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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김대식의 빅퀘스천(2)

by Diligejy 2015. 5. 18.


김대식의 빅퀘스천

저자
김대식 지음
출판사
동아시아 | 2014-12-03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우리는 누구인가? KAIST 뇌과학자 김대식이 이야기하는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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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4

인생에 절대적인 의미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렇게도 반가운 것일까?

의미가 있다는 것은 내 삶에 정해진 목표와 용도가 있다는 말이다.

나에게 용도가 있으면 나는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인생은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무언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나는 망치이고, 망치이기에 벽에 못을 박아야만 한다.

의미 있는 인생은 존재의 무거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생이다.

그렇다면 '나를 위한 인생'은 인생에서 절대 의미를 뺀 후부터 가능해진다. 삶의 의미를 포기하는 순간 우리의 존재는 가벼워진다는 말이다.

하지만 가벼운 인생은 쿤데라가 표현하듯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을 느끼게 한다.

 

결국 우리 앞에 놓인 문제는, 어차피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의미 없는 인생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이다.

 

p.86~87

현실과 환상의 가장 큰 차이는, 현실은 나에게 저항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내 엉덩이 무게에 저항하는 현실의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있지만, 환각의 의자에 앉는 것은 불가능하다. 환상은 내 맘대로 변경할 수 있지만, 현실은 내가 원하는 변화에 저항한다. 그래서 현실을 변경하려면 항상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현실에는 공짜가 없다.

환상과 착각은 내가 더 이상 믿지 않으면 사라지지만

현실은 나의 믿음과 관계없이 그대로 현실이다.

내가 없어도 현실은 계속 존재하지만,

나의 환상은 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실=나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는 가설 아래

현실을 내가 없는 우주, '현실=우주-나'라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개개인의 지각과 의도로부터 독립시키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현실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응용할 수 있게 된다.

이성과 과학에 기반한 이런 현실은 결코 아름답거나 포근하지 않다.

아니, 매우 차갑고 비인간적으로 보일 것이다.

반면 신의 꿈으로 만들어진 현실은 웅장하고 미적이다.

현실이 결국 나의 상상이라면 얼마나 신날까!

내가 바라보고 있어야만 그 아름다운 장미가 존재한다면 또 얼마나

시적일까!

하지만 이런 아름답고 문학적인 현실은 우리의 동경은 만족시킬 수 있더라도, 현실 그 자체를 예측하거나 바꿔놓기에는 너무 주관적이다.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파란 약과 빨간 약을 권했던 것처럼, 회색 비행기와 무지개색 비행기를 권해보려고 한다.

무지개색 비행기는 시적, 종교적, 예술적 현실 위에 만들어진 멋진 비행기이다. 비행기의 파일럿들은 카리스마 있고 비행기의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반면 회색 비행기는 칙칙하고 우울하기까지 하다.

여기저기 수리 중인 흔적도 보인다.

파일럿들도 친절해 보이지 않고 자꾸 수식과 확률을 가지고 이해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설명하려 한다.

단, 회색 비행기는 철저한 항공역학 이론과 전기전자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만약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느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겠는가?

당신이 사랑하는 가족들의 목숨을 어느 비행기에 맡기게 될까?

 

p.96

현재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은 해마다 약 1000억 톤의 탄소를 필요로 하는데 그 중 오로지 5억 톤 정도만 생태계에서 자연스럽게 생산된다.

나머지 995억 톤의 탄소는? 죽은 생명체의 시체들을 재활용해 만들어진다. 죽음이 없으면 생명에 필요한 탄소의 200분의 1만 만들어지고 죽음 없는 세상에서는 새로운 삶이 200배 덜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다시말해 삶은 죽음으로 끝나지만, 지구에는 그런 죽음이 있기 때문에

약 200배의 더 많은 삶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p.97

결국 오늘 우리가 죽음을 슬퍼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내가 당장 누릴수는 없지만 수백 또는 수천 년 후 누군가 다른 이가 가지게 될 영원한 삶을 질투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p. 104 ~ 105

어쩌면 '나'라는 존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들을 통해 '나'라는 존재가 만들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선택이라는 실질적 점들을 연결해 그린 가상의 '선'이 바로 '나'라는 존재이며, '나'라는 허상은 '선택의 자유'라는 그럴싸한 '스토리'를 통해 자기 존재를 정당화하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선택들을 연결한 가상의 선이 바로 '나'라면, 어쩌면 인류의 모든 선택들을 연결한 가상의 선이 '운명'일 수도 있겠다. 이런 말도 가능하겠다. 운명은 존재의 본질적 우연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약한 인류가 다 함께 꾸는 하나의 꿈이라고.

 

p.135

모든 인간은 원본입니다. 자신을 톱니바퀴 같은 복제품이 아닌 우주에 단 하나뿐인 원본임을 자각하는 순간, 우리는 인간이라는 원본의 아우라 중 하나가 바로 피할 수 없는 책임감이라는 걸 이해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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