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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일본소설

노르웨이의 숲

by Diligejy 2024. 5. 5.

 


p.27

왜 밤에는 국기를 내리는 것일까, 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밤에도 국가를 존속하며, 일하는 사람도 많다. 선로 노동자나 택시 기사, 바의 호스티스, 야근 소방관, 빌딩 경비원, 그렇게 밤에 일하는 사람들이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공평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사실 그런 일 따위 별것도 아닐지 모른다. 아마 아무도 그런 데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p.48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p.49

그러나 기즈키가 죽은 날 밤을 경계로 이미 나는 죽음을 (그리고 삶을) 그런 식으로 단순하게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죽음은 삶의 대극적인 존재 같은 것이 아니었다. 죽음은 나라는 존재 속에 이미 갖추어졌고, 그런 사실은 아무리 애를 써도 잊어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p.59

나는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 것을 읽는 데 귀중한 시간을 소모하고 싶지 않아. 인생은 짧으니까.

 

p.65

이 허망한 짓거리에 환멸을 느낀다면 네가 제대로 된 인간이라는 증거고, 진짜 환영할 일이야. 처음 보는 여자하고 그 짓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자기 혐오와 피로 뿐이니까. 

 

p.88

정말 이상한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동맹 휴교 결의는 아직도 유효했고, 어느 누구도 동맹 휴교가 끝났다고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이 기동대를 불러들여 바리케이드를 깨부수었을 뿐 원칙적으로 동맹 휴교는 아직 계속 중이다. 그들은 동맹 휴교를 결의할 때에는 강력하게 자기 주장을 펼치며 반대하는 (또는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들을 매도하고 때로는 반동분자로 낙인찍었다. 나는 녀석들에게 다가가서 왜 동맹 휴교를 계속하지 않고 강의를 듣느냐고 물어보았다. 다들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대답할 말이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은 출석 일수 부족으로 학점을 못 따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다. 그런 작자들이 대학 해체를 부르짖었다고 생각하니 진짜 어이가 없었다. 그런 천박한 작자들일수록 바람만 조금 바뀌어도 큰소리를 내거나 기가 죽어버리거나 하는 것이다.

 

어이 기즈키, 여긴 정말 말도 안되는 세계야, 하고 속으로 되뇌어 보았다. 이런 놈들이 학점을 따서 사회에 나가 이 세상을 천박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p.105

"기만적 총장 선거를 분쇄하고" "새로운 전학련 동맹 휴교에 온 힘을 집결하여" "일제 = 산학협동 노선에 철퇴를 가하자."라는 문구가 적혔다. 연설도 멋지고 해서 딱히 반론을 펼 생각은 없지만, 문장에 설득력이 없었다. 신뢰성도 없고 사람 마음을 끄는 힘도 없었다. 둥근 얼굴의 연설도 마찬가지였다. 늘 듣던 오래된 유행가였다. 같은 멜로디에 가사의 조사만 살짝 바꾼 것이었다. 이들의 진정한 적은 국가 권력이 아니라 상상력의 결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113

"있지, 부자의 가장 큰 이점이 뭐라고 생각해?"

"몰라."

"돈이 없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거야. 이를 테면 내가 우리 반 친구들에게 뭘 좀 하자고 하면 '난 지금 돈 없어서 안 돼.'라고 해. 반대 입장일 때, 난 도저히 그런 말은 못 할 거야. 내가 돈이 없다고 하면, 그건 정말로 돈이 없는 거야. 너무 처량해. 예쁜 여자애가 '나 오늘 얼굴이 너무 안 좋아서 외출 모해.'라고 말하는 거하고 똑같아. 못생긴 애가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해 봐, 다들 웃을 거야. 그게 바로 내가 사는 세계였어. 작년까지 육 년간."

 

 

Henry Mancini - Dear Heart

 

https://www.youtube.com/watch?v=f9U0NAkZsUA&ab_channel=gemmaknmi

 

 

Brahms 4번 교향곡

 

https://www.youtube.com/watch?v=o69YVL_XKJo&ab_channel=hr-Sinfonieorchester%E2%80%93FrankfurtRadioSymphony

 

 

Bill Evans - Waltz For Debby

https://www.youtube.com/watch?v=dH3GSrCmzC8&ab_channel=jane8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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