우 많은 것을 이루고도 이득을 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을 출발선에서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결승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p.412-413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의 진전 자체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목표에 대해 성공과 실패 차원에서만 생각한다. 사람들은 '부분적인 진전'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요약해보자. 목표에 대해 성공과 실패 차원에서만 생각하는 것은 진전을 방해하고, 몰입을 상승시키며, 과정에서의 부분적인 진전을 성공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만든다.

 

문제는 결승선이 매우 자의적인 개념이라는 데 있다. 

 

5킬로미터 단축 마라톤 대회에서 5킬로미터를 완주하면 성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5킬로미터를 달리다 그만두면 실패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21.0975킬로미터를 완주하면 성공으로 여겨지지만, 42.195킬로를 달려야 하는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서 21.0975킬로미터를 달리다 그만두면 실패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서 42.195킬로미터를 달리다 그만둬도 실패로 간주된다.

 

2006년 동계올림픽 이후 3년 동안 사샤 코언이 불행한 삶을 살았던 이유는 사샤가 성공 아니면 실패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샤의 결승선은 2006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샤는 롱 프로그램에서 넘어져 금메달을 따지 못했고, 은메달에 그침으로써 자신이 설정한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p.414-415

목표 설정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목표는 그 목표가 더 이상 추구할 가치가 없어졌다고 알려주는 확실한 신호들을 무시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목표 달성이 성공과 실패로만 평가될 때 사람들은 애초에 일을 시작하려고 하지 않거나, 목표가 무엇이든 거기에만 집착하는 성향을 보인다.

 

그만두는 선택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쉽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주를 시작하든, 등반을 시작하든, 사업을 시작하든, 관계를 시작하든 어떤 결정을 할 때 우리는 확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운의 영향도 받는다. 세상도 변하고, 우리도 변한다.

 

우리는 어떤 행동을 선택하든, 어떤 믿음을 선택하든 나중에 언제든지 마음을 바꿀 수 있다. 우리가 마음을 바꾸려고 할 때는 처음에 결정을 했을 때 가지고 있던 정보보다 훨씬 더 좋은 정보를 얻었을 때다. 

 

하지만 그만두는 선택은 실제로 우리가 그 선택을 해야만 도움이 된다. 문제는 우리가 그만두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만두는 선택을 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실패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하지 못하고 있을 때 우리는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에서 이룬 진전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리가 부러져도 사람들이 결승선을 향해 계속 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416-419

불확실성이 존재하지 않고 세상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떤 쪽으로 경로를 설정했든 그 경로는 항상 변하지 않고 그대로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목표에 대해 다시 생각하지 않아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세상은 불확실하며 늘 변한다. 따라서 우리의 목표도 그 변화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하지만 대개 우리는 새로운 정보를 접해도 한 번 설정한 목표를 그 정보에 맞춰 수정하지 않는다. 

 

목표를 설정할 때 우리는 어떤 것들은 포기하고 어떤 것들은 선택한다. 목표를 설정할 때 우리는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수많은 것들, 예를 들어, 돈,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취미활동을 위한 시간,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 건강,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 같은 것들을 대상으로 포기와 선택을 한다. 이 모든 것을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극대화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목표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어떤 것을 다른 것들보다 더 우위에 두는 일이다. 목표를 설정할 때 우리는 "어떤 것을 성취하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때 우리는 목표를 추구했을 때의 이득이 다른 것을 포기하는 비용보다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표 설정은 그 이득과 비용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우리는 기대가치를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신을 위해 설정한 목표가 그 기대가치를 최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설정한다면 그 목표를 달성해서 얻을 수 있는 것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당신에게는 어떤 일을 성취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중요할 수도 있다. 또한 마라톤 완주라는 목표는 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고, 밖에서 달릴 때의 좋은 느낌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마라톤 완주라는 목표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반영될 수 있다. 사람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그 목표의 중요성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 수 있다.

 

목표를 설정하려면 당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희생해야 한다. 마라톤 훈련을 하려면 가족이나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나 취미활동을 위한 시간을 희생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이 편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라톤 훈련을 위해서는 그 생각도 어느 정도 버려야 한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다 보면 몸이 힘들고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리고 춥거나 비가 올 때도 밖에서 일정한 시간을 훈련해야 한다. 또한 이른 아침에 자고 싶은 욕망을 떨치고 일어나 박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직장에서 목표를 설정할 때도 이런 종류의 비용-이득 분석을 해야 한다. 포춘 500대 기업에 드는 기업의 경영진이 되는 것이 목표라면 스트레스를 덜 주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승진이나 돈을 모으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우리가 설정하는 목표는 목표를 성취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과 그 과정에서 치러야 하는 비용 사에엇 균형을 잡기 위한 기대가치 방정식을 풀기 위한 대리변수proxy(어떤 특정한 변수에 대해 직접적으로 획득이 곤란하거나 사용이 어려운 경우 또는 반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 원래 변수 대신 사용되는 변수)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목표를 설정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목표를 설정해 추구하기 시작한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목표는 일단 설정되면 변하지 않는 대상이 된다. 즉, 다른 어떤 것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 대리 변수였던 목표가 그 다른 어떤 것 자체가 된다는 뜻이다. 목표는 우리가 처음에 설정했을 때 표현되고 균형이 맞춰진 가치들을 나타내는 대리 변수가 아니라, 우리가 이루려고 노력하는 대상이 된다. 

 

목표는 그 목표를 선택하는 데 투입된 요소들이 진화할 때도 변화하지 않는다. 세상은 변화한다. 우리의 지식도 변화한다. 이득과 비용에 우리가 부여하는 가중치도 변화한다. 우리의 가치관과 선호도 변한다.

 

이 모든 것이 변할 때 비용-이득 분석을 다시 한다면 결과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루려면 세상의 변화 그리고 우리 자신의 변화에 반응해야 한다. 목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성공과 실패의 두 차원으로 목표 달성을 평가하는 문제와 목표의 고정성 문제는 결승선이 통과할 가치가 없어졌을 때도 우리가 계속 그 결승선을 향해 달리도록 만든다.

 

유동적이지 않은 목표는 유동적인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다.

 

p.420-421

목표가 이런 부작용을 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는 목표의 고정적인 속성에 있다. 우리는 목표를 설정한 후에도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세상은 변화한다. 우리도 변화한다. 원숭이를 훈련시키려면 목표를 유동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그렇지 않다면"이다. 목표를 설정할 때 정교하게 생각해낸 "그렇지 않다면"을 포함시킨다면 목표를 유동적으로 만들 수 있으며, 변화하는 환경에 더 잘 대응할 수 있고, 손실을 일으키는 몰입상승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면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 "계속 일을 집에서까지 해야하거나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는 한 나는 계속 이 직장을 다닐 것이다."

- "그만두기 코치와 함께 설정한 대로, 앞으로 두 달 안에 확실한 성과를 내는 데 실패하지 않는 한 계쏙 이 제품을 개발할 것이다."

- "뼈가 부러지지 않는 한 계속 마라톤 대회에서 달릴 것이다."

 

중단 기준이 매우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목표를 설정할 때 "그렇지 않다면"이 포함된 중단 기준을 설정하면 금나두어야 할 적절한 시점에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 

 

p.422-423

"그렇지 않다면"이라는 말을 중단 기준에 포함시키려면 미리 계획을 짜야 한다.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최대한 많이 예측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 계속 버텨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 그만두어야 하는지 100%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많은 예측을 하는 것이 좋다.

 

이는 목표가 대리 변수라는 점을 감안해 계속해서 비용-이득 분석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신이 우선순위에 배치한 가치들이 계속 그 우선순위에 있어야 하는지, 당신이 내고 있는 비용을 계속 치러야 하는지 정기적으로 계속 점검해야 한다. 이런 점검은 이전의 중단 기준을 재평가하고 새로운 중단 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면"을 중단 기준에 적절하게 포함시키면 장기적인 목표를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단기적인 목표 성취의 유혹을 피할 수 있다.

 

사람들은 포커에서 계속 지고 있을 때 접고 일어나 더 이상의 손실을 피하는 일을 잘 못 한다. 한 판이라도 이겨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단기적인 목표는 인생이 긴 게임이라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인생 전체에 걸쳐 기대가치를 최대화하려면 떄로 이런 단기적인 목표를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포게임에도 "그렇지 않다면"이 포함된 중단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일정한 양의 돈을 잃지 않는 한, 포커 판에서 일어선 사람들 자리에서 강력한 플레이어들이 들어오지 않는 한, 일정 시간을 플레이하지 않는 한, 감정적으로 변하거나 피곤하거나 아프지 않는 한 계속 게임을 하겠다는 생각이 바로 "그렇지 않다면"이 포함된 중단 기준을 적용하기 위한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면"은 단기적인 목표를 성취하게 만드는 요소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며, 우리의 행동이 장기적인 이익에 더 많이 부합하도록 만들어준다.

 

더 이상 가치가 없는 일에 계속 집착한다면 처음에 목표를 설정했을 때 얻으려고 시도했던 이득을 얻을 수 없으며, 처음에 치르려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목표는 변화해야 한다. 세상이 변하고 우리도 변하기 때문이다. 그 변화에 대처하려면 결승선까지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을 가고 있는지, 그 결승선이 적절한 결승선인지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p.425

결승선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는지에 의해서만 자신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출발선에서 얼마나 멀리 전진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면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은메달에 그쳐도 실망이 덜할 것이다. 실제로 은메달 획득만 해도웬만한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성취다. 생각을 바꾸면, 결국 바이올린을 포기해야 했지만 마야 샹카르가 이츠하크 펄먼에게 개인레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따낸 것도, 결국 교수가 되는 것을 포기해야 했지만 내가 대학원에서 5년 동안 공부해 학위를 딴 것도 엄청난 성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목에 대해 성공 아니면 실패라는 생각을 더 적게 한다면 과정에서의 진전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목표도 있지만,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거나 배우게 해주는 목표도 있다.

 

p.427-428

리더들은 에릭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목표 달성은 성공 아니면 실패라는 생각을 가지고 목표를 고정시키는 리더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들은 목표 달성 여부로만 팀원들을 평가하는 덫에 쉽게 빠진다. 이 덫에 걸린 리더들은 몰입상승 오류를 범할 확률이 높아진다. 

 

목표에 이르는 것만이 성공이라고 리더들이 생각한다면 팀원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결승선을 통과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리더들은 목표가 더 이상 추구할 가치가 없어졌다고 생각해도 그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이런 리더들은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이 확실하게 발생해도 그만두려 하지 않는다. 그만두는 것은 실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을 중단 기준에 포함시킬 때 좋은 점 중 하나는 성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적절한 중단 기준을 설정하면 다른 목표를 발견해 성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그렇게 설정한 중단 기준을 잘 지키는 것 자체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적절한 시점에 그만두는 것도 가치 있는 성취다. 이처럼 "그렇지 않다면"이 포함된 중단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성취를 이룰 수 있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목표 설정을 할 때 "그렇지 않다면"을 그 목표 내용에 포함시키면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목표 자체만 생각하면 결과를 중시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이라는 생각을 하면 과정을 중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p.433-435

우리는 "실패"와 "낭비"의 뜻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우리는 그만두는 것이 실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무엇에 실패한 것일까? 더 이상 가치가 없는 어떤 일을 그만둔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성공이다.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것, 즉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을 실패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이상 추구할 가치가 없는 일을 계속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실패하는 것이다. 우리는 실패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적절한 결정 과정을 따르지 못하는 것을 실패라고 생각해야 한다.

 

성공은 적절한 결정 과정을 따르는 것이지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결승선이 잘못된 것이라면 더더욱 통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중단 기준을 설정하고, 그만두기 코치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과정에서 우리가 이룬 진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낭비에 대해서도 새로운 정의를 내려야 한다. 시간이나 돈, 또는 노력을 낭비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문제는 우리가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에 대해 과거 지향적으로 생각한다는 데에 있다. 하던 일을 그만둘 때 우리는 그 일에 쏟아부은 모든 것이 낭비됐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 모든 자원은 이미 우리가 사용한 자원이다. 다시 그 자원들을 가질 수는 없다. 

 

우리는 그 자원에 대해 과거 지향적이 아닌 미래 지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즉, 더 이상 추구할 가치가 없는 일에 시간과 돈과 노력을 조금이라도 쏟아붓는 행동이야말로 낭비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함으로써 우리는 그만두면 그때까지 투자한 시간이 아무 의미 없이 낭비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시간이야말로 정말 낭비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초고속열차시스템을 생각해보자. 이미 투입된 돈과 시간이 낭비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계속 추가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우리는 실패와 낭비를 재정의해야 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그만두기에 대한 생각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어려운 일은 수없이 많다. 끈기는 그런 일들을 계속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어도 추구할 가치가 없는 일도 많다. 적절한 시점에 이런 일을 그만두는 능력은 개발할 가치가 있는 능력이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그런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

 

무엇을 목표로 하든 우리는 삶 전체에 걸쳐 가장 기대가치가 높을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 길을 가면서도 우리는 수없이 많이 그만두게 될 것이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이기는 사람은 많이 그만두는 사람이다. 그렇게 많이 그만두는 것이 그들을 승자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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