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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업 간 추격의 경제학(2)

by Diligejy 2015. 12. 1.

p.25

수요 체제란 기업이 판매시장을 개척하고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수요를 창출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제반 환경을 의미한다. 해당 분야의 수요 체제는 소속 기업이 그 분야에서의 생산과 혁신의 과정에서 직면하는 문제의 성격을 규정하고, 특정한 행동과 조직에 대한 유인과 제약의 타입을 결정한다. 멀티미디어 산업에서는 수요와 기술의 유형이 융합됨에 따라 기존 산업의 경계가 확장되어 새로운 산업 분야가 탄생했다. 그리고 더 많은 주체들이 새 산업 분야의 특징에 맞춰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게 되었다. 멀티미디어 산업의 예는 수요 체제의 변화가 주체와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끼침을 보여 준다.

 

각 산업은 상이한 수요 체제를 갖고 있고 그에 따라 기업의 능력과 행동, 조직 역시 영향을 받는다. 후발국의 소비재 중소기업은 시장 개척과 경영전략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가령, OEM에 따라 안정된 바이어와의 계약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자체 브랜드의 물건을 팔아서 유통망을 확보하는 OBM으로의 전향은 중소기업에게 대단히 위험이 따르는 결정이다. 후발주자의 진입을 막기 위해 덤핑 공세와 같은 기존 대기업의 방해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충분한 재정적 여유를 갖지 못한 중소기업으로서는 마케팅이나 경영전략 구축이 어려우며, A/S와 같은 체계적인 사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또한 어렵다. 특히 악기, 전기밥솥, 헬멧처럼 제품의 사용 주기가 길거나 안전성과 관련된 제품은 조금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유명한 대기업의 제품을 소비자들은 선호한다.

 

수요 체제에서 일반적인 경쟁 우위의 원천은 비용우위, 제품 차별화 우위, 그리고 선점자의 우위가 있다.

 

p.26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위 세 가지 요소 중 차별화를 통한 경쟁 우위확보가 가장 바람직하다. 비용우위로는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존 산업에서 기술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새로운 산업 분야를 개척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선점자의 이득 역시 중소기업에게는 커다란 리스크로 작용한다. 국내 중소기업은 어느정도 기술 수준을 갖ㅊ면 틈새를 노릴 수 있는 차별화를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시장 진입 후에도 지속적인 기술과 브랜드의 구축으로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p.26~27

현 상황에서 한국의 중소기업이 단순한 OEM 공급자로 시장에 남는다면 위에서 언급한 경쟁 우위의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잃을 수밖에 없다. OEM 공급자는 바이어의 주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저부가가치 생산이기 때문에 연구 개발에 투자할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기 어려워 차별화 기회를 갖기 힘들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인건비 상승 및 후발 개도국의 추격으로 기존의 비용우위 경쟁력도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OEM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기술추격 또한 어려워진다.

 

OBM으로의 전환은 기술 개발뿐 아니라 그 기술력이 산업에서 사업화될 수 있는지의 여부, OBM으로의 전환 시점을 결정하는 전략도 매우 중요하다. 시장을 확보한 뒤에는 노하우와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경영 시스템을 체계화시켜 다른 후발주자의 추격을 견제해야 한다. 내수시장 점유율을 어느 정도 확보한 중소기업은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내수시장에서보다 더 싼 가격에 공급이 가능하도록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격 절감을 목표로 한 기술 연구와 소비자에 따라 다른 디자인과 규격의 제품 생산, 마케팅에 많은 투자가 동반되어야 한다.

 

p.28

생명공학 산업에서는 벤처캐피탈과 대학 연구 기관 등이 매우 중요한 반면, 국내 공작기계 산업에서는 정부의 개발비 지원이 중요하고, 미국의 컴퓨터와 반도체 산업은 초창기에 군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어떤 산업을 논의하는 것이냐에 따라 각 주체 및 기관의 역할과 중요성도 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주체의 관계 구조나 유형은 산업마다 다르기 때문에 대상에 맞춰 분석 초점을 달리해야 한다. 흔히 후발기업이 선발기업을 따라 잡을 때는 정부나 대학 연구 기관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고, 보통의 소비재 상품에서는 이런 줴의 역할이 극히 미미하다.

 

p.29

특허와 같은 지적재산권 제도는 추격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선발기업이 후발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제도의 발달은 후발기업의 자본조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교육제도의 효율성은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인재풀의 질을 결정한다는 면에서 추격에 영향을 미친다.

 

p.32

 

 

p.35

한국 재벌은 대부분의 핵심 자본재 및 중간재를 일본 제품으로 아웃소싱하면서 최종재의 조립 생산을 특화했다는 점에서 ODM 단계를 건너뛴 OBM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OECD의 [과학기술정책 보고서: 한국]은 "중대한 변화가 1980년대 후반에 이루어졌다"고 표현한다. 즉, "많은 한국 수출 기업은 OEM 생산에서 탈피해 자신의 고유한 브랜드로 세계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런 제품들의 대부분은 저가의 저질 표준 상품이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 기업은 OBM 수출에 실패를 겪고 제품 차별화와 품질 향상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80년대 중반 미국시장에 수출해서 일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만 곧 품질 문제로 90년대 초반 추락한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이후 현대자동차는 90년대부터 품질 향상을 위한 시간 확보를 위해 라틴 아메리카, 동유럽, 그리고 동남아시아 와 같은 신흥국가로 시장을 전환해야 했다. 독자적인 엔진 개발 등 설계 ODM능력을 갖춘 90년대 중반 이후에야 비로소 미국시장에서 유의미한 모멘텀을 얻게 되었다. 이것은 확실한 설계 능력 없이 자사 브랜드로 수출을 계획 없이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보여 준다. 그러나 OEM의 지속적인 유지도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p.38

보통 생산성은 산출을 노동 또는 자본의 투입으로 나눈 노동 및 자본생산성을 많이 고려하는데, 이보다는 노동과 자본 투입을 가중 평균하여 얼마나 산출을 하느냐 하는 개념인 총요소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이후 TFP)의 사용이 더욱 편리하다. 이는 노동 및 자본 생산성보다 더 정교한 개념으로서 어떠한 경제 단위의 경쟁력 측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높은 생산성 없이 높은 경제적 후생 또는 고소득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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