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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by Diligejy 2016. 9. 26.

p.19

성공한 사업은 으레 멸망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다. 여러분의 사업이 번성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분야로 뛰어들게 되고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면, 결국엔 당신이 차지할 수 있는 몫은 전혀 남아나질 않게 마련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항상 다른 기업들의 공격을 견제하면서, 자신의 부하들에게도 그러한 견제의식을 심어주는 일이다.


p.40~41

정말 어려운 점은, 기존 질서에 어떤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만이 아니었다. 새롭게 등장한 질서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이 사실상 더 큰 문제였다.


이 사건 전에 우리는 거래처에게 적절히 물량을 공급하고 제품의 질을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해왔다. 컴퓨터 업계의 엔지니어부터 일반 사용자에 이르기까지 제품을 판매하면서 신속하고 민첩하게, 그리고 열심히 일했지만, 아무런 무리 없이 돌아가던 이러한 방식이 어느 순간부터 충분치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우리가 겪은 상황은 다른 업계에서도 늘 있는 일이다. 모든 사업은 어떤 암묵적인 질서에 의거해 이루어지게 마련인데, 그 질서자체에 변화가 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 변화의 시점을 알리는 어떠한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서서히 다가와 급기야는 우리를 덮쳤듯이, 당신을 덮치는 것이다.


당신이 알 수 있는 거라곤 무언가 굉장한 변화가 있다는 것, 그 변화의 정도가 아주 심각하다는 정도일 뿐이지 그것이 확실히 무엇인지는 파악하지 못한다.


이는 마치 순풍을 타고 항해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선실에서 순조로운 항해를 즐기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배가 기우뚱하기 전까지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전에 하던 대로 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더 큰 재난에 처하기 전에 배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방향을 바꾸어 새로운 항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야 할 방향과 바람의 세기를 인지하고 있어야만 한다. 이 때 어려운 점은, 때로는 이런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으며 단호한 행동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현상은 흔히 볼 수 있다. 사업이란 서로 변화를 주고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은 변화를 유발한다. 기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규제(정부)의 출현과 제거는 더 큰 변화를 유발한다. 어떤 경우에는 한 회사 정도로 그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업계 전체를 흔들어놓기도 한다. 그래서 배가 뒤집히기 전에 바람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안목이 사업의 미래를 판가름하는 데 중요한 것이다.


p.44

우리 모두는 변화의 바람에 스스로를 열어두고 있어야 한다. 과거에 집착함으로써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르는 소비자층에게나, 변함없이 남아 있을 소비자층에게나 우리 자신을 열어 두고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의 많은 의문에 해답을 갖고 있는 하위직 직원들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우리를 평가하고 비평하는 언론인들이나 금융권의 소리에도 기꺼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시선을 돌려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경쟁자들에 관해, 산업계의 현재 동향에 관해, 그리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관해 말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적나라하게 드러낼 때 우리의 감각과 본능은 눈부시게 예리해질 것이다.


p.48~49

한 기업의 현존 경쟁자들의 힘과 의욕과 역량 : 경쟁자의 수가 많은가? 재정상태는 좋은가? 이 경쟁자들이 당신의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가?

한 기업의 공급처들의 힘과 의욕과 역량 : 풍부한 공급처를 확보해 기업으로 하여금 선택의 여지가 많은가, 아니면 근근히 유지나 할 정도의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는가? 공급처의 태도가 공격적이고 이윤에 너무 집착하지는 않는가, 또는 고객들을 상대로 신뢰성 있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있는가? 


한 기업의 고객들의 힘과 의욕과 역량 : 다양한 고객층을 두고 있는가, 아니면 한두 개의 주거래처를 두고 있는가? 필사적인 경쟁 때문에 지나치게 까다롭게 굴지는 않는가? 또는 비교적 우호적인 거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가?


한 기업의 잠재적 경쟁자들의 힘과 의욕과 역량 : 지금은 함께 일하고 있지만, 상황이 변화해 같은 사업에 뛰어들게 되면 현재의 경쟁자들보다 훨씬 거대하고, 능력 있고, 자본이 풍부한, 한층 더 공격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


현재 당신이 생산하고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다른 방법으로 대체될 가능성의 여부 : 이른바 대체(substitution)라고 불리는 이 요소는 여느 요소보다 더 치명적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접근방식, 새로운 공학의 등장은 기존의 질서를 뒤엎고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며 사업에도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게 된다. 도로를 이용한 내륙 운송이나 항공 운송이 열차를 대신한 것이 그랬고, 컨테이너를 이용한 선박작업이 구식 항만작업을 대신한 것이 그랬으며, 대형 판매점이 소매점을 잠식한 것이 그랬다. 지금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컴퓨터 산업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도 그렇고, 디지털 방식의 미디어가 연예사업에 미칠 영향력도 그렇다.


최근에는 이러한 경쟁이론에 한 가지 더 덧붙여 여섯번째 힘을 강조하고 있다. 바로 보완자(complementor)라는 요소다. 여기에서 보완자란 고객들이 보완적인 제품을 구입하게 되는 사업군을 말한다. 각 제품은 다른 제품과 결합될 때 제 성능을 발휘하거나 더 좋은 성능을 내게 된다.


p.54~57

변곡점 진행 중 벌어지는 논쟁의 정도는 가히 무시무시할 정도다. [우리가 좀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좀더 경비를 줄인다면 다 해결될 거야]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얘기일 수 있다. [다 경기침체 때문이야.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성장기로 접어들 거야]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 또한 부분적으로는 맞는 얘기일 수 있다. 무역전시회에 다녀온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자. 그는 몹시 혼란스럽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며 [요즘 산업계가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어. 사람들이 컴퓨터를 그런 용도로 사용한다는 건 미친일이야]라고 말할 것이다. 이 말에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일련의 상황이 전략적 변곡점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에는 단계적으로 인식한다.


우선 무언가 달라졌다는 심상치 않은 느낌을 갖게 된다.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고, 고객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있다. 줄줄이 성공작을 내놓던 연구개발 팀의 성과도 시원치 않고, 여러분이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거나 존재 사실조차 몰랐던 경쟁자들이 당신의 사업을 갉아 먹고, 무역전시회는 온통 괴상한 것 투성이다.


그리고 여러분의 회사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과 실제 내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 사이에 점점 더 큰 부조화가 생겨난다. 이처럼 기업 정책과 실제 운영 사이의 부조화가 점점 더 눈에 띄고, 급기야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혼란으로 치닫게 된다.


결국 새로운 체제(framework), 새로운 통찰, 새로운 행동이 등장한다. 마치 길을 잃었던 하이킹 주자들이 새로운 방향을 잡는 것과 같다(이것은 거의 1년 또는 10년이 걸리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기업 정책이 세워지게 되는데, 이 대부분은 새로운 경영진의 몫이 된다. 


아마 전략적 변곡점을 무사히 통과하기란 하이킹 주자들이 바른 길을 찾는 것보다 더 큰 모험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것은 마치 죽음의 계곡에 뛰어들어 낡은 방식에서 새로운 방식 사이를 뛰어 넘어야 하는 모험과 같다. 당신의 동료 중에는 이 계곡을 뛰어넘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이 모험에서 최고경영자의 임무는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희미하게 보이는 목표를 향해 사원들을 독려하는 것이며, 중견관리층의 역할은 이러한 결정을 따르고 보조하는 것이다. 이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올바른 방향에 관해 같은 팀 안에서 의견충돌과 분열이 생기면서, 누구나 이 엄청난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상황에 처한 모든 사람들이 서로의 견해에 대해 느끼는 불안 확신 심각성이 점점 증대되어, 모두가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않고 종교교리에 대한 논의처럼 팽팽한 자세를 고수하게 된다. 한때 서로 협력하며 건설적으로 운영되던 조직에 홀연히 성전(聖戰)이 일어나 같이 일하는 사람 사이에, 오랜 친구 사이에 골을 만들어놓게 되는 것이다. 이제 최고경영진이 해야 할 일은 방향을 정하고 전략을 세워 협동심을 복돋우며, 사원들을 독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일은 갈수록 완수하기 힘들고,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제 중견관리층의 역할은 정책 방향을 구체화하고, 고객들을 상대하면서 사원들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이것 또한 점점 더 힘들어진다.


형체를 알 수도 없는 변곡점의 상황 아래에서 여러분의 회사나 직장을 구할 수 있는 변화를 추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순간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불행하게도 그 때를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그 시기를 알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기업의 상태가 아직 좋을 때 이런 변화를 겪게 된다면, 기업을 계속 운영해가면서 새로운 경영방식을 실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여러분은 많은 노력과 힘을 아끼고, 사원을 구하고, 전략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런 자료도 없는 상태, 완전한 미지의 상태에서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경우다. 제 아무리 과학적 자료에 근거해 경영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때로는 본능과 개인적 판단에 의존해야 할 경우가 있는 것이다. 전략적 변곡점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가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당신에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길이라곤 이런 본능과 개인적 판단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당신 개인의 판단으로 인해 이런 힘든 상황에 놓이기도 하지만, 당신의 판단이 그런 위기에서 빠져나오게도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각기 다른 종류의 조짐을 알아차릴 수 있는 본능을 길러내는 데 있다. 이러한 조짐이 늘 존재했는데도 여러분이 계속해서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 전략적 변곡점은 바로 잠자리에서 일어나 귀를 기울여야 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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