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6
p.47
예상대로 IT와 전기전자산업은 대단히 명시성이 높으며, 반대로 자동차나 기계산업은 암묵적 지식 산업임이 나타난다.
p.52
브랜드통합데이터베이스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재 중소기업의 수출 가운데 자기 브랜드를 보유한 비율은 수출 건수를 기준으로 28퍼센트 밖에 되지않는다. 그 외에는 모두 부가가치가 낮은 OEM이나 ODM, 또는 브랜드가 없는 상태이다. 분야에 따라서는 자기 브랜드 보유 비율이 10퍼센트 미만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기업에 판매하는 자본재와 달리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를 하는 소비재 산업에서 브랜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질을 획득했을 때에만 보유할 수 있는 것으로, 때로는 상품의 질 이상의 역할을 하며 지속적인 판매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소기업 경쟁력의 최종 지표는 'OEM 함정'을 탈출하여 자기 브랜드에 기반 하는 생산 즉, OBM 체제로 이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라고 할 수 있다.
p.61
선발기업보다 우월하거나 선발기업과 동등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은 소비재 기업이 OBM으로 성공하기 위한 필수 전제 요건이다. OEM에서 OBM으로 성공한 위의 세 기업들은 OEM 과정에서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기술력을 축적하였고 이 과정에서 학습 효과나 시행착오를 통해 획득한 암묵적 지식을 이용하여 혁신에도 성공했다. 또한 자체적으로 기술력 확보를 위해 R&D에 집중 투자했으며, 기술력의 도약을 위해 선발기업 디자이너 초빙 등 선발기업 지식에의 접근이라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했다.
한편, 이들은 해외생산기지를 통한 원가절감을 실현하여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오로라월드는 중국에 2개의 생산기지와 인도네시아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고, 한국도자기 역시 인도네이사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나코비는 중국 산둥성에 2개의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p.67
중소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서 자체 기술력 개발 과정과 시장 개발 과정은 별개이다. 즉 기술력 개발과는 별도로 시장 개발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많은 우수한 중소기업들이 기술력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끝내 도산하는 경우가 시장 개발을 위한 별도의 전략에 대한 필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OEM을 하던 중소기업이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더라도 시장에서의 성공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미 시장을 장악한 선발기업의 압력과 방해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의 추격과 성공을 위해서는 그 기업만의 독특한 시장 확보 전략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72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김준일 사장은 국내 밀폐 용기 시장이 고소득층은 값비싼 외국산을, 저소득층은 조악한 국내 제품을 소비하는 형태로 양분화 되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밀폐 용기는 생필품으로써 경기변동과 관련이 적다. 즉, 밀폐 용기 산업은 수요의 소득 탄력성이 낮으며 기술 발전의 기회가 크고 기술 진보의 누적성이 낮아 후발기업인 하나코비가 쉽게 '추격'할 수 있는 산업이다. 따라서 이 시장을 자신의 틈새시장으로 설정하고 역량을 집중했다. 더 나아가 하나코비는 밀폐용기는 단순히 '음식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집 안의 모든 것을 수납하고 정리할 수 있는 다기능성 제품임을 광고하여 밀폐 용기 시장을 재정의하고 확장했다.
p.78
한국의 중소기업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대기업의 납품업자로서 높은 수익은 꾀할 수 없지만 안정적인 매출을 누리는 중소기업, 두 번째 유형은 '카테고리 킬러', 마지막으로는 위 두 유형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고 그 생명 유지에만 집중하는 중소기업이다. 두 번째 유형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인 '혁신형 중소기업'이다. 다만 카테고리 킬러가 되기 위한 전략은 쉽게 얻기 힘들다.
p.83~85
전유성이 높고 외부지식에 대한 접근이 쉬운 기술 분야에서 후발주자들이 가장 빠르게 추격할 수 있음이 관찰되었다. 전유성이 높은 산업에서 추격이 용이하다는 지적은 한국의 중소기업 전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전유성이 높다는 것은 다른 기업의 지식에 의존해야 할 필요가 적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후발기업에게 유리한 환경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후발기업은 제한된 R&D자원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혁신의 열매를 더 쉽고 안전하게 즐길 수있는 부문, 즉 전유성이 높은 부문을 특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지식에 대한 접근이 쉽다면 추격 자체는 용이할 수 있으나 다른 개발도상국 역시 쉽게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격 이후의 장기적인 선두 유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매우 낮은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개발도상국이 실제 혁신을 수행하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기술을 모방하는데 그쳤기에 한국 중소기업의 추격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중국, 베트남과 같이 기술혁신의 의지가 있는 신흥경제강국들이 부상함에 따라 외부지식에 대한 접근이 쉬운 산업에서는 한국 중소기업의 선두 유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중소기업에게는 전유성이 높고 지식 기반의 접근성이 낮은 산업에 특화하여 추격 이후의 선두 유지까지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지식 기반의 접근성이 낮은 산업에는 높은 과학기술 수준이 필요한 산업과 지식의 암묵성이 높은 산업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전자는 관련 지식기술을 얻기 위해 질 높은 인적자본이나 최신의 연구 시설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것은 중소기업의 제한된 자본으로는 얻기 힘든 것이다. 또한 과학적으로 계산되는 최적 기술의 개발은 성공 시에는 큰 성과를 얻겠지만 성공하지 못할 경우,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위험성이 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현장 지식도 중요하고 암묵성이 높은 후자의 분야에서 시행착오를 통한 지식 획득과 전유성 확보도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안전한 전략이다. 중소기업에게 적정한 수준의 연구 개발비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특정 산업의 오랜 노하우 축적만으로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암묵적 지식을 요구하는 산업 중에서도 자동차 산업과 같이 규모의 경제가 큰 산업보다는 규모의 경제가 비교적 작은 산업이 중소기업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이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암묵적 지식은 기업의 핵심 기술인 동시에 기업의 특색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암묵적 지식을 내부 비밀로 가지고 있을 때 그 기업의 명성과 특정 산업에서의 입지가 굳건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만약 지식이 특허와 같이 가격 지불에 의해 접근 가능한 형식으로 관리된다면 내부 비밀로 존재할 때보다 그 가치가 유지되기 어렵다. 또한 암묵성이 높은 개발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획득한 지식 자체는 숫자나 문서로 표시되는 명시적인 지식일 경우가 있다(최적의 치수라든지 강도 혹은 온도). 이를 특허로 낼 수는 있지만 특허로 내는 순간 모방의 위협을 받으므로 특허보다는 사내 기밀로 즉, 자체 브랜드로써 지키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다.
p.91
경험이 부족하여 실수가 있을 경우 후발기업은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선발기업보다도 훨씬 더 큰 타격을 입게 되므로 큰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하나의 작은 클레임조차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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