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일본소설

은하영웅전설 8

by Diligejy 2022. 8. 21.

 

p.48

운명이라고 했다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숙명이란 정말 언짢은 말이구나. 두 가지 의미에서 인간을 모욕하는 것이지. 첫째로는 상황을 분석하는 사고를 가로막고, 둘째로는 인간 자유의지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니까. 숙명의 대결이란 없단다, 율리안. 그 어떤 상황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 해도 결국은 당사자가 선택한 거니 말이다.

 

p.129

왜 싸우는가, 하는 명제는 항상 양의 머릿속에 있었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추구하면 할수록 전투의 무의미함만을 확인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왜, 라는 가장 중요한 논리의 핵심을 애매하게 묵혀놓은 채 감정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로 선동이다. 예로부터 종교상의 증오에서 비롯된 전쟁이 가장 격렬하고 무자비한 파괴를 초래한 이유는, 전의란 이념이 아니라 감정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적에 대한 증오나 혐오, 아군 지도자에 대한 충성. 모두 감정이 지배한다. 남 일이 아니다. 양이 하고 있는 일도 민주정치에 대한 충성이란 방패 한 겹을 벗기면 전제정치에 대한 증오가 도사리고 있을 테니까.

 

p.174

전략가는 다수로 소수를 치는 것을 사고의 기본으로 삼는데도, 전술가는 이따금 소수로 다수를 꺾는 데 쾌감을 느낀다. 전장에서 기략을 발휘해 적의 전략적 우위를 극적으로 뒤집는 데서 최고의 미학을 발견하는 것이다.

 

[누구나 질 거라 생각한 순간의 믿을 수 없는 역전 승리! 그것은 예로부터 무수한 전술가를 멸망으로 이끈 마물의 속삭임이었다.]

 

이것은 인류사회에서 서기 연호가 쓰이던 당시부터 내려오던 격언으로 라인하르트 시대까지도 변함없는 진실이었다.

 

p.216

인간은 주의니 사상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야! 주의나 사상을 구현하는 사람을 위해 싸우는 거지. 혁명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혁명가를 위해 싸우는 거라고.

 

p.292

난폭함과 용기는 서로 다른 원소이다.

 

p.310

전략은 옳았기 때문에 이기는 거지만, 전술은 이겼기 때문에 옳은 거야. 제대로 된 두뇌를 가진 군인이라면 전술적 승리로 전략적 열세를 만회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아.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런 요소를 계산에 포함해 전쟁을 시작하지는 않을 거야.

'문학 > 일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하영웅전설 10  (0) 2022.10.04
은하영웅전설 9  (0) 2022.09.11
은하영웅전설 7  (0) 2022.07.31
브루투스의 심장  (0) 2022.07.15
은하영웅전설 6  (0) 2022.07.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