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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p.17
투자는 경이롭고 사려 깊은 모험이지만, 투자에서 얻은 부로 인해 자기중심적 성향이 더 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p.35-37
투자조합은 21개 투자 기업 중 18개 기업에서 평균 매수가 대비 평가이익을 기록 중입니다.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추가 매수했습니다. 이는 프레드 쉐드가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에서 말한 '작고 훌륭한 조언 A Little Wonderful Advice'을 떠올리게 합니다. 월스트리트와 그 내부 관행에 건전한 비판 의식이 있고, 강세장 이후의 투자 심리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강세장에서 모든 사람이 보통주를 사려고 할 때 가지고 있는 보통주를 모두 매도하라. 매도금으로 안전한 채권을 사라. 당신이 매도한 주식의 주가는 분명히 더 올라갈 것이다. 신경 쓰지 말고 조만간 다가올 침체를 기다려라. 침체나 패닉이 국가적 재난이 될 때, 아마 손실을 보겠지만 채권을 매도하고 다시 주식을 매수하라. 분명 주가는 더 하락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신경 쓰지 말라. 다음 강세장을 기다려라. 살아 있는 동안 이러한 매매를 계속 반복하라. 그러면 당신은 부자로 죽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문구는 "신경쓰지 말라"입니다.
p.39-40
제록스는 인쇄기와 복사기, 프린터 제조사로 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회사입니다. 연 매출이 170억 달러에 이르고, 10만 달러 이상의 고급 프린터 틈새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합니다. 수익성은 괜찮은 편이지만 성장성은 높지 않습니다. 회사는 새로운 세대 기기를 도입한 후 1990년대 초중반 호황을 누렸지만, 1990년대 후반 들어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했습니다. 원스트리트가 다른 어떤 지표보다 순이익 증가를 높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경영진은 주당순이익이 연 15% 증가하리라고 주장했는데요. 주가는 가까운 미래의 확실성을 반영해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매출이 5% 증가하는 기업의 순이익이 15% 증가하는 것은 어떤 시간 지평에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의 부추김을 받은 경영진은 다른 성장 원천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회계사 두 명이 감옥에서 마주 보고 앉아 있는 만화를 실은 적이 있습니다. 한 명이 다른 사람에게 "회계에서는 전통적인 관습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제록스 경영진이 순이익을 늘리기 위해 강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던 1996년이나 1997년에 이 만화를 봤다면 좋았을 텐데요. 순이익을 늘린 방법은 장기 리스 계약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미리 인식하는 것이었습니다.
p.41-42
중요한 차이는 장부 인식 방법입니다. 판매형 리스는 리스 자산을 완전하 판매한 것처럼 인식하므로, 사실상 미래 매출과 이익을 앞당깁니다. 반대로 운용 리스에서 지급 비용은 리스 계약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식합니다. 중요한 것은 거래를 어떤 유형으로 간주하든 현금흐름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고객은 자산이 필요한 기간에 계속 임차료를 지급할 것이고, 회계에서만 뭔가 다른 일이 발생한 것처럼 처리합니다.
제록스는 비싼 프린터를 임대하면서 설비와 서비스, 금융을 한데 묶은 5년짜리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괄 계약(bundled contract)은 설비 가치에 얼마를 할당할지, 금융 유지보수 서비스 장부 인식을 얼마나 이연할지 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습니다. 따라서 스톡옵션과 주당순이익 연동 성과급으로 자기 배를 채울 수 있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이익을 미리 인식할 강한 유인이 있겠죠. <재무회계기준서> 제13장이 이를 허용했습니다. 금융과 유지보수, 서비스에 비례해 설비 가치를 부정확하게 부풀린 덕분에 회사는 이 거래를 판매형 리스로 분류한 뒤 부풀린 가치의 설비를 마치 판매한 것처럼 장부 인식했습니다. 부풀린 매출과 미리 인식한 이익의 이중고라 하겠습니다. 불법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보수적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만약 제록스가 자사 매출채권 팩토링 사업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어음 시장에 의존하지 않았더라면 이 사실이 덜 중요했을 텐데요. 회사 실적이 월스트리트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고 밝히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제록스의 회계 처리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고, 감사인은 교체됐습니다. 그 결과 회사는 신용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었고, 주가는 고점에서 7% 하락했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997~2001년 5년간 제록스 누적 매출액은 약 900억 달러에 달했는데, 동 기간 분식회계 규모는 64억 달러입니다. 하지만 기업가치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현금흐름과 잉여현금흐름은 전혀 영향받지 않았습니다. 고객은 계약에 따라 매달 임차 비용을 계속 지불했습니다. 아울러 성장률을 다시 높이려는 목적으로 추진했던 제품 확장과 관련한 실수를 원상복구했고,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연 10억 달러 수준으로 유지했습니다. 올해 초 회사는 은행과 향후 수년간 부채를 상환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증가할 비용은 내부에서 창출한 현금흐름과 보유현금 18억 달러로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제 영업 턴어라운드는 잘 진행 중이고, 일부 제품군에서 10년 만에 신제품 사이클이 도래해 1990년대 말과 비교하면 약 두 배 속도로 제품을 출시할 것입니다.
p.47
단기적 시각을 가진 군중보다 더 멀리, 길게 보는 것만이 우리가 이기는 방법입니다.
p.52
불안한 투자자는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질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옛 속담처럼 '서둘러 행동하고 시간 날 때 후회하죠. act in haste, repent at leisure.'.
p.57
사우터는 취약 사업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찰리 멍거가 '암 수술 접근법 cancer surgery approach'이라고 이름 붙인 과정과 유사했습니다. 대다수 회사의 중심에는 신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데 사용했거나 성급한 경영진이 당연하게 여기는 보석이 있으므로 수술은 효과가 있습니다. 이 보석이 저성과 프로젝트와 섞이면서 전체 사업 실적이 감소하고 밸류에이션이 축소하거나 하락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멍거가 투자한 대표적인 사례가 코카콜라입니다. 1980년대 중반 코카콜라는 새우 사육장과 와이너리, 영화 스튜디오를 가진 어설픈 복합기업이었는데, 생각하기도 싫지만 자체 보틀링 공장까지 갖고 있었습니다.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면서 원액 시럽 제조와 마케팅이 코카콜라의 보석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후 주가는 10년 동안 열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p.58~60
코스트코는 샘스 클럽(Sam's Club)과 함께 창고형 매장 산업을 독점하는 회사로, 2001년 연 매출이 350억 달러였습니다. 코스트코는 표준 연회비 45달러를 낸 고객이 1년간 매장에 출입할 수 있다는 유통 콘셉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신 회사는 브랜드 상품에 14%, PB상품에는 15% 마크업만을 붙이는 상시저가전략(EDLP, EveryDay-Low Pricing)을 통해 아주 낮은 상품 가격을 제시합니다. 아주 단순하고 정직한 고객 제안입니다. 회원비를 통해 고객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이 매출 대부분을 이익으로 계상합니다. 그 대가로 코스트코는 운영비를 충당해서 상품을 판매합니다. 게다가 표준 마크업 비율을 고수함으로써 상품 매입이나 규모를 통해 절약한 금액을 소비자에게 더 낮은 가격의 형태로 되돌려주고, 이것이 다시 성장을 불러 규모의 우위를 더 확장합니다. 소매 유통 버전의 무한 동력 기관(perpetual motion)이고, 특히 월마트가 널리 활용했던 바로 그 모델입니다.
코스트코 창업자 짐 시네걸(Jim Sinegal)이 상시저가전략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는 회사 임원이 우리에게 들려준 다음 이야기를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코스트코는 수출업자로부터 디자이너 청바지 200만 벌을 매입했고, 이를 공해로 보낸 후 다시 들여오는 모든 비용을 포함해 한 벌당 22달러 수준 가격으로 재수입했습니다. 이는 회사가 과거에 판매했던 청바지보다 10달러 낮은 가격이어서, 50% 마크업이 가능했습니다. 게다가 대다수 유통업체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었죠. 한 직원이 아무도 모를테니 평소의 14% 마크업보다 높은 매출총이익률을 챙기자고 권했습니다. 시네걸은 "이번에 허락해주면 다음에 또 그럴 것이다"라고 하며 표준 마크업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아주 낮은 가격이라는 고객과의 계약은 깨지면 안 됩니다.
많은 유통업체가 이런 식이 아니라 고저가격전략(high-low price strategy)을 사용합니다. 가격을 조절해 매장 방문고객 수에 영향을 주려는 방법입니다. 여기에 소비재 납품 기업(공급자)이 자체 프로모션 캠페인을 운영하며 혼란을 가중합니다. 고객 대다수에게 익숙한 행태지만, 그것이 고객에게 얼마나 혼란스러운 제안일지 잠시 생각해보세요. 예를 들어 정기적인 쿠폰 캠페인을 통해 1달러에 구매할 수 있는 샴푸는 2달러 가치가 있을까요? 고저가격전략은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주에 4달러에 살 수 있었던 휴지를 오늘 5달러에 사야 할 소비자는 이용당했다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코스트코 고객은 회사가 상품을 매입할 때 지불한 값보다 14%나 15%만 더 지불하면 됩니다. 그 이상은 없습니다.
코스트코 경영진은 이 전략을 '이해하기는 쉽지만 실행은 어려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마 고객과의 계약을 깨는 결과를 낳는 마크업에 대한 유혹 때문일 것입니다. 코스트코는 약 14%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자체 조달할 수 있을 정도로 수익성이 아주 좋고, 확장을 위해 부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됩니다. 갭(Gap)의 실수(갭은 1990년대 말 경쟁이 심화하자 1년 간 300여 개 매장을 확장하는 등 공격적 전략을 펼쳤는데, 부실 매장이 늘면서 점포당 매출이 계속 감소했고 2002년 경 3조 원에 이르는 부채를 지게 됐다)를 상기해보면, 코스트코의 성장이 더 신중하고 지속가능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연 30% 성장해서 경쟁자를 축출한다는 성장 전략이 유통업계에 만연하지만, 코스트코에서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p.66~67
우리는 워런 버핏이 버핏 파트너십을 운용하던 시절 주주 서한에 썼던 말을 아주 좋아합니다. 어느 기간의 투자수익률을 "한데 섞더라도 복리에 따른 결과는 같습니다. 앞으로 4년간 수익률이 가령 +40%, -30%, +10%, -6%라고 해보죠. 우리가 4년 뒤에도 여전히 투자하고 있다면, 수익률의 순서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마라톤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시장의 경로(곧 연간 투자수익률의 배열)는 우리의 의사결정이 언제 옳다고 판명 날지 그 시점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기업 분석의 정확성은 우리가 옳은지 그른지를 결정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집중하지", 그 시점은 잘 모릅니다.
우리는 투자 실적을 5개년 시간 지평으로 측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마라톤의 평균 자산 보유 기간이 10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년도 다소 짧은 기준입니다. 매매가 빈번하지 않아서 그 10년이 다소 부풀려진 수치이긴 하지만요. 이런 맥락에서 단기 실적은 그저 단기 실적으로만 해석하고, 연간 투자수익률의 배열 순서만큼이나 개의치 않아야 합니다. 단기 실적에 관해서 스토아 철학의 금욕주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야말로 시장에 감정을 싣지 않는 올바른 사고방식입니다.
p.88
투자 실적의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은 기업가치의 절반 정도이기를 희망하는 매수가와 경영진의 자본 배분 역량입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요인입니다. 다시 말해 인내심을 가지고 적절한 가격대까지 기다리면 되는 문제죠. 두 번째 요인에 대해서는 경영진에 관한 주관적인 판단과 장기적으로 기업 이익이 얼마나 지속될지 평가가 필요합니다. 우리 업무 시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두 번째 요인 분석입니다.
p.104~105
보유 현금을 투자에 사용할수록 포트폴리오 집중도는 올라갑니다. 주가의 가치 대비 할인율과 더불어 주가가 가치에 도달할 확률, 즉 확신 정도가 같은 투자 아이디어가 50개쯤 있다면, 이론상 모두 같은 비중으로 투자할 수 있겠죠. 그 다음에는 집중도가 높은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변동성을 염려하지 않고 가치의 완만한 증가를 기대하면서 기다리면 됩니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안심하고 투자할 기회는 드물고, 확신이 드는 아이디어는 더 드뭅니다. 그렇다면 각 투자 아이디어에 얼마나 투자해야 할지가 문제겠죠.
오랫동안 레그 메이슨 밸류 트러스트를 훌륭하게 이끌어온 빌 밀러는 J.L. 켈리가 1956년에 고안한 시스템을 사용하자고 주장합니다. 변형 켈리 공식에 따르면 투자에 할당해야 할 비중은 포트폴리오의 2.1 * P - 1.1만큼입니다. 여기서 P는 투자 판단의 정확도입니다. 이 공식의 결과를 상식적으로 해석해보면, 투자자가 자기 판단이 옳다고 확신한다면 100% 비중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확신이 덜한 때도 할당해야 할 비중은 여전히 높습니다. 가령 투자 판단을 75% 확신하는 아이디어라면 47.5% 비중을 실어야 하죠 (2.1 * 0.75 - 1.1). 그런데 이렇게 투자하는 사람이 있긴 할까요? 우리가 아는 한 초기 버핏 파트너십 포트폴리오와 버핏이 지배 주주였던 회사에 대한 투자만이 그 정도의 집중도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켈리 공식을 따르는 게 올바른 방법이 아니었던가요? 여러분의 투자 판단이 옳다는 걸 알고 있다면, 그 아이디어에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있습니까? 논점을 확장해보면 노마드 포트폴리오의 집중도는 때뙈로 너무 낮았다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노마드의 집중도가 낮았다면, 특정 국가 특화 포트폴리오에 수백 개 종목을 편입한 대형 뮤추얼 펀드 집단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켈리 공식에 따르면 일반적인 펀드 매니저는 거의 모든 투자 아이디어에서 조금의 성공 확률도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업계에 만연한 매우 높은 수준의 다각화, 즉 과도한 분산투자는 마케팅 부서와 고객을 편안하게 하거나 실적을 평탄하게 하는 것과 관련 있지, 우수한 투자와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p.109~110
기업 분석 과정에서는 그 사업과 경영진의 자본 배분 의사결정의 퀄리티에 대한 고찰이 중요합니다. 투자자가 주식을 더 오래 보유할수록 투자 실적은 이 두 요인에 더 연동하기 마련입니다. 기업 세계에서 영웅과 멍청이를 구분하는 것은 사업 전망에 관한 지적으로 정직한 판단입니다. 이를 갖춰야 적절하게 재량 자원을 배분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좋은 행동을 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 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그러고 싶거나, 그래야만 하기 떄문입니다. 우리는 좋은 행동을 하고 싶어 하는 회사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그런 하늘이 주신 기회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면, 그간 해오던 일을 그만해도 될 것입니다. 이런 투자를 통해 달성할 투자 실적에 여러분도 기쁠 것이고, 우리도 다소 지루하긴 하겠지만 역시 행복할 것입니다. 문제는 당연히 가격입니다. 지금 우수한 기업의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는 이미 향후 몇 년간 성장에도 값을 지불한 것곽 ㅏㅌ습니다. "시간은 좋은 회사의 친구다"와 같은 격언의 실현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p.124-125
성장과 가치에 관한 논쟁은 끊임없이 반복해왔는데, 정말 쓸데없는 짓입니다. 워런 버핏은 이미 오래전에 이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적절하든 아니든 '가치 투자'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치 투자란 저PBR이나 저PER, 고배당 같은 특성이 있는 주식을 매수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특성이 복수로 나타나는 경우라고 해도 투자자가 정말 적정 가치에 매수했는지, 혹은 투자를 통해 진정한 가치를 얻고 있는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정반대의 특성, 즉 고PBR이나 고PER, 저배당이 '가치'를 산다는 것과 모순되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 출처 : 버크셔 해서웨이 1992년 사업 보고서
우리가 여기서 이 논쟁을 끝낼 수는 없겠지만, 투자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몇 마디 적어보겠습니다. 우리는 기업이 지금부터 최후의 날(judgement day)까지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는 잉여현금흐름을 합리적인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가치화한 값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성장은 본질적으로 가치 평가의 구성 요소이지, 분리된 별개의 원칙이 아닙니다. 이렇게 용어 정의 자체는 간단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한 것을 두고 왜 업계는 혼란에 빠졌는지, 평론가는 PBR이나 PER, 그 현대화 버전인 EV(Enterprise Value)나 EBITDA를 왜 계속 가치의 대용 지표(proxy)로 사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는데도요. 그런데 왜 우리는 여기서 이 논쟁을 다시 시작하고 있죠?
심리학자는 인간의 경험 법칙을 휴리스틱이라고 부릅니다. 일상에서 휴리스틱은 잘 작동합니다. 우리는 아침에 옷을 입을 때 옷장 안에 있는 옷에 관한 모든 경우의 수를 의식적으로 고려하지 않습니다. 대안 수를 줄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휴리스틱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 투자로 성공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면, 옷장 일부만 둘러보는 식으로 일을 발만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PBR이나 PCR(Price to Cash flow ratio) 등은 위에서 정의한 가치의 정확한 대체재가 될 수 없습니다.
p.130
투자자가 자신을 가치 투자자인지 성장 투자자인지 둘 중 하나로 규정하기 전에 두 가지 질문을 기억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치 투자자 측면에서는 "지난 12년간 케이마트(K-Mart) 투자를 그만두게 했을 가치 투자의 접근법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해보는 것입니다. 케이마트는 PBR기준에서도 '저평가'된 종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반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끔찍한 투자가 됐을 것입니다. 성장 투자자 측면에서는 "월마트를 매도하지 않게 했을 법한 성장 투자의 접근법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해보는 것입니다. 이런 실수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요? 사업의 결과(effect)나 산출(output)을 분석하지 말고 회사의 근본 현실을 파고들어가 성공의 엔진을 분석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다시 말해 투자를 정적인 재무상태표가 아니라 진화하는 복리 성장 기관으로 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p.132-135
대다수 슈퍼마켓은 코스트코의 두 배 가까운 마크업을 책정하고, 심지어 그 위대한 월마트도 코스트코보다 50% 높은 마크업을 책정합니다. 이렇게 낮은 매출총이익률로 돈을 벌려면 코스트코는 세 가지를 확실히 해야 합니다.
1) 운영비가 아주 낮아야 합니다. 비용을 베이시스 포인트 단위로 측정한다는 사실은 코스트코가 그 목표에 편집증적으로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1%p의 100분의 1이 1bp입니다. 그 결과 월마트와 대형 슈퍼마켓이 코스트코 수준의 낮은 판매가를 책정한다면 매출액의 15~25%에 이르는 높은 비용 기반으로 인해 이익을 남길 수 없는 어려움에 부닥칩니다.
2) 도매가가 최대한 경쟁력 있어야 합니다. 협상력의 핵심은 매장 내 상품의 종류 수, 즉 SKU(Stock Keeping Unit)를 4,000개로 고정하고 매장 내 공간을 경매로 채우는 방식에서 비롯됩니다. 고객에게 가장 좋은 가치 제안을 한 공급자가 매대를 차지하겠죠! 슈퍼마켓이 임대인이 되어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공급자에게 공간을 주고 업계 용어로 '슬로팅 수수료 slotting fees'라 불리는 임대료를 챙기는 업계 표준과 대조적입니다. 많은 슈퍼마켓은 공급자에게 상품을 매입하면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코스트코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해서 돈을 법니다. 회사의 영국 웹사이트를 보면 코스트코 공급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퀄리티와 가격, 패키징,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이유로 '명시적으로 금지된 팁(gratuity)에 관해 정의한 후, 매입 견적을 다룬 내용이 이어집니다.
코스트코는 모든 공급자(vendor)가 시종일관 자발적으로 모든 상품에 대해 가능한 한 최저 공급가로 견적을 제시하길 바랍니다! 시종일관 자발적으로 우리 소비자를 위한 최저가 견적을 내지 않는 공급자는 코스트의 매입처로서 자격이 영원히 중지될 것입니다.
출처 : costco.co.uk
비통합니다. 원 스트라이크에 아웃이라뇨!
3) 매출이 아주 커야 합니다. 이 마지막 조건은 자기실현적 예언의 성격을 갖습니다. 위 1, 2번 조건을 만족한다면 매출은 자동으로 커질 것입니다. 이렇게 확보한 매출우위로 회사가 그 다음에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코스트코는 규모의 효율에서 얻은 편익을 미래 매출 성장을 위해 소비자에게 되돌려줍니다. 이 방식을 통해 시애틀 외곽에 있는 코스트코 최초의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이 회사가 오하이오 등지로 확장하며 공급가가 더 하락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편익을 여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덕분에 오래된 매장 역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요점은 비용 절감으로 인한 이익을 공유받은 고객이 보답한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코스트코 매장의 제곱피트당 매출액은 차상위 라이벌인 월마트의 샘스 클럽에 50% 가량 앞섭니다.
코스트코는 임차 매장보다 소유 매장이 더 많습니다. (임대료를 계속 올려달라는 임대인이 없으니) 비용 통제 관점에서도 의미 있지만, 성장이 신중하고 예측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비록 월스트리트가 선호하는 방식보다 느릴 수는 있겠지만요. 하지만 가진 전부를 베팅한(going-for broke) 성장 계획보다 느린 성장에서 성공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기만 하다면 우리는 괜찮습니다.
몇 안 되지만 우리가 이해할 수 있고 아주 잘 작동하는 투자 모델을 적어둔 목록이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있습니다. 코스트코는 그 중에서도 우리가 최고로 꼽는 '규모의 효율성 공유 Scale Efficiencies Shared' 모델의 가장 좋은 예시입니다. 많은 기업이 규모의 효율성을 추구하지만, 그것을 공유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이 모델을 이렇게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공유인데도 말이죠. 모델의 핵심은 더 많이 돌려줌으로써 성장한다는 역설에 있습니다. 투자 후보 기업과 인터뷰하면서 우발이익으로 뭘 하는지 자주 묻곤 하는데, 보통은 이런저런 비용으로 지출하거나 주주에게 현금으로 환원합니다. 고객에게 되돌려준다고 답하는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월스트리트가 굳건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코스트코와 경쟁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것입니다. 코스트코는 현시점의 실적에 관한 정적인 평가에 관심이 없고, 장기적인 성공 확률을 높이려는 태도로 회사를 경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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