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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업 간 추격의 경제학(6)

by Diligejy 2015. 12. 5.

p.192~193

최근 성장 이론은 경제 성장, 기술 발전을 이해하기 위한 부품 소재, 기계류 등 중간재 산업이 가지는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이론에 따르면 최종재 산업과 중간재 산업 사이에는 강한 상호의존성과 상호인과성이 존재하며 중간재 산업의 발달 정도에 따라 후발국의 경제성장 경로에는 복수 균형이 존재한다.

 

최종재 산업과 중간재 산업 간의 상호인과성이란 중간재 산업의 발달 정도에 따라 중간재 산업과 최종재 산업의 발전에 선순환과 악순환이 발생함을 의미한다. 즉, 중간재 산업이 발달해 동 산업 내 기업의 전문성과 다양성이 높아질수록 최종재 산업은 보다 우회적인 생산기술을 채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최종재 산업의 생산성은 높아지고 경쟁력이 강화되어 매출이 늘어나면 다시 중간재 수요의 증가로 연결되어 중간재 산업의 전문화와 다양화를 더욱 진전시킨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하면 '고기술 균형'이 달성된다. 그러나 후발국과 같이 초기 조건을 구비하지 못했거나 산업화 과정에서 임계 수준 이상의 산업 연관 구조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일정 단계에서 성장이 정체되는 '저기술 균형' 또는 '저성장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특히 로드릭은 양질의 인적 자본을 가진 중진국이 저기술 균형에서 고기술 균형으로 이행할 잠재력은 가지고 있지만 전문성을 가진 여러 기업의 의사 결정을 조화시키지 못한 경우 중간재 산업으로 동시에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기술 균형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현재 저기술 균형의 가능성은 국내에도 나타났다. 최종재를 생산하는 대기업은 뛰어난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중간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중간재 생산 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기계 산업을 담당하는 기업이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이라는 한계까지 덧붙여져 국내 기계 생산 업체들은 국내외 수요 대기업 및 경쟁 기업의 반격에 좌절되곤 한다. 중진국상태에서 저기술 균형의 상태에 머무르게 되는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기술 균형 상태에 놓인 국가는 고기술 균형 상태로 이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개방 경제에서 고기술 균형에서 생산하는 재화의 국제 가격이 높으므로 고기술 균형이 저기술 균형보다 파레토 최적일 뿐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고기술 균형이 저기술 균형보다 높은 임금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사회적 후생 차원에서도 우위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p.195~197

자본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외부 지식 기반에의 접근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성공 가능성이 높을수록 기업의 연구 의지가 높아져 실제 연구 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이 산업에서 제품 차별화나 비용우위 등 예상경쟁력과 이윤이 높다고 예상되면 기업의 연구 의지가 높아져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

 

자본재 산업은 생산자와 소비자, 기업 간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축적된 암묵적 지식이 매우 중요한 전형적인 전문 공급자 산업이다. 이 산업에서도 컴퓨터 기술의 도입으로 혁신 빈도와 기술 변화 과정의 가변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자본재 산업의 기술 체제는 상대적으로 낮은 혁신 빈도와 낮은 가변성이 특징이다. 자본재 산업의 그러한 기술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후발기업의 실제 연구 개발 유인책은 많지 않다. 후발기업은 비용우위, 제품 차별화, 선발자의 이득 중 어느 것도 확실하게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개발된 제품의 시장 성공 가능성을 낮게 인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본재 산업은 후발 생산자가 단순히 생산 설비를 수입하고 제품 디자인이나 제품 엔지니어링의 라이센싱을 구매하거나 독자적인 연구 개발을 하는 것으로써 선발기업을 추격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자동차를 비롯한 최종 소비재와는 다르다.

 

이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본재 산업의 지식 기반 특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자본재 산업에서는 생산에 관한 주요 지식이 간단하게 생산 설비에 체화될 수 없다.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설비는 보통 범용 기계이다. 따라서 기술자들이 축적한 기술이 더 중요하다. 또한 기술 라이센싱은 특정한 모델의 기계에만 한정되기 때문에 이것으로 제품 개발 과정에서의 빈약한 디자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여러 사용자의 요구에 맞추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생산자에게는 기계디자인을 바꾸어 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그런 능력은 단순히 외국 기업에서 도입하거나 기술 라이센싱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혁신의 속도가 느린 자본재 산업에서 왜 추격이 상대적으로 힘든지를 부분적으로 설명한다.

 

자본재 산업은 연구 개발만으로 낮은 기술능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도 중요하게 지적된다. 이 산업에서 연구 개발능력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부터 축적되는 지식에서 나온다. 암묵적인 지식이라는 점에서 볼 때 국산 기계들은 그 품질과 정밀성이 떨어져 국내 기업들의 사용 거부는 심각한 문제이다. 국산품 사용을 장려하는 정부정책도 효과가 별로 없다. 사용하는 자본재 장비의 질이 바로 산출물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에 자사 제품의 품질에 민감한 최종 소비재 생산기업은 국산 자본재 장비를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 수출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내수시장도 협소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은 보다 많은 생산과 많은 수요자 기업과 교류하여 암묵적인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힘들다. 따라서 후발자는 비용우위도 질적 우위도 기대할 수 없다. 기술 경쟁력 확보 방안은 자본재 산업이 자동차나 가전 같은 최종재 산업과 다른 가장 근본적인 차이다.

 

p.201

기술 선진 기업들이 특허 소송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단지 특허료 수입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특허료 수입 외에도 얻을 수 있는 부가수익이 높기 때문에 이 전략을 자주 활용한다. 우선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에 대해 특허망을 구축해 놓고 이와 유사하거나 저촉될 여지가 있는 경쟁사의 제품에 대해 특허 소송을 제소하면 여러 가지로 이득이 따른다. 일단 경쟁사의 사업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 소송의 결과에 따라서는 특허료 수입을 확보할 수도 있고,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경쟁사를 협상의 테이블로 유도해 크로스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하는 부가 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 따라서 소송 기업은 특허 소송을 통해 신제품의 가격과 시장 점유율을 모두 유지하게 된다. 특허 소송을 통해 연구 개발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수익력도 강화시키는 것이다.

 

p.213

후발기업의 경우, 서서히 성장하는 것보다 급격한 추격이 유리하다. 서서히 성장하는 후발기업은 경쟁사의 방어적 대응으로 인해 추격도중에 좌절될 가능성이 높다. 급격한 성장은 시장 환경이 급변할 때 가능하며 타 기업과의 합병 또는 제휴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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