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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업간 추격의 경제학(1)

by Diligejy 2015. 12. 1.

p.5

이 책은 신슘페터학파 기술경제학에 기반한 '산업별 혁신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분석의 틀로 삼고 있다. 산업별 혁신 시스템이란 각 산업부문의 해당 분야 기술과 지식의 성격, 시장 조건, 관련 주체의 역할이 모두 다르며 이런 차이가 해당 부문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전략과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이다.

 

가령 IT 분야의 추격이 쉬운 것은 부품 소재 분야에 비해 이 분야의 지식과 기술 변화가 빠르고 기술의 수명 주기가 짧아졌기 때문이다. 후발자는 이전의 지식이나 기술 없이도 추격에 어려움이 적고, 기계류에 비해 지식의 암묵성이 낮아 관련 기술의 학습과 이전이 쉽다는 특성이 있다. 또한 해당 분야에서 발생하는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나 사이클의 발생은 후발자에게 추격의 기회를 제공하며 특히, 불황기는 후발자에게 진입과 역전의 기회가 된다. 예를 들어 디지털 패러다임이라는 새로운 전환기의 시기에 기존의 강자는 현재의 우위와 투자비용 회수를 위해 기존의 수준에 머무르려고 하는 반면, 후발주자는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에 투자한다. 그 결과,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음을 이 책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p.6

성공적 추격 사례들은 하나같이 선발기업과는 다른 제품을 개발하여 선발기업과는 다른 경로를 개척한 경로창출형 추격의 길을 걸어갔다. 즉, 심로악기는 유럽식의 수작업 방식과 일본의 대량 방식을 결합하여 마잇스터 공법에 기반한 대량생산이라는 새로운 기술 경로를 개척했고, 쿠쿠홈시스는 전기밥솥 제조 기술과 가스압력밥솥 기술을 결합하여, 전기압력밥솥이라는 새로운 기술 경로를 개척하였다. 또한 홍진HJC는 기존의 ABS와 PC소재 플라스틱을 적절히 혼합하여 견고성과 충격 흡수성의 절묘한 배합을 보장하는 새로운 합성 플라스틱을 개발하여 성공하였다. 아모레도 외국 명품 화장품을 그대로 모방하여 따라가기보다는 한방 화장품이라는 새 콘셉트 제품으로 고급 화장품시장에 진입한다.

 

p.16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가 이론처럼 자연적으로 줄어들지 않는다면, 이는 곧 인위적인 정책과 전략의 개입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경제추격의 문제의식이다.

 

이 국민경제의 커다란 격차는 해당 나라에 얼마나 강한 기업이 있는가라는, 기업 차원의 추격이 전제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p.17

기업 차원의 기술능력에 대한 향상없이는 지속적인 추격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p.18

신슘페터주의 경제학에서는 기술을 광범위하게 '실제 및 이론적인 지식, 노하우, 절차, 경험 및 물적인 장비의 집합'으로 정의한다. 이렇게 정의된 기술은 보편성과 특수성, 명시성 대 암묵성, 공공성 대 사적성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그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보편성과 특수성은 기술에 따라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도 있지만 특정한 생산이나 사용 영역에서만 해당될 수도 있다. 명시성 대 암묵성이란, 어떤 기술은 교육에 의해 또는 문서화된 전달 기구에 의해 분명하게 습득할 수 있지만 어떤 기술은 쉽게 문서화되지 않아 구체적인 실행과 경험을 통해서만 획득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공공성 대 사적성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어떤 기술은 매우 값싼 비용으로 제한 없이 이전과 획득이 가능하지만, 어떤 것은 자연적 혹은 인위적(법적 보호)인 제약으로 형성된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만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p.19~20

혁신자가 해결책을 모색할 때 사용하는 '정보 투입, 지식, 그리고 자신의 능력 집합'을 '지식 기반'이라고 한다. 혁신자의 지식 기반은 공공재처럼 이용하는 공적 지식뿐만 아니라 그 자신에게 특수한 암묵적 지식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볼 때 얼마나 특수하고 암묵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혁신의 기술혁신능력, 즉 기술능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기술능력은 상당히 광범위한 개념이지만 간단히 정의하자면 기술을 습득하고 소화 사용 변용변화 창조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숙련을 지칭한다. 기술능력은 공학적 노하우뿐만 아니라 조직의 구조와 절차에 대한 지식 및 노동자나 소비자의 행동 패턴에 대한 지식까지도 포함한다. 왜냐하면 기업이 자신의 기술능력을 창조, 동원,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조직의 유연성, 자금, 인적자원, 지원서비스와 정보 관리 및 처리의 정교화 등 보완저거 자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21

SSI는 기본적으로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지식기술 체제, 수요 체제, 여러 주체들의 역할, 제도적 요인이 바로 그 구성 요소이다.

 

p.22~24

지식과 기술은 대부분 기업 특유의 것으로써 자동적으로 전파되지 않고 기업 간의 자유로운 공유가 되지 않는다. 또한 기업별로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차별화 능력에 따라 다르게 모방되고 흡수된다. 지식과 기술의 속성에 따라 시장 진입, 연구 개발 전략, 추격의 가능성이 달라진다. 브레스치, 말레르바, 오르세니고가 제시한 바에 따르면 기술 체제는 (1)기술혁신의 빈번성 (2) 혁신 결과의 전유성 (3) 기술 발전의 누적성 (4) 지식 기반의 특성, 이렇게 네 가지 기본 요소로 구성된다. 이외에도 [동아시아와 기술추격의 경제학]에서는 기술 발달 경로의 예측 가능성, 기술수명주기의 장단, 외부 지식 기반으로의 접근성, 초기 가용 지식 풀의 크기 등을 언급했다.

 

기술 체제의 각 요소들은 다음과 같은 성격을 갖는다.

첫째, 기술혁신의 빈번성은 기술 기회의 크기와 비례하고 이 분야 기술의 유망함을 표시하여 기업이 해당 분야의 기술 관련 혁신활동을 수행할 인센티브를 높인다. 투자에 따른 기술 개발의 기대 값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기술 발달 경로의 불확실성이 작고 예측 가능성이 높을수록 후발주자로서는 연구 개발을 통해 비교적 빠르게 선발자를 추격할 수 있다.

 

둘째, 혁신의 전유성이란 자신의 혁신 결과나 성과를 타인의 모방으로부터 지키고 금전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음을 뜻한다. 전유성이 높다는 것은 모방으로부터 혁신의 결과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기업의 기술에 기반을 둔 독점력이 잘 보장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특정 발명가들, 특히 중소기업은 전유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하기를 원할 것이며 이는 후발자 역시 마찬가지다.

 

셋째, 기술 발전의 누적성은 새 기술을 개발할 때 과거나 기존의 지식이 얼만큼 필요한가를 나타낸다. 따라서 후발주자가 선두주자를 추격할 때 누적성이 높을수록 추격은 힘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식 기반의 특성이란 원래 해당 분야의 기술이 얼마나 과학의 외생적 발달에 의존하느냐 또는 현장 경험에 기초한 지식에 의존하느냐에 따라 구분되나 추격의 관점에서는 이런 지식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지, 낮은지가 더 중요하다. 지식의 접근 가능성은 산업 내부와 외부 차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지식의 접근 가능성이 높으면 산업 내 집중 현상이 감소한다. 지식의 산업 내부적 접근성이 높은 경우에는 혁신자의 새로운 상품과 공정에 대한 지식을 경쟁자가 쉽게 얻어 모방할 수 있기 때문에 혁신의 전유성이 낮아진다. 지식의 산업 외부적 접근성은 주로 과학과 기술혁신에 대한 접근으로 대표된다. 예를들어 유전공학처럼 책과 과학을 토대로 하는 분야에서는 특정 과학기술을 소유한 인적자원 혹은 최신의 연구 시설 확보를 통해 관련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지식의 암묵성이 큰 경우에는 과학을 통한 사전적 기술 개발보다 현장에서의 시행착오를 통해 해당 지식에 접근할 수 있으며 이는 오랜 노하우를 요구한다. 즉, 지식의 암묵성은 혁신의 전유성을 높인다.

 

보통 소비재 산업은 기술의 전유성과 누적성이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기술 집약적인 소비재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전유성과 누적성이 높아 추격이 쉽지 않다. 이러한 성격을 가진 소비재로 악기, 전기밥솥, 헬멧의 예를 들 수 있다. 제품 자체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자체적 기술 개발력 없이는 첨단 기능과 경쟁력 있는 상품이 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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