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83~184
스페인 동북부 카탈루냐주(바르셀로나가 주정부의 수도)는 중앙정부로부터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카탈루냐주 정부는 2014년 11월 9일 분리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스페인 중앙정부는 투표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카탈루냐주는 역사적으로 스페인과 정치적 경제적 마찰을 빚으면서 중앙정부와 대립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복합위기 이후 카탈루냐주에서는 중앙정부에 많은 세금을 내면서도 혜택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졌다. 카탈루냐주는 스페인 전체 인구의 16%,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 3월, 이탈리아 동북부 베네치아와 인근 지역에서 주민들이 이탈리아에서 분리독립을 희망하는지 인터넷 투표를 한 결과, 89% 이상이 독립에 찬성했다. 농업 중심의 남부에 비해 산업이 발달한 동북부 지역으로서는 나라 전체를 위해서 희생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벨기에와 아일랜드에서도 분리독립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원주민들은 미군 기지가 자신들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믿는다.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는 요충지이기 때문에 미군은 오키나와에 주둔해왔다. 궁극적으로 오키나와는 안전을 위해 일본에서 독립하기를 원한다. 한편, 대만도 중국과 동등한 위치를 보장받고 싶어 한다.
이런 분리독립 움직임은 일부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도 수시로 지도가 바뀌고 있다. 물론 나침반은 전환형 복합불황이다. 앞으로 전환형 복합불황이 강화되면 국가 간의 통합이나 분리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19세기 지도를 다시 봐야 하는 시점인가?
p.196
경제학에 '루이스 전환점(Lewisian turning point)'이란 이론이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산업화 초기에는 농촌의 값싼 인력이 도시의 산업으로 유입되면서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지만, 일정 시점에 이르면 임금이 오르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된다는 이론이다. 중국의 현재와 유사하다. 이미 경제활동 인구(15~59세)는 2013년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했다. 값싼 노동력은 더 이상 중국의 경쟁력이 아니다. 일본도 1980년대 말을 고비로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세로 바뀌었다. 그에 따라,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고성장 추세가 꺾였고 장기불황에 빠져들었다. 중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p.203
일본의 GDP 중 기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4%나 된다. 지금도 부자인 기업을 위해 법인세를 인하하고 개인에게는 소비세를 인상하면 부의 불균형이 확대된다. 그래서 아베 정부는 기업에게 임금인상을 독려하고 있다. 정부 정책으로 발생한 30% 정도의 엔화 약세 효과를 임금으로 사회에 되돌려주려는 것이다. 또한 늘어난 이익으로 투자에도 나설 것도 독려하고 있다. 과연 기업이 정부의 뜻에 순순히 따를까?
p.203
일본은 내수비중이 거의 90%에 달하는 국가다. 아베노믹스로 엔화 절하 혜택을 보는 것은 수출기업이다. 오히려 내수기업들은 수입물가의 상승과 소비세 인상으로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임금을 올리고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p.204~205
아베노믹스의 가장 큰 맹점은 고령화 등 일본 사회에 대한 깊은 인식이 없다는 것이다. 만일 아베노믹스가 성공한다면, 일본은 어떻게 달라질까? GDP가 연간 3% 정도 성장하고 물가는 2% 상승, 금리는 2%, 엔 달러 환율이 달러 당 150엔쯤 된다면 일본 고령자의 모습은 어떨까? 3,000만 명에 이르는 65세 이상 고령자의 연금은 과거와 동일할 것이다. 또한 은행 예금금리가 올라도 이자 소득이 증가하는 것 말고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금리가 올라봤자 과거와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소비세가 2014년 3%p, 2015년 2%p 올라가면 소비세만 총 5%p 더 내야 한다. 국가부채를 줄이는 재원 마련 용도이다. 엔화 약세는 수입물가와 전기료 등 에너지 가격을 크게 상승시킬 것이다. 2016년에는 소비세 5%와 함께 환율절하로 인한 물가상승이 2년 전 대비 7~8% 수준이 되지 않을까? 단지 금리가 1~2% 오르는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손해다. 2014년 4월 소비세를 3%p 인상한 후 2014년 2분기 일본의 소매 판매는 -7%였다. 물가상승을 예상한 소비자들이 미리 '사재기'를 했기 때문이다. 만일 2015년 4월에 10%까지 소비세를 추가 인상한다면 아마 2014년 말부터 사재기에 들어갈 것이다. 이후 일본의 소비가 과연 증가할까? 필자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고령자뿐 아니라 청장년층의 소비도 줄어들지 않을까?
금리 상승은 일본정부에게도 부담이다. 국채 금리가 1%p 상승하면 총 1,500조 엔에 달하는 일본의 국채 이자부담이 15조 엔가량 증가한다. 15조 엔은 GDP의 2%에 해당한다. 2% 경제성장도 어려운데 가만히 앉아서 2%를 까먹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자 지급을 위해서 15조 엔만큼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한다. 금리가 오르면 금융기관도 타격이 크다. 일본은행은 장단리금리가 모두 1%p 상승할 경우 금융권에서만 6.6조 엔의 국채 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2013년 기준). 국채의 평가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책의 신뢰가 떨어지고 지금도 어려운 금융기관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 있다.
일본은 1990년부터 2012년까지 경기부양을 위해 무려 212조 엔을 사용했다.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에도 110조 엔 정도 사용했다. 이런 누적된 부양책이 성공하지 않자 아베 총리는 2013년 65조 엔, 2014년에도 연간 70조 엔을 풀었다. 과감하게 적자재정을 편성해서 경기부양책에 쓰고 있다. 이 결과 2014년 현재 일본의 GDP 대비 정부부채는 무려 243%에 달한다. 세계 1위다. 지금까지 일본의 재정적자는 우체국예금 등으로 일본 국민이 국채를 92%(2014년 2분기) 보유하고 있고 경상수지 흑자로 큰 문제가 없다고 평가되어 왔다.
p.206
일본은행은 2010년 국채의 8.5%인 78조 엔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4년 6월 기준 128조 엔으로(20% 보유) 국채보유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채투자자가 실종되면서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해서 사는 것 이외에는 매수처가 사라지고 있다. 중앙은행의 국채 매수가 늘고 있다는 것은 일본 국내에서조차 일본 국채에 대한 위험성을 의식하기 시작했고, 실질적으로도 국채를 매입할 여력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베 정부는 지속적으로 국채를 발행해서 일본은행에 떠넘기고 있다. 최근에 일본은행은 주식 매입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은행은 약 7조 엔의 주식(ETF 포함)을 보유한 상태에서 매월 1,000억 엔 정도의 주식을 매입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화폐가치가 급속히 하락하면서 강한 인플레이션을 발생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면 일본은 회복 불능의 치명상을 입게 된다.
p.207
p.209
한국의 가계부채는 1,000조 원을 넘겨 거의 전체 GDP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자영업자 종사자는 전체 노동인구의 30%에 육박한다. 일본이 장기불황에 빠진 1990년대에 일본의 가계부채는 GDP의 75~80% 수준에 불과했다. 2013년에도 75% 수준에 머물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자영업자 비율도 미국은 6.8%, 일본은 11.8%로 한국보다 낮다. 경기가 침체되면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지급이 어려워지고 자영업자가 파산할 경우 이를 보호할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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